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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어수준과 조선족의 출로
2008년 07월 28일 11시 36분  조회:5626  추천:113  작성자: 정인갑

《대입시험을 조선어로 치르는 제도》재조명4

한어수준과 조선족의 출로


정인갑




조선족은 100여년이라는 이민 력사를 가지고 있다. 그동안 문화수준이 주위의 다른 민족보다 높았고, 농경민족으로 90%이상이 조선족공동체의 특수한 범위안과 계획경제속에서 활동하였으므로 한어수준이 낮아도 큰 애로 없이 잘 살 수 있었다.

그러나 개혁개방과 시장경제체제 수립후 상황이 달라졌다. 90%이상의 젊은 세대들이 민족공동체를 떠나 중국內地, 국외로 확산되고 있다. 새 시대는 조선족의 한어수준을 급속히 제고시킬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개혁개방이 시작되는 1978년 같은 해에 한어수준 제고에 역행하는 ≪제도≫가 출범하였다. 이는 조선족의 출로에 큰 음영을 끼쳤다.

어떤 사람은 “많은 조선족이 언어 우세로 한-중간의 가교역할을 하며 그중 적지 않은 사람은 통역을 담당하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라며 필자를 반박할것이다.

만약 조선어를 잘한다는 타민족이 “식사를 먹고(하고)”, “직장일이(을) 끝내고”, “나에게 책을 주라(달라)”라는 식으로 말하면 웃음거리다. 한번은 조선 피바다극단이 북경중조우호농장을 견학할때 한족 통역의 입에서 “어머니돼지(굴암퇘지)”, “아버지돼지(씨돼지)”라는 말이 튕겨나와 연예인들이 배를 끌어안고 한참 폭소한 적이 있다고 한다.

문제는 조선족이 한다는 한어에도 이런 오류가 비일비재하다. 이는 한족이 조선어를 잘봇 하는 것보다 더 문제가 된다. 조선족이 하는 한어는 어디까지나 마땅히 잘 하여야 할 국어(보통화/공동어)이고 한족이 하는 조선어는 외국어이므로 량해를 받을 수 있기때문이다.

언어는 미묘하고 예민한 존재이다. 말하는 사람은 작은 흠이라고 여길지 몰라도 듣는 사람은 큰 거부감을 느낀다. 그러므로 조선족의 한어 약점은 자기의 이미지, 사업상의 성과, 간부 승진 등에 큰 손해를 보기 마련이다.

조선어의 중요성을 력설하는자들은 한국과의 경제거래, 한국기업에 취직 등 출로를 대서특필하는데 사실은 별거 아니다. 북경의 경우 미국, 일본, 유럽, 심지어 국내 무역에 종사한 사람보다 오히려 돈을 못 번다. 

조선족이 한국기업에 많이 취업하고 있는것 같지만 문제점이 많다. 보따리장사꾼이나 령세업체에 취직하는자가 대부분인데 임금을 제대로 못 받는자, 사기당하는자가 많고 쩍하면 한국사장이 증발해버리므로 실직 당하기 일쑤다. 실력회사, 특히 재벌그룹들은 조선족을 되도록 적게 쓰려고 애쓴다. 그 주요 원인이 한어, 중국문화, 인맥에 약하기 때문이다. 만약 조선족의 조선어 수준은 좀 낮더라도 한어수준이 높으면 한국재벌그룹에 취직하는 자가 몇배로 늘어날것이다.

1993년 왕진(王震) 부총리가 사망되였을때의 일이다. 한국 모 재벌그룹의 사장이 왕진의 아들 왕군(王軍)에게 보낼 조문(弔文) 원고를 해당그룹 중국지사에 의뢰하였다. 중국지사에 명문대를 졸업한 조선족이 수두룩한데 누구에게 시켜도 쓰지 못해 필자의 손을 빌은 적이 있다.

한국경제의 침체, 중국경제의 급성장, 한어를 아는 한국인과 한국어를 아는 한족의 급속한 팽창 등으로 조선족은 이내 각광을 잃게 된다. 몇년안으로 한국과 경제거래하거나 한국기업에 취직하는 조선족은 기하급수로 내리막 길을 걷게 될 것이다. 한국만을 바라보며 조선어 교육을 중요시하고 한어교육을 소홀히 하는 것은 실로 원견이 없는 처사다.

그러면 조선어 자체로 출세한자는 대체 얼마나 됨즉한가? 1948년부터 지금까지 60년간에 출세한자를 대충 헤아려보자. 문학가로 인정받은 자를 누계 120명으로 봐도 1년에 평균 2명꼴, 대학 조선어교수가 된자를 누계 300명으로 봐도 1년에 5명꼴, 출판, 방송분야의 조선어편집으로 된자를 누계 900으로 봐도 1년에 15명꼴…. 년 평균 22명정도, 그것도 좀 과장된 숫자이다. 이 22명을 위해 수천, 수만의 조선족이 한어를 희생하는 대가로 조선어에 몰두할 필요가 있겠는가?

외국에 진출한 조선족의 매너는 영어와 한어를 잘 하면서 조선어를 알아야 하는데 있을것이다. 연변대학 조문계를 졸업하고 북경에서 활약하다가 한국 대학원에 류학간 한 친구의 말이다. 조선어 전공을 졸업했다고 하니 한국사람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더라는 것이다. 중국에서 조선어를 배웠댔자 얼마 배웠겠느냐—한국에서 국어를 배운 사람과는 비교도 안 될 것이고—라는 눈길로 자기를 바라본다는 것이였다.

그러면서 중국 어느 대학의 중문계 또는 다른 계의 졸업장, 하다못해 말단 대학의 졸업장이라도 하나 만들어 줄 수 없느냐, 그러면 자기는 한국에서 허리를 좀 펼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지 않겠는가. 이는 한국 대학의 중문계를 졸업한 대만인이 대륙에서 한어 인재로, 일본 조총련계통 학교만 다닌 조선인이 한국에서 조선어 인재로 대접받기는 만무한 것과 마찬가지다.

조선족이 한국, 미국, 일본…등 나라에 가서 중국과 관계있는 회사나 기관에 취직하였다고 하자. 만약 해당 회사나 기관에서 그더러 중요한 공식 문서를 주며 중국어로 번역하라고 할 때 “나는 비록 중국사람이지만 한어에 약하므로 이 일을 원만히 완수할 수 없다”고 하면 이내 그를 중국관계 고급 인재에서 배제해버릴 것이 아닌가!

“중국 조선족은 한어수준이 한족들 못지 않게 높다. 또한 조선어도 괜찮다.” 만약 조선족에게 이런 평가를 내릴 수 있게 된다면 국제사회에서 조선족의 이미지는 대단히 좋아질 것이다. 




《대입시험을 조선어로 치르는 제도》재조명
 글 싣는 순서

1. 대입시험을 조선어로 치르는 ≪제도≫의 득과 실
2. ≪제도≫가 초래한 치명적인 문제점
3. 조선족의 한어 수준은 어느정도인가?
4. 한어수준과 조선족의 출로
5. 어문교육을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6. ≪제도≫의 개혁과 민족의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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