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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와 대붕
2005년 04월 13일 00시 00분  조회:5589  추천:85  작성자: 관리자
하루살이와 대붕

정인갑


중국 산샤(三峽) 댐과 동남지역 공업 오염 물질 때문에 서해 물의 담수 비중이 줄고 서해가 사해(死海)로 될 위험이 있다는 말이 한국 언론에 퍼지고 있다. 서해 사해 설은 제쳐놓고 산샤댐 공정의 거창함을 실감하며 전국시대(戰國時代) 철학자 장자(莊子)의 글《소요유(逍遙遊)》를 음미해 볼 충동을 필자는 느낀다.

하루살이는 오늘만 알고 래일을 모르며 매미는 금년만 알고 명년을 모른다. 그러나 명령(冥靈)이라는 나무는 500년, 팽조(彭祖)라는 사람은 800년, 향춘(香椿)이라는 나무는 8,000년 장수하였다.

산비둘기는 나무 가지에 오르내릴 줄이나 알지 교외(郊外)를 모르며 백리, 천리 밖은 더더욱 모른다. 그러나 대붕(大鵬)은 길이가 몇 천 리고 날개는 구름 같다. 한번 꿈틀거리면 3천리 바다에 파도가 일고 일단 날면 9만리 솟아오르며 6개월만에 한번 쉰다.

물이 적으면 배를 띄울 힘이 없다. 구덩이에 부은 한 컵의 물에 풀잎파리는 떠도 술잔을 띄우면 밑바닥에 붙는다. 바람이 모이지 못하면 날개를 떠받는 힘이 약하다. 9만 리의 바람이 있어야 대붕이 9만 리를 날 수 있다.

인간 사회나 자연계의 소년(小年)과 대년(大年), 소물(小物)과 대물(大物), 소능(小能)과 대능(大能), 소지(小智)와 대지(大智), 단거리와 장거리의 차이점은 너무 엄청나다. 그러므로 인간은 서로 비교해볼 생각을 말며 살아야 한다. 자기를 잊고 속세를 해탈해야 한다. 중국인들이 보통 말하는 '人比人死, 貨比貨扔'이다. 이것이 《소요유》에서 장자가 피력한 소극적 사상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런 차이점에서 적극적인 요소를 유발하고 분투 정신을 고양해 보련다. 우리는 자연계에서나 인간 사회에서의 투쟁에서 분발 정신을 발휘하여 대년, 대물, 대능, 대지, 장거리...등을 창조하기 위해 분투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예사롭게 접촉하는 시골의 저수지는 풀잎파리를 띄우는 한 컵의 물에 불과하다. 한국의 이름난 소양댐도 나뭇가지에 오르내리는 산비둘기 정도밖에 안 된다. 중국의 산샤댐이야말로 9만리를 솟아오르는 대붕이다.

산샤댐의 길이는 2,335미터, 높이 175미터다. 인공 호수의 길이는 650킬로, 개성에서 부산까지보다 퍽 멀다. 저장된 물이 393억㎥이고 최대 발전 능력은1,820만 ㎾다. 10개 면에서 세계 댐의 랭킹 1위를 했다. 이만하면 서해 물의 구조를 개변시키고 그의 생태 환경에 영향을 끼칠 만도 하다.

이 산샤 댐은 아이디어를 내놓아서 실천에 옮기기까지 75년 걸렸고, 답사 설계에 50년 걸렸으며 최종 완공에 14년 걸린다. 국민 113만을 이주시켰다. 말하자면 대붕이 날만한 장소를 마련해 주느라 그 준비를 천문학적으로 한 셈이다. 큰 일을 하려면 크게 접어들어야 할 것이 아닌가!

이 장소를 마련한 자가 바로 960만 ㎢ 면적에 13억 인구를 가진 중국이다. 산샤댐과 같은 기적이 앞으로 중국에서 얼마나 일어날지 모른다. 지금 중국 철강 년 생산량이 억대이다. 앞으로 인터넷 가입자 억대, 핸드폰 사용자 억대...통계 숫자가 억대를 초과하는 것이 부지기수로 나타날 것이다.

개혁개방 초기 외국에서 ‘동방의 누어 자던 사자가 깨나고 있다’는 말로 중국을 비유했지만 사실 중국은 대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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