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아름다운 추억 76] 왁찐 사러 천리길 달려
조글로미디어(ZOGLO) 2018년3월21일 00시00분    조회:1306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제2회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4)

◈김춘식(한국)

지금은 애완견을 많이 기르고 있지만 개에게 물려도 광견병 왁찐을 사지 못할가 걱정하는 사람이 없다. 병원, 위생방역소에서 얼마든지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30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상황이 아니였다.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나는 왁찐을 사려고 동분서주했던 지난 일들을 기억하고 있다.

때는 1987년 여름이였다. 그 때 나는 흑룡강성 연수현 중화진에 살았는데 겨우 다섯살 난 아들애가 하도 강아지를 기르자고 졸라 친구 집에서 갓 젖을 뗀 강아지를 안아왔다. 물론 흔히들 말하는 똥개였다.

그런데 며칠이 지난 어느 하루 저녁, 마당에서 놀던 애가 쿨쩍이며 들어왔다. 웬 일이냐고 물었더니 똥을 누다 그만 강아지에게 엉덩이를 물렸다고 했다. 그래서 급급히 바지를 벗기고 보니 과연 이발자국이 두개 있었다. 보나마나 장난이 심한 아들놈이 똥을 누면서도 강아지를 괴롭힌 것이 분명했다.

우리 부부는 애 상처를 비누물로 씻어주기는 했지만 섬찍한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우리가 사는 이 진에서도 개한테 물려 광견병에 전염된 사례가 있어 소홀히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진병원으로 향했다.

그런데 애 상처를 보던 의사가 지금 진에서는 왁찐을 구할 수 없다고 했다. 이튿날로 현위생방역소나 현병원에 가보라는 것이였다. 상처를 소독하고 소염제 주사를 한대 놔주는 것이 전부였다.

애가 걱정돼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새운 나는 이른아침에 뻐스를 타고 현성으로 나갔다. 그런데 현인민병원에도, 현위생방역소에도 왁찐이 없다고 했다. 우리를 맞은 현위생방역소 의사는 전 현을 다 뒤져도 왁찐을 찾지 못할 것이니 할빈시에 가보는 것이 좋을 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주소 몇개를 적어주었다.

그 길로 나는 애를 업고 할빈으로 향하는 뻐스에 올랐다. 지금은 고속도로가 통해 3시간이면 족하지만 그 때는 뻐스, 기차를 갈아타야 하기에 다섯시간도 더 걸려야 했다. 오후 세시가 넘어서야 할빈에 도착한 나는 시간이 급한지라 택시를 잡아타고 적어준 주소를 찾아갔다. 그런데 가는 곳마다 약이 없다고 했다.

네번째로 찾아간 곳은 어느 의학연구소였다. 그런데 그 의학연구소에도 왁찐은 없다고 했다.

나를 맞아준 의사는 광견병 왁찐을 생산하는 공장이 전국적으로 길림성의 장춘시와 안휘성의 합비시 두곳 밖에 없으니 애를 데리고 직접 장춘의 모 연구소를 찾아가라고 했다. 산해관 이북 즉 관외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개에게 물리면 모두 장춘에 가니 그곳에 가면 꼭 살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내가 하도 초조해하니 의사는 개에게 물려 48시간 내에 주사를 맞으면 되니 너무 걱정 말라고 위로했다. 그러면서 장춘 모 연구소의 상세한 주소를 적어줬다. 생면부지인 나에게 그처럼 관심을 베풀어주는 의사가 너무 고마워 절이라도 올리고 싶은 심정이였다.

장춘역에 도착하니 새벽 세시였다. 마침 광장에 택시들이 있어 모 의학연구소를 아냐고 물었더니 광견병 주사를 맞으러 왔냐고, 방금전에도 손님을 실어다 주었으니 걱정 말고 어서 타라고 했다. 지금 쯤이면 주사를 맞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니 빨리 가야 한다고 했다.

기차역에서 택시로 십여분 거리 밖에 안되는 가까운 곳이였지만 정작 도착하고 보니 이미 수백명이 두줄로 늘어서 기다리고 있었다. 알고 보니 제일 앞에 선 사람들은 이미 어제밤 열두시부터 대기중이라고 했다.

오전 8시가 돼서야 환자들을 맞기 시작하는데 앞에 선 사람들이 하도 많아 좀처럼 우리 기회가 오지 않았다. 그 날 나는 애를 데리고 꼬박 열두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10여시간을 기다린다는 것은 참으로 고역이였다. 8월의 땡볕도 무서웠지만 애를 건사하기가 더욱 힘들었다. 장난이 심한 아들애는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내가 잠간만 눈길을 팔아도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러면 뒤사람에게 자리를 부탁하고는 여기저기로 찾아다녀야 했다.

그런 아들놈이 하도 싫어 한바탕 욕을 퍼부었더니 어린 놈이 울먹거렸다. 순간 아픈 놈에게 너무 모질게 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품에 안아줬더니 아들놈은 서러웠던지 엉엉 소리 내 울었다. 그런 아들놈이 불쌍해 나도 함께 눈물을 흘렸다.

