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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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와 함정
2013년 11월 18일 15시 36분  조회:7919  추천:6  작성자: 정인갑

며칠 전 아침, 필자는 출근버스를 탈 시간이 좀 남았고 날씨도 추워 대림역 8번 출구에서 1번 출구로 가는 육교의 의자에 앉아서 좀 쉬었다. 그런데 웬 50대 후반의 멀쩡한 남자가 와서 지금 몇 시인가 물어보아 알려주었다. 말씨로 보아 중국동포였다. 그는 잠깐 머뭇거리더니 “떡 사먹게 돈 좀 주세요”라며 손바닥을 내 미는 것이었다.

필자는 바지 지갑에서 철렁거리던 동전을 몽땅 털어주었다. 100원짜리 서너 개에 500원짜리 한 개 쯤 되었다. 그는 내 옆에 서서 그 동전을 손바닥에 놓고 한참 키질하다가 떠나갔다. 아마 맘속으로 ‘요까짓 것밖에 안주나? 깍쟁이 같은 놈’이라고 욕하는 듯하였다. 이 일을 색각하며 요즘 필자는 착잡한 생각을 금할 수 없다.

1인당 GDP가 1백~4천여 달러인 중국에서 평생 살며 이런 조선족을 한 사람도 본 적이 없었는데 1인당 GDP가 2만2천 달러인 한국에서 이런 일을 목격했으니 생각이 착잡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몇 년간 한국에서 거센 바람이 불고 있는 복지가 화근이라고 생각한다.

복지는 양 날의 칼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잘 실행하면 불쌍한 사람을 구제하고 사회를 안정시키는 좋은 제도로 될 수 있고, 잘못 실행하면 나라의 재정을 망가뜨리고 사람들을 게으름뱅이로 전락시키는 함정이 될 수도 있다.

사회주의 제도를 간단히 해부하면 두 가지인데, 하나는 생산 분야에서 생산수단을 국가소유로 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소비 분야에서 최대의 복지제도를 실행하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 온 국민을 게으름뱅이로 만들었고 나라의 재정을 파탄의 경지로 몰아갔다. 그러므로 14개 사회주의 나라가 그 체제를 포기했고 아직 고집하고 있는 북한의 생활수준이 한국의 1/20이다.

그런데 1970년대부터 자유자본주의 국가에서도 점점 맹목적으로 복지를 늘이고 있다. 자칫하면 복지를 하다가 망한 사회주의 국가의 전철을 밟을 위험이 따른다는 각오를 하기 바란다. 서유럽의 경우 복지를 가장 늘인 이탈리아가 맨 먼저 재정위기의 시궁창에 빠져 모대기고 있다. 이젠 복지의 바람이 한국에 불어와 한국의 재정을 파탄의 국면으로 몰아가고 있으며(나라와 공기업의 빚이 천문학적 숫자) 한국국민을 점점 게으름뱅이로 전락시키고 있다.

매일 저녁 8시 수원 지하철역 8번 출구 앞에 가면 어느 자선단체에서 주는 공밥을 얻어먹으러 줄 선 자가 1백 명이 넘는다. 밤에 서울역 지하통로에 노숙자들이 즐비하게 누워 걷기 불편할 지경이다. 공밥 먹는 자나 노숙자 중에는 아직 얼마든지 일할 수 있는 60세 이하의 사람이 적지 않다. 부유한 나라일수록, 부유하여 복지를 많이 하는 나라일수록, 이를테면 일본과 미국의 노숙자가 한국보다 더 많은 현상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필자는 항상 이런 말을 해 왔다. 한국인은 중노배기들도 공밥 얻어먹고 노숙하지만 재중국 조선족들은 심지어 꾀나 연로한 사람도 다 제 힘들여 일하며 살면 살지 놀고먹을 궁리는 안 한다. 우리는 한국에서 살아도 떳떳하다. 그런데 이젠 조선족도 복지에 매혹되어 공밥에 신경 쓰는 자가 점점 많아지고 심지어 동냥아치도 생기고 있으니 안타깝다. 재한 중국동포들이여, 자중하자.



동포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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