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손자인 영국 화가 루치안 프로이트(1922~2011)는 자신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을 집요하게 천착했다. ‘여인과 흰 개’는 프로이트가 첫 부인 키티 가먼과 애완견 불테리어(불도그와 테리어의 교배종)를 극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키티의 눈에서 한쪽 가슴을 따라 내려오면 하얀 개의 시선과 마주치게 된다.
관람객은 시선을 따라 눈을 움직이게 되고, 결국 여인과 개의 눈이 만나는 허공의 한 지점을 응시하게 된다. 소파를 짚고 있는 키티의 왼쪽 손가락에는 결혼반지가 끼여 있지만 왠지 불안감이 감돈다. 하얀 개 때문일까? 인간의 나약함과 순수함이 그림 속에 동시에 녹아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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