점심때가 되자 애는 또 잠이 와서 칭얼거렸다. 뒤에 서있던 사람들이 고맙게도 자기네가 자리를 지켜주겠으니 애를 가로수 밑에 데리고 가서 좀 재우라고 했다. 나는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바로 근처에 있는 장사군에게서 양산을 사들고는 그늘을 찾아 앉았다. 내 옷을 펴고 자리에 눕히자 아들애는 곧바로 잠이 들었다.

고마운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나는 끝내 12시간을 견지해 오후 세시 반이 돼 주사를 맞힐 수 있었다. 10여원 밖에 안되는 싼 약이였지만 1인당 한통으로 제한돼있었다.

애에게 광견병 왁찐 주사를 맞히기 위해 옹근 사흘 동안 천여리 길을 달렸던 그 때 그 일이 지금도 내 눈앞에 선이 떠오른다. 아들 위해 마음 졸이는 나를 위안하고 도움의 손길을 주던 의사, 간호사들이 지금도 고맙다.

아들에게 왁찐 주사를 맞히느라 하도 혼났기에 나는 집으로 오는 길로 강아지를 남에게 줘버렸다. 아들애도 그 후로는 감히 강아지를 기르겠다고 조르지 않았다.

그러던 내가 20년이 지나 또다시 강아지를 기르게 될 줄이야. 대학을 졸업하고 집으로 돌아오던 아들애가 친구네 집에서 애완견을 얻어온 것이였다. 퍽 내키는 것은 아니였지만 이미 성인이 된 아들애를 이래라 저래라 꾸짖는 것도 아니다 싶어 묵인하고 말았다. 그리고 몇달 기르다 보니 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였다.

왁찐 때문에 고생한 나지만 이제 와서는 애완견을 기르면서도 별다른 걱정이 없다. 애완견에게 이미 예방주사를 놓은 것도 있고 또 요즘 세월에는 왁찐을 얼마든지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가 발전하고 의학이 발달하니 생활이 편리해진 것도 사실이다. 왁찐 사러 천리 길을 오가는 일은 더 이상 재현되지 않을 것이다. 

