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 백악관이나 국무부 관계자들을 만나면, '한국이 중국과 너무 가까워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많이 한다. 한·미 동맹이 확고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의심이 싹트는 느낌이다. 보수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런 미국의 시각을 반영해 '한국의 외교적 균형 잡기'란 제목의 기사를 아시아판 1면에 실었다.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외교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WSJ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둘러싼 외교 갈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했다. 미국은 사드를 대북(對北) 억지력 차원에서 제안했지만, 한국은 북한의 후원자인 중국의 반대를 의식해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공개적으로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타결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은 양국 관계를 발전시키겠지만,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는 참여하지 않는 점도 지적했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의 말을 인용, "가끔 한국 정부가 정책을 선택하기 매우 어려울 때가 있다"고 썼다.
한·중 관계가 발전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WSJ는 한국의 대중(對中) 투자 규모, 총 수출액, 유학생 수 등을 제시했다. 지난 9월 말까지 한국 기업들은 중국에 32억달러(약 3조5000억원)를 투자했고, 지난해 총 수출액 5600억달러(약 616조원)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유학생 수도 미국 대학 등록자 수와 맞먹는다. 반면 1980년대 한국 총 수출액의 40%를 차지했던 미국은 현재 11%로 비중이 확 낮아졌다. 법률회사 김앤장의 미국인 변호사 제프리 존스는 "한국의 중국 편향을 미국의 영향력 감소 때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WSJ는 한 고위 관리가 "중국이 가장 중요한 단일 경제 파트너지만, 미국과의 안보 협력도 약화시킬 수는 없다"고 말했듯 안보 분야에서는 한국이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는 점도 적시했다. 중국이 동(東)중국해에서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자 한국은 자체 구역을 확대하며 맞섰고, 중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필리핀에 FA-50 전투기를 판매하기로 했다.
WSJ는 "한국을 상대로 미·중 양국이 경쟁을 벌인다"면서 "지금의 상황을 한국이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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