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한 젊은 부부가 1928년도에 나온 낡은 차 한 대를 끌고, 지난 2000년 세계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17년. 그새 저마다 다른 나라에서 태어난 아이는 4명이 됐고, 차의 ‘나이’는 아흔살이 됐다.
일반인에게는 ‘꿈’만 이런 세계 여행으로 그동안 다섯개 대륙의 73개국을 방문한 이 부부와 가족 6명이 11일 아일랜드에 도착했다고, 영국의 BBC 방송과 인디펜던트 등 영국 언론이 보도했다.
허먼과 칸델라리아가 4명의 아이들과 함께 아르헨티나 대사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메리카 대륙의 남쪽 끝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사는 남편 허먼 잽(Herman Zapp)과 아내 칸델라리아(Candelaria) 부부는 2000년 1월 25일, 1928년 미국에서 생산된 차 ‘그래엄-페이지’를 몰고 대륙의 북쪽 끝 미국 알래스카주를 향해 떠났다. 수중엔 6개월을 버틸 여행 경비가 있었다. 남편인 허먼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즉시 해야 한다”는 할아버지의 말에 여행을 결심했다고
하지만, 부부가 에콰도르를 지날 무렵 벌써 여행 경비는 우리 돈으로 450만 원 정도만 남았다.
여행 경비가 부족하자, 이들은 낡은 보트 두 척을 묶어 뗏목을 만들고 아마존 강을 따라 갔다.
그래서 차를 모는 대신에, 낡은 보트 두 척을 엮어서 뗏목을 만들었고 그 위에 차를 싣고 아마존의 물줄기 4000km를 따라 여행하기로 계획을 바꿨다. 여행 중간에 도착하는 마을과 도시에서 아내는 틈틈이 그린 수채화를 팔았고, 남편은 “당신의 꿈을 깨워라(Spark Your Dream)’이라는 여행기를 써서 경비를 벌었다.
2010년 잽(Zapp) 가족은 한국의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을 방문했다. / 조선닷컴
부부는 티베트의 눈보라와 맞서는 역경도 겪었고, 2010년엔 뉴질랜드에서 한국으로 건너오기도 했다. 여행 중 알게 된 사람이나 소셜미디어로 접촉이 된 사람의 집에서 자거나, 차 지붕에 묶어 놓은 텐트를 펼쳐서 자기도 했다.
17년 세계 여행을 하면서, 부부는 저마다 출생지가 다른 4명의 아이를 낳았다. 팜파(15)는 미국 텍사스주, 테우에(12)는 아르헨티나, 팔로마(9)는 중국, 그리고 막내인 왈라비(8)는 호주에서 태어났다.
친구들이 학교에 다닐 때, 아이들은 엄마에게 교육을 받았다. 세상은 아이들의 학교였다. 아프리카 세렝게티 공원에서 자연을 배우고, 미국 플로리다주의 케이프 케너버럴 기지에선 로켓 발사를 목격하기도 했다. 아내 칸델라리아는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면서, 학교에서는 알려주거나 보여줄 수 없었던 얘기를 하고 함께 세상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여섯 명의 가족은 앞으로 2주간 아일랜드를 여행하고, 유럽 대륙을 거쳐서 고향인 아르헨티나로 돌아갈 계획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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