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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강아지 이야기
우리 집엔 여섯 살 난 강아지 순돌이가 있습니다.
어찌나 순하고, 눈치 빠르고, 하는 짓이 예쁜지 어떨 때는 오히려 사람보다 훨씬 위로가 됩니다.
그러나 인간과 같이 살다보니 인간을 위해 희생당해야 하는 일들이 많이 발생하여 마음 아프기 그지없습니다.
얼마 전에는 아직도 숫총각인 순돌이를 거세시켜야 했습니다.
결혼시키지 않고 그대로 두면, 결국엔 생식기 계통에 병이 생긴다고 해서 하는 수없이 병원에 데리고 가 수술을 시켜야 했습니다.
마음대로 자연에 맞추어 살아가도록 유기견을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라 수술을 시켰는데, 수술이 끝난 순돌이의 힘없는 눈을 보며 '미안하다'는 말을 수백 번도 더 하였습니다.
내가 슬퍼하거나 힘이 없을 때, 순돌이는 눈치를 채고 발걸음 소리도 내지 않고, 내 옆에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합니다.
보통 때 같으면, 눈을 맞추고 꼬리를 흔들며 ‘간식 달라’, ‘물 달라’ 손으로 툭툭 치면서 보채는데, 내가 기분이 좋지 않거나 슬픈 마음을 어찌 그렇게 잘 알아채고는 눈도 맞추지 않고 가만히 내 옆에 앉아 목마름도 배고픔도 잘 기다리는지요.
거짓이 있거나 진실하지 못한 사람은 눈을 잘 마주치지 않는다고 합니다. 눈을 마주쳐도 그 깊이가 깊지 못합니다.
아니 이제 그것을 알 수 있는 나이가 되어서일까요?
언제부턴가 상대방의 눈빛을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순돌이는 눈으로 말을 합니다.
그 똘망한 눈동자를 내 눈동자에 맞추고 이야기를 합니다.
‘밥 주세요, 간식 주세요, 물 주세요, 밖에 나가고 싶어요.’라고…….
순돌이가 처음 우리 집에 와서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분명히 잠을 자지는 않았는데, 어디선가 '엄마-, 엄마-' 하고 부르는 사내아이 목소리가 들려 정신을 차리니 거기엔 순돌이가 있었습니다.
아마도 전생에서 순돌이와 나는 엄마와 아들이었던가 봅니다.
순돌이의 얼굴을 가만히 살펴보면, 아무리 보아도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누구인가를 많이 닮은 듯한 얼굴이거든요.
오늘은 사람보다도 서울에 가 있는 말 못하는 순돌이가 더 보고 싶은 걸 보니 내 마음이 많이 슬픈가 봅니다.
임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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