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과학자 칼 세이건은 외계 지적생명체와의 통신을 바라는 ‘돌고래 기사단’이라는 반비밀 단체에 가입했다. 단체 회원 중에는 신경과학자 존 릴리도 있었다. 그는 돌고래에게 그들만의 언어가 있으며 인간에 필적하는 뛰어난 지능을 가지고 있다는 개념을 널리 알린 것으로 유명하다. 돌고래 언어를 해독하면 우리가 맞닥뜨릴지도 모르는 외계 언어를 무엇이든 해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릴리는 주장했다.
천체물리학자 프랭크 드레이크, 진화생물학자 J.B.S. 홀데인, 노벨상 수상 화학자 멜빈 캘빈 등 이 단체 회원들은 인간과 돌고래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릴리의 아이디어를 꽤나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프린스턴 대학교의 D. 그레이엄 버넷 역사학 교수가 언급했듯 이들은 큰돌고래 모양을 한 배지를 달고 돌고래 언어와 외계 언어 해독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 암호로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세이건은 1960년대에 미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속한 세인트 토마스 섬에 있는 릴리의 돌고래 실험실에 여러번 방문했으며 친구에게 돌고래 언어의 존재를 밝힐 수 있도록 철저한 실험 설계법을 조언했다. 그러나 릴리는 세이건의 조언을 거부하고 감각 차단 탱크와 물을 채운 집에서 사는 돌고래들을 이용해 독특한 실험을 계속했다. 그는 양방향 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해 실험 대상 돌고래에게 LSD를 주사하기까지 했다. 릴리의 경력이 세이건이 지켜온 주류 과학과 멀어지자 두 사람은 결별했으며 돌고래 기사단도 잊혀졌다.
릴리와 세이건이 처음 만난 지 50년 후 탄탄한 과학적 토대로부터 돌고래가 릴리의 생각처럼 매우 영리한 생물이라는 증거들이 나왔다. 돌고래가 실험 환경에서 상징을 이해하는 능력은 유인원이나 영어 단어 100개 이상을 배운 회색앵무 ‘알렉스’ 같은 영재 동물들의 능력에 필적하는 것이다. 돌고래는 코끼리와 까치처럼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알아볼 수 있어 일종의 자기 인식이 가능하다. 큰돌고래 같은 종은 침팬지, 심지어 인간 사회만큼 복잡하게 동맹과 우호 관계가 변화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칼 세이건이 오늘날 살아있고 현대 돌고래 인지 과학에 대해 회의적인 눈을 키웠다면 돌고래에 대한 릴리의 생각이 옳았다고 인정할까?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릴리의 주장 중 상당수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지적할 가능성이 높다.
돌고래 언어가 존재한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이름과 같은 역할을 하는 휘파람 소리는 돌고래마다 각자 가지고 있다. 이들은 휘파람 소리를 이용해 이름을 붙이고 때로 서로의 이름을 부른다. 독특하고 인상적이지만 우리가 찾아낸 돌고래 의사소통 중 유일하게 이름 붙일만한 측면이다. 돌고래들이 내는 딸깍 소리나 다른 휘파람 소리들은 자신의 감정이나 의도를 전달하기 위해 사용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인간 언어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처럼 복잡한 메시지나 의미론적으로 풍부한 정보를 전달하는 건 아니다.
릴리는 물리적으로 인간의 뇌보다 더 큰 돌고래의 뇌 크기가 돌고래가 지적인 동물이라는 증거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현대 과학에 의하면 동물의 뇌 크기와 행동의 복잡성 사이의 관계는 릴리가 제시한 것처럼 단순하지 않다. 뇌의 크기가 지성을 나타낸다면 머리가 작은 까마귀와 갈가마귀가 어떻게 뇌가 큰 돌고래, 영장류와 비슷한 인지 형태를 보일까? 동물 왕국은 뇌가 작으면서도 놀랍도록 복잡하고 지적인 행동을 하는 종들로 가득하다.
또한 릴리는 돌고래들이 매우 평화로운 동물이라고 믿었다. 돌고래들이 자기 감정을 통제하는 정교한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가 예전에 연구했던 원숭이와 달리 돌고래는 그가 침습적이고 고통스러운 뇌 실험을 할 때 그를 공격하지 않았다. 우리는 이제 돌고래가 다른 복잡한 사회적 포유동물들만큼 적대적이고 공격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들은 릴리가 묘사했던 것 같은 뉴에이지 평화주의자가 결코 아니다.
세이건은 돌고래 언어 암호가 아직도 해독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실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외려 수많은 동물 종이 한때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졌던 복잡한 인지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증거가 엄청나게 많다. 돌고래 기사단이 우주에서 오는 무선 신호로부터 찾고 있던 낯선 지성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작은 행성의 숲과 바다를 돌아다니는 수백만 종 동물들의 뇌 속에서 찾을 수 있다.
그렉 박사는 옥스포드 대학교 출판부에서 발간한 ‘돌고래는 정말 똑똑할까? 신화에 가려진 포유류’의 저자다.
월스트리트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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