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병상… 남에게 수발 떠넘겨
법원 “악의적 유기… 딴살림 안돼”
아이를 낳다가 사지가 마비돼 20년 동안 병상에 누워 있는 아내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건 남편이 패소했다.
15일 한국 법조계에 따르면 아내 A 씨(50)는 1993년 아이를 낳던 중 척수 손상을 입어 팔다리가 마비됐고 지금까지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다.
남편 B 씨(50)는 초반에는 열심히 병간호를 했다. 하지만 방문이 점점 뜸해지더니 최근 10년간 병문안을 거의 가지 않았고 아이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그러던 중 다른 여성을 만나 사실혼 관계를 유지했고, A 씨가 힘겹게 낳은 아이는 새엄마를 친엄마로 알고 자랐다. A 씨는 다친 후 병원을 상대로 의료과실을 주장하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승소하지는 못했지만 법원의 강제조정 결정으로 치료비는 부담하지 않을 수 있게 됐다. 급기야 B 씨는 지난해 9월 아내를 상대로 ‘정상적인 부부로서 생활을 하지 못하는데 혼인생활을 강제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단독 김정곤 판사는 “혼인생활을 계속하라고 강제하는 것이 B 씨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준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고통을 준다 하더라도 A 씨를 악의적으로 유기한 이혼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김 판사는 “아내를 방치한 채 아이조차 보여주지 않는 등 배우자로서 부양과 협조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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