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시영(한국작가회의 이사장)·김명인·김기택·김경미, 소설가 정찬·박상우·권지예·정용준, 문학평론가 김주연·오생근·정과리 등 한국 문인 19명과 쓰촨성 작가협회 주석인 소설가 아라이와 조선족 소설가 김인순, 시인 수팅 등 중국 문인 30여명은 청두 파진문학원 대회의실에서 ‘문학시장의 변화와 작가의 정체성 문제’를 주제로 작품을 낭송하고 토론을 벌였다.
25일 오전 개막식에서 홍정선 인하대 한국어문 전공교수는 중국쪽 축사에 대한 답사에서 “쓰촨은 한국 사람들의 애독서인 <삼국지>의 무대이자 김소월과 서정주 같은 한국 시인들의 시를 이해하는 데에도 중요한 실마리를 지니고 있는 곳”이라며 “한국 작가들은 이백과 두보의 뒤를 잇는 많은 뛰어난 문인들을 만나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김주연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은 축사에서 “한중작가회의가 처음 시작된 9년 전만 해도 한국과 중국 사이에는 문학뿐만 아니라 문화 교류도 미미했다”며 “지난 9년 사이 한중작가회의가 이룬 성과를 바탕으로 두 나라 사이의 문화적 이해가 한층 깊어졌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아라이 주석은 기조발제에서 “쓰촨성은 이백과 소동파, 궈모뤄, 파진 등 뛰어난 작가들을 배출해 왔다”며 “다양한 민족이 공존하며 문화적으로 열려 있는 쓰촨에서 제9차 한중작가회의가 열리게 된 것은 특별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정과리 연세대 국문과 교수는 기조발제에서 “생활어와 유통어 사이의 불균형이 한국을 비롯한 제3세계 작가들의 존재 방식에 중요한 변화를 자극한다”며 “한국문학은 세계문학의 혁신이라는 욕구와 세계 시장의 욕망 사이의 차이를 살핌으로써 한국문학의 특수성을 세계문학의 혁신 쪽으로 정향시키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의 정체성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중 두 나라 문인들은 이날 오후 시 분과와 소설 분과로 나누어 작품을 낭독하고 토론을 벌였다. 시 분과에서는 수팅과 김명인, 량핑과 이시영, 리야웨이와 구광렬이 짝을 이루어 서로의 작품을 낭독하고 작품에 대한 토론을 했으며, 소설 분과에서는 거수이핑과 정찬, 츠뤈러부와 박상우, 자오환과 정미경이 작품 교차 낭독 및 토론을 벌였다.
두 나라 문인들은 이튿날인 26일에도 작품 낭독과 토론을 이어가며, 공식 행사가 끝난 뒤에는 30일까지 파진문학원과 두보초당 그리고 쓰촨성의 문화·역사 유적을 함께 답사하며 우의를 다진다. 한중작가회의는 2007년 4월 중국 상하이에서 1회 대회를 연 데 이어 해마다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열리고 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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