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소설 황혼 제3권
김장혁
53. 숫처녀 정조
구급치료를 거쳐 류려평은 생명의 위험에서 서서히 벗어났다. 하신에서 하혈이 지혈되었고 해바잫던 얼굴에도 점차 피색이 돌기 시작했다.
종호는 그때 얼마나 기뻤는지 몰랐다.
(만약 려평이 잘 못되는 날엔 어떻게 살아? 난 류려평을 해친 나쁜 놈이 아닌가?)
종호는 그 최악의 종말을 감히 상상할 수도 없었다. 그는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구급병실에 류려평을 입원시킨 때부터 종호는 신문사 김사장한테 청가를 맡고 출근하지도 않고 밤낮 류려평의 침대 옆을 지키면서 뒤시중을 했다. 밤중이면 너무 곤해 류려평의 침대 맡에 머리를 파묻고 잠시 눈을 붙이네 했다.
이른 아침에 종호는 자전거를 타고 40리나 떨어진 집에 돌아갔다.
엄마는 종호의 손을 잡고 물었다.
“새애기는 병세 어떠냐?”
“살아났습구마. 하혈도 지혈됐습구마.”
그러자 아버지도 한숨을 후- 내쉬었다. 아버지는 류려평이 체대가 약해 애내기를 하겠는가고 저으기 근심해왔다. 그런데 이런 일이 생기어 꽤나 속을 태웠었다.
만순과 만호도 꽉 엉켰던 얼굴 근육을 점차 풀었다.
종호는 엄마를 보고 “류려평이 젤 좋아하는 닭곰죽을 끓여줍소.”라고 했다.
집 사랑채 덕대에는 전번에 사돈보기에 쓰고나니 씨암닭 한마리 밖에 남지 않았다.
허나 엄마는 며느리감을 보양해주려고 주저하지도 않고 씨암탉을 잡아 튀를 해 쇠가마에 시루를 얹고 앉혔다. 뒤이어 엄마는 쌀독에서 새하얀 찹입쌀을 바가지로 퍼내 물에 일어 닭고기 아래 펴놓았다.
종호는 부엌에 내려가 나무를 아궁이에 쑤셔놓고 불을 일궈 왕왕 땠다.
이윽고 쇠가마에서 쌕김이 쌕- 나왔다.
한참 후 엄마가 쇠가마 뚜껑을 여니 구수한 닭곰밥 냄새가 온 집 안에 풍기었다. 먹음직한 닭곰밥을 밥곽에 퍼담아 가지고 정신잃고 자전거를 타고 병원에 돌아왔다.
“앓는 사람 두고 어데 갔댔어? 배고파 죽겠다.”
류려평은 헐레벌떡거리며 병실에 들어선 종호를 표독스런 눈길로 흘겨보며 두더벌거리였다.
“려평이, 젤 좋아하는 닭곰밥이오.”
그는 려평을 부축해 앉힌 후 닭곰밥을 사발에 퍼담아 한술, 한술 떠 류려평의 입에 떠 넣었다.
려평은 몇술 받아먹는 척 하더니 죽사발을 탕 쳐버렸다.
짤라당!
죽사발이 박살나 땅바닥에 뒹굴었다. 다른 환자들은 상을 찡그리었다.
“왜 이러오?”
종호는 류려평을 흘겨보았다. 그때만 해도 종호는 혈기 왕성한 열혈청년이서 자존심이 면도칼날 같이 서슬푸르렀다.
“먹지 않겠으면 말게지. 웬 가장치기요?”
류려평은 다른 환자들 보기 창피한줄도 모르고 퉁사발눈을 부릅뜨면서 고함쳤다.
“날 죽이자고 작정했어? 어제 밤에 그게 뭐야? 살살 하라는데. 조용할 때 그러자는데. 미친 개처럼 달려들어 마구 들쑤셔놓고서도 떽떽거려?”
그제야 종호는 머리를 숙이었다.
“려평이, 미안하오. 참지 못하겠는 거 어쩌오?”
