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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 은사님의 은덕 (대련 김련복)
조글로미디어(ZOGLO) 2013년9월4일 14시29분    조회:5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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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련) 김련복

나는 날마다 동창생 룡운이가 전송하는 서영섭은사님께서 제자들에게 보내주시는 메일을 받을 때마다 고맙고 고마운 마음 억제할수 없다.
1962년 9월, 우리는 중앙민족대학 한어언어문학학부에 입학하여 5년간의 학업을 마치고 1967년에 졸업한후 “문화대혁명”의 대혼란와중에 모교에 1년간 더 머물다가 1968년 8월에야 교문을 나서 각기 부동한 일터로 나가게 되였다.

작년 8월 21일 우리는 모교에서 동창모임을 가지고 40여년만에 은사님들을 찾아뵙게 되였다. 우리는 상봉의 기쁨속에서 대학에 갓 입학하던 50년전을 회고해보면서 잃어버렸던 사제간의 정을 다시 찾게 되였다. 입학시 서영섭교수님은 우리에게 “현대조선어”를 가르치시던 은사님이시다. 제자들과 나이가 예일곱살차이라고는 하지만 겉보기에는 제자들과 어금지금한 나젊은 교사였다. 우리는 끝없는 추억속에서 즐겁게 회포를 나누면서 짧은 3일간의 만남을 끝내고 또다시 아쉬운 석별을 하게 되였다. 우리는 은사님께 우리들의 통신록을 남기고 모교를 떠났다.

그후 8월 28일부터 은사님께서는 제자들의 이메일주소로 제자들에게 일일이 메일을 발송하기 시작했다.

지난 8월 28일은 은사님께서 우리 62학번 제자들에게 “메일 발송” 1주년이 되는 날이다. 나는 이 1주년기념일과 29회 교사절을 맞이하면서 추억과 그리움속에서 이 글을 쓴다.

하루이틀도 아니고 한두달도 아닌 1년 €?365일! 이 1년간 은사님께서는 끈질긴 의지력으로 여의치 않은 건강때문에 부대끼면서 갖은 로고도 마다하시고 하루도 빠짐없이 우리 제자들에게 심신건강에 유익한 귀중한 자료들을 일균 3편 이상, 오늘 현재까지 무려 1,240여편이나 발송해주시였다.
현대인들이 컴퓨터를 리용하여 정보를 주고받는 일은 보편적인 현상이지만 80고령의 교수님께서 “인생칠십고래희”의 로년기에 들어선 제자들에게 아직도 심려를 기울이시면서 지병으로 인해 날따라 퇴화되여가는 시력으로, 더구나 정맥곡장으로 발다리가 퉁퉁 부어오르므로 컴퓨터앞에 오래 앉아있지 말라는 의사의 권고도 마다하시고 장장 1년동안 한결같이 매일아침 제자들에게 메일을 발송한다는것은 감동적인 일이 아닐수 없다.
제자들은 교수님의 건강상태를 념려하여 절대 무리하지 마시기를 몇번이나 말씀드렸지만 교수님은 이 일에 일편단심 집념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시였다.
“여의치 않은 건강상태와 늙은 몸에 서투른 솜씨로 컴퓨터를 다루기는 퍽 힘겹지만 제자들의 존경을 받을대로 받아오면서 드린것 없는 나로서 내가 혼자만 보고말기에는 아까운 자료라도 전송해드림으로써 아끼는 제자들에게 갚지 못한 사랑의 빚을 가기전에 얼마간이라도 갚아드리려는 마음에서…“
“주고싶어도, 주려고는 해도 그럴것이 없는 나는 인정이라도 드리고저…”

“무엇을 줄것인가,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언어지식과 차분한 마음밖에 없소…”

교수님께서는 이와 같이 깊은 인정을 지니고 매일 이른새벽에 일어나시여 사전에 골라두셨던 좋은 자료들을 제자들에게 발송하여주신다. 교수님은 이것을 유모아적으로 자칭 “탠탠숭(天天送)”이라고 하신다. 오늘 “탠탠숭” 메일발송이 끝나면 또 이튿날 발송할 자료를 준비해두시고 하루 일과를 시작하신다.
교수님은 제자들 만년생활의 특점에 근거하여 자료를 수집하고 정보를 분석하고 정리하고 종합하여 제자들에게 알맞는 다양하고 참신한 자료들을 선택하여 보내주신다.

