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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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智異山)’
2011년 05월 14일 08시 57분  조회:6365  추천:62  작성자: 정인갑
‘지리산(智異山)’


정인갑



한국의 지명 ‘智異山’을 한자어 발음대로 읽으면 ‘지이산’이어야 맞는데 왜 ‘지리산’으로 읽는가? 지금까지 정확하게 해석된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문제의 정답을 얻으려면 부득불 중국어와 한국어의 언어발달사에 착안하여야 한다.

우리말의 ‘가을(秋)’ ‘마을(里)’ ‘구이(가축에게 여물을 먹이는 그릇)’ 등을 함경도 방언에서 ‘가슬’ ‘마슬’ ‘구시’라고 한다. 중세 우리말에 원래 ‘을’과 ‘이’에 초성 ‘ᅀ[z]’이 있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 ‘ᅀ’이 후세에 탈락되었는데 함경도 방언에서는 탈락되지 않고 그와 비슷한 발음 ‘ㅅ[s]’로 변하여 남아 있다. 이것이 ‘가슬’ ‘마슬’ ‘구시’의 내원이다.

한국어는 이런 고증이 훈민정음이 제작된 1445년 이후에 언문으로 쓰인 문헌에서는 가능하지만 언문 이전의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중국어는 80%이상을 차지하는 형성자(形聲字)를 통하여 이런 고증을 쉽게 할 수 있다. 형성자는 글자의 반쪽은 형, 즉 뜻을 나타내고 다른 반쪽은 성, 즉 음을 나타내는 글자를 말한다. 이를테면 형성자 ‘물을 문(問)’에서 ‘門’은 이 글자의 음을 표시하고 ‘口’는 뜻을 표시한다(입으로 묻다). 이는 중국 어학자들이 많은 한자의 고대 음을 고증해내는 중요한 방법 중의 하나이다.

형성자 한자 중 음을 표시하는 성에 초성‘ㄷ’또는 ‘ㅌ’가 있는데 이 ‘ㄷ’ 또는 ‘ㅌ’를 아래에 든 예와 같이 어떤 자는 읽고 어떤 자는 읽지 않음을 발견하게 된다:

易(yi이)/碭(tang탕), 弋(yi익)/代(dai대), 也(ye야)/地(di지⇤디),

兪(yu유)/偸tou투), 異(yi이)/戴(dai대), 翟(di적⇤뎍)/耀(yao요)

당연‘易’ ‘弋’ ‘也’ ‘兪’ ‘異’ ‘耀’등자의 초성에 원래 ‘ㄷ’ 또는 ‘ㅌ’가 있다가 후세에 탈락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부류의 글자를 중국어 음운학에서는 ‘이성모자(以聲母字)’라고 부른다. 필자가 우리말의 ‘되놈’을 한자 ‘夷戎’과 연계시키는 원인도 ‘夷’가 ‘이성모자’이기 때문이다. 왜 탈락되었는가는 그 설명이 복잡하므로 본문에서 할애한다. 상기의 예 중 異(yi이)/戴(dai대)가 바로 본문에서 말하려는 왜 ‘지이산’을 ‘지리산’이라고 하는가의 예에 쓰려는 글자이다.

혀끝이 앞 입천정에 튕기는 음 ‘ㄷ’와 ‘ㅌ’는 연화(軟化)되어 쉽게 다른 음으로 변한다. 지금은 ‘ㅈ’나 ‘ㅊ로 변한다. 예를 들면 맏이⇥마디⇥마지, 미닫이⇥미다디⇥미다지, 같이⇥가티⇥가치, 뎡거댱(停車場)⇥정거장 등이다. 그러나 옛날에는 ‘ㄹ’로 변하였다. 예를 들면 도댱(道場)⇥도량, 차뎨(次第)⇥차례, 모단(牡丹)⇥모란 등이다. 또한 고대 중국어의 ‘ㄷ’받침이 몽땅 한국어의 ‘ㄹ’받침으로 됐다. 예를 들면 達(닫⇥달), 發(받⇥발), 葛(갇⇥갈), 末(맏⇥말) 등이다. 이렇게 볼 때 ‘지디산’이 ‘지리산’으로 발음되는 것은 규율에 부합되는 변화이다.

만약 그 어느 외국인이 왜 ‘智異山’을 ‘지이산’이라 하지 않고 ‘지리산’이라 하는가라고 물으면, “이름은 주인을 따른다는 원칙이 있다. 한국인이 ‘지리산’이라고 하니 잔말 말고 그렇게 불러라” 하면 되지만 좀 알만한 사람한데는 필자의 이 문장으로 해석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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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 5 ]

5   작성자 : 횡설
날자:2011-05-15 12:51:33
지식 자랑하는 횡설수설로밖에 읽을수 없습니다.
4   작성자 : 鄭仁甲
날자:2011-05-15 11:15:12
'물음'님에게 답함: 저의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500여년 전에 창시된 한국어 자음에 원래 'ᅀ'란 자음이 있었습니다. 이 자음의 발음은 국제음표 '[z]'에 해당합니다. 영어 's'와 발음 부위와 발음 방법이 같으면서 단 탁음입니다. 이 음이 후세에 서서히 없어졌습니다. 그러나 어떤 방언, 이를테면 함경도 방언에 가장 많이 남아 있는데 'ᅀ'와 비슷하면서도 약간 다른 'ㅅ'소리로 남아 있습니다. 이렇듯 방언에 언어 '골동품'이 남아 있으며 문화중심지와 거리가 먼 지역일수록 이런 골동품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훈민정음에 '、'로 쓰는 모음(지금 보통 '아래 아'라고 함)이 있었는데 후세에 서서히 없어지고 많이는 'ㅏ' 'ㅗ'로 변했습니다. 단어 '바람'을 어떤 방언에서는 '보롬'이라고 하는 원인이 원래 'ㅂ、ㄹ、ㅁ'이었기 대문입니다. 제주도 방언에 이 '、'가 아직 남아 있습니다. 함경도와 제주도는 다 문화 중심지역에서 거리가 먼 지역입니다.
3   작성자 : 물음
날자:2011-05-15 10:46:06
중세말에 ‘을’과 ‘이’에 초성 ‘ᅀ[z]’이란 말은 무슨 뜻인가요 선생님?
2   작성자 : 鄭仁甲
날자:2011-05-14 17:41:56
원유님: 저의 긍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북경대 중문학과 고전문헌전공을 졸업하고 중국어음밝달사에 정력을 좀 기울이고 있습니다. 중국음운학연구회의 이사입니다. 지금은 한국 인천시에서 황하문화원을 꾸리고 있습니다. 연락하실 일이 있으시면 저에게 이메일을 보내면 됩니다.
1   작성자 : 원유
날자:2011-05-14 15:19:24
섬세하고 오랜기간 싸여온 연륜의 지식적인 글 잘 읽었습니다. 선생님께선 어느 분야에 계시는지 굼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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