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가구중 1가구꼴 반려동물… 의약품 정보 얼마나 아시나요
지난해 12월 4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약국. 18년 동안 키워 온 애완견 푸들이 밤새 콧물을 흘리자 주인 A 씨는 동네 약국에 감기약을 사러 갔다.
A 씨는 약사에게 “사실 강아지에게 줄 건데 약을 얼마나 먹이면 되겠느냐”고 물었고 약사는 “사람은 하루에 아침·저녁 한 알씩인데 강아지니까 하루에 반 알이면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집에 돌아온 A 씨는 감기약을 반 알씩 두 차례 푸들에게 먹였다. 약을 먹은 푸들은 증세가 호전되는 듯했으나 쇼크 증세를 보이다 죽었다. 감기약에는 강아지가 먹으면 위험한 성분(슈도에페드린)이 치사량의 6배나 들어 있었다.
○ 동물용 의약품 인식 적어 사람 약 먹이기도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전체 가구의 19.4%(388만 가구)에 달하고 동물용 의약품에 대한 수요는 늘고 있지만 정작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의약품 관련 정보는 부족한 실정이다.
온라인 애완견 커뮤니티에는 “강아지한테 아이가 먹는 순한 감기약을 먹여도 괜찮을까요?” “약국에서 파는 어린이 감기약 소량으로 줘도 되나요?” 등의 질문이 수시로 올라온다. 또한 애완견의 증세나 상태를 올려놓으며 의약품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 처방해주는 모습도 보였다. 개가 아플 때 먹이는 약은 동물병원이나 동물 의약품을 취급하는 약국(전국에 2000여 곳)에서 살 수 있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동물병원을 찾기 귀찮거나 정보가 부족해서 사람이 먹는 약을 먹여도 되는 것으로 아는 경우도 있다.
현행법상 반려동물 소유주가 자신의 반려동물을 자가 진단하는 것은 문제가 없으나 의약품 오남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 자가 처방 후 부작용 본인 책임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자가 처방을 한 뒤 부작용이 생기면 책임 소재를 따지기 어려울 때가 많다. 손모 씨(42·여)는 6일 오후 경기 안산시의 한 약국에서 강아지용 종합 백신(DHPPL)을 구입해 자신의 몰티즈에게 접종했다가 부작용으로 개가 목숨을 잃을 뻔했다. 손 씨는 백신을 판매한 약사에게 위험한 약물을 충분한 설명 없이 팔아도 되냐고 따졌으나 약사는 “부작용에 대해 설명했고 백신의 위험 부담은 동물보호자가 져야 한다”고 대답했다.
약국에서 약값만 보상받고 치료비를 받지 못한 손 씨는 대한수의사회·한국소비자원 등에 민원을 제기한 상황이다. 관련법에 따르면 동물 소유주가 스스로 동물에 대한 처방을 했을 때 그에 따른 책임도 지도록 돼 있어 위험성 있는 의약품을 사용할 경우 반드시 전문가의 처방을 받을 필요가 있다. 신호철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는 “동물용 의약품을 사용할 때에는 전문지식을 가진 수의사나 약사의 도움을 받아 신중히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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