로년기에 들어선 제자들의 일상생활이란 비교적 단조롭고 때로는 적막할 때도 있지만 교수님이 보내주신 귀중한 자료들은 매일과 같이 제자들을 동반하여 단조롭고 평범한 만년생활에 활기를 가져다주어 정신적으로 두뇌의 퇴화를 막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데 일조하여 제자들의 만년생활에 다채로운 꽃을 피우게 한다.

교수님이 보내주시는 자료에는 없는것이 없으며 마치도 백과사전처럼 천하만사 풍요로운 내용으로 가득 차있다. 인격수양에 관한 자료가 있는가 하면 로년기 심리위생, 보건지식, 국내외시사, 세계명승고적소개 등 없는것이 없다.

나는 퇴직한후 한때 아무런 로후계획도 없이 허전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허무하게 흘려보낸 때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교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보내주신 아래와 같은 자료가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95세 어른의 수기”였다.

95세 어르신이 은퇴후 30 년간 “남은 인생은 그냥 덤이다”라는 마음으로 그저 고통이 없이 죽기만을 기다렸던 세월을 침통히 후회하며 95세에 또다시 어학공부를 시작했다는 이야기였다. 그 어르신의 용기와 결심은 소낙비마냥 나의 심령을 씻어주었다. 이 수기를 음미할수록 나는 자신의 삶을 성찰하게 되였고 “인생은 지금부터다.”라고 잠자는 나의 머리를 깨우쳐주었다. 죽을 때까지 배움을 잊지 말아야 하며 삶의 질을 높여야 함을 다시한번 실감하게 되였다.
이것은 좋은 자료가 가져다주는 자그마한 사례에 지나지 않는다. 어찌 이뿐이랴?

로년기에 들어선 우리 제자들은 또 이런저런 병으로 앓거나 그 가족들이 편치 않은 분들이 적지 않다. 교수님은 이런 상황을 알기만 하면 늘 걱정하시며 즉시로 문안과 더불어 병치료에 참고되는 유관 자료를 발송해주신다. 얼마전 나는 갑자기 고혈압 증상으로 고통속에서 모대기게 되였다. 교수님이 보내주신 자료중엔 고혈압에 관한 자료도 많았다. 나는 그중 두가지를 선택하여 시험해보았다. 자료의 요구대로 포도주에 양파를 담그어 먹는법, 또 식초에 생강을 담그어 먹는법. 두달동안의 시험을 통하여 큰 효험을 보게 되였다. 지금은 이미 약도 끊어버렸다. 교수님은 이와 같이 제자들의 괴로움과 고통을 선생님 자신의 어려움과 고통으로 간주하시며 따뜻한 위안과 끝없는 관심을 베풀어주셨다.

교수님은 또 제자들의 구체생활에도 많은 관심을 돌리셨다. 한 제자는 가정정황의 변화에 따라 옛 고장을 떠나 낯선 곳으로 이사가게 되였다. 선생님은 새로운 곳에 가 무슨 곤난이라도 있을가 걱정되여 좋은 두 제자를 알선하여주시며 무슨 일이 있으면 이 두 제자의 방조를 받으라고까지 도움을 주시였다.
교수님의 자상한 관심과 사랑은 정녕 어버이마냥 깊고 깊으셨다.

교수님은 제자들의 일상생활에까지 심려하실뿐만아니라 글공부에도 로고를 아끼지 않았다. 제자들의 편지를 받으면 그 누구에게나 받은 즉일로 답장을 보내주시였고 제자들의 글, 기자방문원고, 편집원고, 문예작품 등을 상세히 열독하고 그 누구에게나 틀린 곳을 발견하면 상세히 고쳐주시고 교정의견까지 첨부하여주신다. 교수님의 이와 같은 우리 민족 언어문자에 대한 긍지감, 우리 민족 언어문자를 끝까지 고수하려는 자신감, 그리고 중국에서 조선어의 정확한 사용과 건전한 발전을 위하여 모든 기회를 놓지지 않는 끈질긴 책임감 등은 은사님께서 우리 나라의 저명한 조선언어학자로서의 고상한 품격을 충분히 과시하셨다. 나도 두번이나 이런 수정고를 받아보았다. 그것은 선생님이 보내주신 자료를 보고 쓴 나의 감상문이였다.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으로 정성들여 단장해놓은 수정고는 마치도 활짝 피여나는 꽃과 같이 눈앞에 펼쳐졌다.

