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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교도소에서 인정베푸는 한인 봉사자 (글렌빌<미국 조지아주>=연합뉴스) 김재현 특파원 = 25일(현지시간) 중범죄인을 수용하는 미국 조지아주 글렌빌의 스미스 교도소에서 한인교도소사역회와 미션아가페, 연합장로교회 신자 등 40여명이 2천300인분의 칠면조 요리를 만들어 나눠주고 있다. 2013.10.27 jahn@yna.co.kr |
연합뉴스에 최초 공개, 10년째 봉사활동 한인부부에 표창장
(글렌빌<미국 조지아주>=연합뉴스) 김재현 특파원 = 자동차로 1시간만 가면 푸른 대서양이 보이는 미국 남부 조지아주의 시골도시 글렌빌.
황야가 끝없이 펼쳐지는 인적 드문 이 마을에는 이름만 들어도 등골이 오싹해지는 스미스 교도소(Smith prison)가 있다.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끈 드라마 시리즈 '프리즌 브레이크'의 죄수들을 떠올리게 하는 중범죄자 수용시설이다.
25일(현지시간) 오후 기자가 방문한 이곳에선 재소자 1천600여명이 생활하고 있었다.
외국 언론으로는 최초로 연합뉴스에 시설 내부를 공개한 교도소는 듣던 대로 철통 요새였다.
교도소 간부가 근무하는 방에서부터 재소자가 운동을 하는 공간까지 모든 시설이 철문과 철조망으로 겹겹이 둘러쳐져 있어 한번 갇히면 빠져나올 수 없는 거대한 미로 같았다.
다음날 오전, 교도소 출입문 검색대를 통과한 기자는 점심 배식을 기다리는 재소자들의 틈을 비집고 들어갔다.
눈 아래에 눈물방울 문신을 한 재소자들의 얼굴도 눈에 들어왔다. 미국에서는 주로 히스패닉 갱들이 사람을 죽일 때마다 하나씩 눈 밑에 눈물 문신을 새긴다.
'찡'하는 소리와 동시에 고압 전류가 흐르는 철문이 닫히고 교도관이 자리를 떴지만 "하이 브라더(Hi brother)"라는 말로 반가움을 표시하는 재소자들의 모습에 안도감이 느껴졌다.
손에 쥔 영상 카메라 전원을 켜고 이들의 표정을 담았지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어떤 재소자들은 "나 좀 찍어달라"며 손으로 'V자'를 그리기도 했다. 재소자들은 외국 기자의 취재활동에 협조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길게 늘어선 배식 행렬을 뚫고 들어간 식당에는 진압봉을 손에 든 덩치 큰 교도관이 재소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었다.
배구 코트만한 넓이의 식당은 철망이 둘러싸고 있어 이종격투기 링인 '옥타곤'과 비슷했다.
일부 교도관들은 비행기 조종실처럼 생긴 식당 내 초소 안에 앉아 마이크로 지시를 내리며 재소자들을 통제하고 있었다.
이 식당을 이용하는 재소자 대부분은 살인 등 강력 범죄를 저질러 중형을 받은 사람이었다.
미국의 형사법에는 '종신형 3회'나 '종신형 + 징역 10년'과 같은 가중 종신형이라는 독특한 형벌이 있다.
종신형을 받은 기결수의 가석방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제도인데, 스미스 교도소에는 전체 재소자의 3분의 1가량인 500여명이 종신형 또는 그 이상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행여 이곳에서 사고를 치면 차라리 목숨을 버리는 게 낫다는 독방에 감금된다.
독방에 들어가면 길게는 2년동안 하루에 딱 1시간 하늘만 쳐다볼 수 있는 격리형에 처해진다.
