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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치 않은 '손님' 화제
2005년 12월 14일 00시 00분  조회:11435  추천:86  작성자: 정인갑
심상치 않은 '손님' 화제

정인갑


우상렬 칼럼 '손님이 왔습니다'[CK連友포럼 No.437]에 한국 배재대학의 여학생들이 수업이 싫어 '손님'(月經―필자 주)을 빙자해 휴가를 청하며, 학생회장 경선 출마자들의 '生理休講制度' 실시 公約에 여학생 100%찬성, 남학생 同感이라 하였다.

부산 동아대학에서는 이미 최초로 생리휴강제도를 정규적으로 실시했으며 경희대학 총여학생회에서도 생리휴강제도를 시범 실시한다고 발표하였단다. 지금 생리휴강제도실시 思潮가 한국 대학을 석권하고 있으며 불원간 적어도 3流∼末流 대학에서 곧 전면 실시될 조짐이다.

필자가 처음 '생리'를 알게 된 것은 중3때였다. '몸이 불편해서'라면 선생이 고개를 끄덕여주고 그 여학생은 체육시간에 빠질 수 있었다. 그런데 한 총각 선생이 그 말귀를 못 알아들어 캐고 묻는 바람에 '라이리쨔러(來例假了 : 월경이 왔습니다)'라고 할 수밖에 없었으며 필자도 그 바람에 생리가 뭔지 알게 되었다. 그 여학생은 너무 수줍어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졌고.

그런데 배재대학 신문에는 진붉은 월경색 2호 글자로 '월경, 당당히 말하자'라는 제목을 달고 그 옆에 알락달락 예쁜 생리대 아이콘을 줄 세워 놓았다고 하지 않는가! 사회의 변화가 이렇듯 無常한데 대해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가 본문의 제목을 '심상치 않은 "손님" 화제'라고 단 원인은 상기와 같은 '월경'에 대한 엄폐의식의 파멸이 아니라 한국 청년학생의 정신상태의 변화에 대한 우려이다. 생리휴강제도를 실시하자? 너무나 어처구니없다. 이는 한국 대학생들이 태만, 타락의 길로 가고 있다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 한국의 지성인들은 마땅히 이를 심상치 않은 화제로 보아야 한다.

밥을 짓다가 아기를 낳는다거나, 필자의 모친처럼 해산 후 며칠 쉬지도 못하고 가마니를 짜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중국에서 1950∼70년대까지 종업원에 한해 해산 후 56일의 휴가제도를 실시하다가 점점 시간을 늘여 지금은 반년, 조건이 허락되는 직장에서는 심지어 1년까지 허용한다. 이렇듯 사회 발전에 따르는 여권의 伸張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상기의 '손님'은 별문제이다. 이 '손님'은 重體力勞動者에게 적당한 혜택을 주는 정도면 충분하다. 학생에 한해서는 체육시간을 면제해 주면 그뿐이다. 일반 수업까지 빠져야 할 정도의 부담이 되는 '손님'이 절대 아니라고 한다.

여성에 대한 무제한의 '혜택'은 마땅치 않으며 이는―시각을 바꾸어 보면―여권의 신장이 아니라 오히려 여권에 대한 침해로 변할 수 있다. 여성을 弱者, 심지어 無能者로 취급하며 그 만큼 사회 활동의 領域에서 배제시키는, 하여 여성의 사회 지위가 낮아지는 결과를 빚어낼 수도 있다. 남성과 거의 같이 일하는 중국 여성이 집에서 놀며 남편이 벌어다 주는 밥을 받아먹는 한국 여성보다 사회지위가 훨씬 더 높은 것이 이 도리를 말해주고 있지 않는가!

여학생에게 이런 혜택(생리휴강제도)을 주자고 해도 받아들이지 않는 더 낙관적이고 적극적이며 주인공다운 인생도 있지 않을까. "시끄럽다! 우리는 한 달에 한번씩 붉은 '손님'이 찾아와 고무해주니 신바람 나는데 휴강은 무슨 놈의 휴강이야! 너네 남학생들 우리보다 작대기 하나에 계란 두 개 더 차고 다니니 몸이 무겁고 힘겹지? 휴강하고 싶으면 너희들이나 해봐라!"라며.

