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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의 ‘보금자리’...한 조선족로인이 본 서탑거리
조글로미디어(ZOGLO) 2017년11월21일 09시46분    조회: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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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룡강신문=하얼빈)심양은 동북에서 가장 큰 도시이며 우리 나라 중심도시중 하나이다. 이 고유한 큰 도회지의 한 모퉁이에 조선족이 한데 모여사는 서탑거리가 있다.

  나는 늙으막에 다병하고 고적하여 정든 고향을 떠나 자식 따라 심양에 와서 만년을 보내고 있다. 딸집 이웃에 집을 잡다보니 동릉의 천주산장에서 거처를 잡았는데 산장에는 조선족이라고는 3집 뿐이였다. 이렇게 흩어져 사니 우리 민족이 한데 모여살던 고향이 사무치게 그리웠다.

  나는 언제부턴가 조선족이 한데 모여사는 서탑거리를 드나들면서 서탑과 고향 인연을 맺었다.

  내가 사는 동릉은 심양시가지의 맨 동쪽이고 서탑거리는 맨 서쪽이여서 뻐스를 타고 서탑거리로 가려면 한시간 반이 걸린다. 동릉에서 218 로선을 타고 앉아서 주림교에 가서 243 로선을 갈아탄다. 243 로선은 고정된 정거장이 없고 어디서 정차하면 그곳이 바로 정거장이다. 뻐스가 정차하면 승객들이 우르르 모여들어 붐비는 바람에 힘센자가 먼저 오르고 늙은이는 한쪽켠으로 밀리워 나중에 올라 설자리 조차 찾기 힘들었다. 사람들 속에 끼여 간신히 안전고리를 잡고 꼬박 한시간을 서서 가야만 서탑에 도착한다.서탑거리에서 두루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더욱 힘들었다. 점심시간 때라 승객이 많았다. 서탑에서 243 로선을 타고 주림교에서 다시 218 로선을 갈아타고 한시간반 동안 꼬박 서서 와야 했다. 한손으로는 안전고리를 잡고 한손으로는 짐을 들고 사람들 속에 끼여있으니 등골에는 진땀이 흐르고 두다리는 후들후들 해난다. 그래도 언제나 가고 싶은 서탑거리였고 한달에 한 두번은 찾아가는 ‘고향집’이였다.

  서탑거리에는 조선족서점이 있는가 하면 조선족문화예술관이 있으며 우리 민족의 노래 록음테이프를 파는 가게도 있다.

  나는 가장 먼저 조선족서점을 찾는다. 서점은 그리 크지 않지만 아담하게 꾸려졌다. 거기에는 우리 나라에서 출판된 조선어문 서적이 있는가 하면 조선과 한국에서 들여온 서적과 잡지들이 진렬되여 있다. 나는 새로 나온 책들을 한권 한권 본 뒤 한 두권을 사서 나온다. 그러면 저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이 여유롭고 든든해진다. 그리고 록음테이프 가게에 잠깐 들러서 새로 나온 테이프를 산다. 집으로 돌아와 책 속에 파묻혀 만년을 보내는 것이 더없이 유쾌하고 우리 민족의 노래를 들으면 세월이 가는 줄도 모른다.서점 옆에는 조선족문화예술관이 있다. 여기에서는 우리 민족의 대중문예사업을 활기있게 벌여 서탑거리를 우리 민족의 노래와 춤으로 흥겹게 물들인다. 아울러 이러한 민족활동들은 서탑거리에 민족문예의 꽃을 피워 우리 민족을 눈부시게 빛내고 있다.

  서탑거리에는 조선족백화상점이 있다. 거기에는 우리 민족이 즐겨 입는 복장, 주방용품이 있는가 하면 우리 민족의 일용품, 식품 등이 진렬되여 있다. 골목에는 조선족 식당들이 즐비하다. 랭면, 개장국, 찰떡, 순대 같은 우리 민족의 음식이 있으며 골목에 꾸려진 장마당에는 아줌마들이 줄줄이 앉아서 로점을 벌려놓았는데 그야말고 가관이다. 서탑거리는 우리 민족이 즐겨 먹는 먹거리가 풍성한 거리이다.

