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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에게서 배우다
2014년 12월 06일 16시 42분  조회:1354  추천:0  작성자: 라라

개에게서 배우다

박하현

개가 사람을 키운다
목숨 같은 밥 때 맞춰 주질 않고
갈 곳 많은데 진종일 묶어 두고
몸 한 번 깨끗이 닦아주지 않으면서
실수해 밥그릇이라도 엎으면 이 때라는 듯
눌러 온 속마음 죄다 드러내
욕질 발길질 질질대는 주인더러
사는 게 그리 고달프냐
나라고 이해 못하겠냐며
세상 다 품을 눈빛 실어 보낸다
뼈 부수는 송곳니 잘 감추고
함부로 발톱 내밀지 않고
사랑 받을 생각 없이 제 자리 지키며
뭉텡이 외로움 푸르르 털어내
차가운 골방도 포근하게 만드는
걔, 워리가
죽는 날까지 한 사람만 사랑하려면
배고픔도 쓸쓸함도 삭이며 사는 거라고
사람을 가르친다
나, 개를 키우며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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