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판매 '총괄' 관리에서 현대·기아차 '별도 책임' 체제로 전환
[한국경제신문 ㅣ 강현우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중국에서의 자동차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현대·기아차를 통합 관리해온 기존 ‘총괄’ 체제를 현대차와 기아차가 독자적으로 생산 및 판매를 맡는 ‘책임’ 체제로 바꾸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내달 1일부터 중국 생산·판매부문을 현대차와 기아차의 독자 중국사업부로 분리하고, 중국 내 대외협력과 중장기 전략에 집중하는 중국전략담당본부를 신설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한다고 29일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유럽 인도 브라질 등 다른 해외 지역에선 모두 현대차와 기아차가 독립적으로 생산·판매하는 경영체제를 갖추고 있다. 국내에는 두 회사의 지역별 해외 전략·기획을 담당하는 그룹 차원의 해외사업부가 있다.
다만 중국은 지난 4월 물러난 설영흥 전 중국사업총괄 부회장이 생산·판매와 전략을 총괄했다. 설 전 부회장은 1994년 현대정공 중국사업 총괄 고문을 맡은 이후 그룹 내 중국 사업을 진두지휘해왔다. 화교 출신인 그는 두터운 ‘관시(關係)’를 기반으로 중국에서 현대·기아차의 빠른 성장을 이끌었다.
현대차그룹은 설 부회장 사퇴 3개월을 맞아 중국도 다른 지역들과 같이 생산·판매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따로 하고 중장기 전략과 대외협력 업무만 함께하는 체제로 바꾸기로 했다. 신설된 중국전략담당본부는 설 전 부회장의 뒤를 이어 중국사업총괄에 오른 최성기 사장이 맡는다. 현대차그룹은 “중국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각 사가 생산·판매를 관리해 책임 경영을 한층 강화하고 지휘체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조직개편 이유를 설명했다.
현대·기아차는 올 상반기 중국 시장에서 86만대를 판매해 폭스바겐(184만대)과 GM(161만대)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작년 상반기 대비 성장률은 9.7%로, 중국 자동차시장의 전체 성장률(12.3%)에는 못 미쳤다. 1위 폭스바겐(21.9%) 4위 닛산(19.4%) 등 경쟁사들이 빠르게 판매량을 늘리고 있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이다. 더구나 중국 내륙시장 공략을 위해 충칭에 현대차 4공장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중국 정부의 정식 승인을 받지 못했다. 중국 내 기존 공장 가동률이 100%에 이르고 있어 공장 신설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중국전략담당본부에서 생산·판매 기능을 분리해 부담을 덜어주고 중국 정부와의 협력에 집중하도록 하려는 시도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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