  서탑거리의 장마당에 들어서면 몇몇 아줌마들이 된장, 고추장, 쌈장을 팔고 있다. 거기에서는 구수한 된장냄새가 그윽하게 풍겨온다. 그것이 바로 서탑거리에 풍기는 우리 민족의 향기이다.

  해마다 이른 봄이면 서탑시장에 가서 다 띄운 메주덩이를 사서 집으로 돌아온다. 로친이 장을 담그고 나는 옆에서 시중 들어 장이 담그어지면 아들 딸에게 각각 나눠준다. 그러고 나면 내 마음도 덩달아 든든해난다.

  산나물철이면 나는 서탑거리에 가서 심산에서 캐온 곰취를 가득 사서 두 어깨에 짊어지고 집으로 향한다. 로친은 곰취를 깨끗이 손질하여 데쳐서 랭동해두고 드문드문 곰취쌈을 먹는 것도 별미였다.

  명절이면 서탑거리에 가서 찰떡이나 순대 같은 것을 사다가 푸짐히 명절을 쇠고 손님이 오면 서탑거리에 모시고 가서 겨울에는 뜨끈뜨끈한 개장국을 먹고 여름이면 시원한 평양랭면을 먹는다. 이것이 바로 인간이 살아가는 재미가 아니겠는가.

  서탑거리에는 조선족유치원도 있고 조선족소학교도 있다. 이것은 우리 민족 새 세대의 배움의 요람이다. 우리 말을 배우고 우리 글을 랑랑히 읽으면서 민족과 나라의 동량으로 자라고 있다. 화평구조선족유치원은 지금 14개 학급에 350여명의 유아가 있는데 현대화 기숙제유치원으로서 료녕성5성급유치원의 명성으로 빛나고 있다. 민족교육의 스타트선에서 어린이들이 우리 말과 글을 맘껏 배우면서 자라나는 행운을 가지고 민족의 새 세대로 씩씩하게 자라나고 있다.

  오랜 력사를 가진 서탑조선족소학교도 지난 세기 50년대로부터 료녕성과 심양시의 중점학교로 되였고 개혁개방 이후 심양시표준학교로 명명되였으며 훌륭한 학교로 거듭나고 있다. 서탑조선족유치원과 서탑조선족소학교는 우리 민족교육의 일대 자랑이다.

  여기에는 빼앗긴 학교를 도로 되찾기 위하여 피와 생명으로 일제침략자와 국민당반동파와 싸운 서탑조선족들의 투쟁사가 있고 당의 민족정책의 빛발아래 민족교육을 일심전력으로 꾸려온 알찬 분투사가 있다. 유구하고 빛나는 력사는 서탑조선족의 슬기롭고 거룩함을 현시하고 있다. 민족의 희망도 여기에 있고 서탑거리의 의의 또한 여기에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서탑거리에는 2,400평방메터되는 4층건물의 교회당이 있다. 서탑조선족신도들은 아담한 교회당에 모여 조선족 목사의 설교하에 자유로이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례배당의 종소리가 서탑거리에 울리는 것도 희한한 일이다.

  개혁개방의 봄바람이 불어오면서 오붓한 시골마을에 한데 모여 대대로 농사 짓던 농민들이 농경사회를 벗어나 심양, 대련으로 가는가 하면 산해관을 넘어 북경, 천진, 청도로 가고 장강을 넘어 상해, 심수, 광동 등 대도시로 진출하였다. 더 나아가 국문을 열고 한국, 일본, 미국 등 지구촌 으로 흩어져 나갔다. 이것은 아무도 막을 수 없는 조류로서 전례없는 조선민족의 대이동이였다.

  이맘때 서탑거리는 하나의 새별이 되여 하늘 높이 떠올라 조선족사회를 밝게 밝혀주고 있다.

  광활한 대지의 그 어느 대도시에 흩어져 살더라도 서탑거리의 조선족처럼 한데 뭉쳐 민족의 ‘보금자리’를 꾸리고 살면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의 중국꿈을 이룩하는 새로운 장정의 길에서 우리 민족의 본때를 보여주어야 한다. 이것이 우리의 본연이고 민족이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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