나는 40여년간 한족지구에서 근무하면서 본래 민족어기초가 박약한데다가 평소에 민족어를 사용할 기회도 많지 않아 민족어로 감상문을 쓰자고 하니 여간 힘겨운 일이 아니였다. 조선어와 한어가 뒤섞이면서 자기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기가 퍼그나 어려웠다. 그러나 교수님은 그 보잘것 없는 나의 감상문을 나무리지 않고 기꺼이 감상하시고 칭찬까지 해주시고 고쳐주시고 고무와 격려까지 해주시였다. “주눅들지 말고 지금처럼 계속 이렇게 배우면 되오.” 나는 수정고를 보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다시한번 교수님의 따뜻한 사랑의 손길을 온몸으로 느낄수 있었다.

교수님은 이미 정년퇴직한 우리 제자들에게 심려를 아끼지 않으셨을뿐만아니라 현재 재직근무중인 제자들에게도 큰 관심을 돌리고계신다.
현재 한 시골중학교에서 교편을 잡고있는 제자가 수업중에 부딪친 난제를 교수님께 보내왔다.

“장검을 빼여들고 백두산에 올라보니
대명천지에 성진에 잠겼더라
언제나 남북 풍진을 헤쳐볼가 하노라.“

이 시조를 어떻게 학생들에게 해석할것인가를 두고 고민하는 편지였다.

교수님은 제자의 편지를 받고 비록 문학을 가르치지 않고 어학을 배워주는 교수이지만 그 즉일로 식사도 거르시면서 갖가지 참고서들을 찾아보고 상세한 교수안을 써서 참고하라고 보내주시였다. 숨막힐 정도로 감동을 받은 제자는 아래와 같은 답장을 교수님께 보내왔다.

“한편한편 자료들에 실린 선생님의 그 정성 참으로 귀중합니다. 항상 힘이 되고 시야를 넓혀주는 그 무엇으로도 바꿀수 없는 진귀한 선물입니다. 우물안의 개구리처럼 세상 한쪽끝에서 천진하고 소박한 아이들과 같이 매일을 보내는 저한테는 매일매일 기다리는 귀중한 보물입니다. 보잘것 없는 미미한 이 제자를 이처럼 관심해주시는 선생님의 그 높으신 덕성에 목이 메여 정말로 눈물이 솟구칩니다… 저한테 스승을 말하면 역시 수십명이 계십니다. 하지만 선생님처럼 매 학생을 공평하게 대해주시고 더구나 차한 학생을 더 관심해주시는 선생님처럼 덕성이 고상한 선생님은 없었습니다. 저도 선생님과는 비기지는 못하겠지만 꼭 선생님을 본보기로 우리 아이들을 사람답게 가르치겠습니다.”

교수님은 또다시 격려의 답장을 보내주셨다. “북방의 엄동설한에 건강관리 잘하고 얼음길, 눈길에서도 조심하고 늘 건강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사람을 사람답게 키우기 위한 성직에서 계속 큰 기여를 하며 가족과 함께 다복하게 보내기를…”

얼마나 령혼 심처를 울려주는 지성의 목소리인가!

또 한 제자는 본 학부에 련락해 교수님께 한국어 교원모집 자격시험 문제 및 표준답안, 채점표준까지 작성해달라는 간청을 하였다. 역시 그 즉일로 답신을 보내시느라 밤늦게야 잠자리에 드시였다.

교수님은 이와 같이 비록 이미 오래전에 은퇴하여 교단을 떠났어도 계속 글을 가르치며 또 한편 제자들의 신변잡사, 애로사항들에도 일심정력을 기울이고계신다.

선생님께서는 남방에서 근무하다 산재로 작고한 한 한족제자 유가족의 경제난과 미성년 자녀의 치료를 돕기 위해 그 제자의 생전 근무기관에 련락하여 그 곤난을 해결해주도록 고심하시였다.

세월은 덧없이 흘러가도 사제간에 맺어진 돈독한 정은 한평생 잊을수 없으며 교수님은 영원히 우리들의 스승으로 언제 어디서나 우리 제자들에 대한 사랑은 영원히 식지 않으며 항상 우리들을 지켜봐주실것이다.

료녕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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