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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은 필연적으로 자연 환경에 얽매여 산다. 곤충류, 어류, 파충류, 조류, 심지어 일부 포유류 동물까지 보통 그가 사는 환경과 색깔이 비슷하다.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몸 색깔마저 환경에 적응시켜야 한다. 고급동물인 인류에 비해 얼마나 수동적이고 가련한가!
사실 이 점에서 인류도 동물과 비슷한 점들이 있다. 열대지방의 흑인은 보통 몸이 야위다. 몸 표면적 대 몸 체적의 비례가 커서 체온을 잘 발산시키기 위해서이다. 추운 지역의 백인은 반대로 몸이 뚱뚱하여야 체온발산을 방지하는데 이롭다. 또한 코 구멍이 긴데, 기관지까지의 길이가 멀어야 흡입된 찬 공기를 데우는데 이롭다.
<황제내경(黃帝內經)>에 따르면 인간의 오장육부는 4계절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인체 각 기관의 병은 계절별로 잘 걸리거나 잘 치유되며 잘 죽는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질환과 대비해보면 대충 맞아떨어진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인간은 고급 동물-영장류임에도 불구하고 육체뿐만 아니라 영혼마저 4계절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다. 역시 <황제내경 양생(養生)>편에 인간은 정서와 심리활동을 4계절에 맞추어야 잘 보양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중 봄철은 만물이 소생하므로 아침 일찍이 일어나 활개 치며 산책하라고, 즉 의욕 방출형에 걸맞게 하라고 했다. 확실히 봄철은 억눌렸던 정서를 발산하거나 싸였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계절이다. 반정부데모 같은 행위도 봄철에 잘 행해진다.
지난 100년 간 한국과 중국의 예를 들어보자. 한국의 ‘3.1운동’ ‘4.19혁명’ ‘5.18(광주)’ ‘6.29항쟁(4월에 시작)’; 중국의 ‘5.4운동’ ‘5.30운동’ ‘4.6천안문사태(1976년)’ ‘6.4천안문사태(1989년, 4월 5일 발발)’ ‘4.22(파룬궁)’…모두 봄철 4, 5월에 집중된다.
그러므로 중국의 공안당국이거나 무장경찰부대는 4~5월의 치안에 각별히 신경을 쓰곤 한다. 물가를 올리거나 대량의 범인을 처형하는 등 국민의 정서를 자극할만한 일은 되도록 정서를 수렴하는 가을철이나 안정을 추구하는 겨울철에 행한다.
한국 위정자들은 이런 문제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1998년 5월, 필자는 홍콩기자와 한국의 IMF를 취재하러 왔다가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데모를 수없이 목격하였다. 반년만 늦게 시작했으면 퍽 안정적으로 행해졌을 건데 말이다. 보통 총선이나 대선 같은 것은 봄철에 행하면 야당과 진보세력에 이롭고, 겨울철에 행하면 여당과 보수세력에 이롭다. 이번 총선도 꽃샘추위 아니었더라면 투표율이나 유권자의 정치경향의 결과가 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인간도 자연환경에 수동적인 존재임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한민족은 좌경성, 극단성, 충동성이 강한 반도 기질이므로 총선도 겨울에 치르는 것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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