길림신문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209
  • 전북 부안군에 거주하고 있는 결혼이민자 정금화씨가 관광통역안내사 국가자격증을 취득했다. © News1 김대홍 기자 부안 거주 정금화씨, 초중고 검정고시 포함 2년만에 합격 재중동포 출신의 결혼이민 여성이 내국인들도 취득하기 어렵다는 관광통역안내사 국가자격증을 취득했다. 전북 부안에 거주하는 정금화씨(42&...
  • 2016-12-21
  • 인민넷 조문판: 12월 19일 조령예는 “유화 케이크”를 제작하고있다.   산동성 위해시 한락방 상업거리에는 유명한 “장과(浆果)”케이크점이 있다. 이곳에는 예술작품과 같은 케이크를 판매하여 인기를 모으고있다. 이 케이크점 점장 조령예는 90후 녀자애로 2015년에 산동대학 예술학원 미술계...
  • 2016-12-20
  • 점과 선, 획의 태세, 장단, 필압의 강약과 경중, 운필의 지속과 먹의 농담, 문자 상호간의 비례 균형이 혼연일체가 되여 미묘한 조형미가 이루어지는 서예는 독특한 풍격과 무한한 매력을...
  • 2016-12-16
  • 마천자향 오이촌 류금화서기 “류서기야말로 우리 촌의 보배이지요. 좋은 일, 궂은일 가리지 않고 일심정력으로 촌민들을 위하여 동분서주하는 훌륭한분입니다”   훈춘시 마천자향 오이촌 촌민들이 당지부 서기 류금화를 찬양하는 말이다.   1997년부터 옹근 20년을 부녀주임, 부기원, 촌주임, 서기 ...
  • 2016-12-15
  • 최근 전 성 통계계통에서 소집한 “가장 아름다운 통계인” 명명표창대회에서 룡정시 지신진 통계원 김동해씨가 “가장 아름다운 통계인”으로 명명돼 우리 주에서는 첫사람으로 이 영예를 받았다.   김동해통계원(54살)은 1984년 7월부터 선후하여 룡정시 3개 향진에서 농촌통계사업에 몸담아왔...
  • 2016-12-14
  • 문화봉사자팀 10돐 기념모임의 희열속에 “100세시대”, “로령화시대”는 어느 누가 원하든 원치 않든 자연스럽게 맞이하게 되는 사회상이다. 여기서 우리는 왜 오래 살아야 하며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두고 의식적으로 또는 막연하게 나마 고민하거나 사색을 하는 이들이 적지 ...
  • 2016-12-05
  •   종친을 찾습니다 . 찾는 사람  허용무(35世)50살 좌우  할아버지:허일 아버지:허병활 고향: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방축리 찾으시면  여기로  연락 해주세요 허유 전화번호 010-4230-5254 메일:yoohur@naver.com 주소:서울 영등포구...
  • 2016-12-02
  • 도문시 새세대관심사업 “특수기여상”수상자 정운선할머니에 대한 이야기     11월 21일, 필자는 도문시 새세대관심사업위원회 남창호상무부주임의 소개로 도문시 석현진 13거민위원회에 거주하는 정운선(鄭云仙, 93세)할머니를 만나보았다.   정운선할머니는 도문시 새세대관심사업“특수...
  • 2016-11-29
  • 몸과 마음이 모두 추운 요즘 시대에 가슴 한 켠을 따뜻하게 해주는 훈훈한 소식이다. 최근 미국 ABC뉴스등 현지언론은 34살 동갑내기 커플인 저스틴 파운더스와 에이미 기버슨이 지난 주말 결혼했다고 일제히 전했다. 평범한 커플 결혼에 현지언론이 주목하는 이유는 할리우드 로맨스 영화같은 특별한 사연 때문이다....
  • 2016-11-27
  •   행복이란? 바로 하루 하루 매일 건강하고 즐겁게 매순간을 보내는 것이겠죠? 자ㅡㅡ 그럼 우리 행복 찾아 떠나갑시다요 한잔의 술로 회원 모두가 서로의 마음과 마음을 터놓는 좋은 기회여서 모두가 즐겁네요 신옥의 아들 결혼식에 참석하여 즐거워 하시는 모든 분들   우리 조선민족의 고유한 냄새가 풍기는 ...
  • 2016-11-26
  • 1800만명 류동 로인들,우리의 관심이 필요하다! 우리 나라 도시화의 빠른 발전과 사회구조의 로령화로 류동 인구중 로인들의 비례가 엄청 커지고 있다. 최근 국가위생계획출산위원회에서 발표한 (이하 보고)에 따르면 2015년 우리 나라에서 호적이 호적등록지에서 옮겨진후 반년이상 타지에 등록되여 있는 60세 이상의 류동...
  • 2016-11-25
  • 직업 선택은 옷을 고르는것과 같다고 한다. 입어서 편안하고 내가 평소에 입고 싶었던 옷, 내가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옷중에 내가 가진 돈으로 살수 있고 류행에 휩쓸리지 않...
  • 2016-11-24
  • 조선족인구의 도시화 물살과 더불어 도시자녀교육과 민족의 정체성문제가 날로 불거짐과 동시에 그 대안으로 지역별 우리말주말학교가 련이어 설립되고있다. 지난 9월말 기자는 광주시 백운구에 위치한 정음우...
  • 2016-11-24
  • 지난 2014년 10월 성급창업부화기지인 연변주중소기업창업부화기지에 입주, 1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정식생산에 돌입, 년간 80만원의 매출을 올린 한 회사의 발전이 주목받고 있다.   우리지역의 많은 젊...
  • 2016-11-24
  • 옛날것은 언제 보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정감이 가며 마음을 편하게 한다. 우리네 시골의 할아버지와 아주머니가 바로 옆에 있는듯한 착각이 든다. 익살스럽기도 하고 우습강스럽기도 하게 표현된 흙공예작품들을 보고있나니 오밀조밀 모여앉은 토우들과 함께 막걸리나 한사발 하고싶은 마음도 생긴다. 어떤 작품은 비물이...
  • 2016-11-21
  • 104세 김영숙 할머니 ㅡ 우리 어머니(김영숙)는 1913년에 모아산 동남쪽 룡산촌에서 출생하여 17세에 4년 년상인 연길시 흥안향 대성촌(흥안촌)의 허종호와 결혼하여 3남 1녀를 낳고 32세 꽃 나이에 청상과부로 되였습니다. ㅡ 어머니는 아버지가 사망된 후 자식들 앞에서 눈물 한 방울 안 보이며80이 넘으신 할아버지와 할...
  • 2016-11-17
  •   “평범한 용접공으로서 맡은바 일을 착실하게 하려고 노력했을뿐입니다.”11일, 전 주 10대 고기능 근로자로 당선된 양길림을 만났을 때 그가 한 말이다. 올해 44세인 양길림은 대당훈춘발전소의 용접기술원이다. 27년간 양길림은 줄곧 용접시공, 용접교양, 기술돌파 등 사업을 맡아오면서 안전생산, 절약...
  • 2016-11-17
  • 이미 아시아 최대 전자상거래기업으로 성장한 알리바바그룹이 1자가 4번 겹치는 11월 11일을 쇼핑일로 정하면서 대규모할인행사를 시작한지가 올해 8년째를 맞았다. 지난 8년을 뒤돌아 보았을 때 거...
  • 2016-11-15
  • 기재에 따르면 인류는 대략 4000여년전부터 콩을 재배하여왔고 우리 민족은 삼국시대초기인 2000여년전부터 장류를 만들었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발전하고 변하면서 오늘날의 콩으로 메주를 쑤어 장을 담그는 장제조법이 기본적으로 형성되였다고 한다.   장의 종류로는 토장, 된장, 막장, 담북장, 즙장, 생활장, ...
  • 2016-11-14
‹처음  이전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