필자가 소학을 다닐 때 '皆勤生(개근생)' '整勤生(정근생)'이라는 상이 있었다. 1년에 결근 날자가 이틀 이하면 정근이고 하루도 없으면 개근이다(지각, 조퇴가 3번이면 하루 결석으로 인정한다). 30명 정도의 한 개 반에 해마다 정근생 2∼3명, 개근생 2∼3명의 수상자가 나온다. 심지어 졸업시 6년 정근생, 개근생 수상자도 간혹 나온다.

옛날 한국도 상기의 상황과 비슷하였으리라 본다. 이런 정신이 있었기에 광복 후의 곤란, 6•25전쟁 후의 난관을 이겨냈으며 한강의 기적도 창조해 냈으리라. 좀 먹고 살만해 졌다고 안일만 추구할 수 있단 말인가! 또한 세상에 각고분투 없이 출세한 사람이 있는가!

'손님'이 머무는 시간을 평균 4일로 하면 남학생보다 15.4% 적게 수업 받는다. '손님'체류 기간과 일요일이 겹칠 수도 있겠지만 수업이 싫어 주장한 것이라고 할 때 일요일 외에 4일간 결근할 것은 당연하다. 1년 수업 기간을 9개월로 가정하면 대학 4년간에 남학생보다 4×9×4=144일 결근하게 된다. 여자대학이라고 해도 저마다 손님이 오는 시간이 다르니 강의 진도를 어떻게 장악할 것인가. 여간 복잡한 문제가 아닐 것 같다.

필자가 한국 대학의 사정을 잘 아는 자에게 이런 예기를 했더니 "한국 대학생들 PC방에 가 게임 놀고, 채팅하고, 술 마시고, 데이트하는데 미쳤지 공부하는 줄 알아? 나흘 더 배운 자나 덜 배운 자나 그거이 그거야"며 필자를 면박하는 것이 아닌가!

물론 한국 대학생이 다 이렇지는 않겠지만 아무리 봐도 너무 한심하다. 중국의 웬만한 대학에서는 며칠 결근했다가는 남의 필기장을 빌어 베낀다, 밀린 숙제를 한다 하며 보충 공부로 둬 주일간 진땀을 흘려야 하는데 말이다.

중국에 유학 온 한국 대학생 공부 안 한다고 너무 소문났다. 수업에 빠지는 현상은 아주 보편적이며 그 정도도 십분 엄중하다. 어학 연수생의 예로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50% 정도의 수업에 빠지는 학생이 1/4, 30∼50% 빠지는 학생이 1/4이나 되며 1주에 한번도 안 빠지는 학생은 거의 없다. 기숙사에 찾아가 보면 대낮에 쿨쿨 자는데 밤새 카라오케에 가 놀고 새벽에 돌아온 자도 비일비재하다.

유학생만 그런가 했는데 자국에서 공부하는 학생도 마찬가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여간 우려를 표시할 일이 아니다. 필자가 이 글을 쓰는 이유도 결코 '생리휴강제도'의 합리여부만을 운운하자는 것이 아니다. '손님' 현상은 한국 적지 않은 청년학생들의 타락을 나타내는 심상치 않은 현상이라고 호소하기 위해서이다.

월경이 '지긋지긋하고 우울만 안겨주던 반갑지 못한 손님으로부터 반가운 손님으로 변해간다. 女權이 그만큼 신장되고 현대사회가 그만큼 신사화 되었다는 말이 되겠다.' '그리고 나는 맹세했다. 이제 중국에 돌아가 우리 연변대학교 강의 때는 여학생들이 생리기색만 보여도 내가 알아서 척척 배려해 주리라고. 우리 여학생들은 여자가 아닌가, 무엇이 모자란 데 말이다 하고 생각하면서.'

위 단락은 '손님 왔습니다' 문장의 맺는 말이다. 저자가 배재대학에 몸담고 있으면서 배재대학化하여 생긴 착각(當局者迷)에 불과하며 연변에 오면 생각을 달리 할 것이라고 믿는다(旁觀者淸).

절대 '생리휴강제도' 따위를 연변대학에 끌어들여 우리민족의 지성인을 배양하는 최고 학부를 오염시키지 말기 바란다. 물론 이 맺는 말이 저자의 아이러니일 수도 있으며 그러면 필자의 맺는 말도 蛇足에 불과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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