가족 등 외부와 연결되는 통로는 전화다. 외부인과 통화는 수시로 가능하지만 녹음되기 때문에 휴대전화를 반입하려는 시도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들어 초소형 드론(무인항공기)에 휴대전화를 실어 교도소 하늘 위로 띄우는 기상천외한 수법이 등장했다는 소식에 긴장의 끈을 더욱 세게 당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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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중범죄인 교도소에서 봉사활동하는 한인 부부 (글렌빌<미국 조지아주>=연합뉴스) 김재현 특파원 = 미국 조지아주 글렌빌에 있는 스미스 교도소에서 10년째 자선 활동을 펼치는 김우식(왼쪽)-김철식 부부가 25일(현지시간) 교정 당국으로부터 표창장을 받고 스탠리 윌리엄스 교도소장(왼쪽 두번째)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3.10.27 jahn@yma.co.kr |
스미스 교도소는 감시와 경계가 철저하기로 유명하지만 1993년 문을 연 이후 두 차례 탈옥사건이 발생했다는 '소문'이 있다.
이곳에는 살인을 저지른 한국인 재소자도 있다. 대학생이던 20년 전 패싸움이 붙은 사촌형을 도우려다 상대방을 총으로 살해해 종신형을 받았다.
그는 기자에게 "사람을 죽인 것을 후회하고 깊이 뉘우치고 있다"고 말했다.
몇 년 전 성실한 수형생활로 모범 재소자로 분류돼 교도소 내에서 상대적으로 활동이 자유롭고 시설이 좋은 곳에서 생활한다.
그는 지금까지 두 차례 가석방을 신청했지만 기각당했다. 종신형을 받아도 20년 정도 살면 자유의 몸이 된다는 한국이 부러울 수밖에 없다.
미국 교도소는 시설 면에서는 한국보다 훨씬 낫다는 게 정설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먹는 것이 재소자들에게 유일한 낙이라지만 하루 세 끼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경기침체로 인한 세수부족으로 정부의 교정 예산이 급감하고 기부마저 끊겨 형편이 더욱 어려워졌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교도소 인근 하인스빌에 사는 한인 부부는 이들 재소자에게 가뭄 속에 내리는 단비와 같은 존재였다.
스미스 교도소에서 살아있는 성자로 여겨지는 사람은 교회 장로인 김우식(56)씨로 아내인 김철식씨와 함께 10년째 남몰래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때마침 이날 김씨 부부는 애틀랜타에서 빈민 구제 활동을 펴는 이은자(델타항공사 근무) 선교사가 이끄는 '미션아가페'라는 자선단체 회원들과 함께 무료 급식 행사를 열었다.
이들은 교도관을 포함해 2천300인분, 무게로는 1.5t이나 나가는 칠면조 요리를 점심으로 대접했다.
식당 안은 칠면조 햄이 풍기는 역겨운 비린내가 진동해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그러나 재소자들은 하나같이 며칠 굶은 사람들처럼 흡입하듯 칠면조를 먹어치웠다. 식판을 받아들자마자 자리에 가지 않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식사를 후딱 해치운 뒤 다시 줄을 서는 재소자들이 많았다.
김씨는 "미국에서 재소자들은 인스턴트 캔요리를 먹는다"며 "이런 진짜 음식이나오면 보통 4번 이상 줄을 선다"고 귀띔했다.
그는 10년 전 한국인 재소자를 상대로 성경공부를 시작한 이후 개인재산을 털어 6번이나 무료 급식 봉사를 했다.
그동안 모범 재소자 350명과 교도관을 상대로 특식 제공 행사를 벌였지만, 이은자씨가 동참하면서 지난 4월부터 급식 대상자를 재소자 전원으로 늘렸다.
스탠리 윌리엄스(47) 교도소장은 "교도관 생활 30년째이지만 외부인이 음식을 직접 만들어 재소자들에게 대접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한인 봉사 활동에 경의를 표했다.
교도소 측은 이날 김씨 부부에게 표창장을 수여했다. 한국 재소자의 인권보호를 위해 시작된 김씨 부부의 봉사가 10년째를 맞고 있지만, 재소자들 사이에 다른 나라 국민을 차별하는 분위기는 아직 남아있다.
교도소 관계자는 "교도관에 의한 차별은 없다"고 전제하면서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다. 세상 어디라도 차별은 존재하는 법"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모든 사람이 세상 살면서 죄를 짓는다"며 "죄의 경중, 수감 여부만 다를 뿐 이분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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