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을 받지 못한 조선족 근로자가 흉기를 휘두르다 경찰에 붙잡히는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 체불 개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합법적인 방법으로 체불 임금을 받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등 한계가 있다 보니 ‘법보다 주먹’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체불 임금을 달라며 건설 현장 인력관리소장 김모(53) 씨를 찾아가 흉기를 휘두른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상 흉기 협박)로 박모(51) 씨를 구속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지난 22일 오전 1시쯤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있는 김 씨 집을 찾아가 “밀린 임금 50만 원을 내놓으라”며 미리 준비한 흉기로 위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2년 전 한국에 온 뒤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 박 씨는 같은 조선족인 김 씨 도움으로 일자리를 얻었다. 그러나 믿고 의지했던 김 씨로부터 임금을 제때 지급받지 못하자 격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지난 23일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회사 상사에게 흉기를 휘두른 또 다른 조선족 박모(47) 씨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박 씨는 임금 40만 원을 직장 상사가 주지 않는다며 흉기를 휘둘렀고, 직장 상사와 이를 말리던 동료 등이 부상당했다.
두 사건의 발단이 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임금 체불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011년 212억 원이던 외국인 노동자 대상 체불임금은 2012년 240억 원, 2013년 281억 원으로 늘었다. 3년 사이 32.5%나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임금 체불 외국인 수 역시 2011년 8759명에서 2013년 9625명으로 1000명 가까이 많아졌다.
한국 경찰 관계자는 “임금체불을 당한 뒤 이를 받아내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외국인 범죄가 늘고 있다”며 “고용부에 신고를 하거나 소송을 통해 체불임금을 받아내는 방법이 있지만, 체류기간이 한정된 외국인 노동자들이 이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실질적인 보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화일보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