류려평은 퉁사발눈에 눈물방울을 뚝뚝 떨어뜨리면서 호통쳤다.
“미안하다, 한마디 말이면 다야?”
종호는 난감해 두 손을 싹싹 비볐다.
“그럼 어쩌라오?”
류려평은 엎딘 바에 절이라고 종호를 혼찌검내려고 들었다. 완전 길을 들이려는 잡도리였다.
“꿇어엎드려 빌어라!”
“쳇!”
종호는 외까풀눈을 부라리었다.
“꿈도 꾸지 말라. 날 노예로 보니? 우리 조선족 사나이들에겐 색시한테 꿇어 비는 습관이 없다. 어림도 없어!”
“아이고, 분해라!”
류려평은 온종일 울고 불며 야단쳤다. 그녀는 오히려 종호를 혼찌검내면서 자기가 언녕 정조를 잃은 불륜녀, 숫처녀 아닌 정체를, 아니, 추태를 감추려고 들었다. 옆에 환자들이 있어 류려평은 억울함을 더 토로하지 못했다.
그러나 총명한 종호는 류려평이 아무리 울고불고 떠들어대도 두뇌만은 명석했다. 그는 어쩐지 류려평의 그게 헐럭한 감에 미심해남을 감출 수 없었다.
종호는 금방 죽다 살아난 류려평을 어쩔 수 없어 잠시 더 따져묻지 않았다. 그러나 속으로는 어쩐지 류려평을 시간을 들여 잘 알아 보지 못하고 소홀히 번개식 약혼을 한 것이 꽤나 속에 께름직했다.
(사랑은 티없이 맑고 깨끗한 두 심장으로 연주하는 아름다운 멜로디야. 만약 사랑의 심장에 티 끼꺼나 곰팽이 끼면 그 사랑은 언제든지 급사할 수 있어. 숫처녀의 정조는 사랑의 생명선이야. 만약 정조를 잃었다면 숫처녀가 아니다. 정조를 잃은 녀자는 작풍이 단정하지 못한 더러운 녀자라는 것을 증명한다. 내가 어찌 숫처녀 아닌 갈보, 바람쟁이와 결혼한단 말인가?)
종호는 류려평의 하얀 허벅다리와 탄력있고 살진 엉덩이를 훔쳐보면서 어쩐지 어떤 놈이 먼저 다친 감이 들었다. 자꾸 류려평의 뒤에 어두운 그림자가 얼른거려 지꿎게 그를 괴롭히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요대기 위에는 분명 빨간 매화꽃이 피지 않았는가. 그건 그래 숫처녀라는 것을 증명하지 않는가.)
종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 빨간 매화꽃은 사돈보기 하던 날 밤에 려평의 몸 속에 들어가는 순간 처녀막이 터지면서 그린 걸작이 아닌가. 건데 왜 하신에서 그렇게 많은 피가 흘렀어? 처녀막이 터지면 그렇게 많은 피가 흐른단 말인가?)
사실, 류려평이 사돈보기 하는 날 밤에 요대기에 흘린 피는 종호가 너무 저돌적으로 다룬 바람에 낙태하면서 자궁에서 흘린 피였다. 그러나 류려평이 주도면밀한 사전 포석을 했기에 의사들은 입에 빗장을 지르고 낙태 비밀을 엄수했던 것이다. 때문에 종호는 류려평이 낙태한 걸 모르다나니 무슨 피인 걸 전혀 알 수 없었다.
종호는 난처한 대로 엄마한테 자문했다.
엄마는 확신에 차 말했다.
“요대기에 흘린 피는 처녀라는 걸 증명한다. 어째 사돈보기까지 한 며느리감을 의심하니? 절대 의심하지 말라.”
그러나 종호는 반신반의했다.
“어쩐지 헐럭한 감이 납데. 처녀막이 터지면 녀자들이, 아니, 숯처녀면 저렇게 처음에 피를 많이 흘리오?”
그제야 엄마는 종호가 뭘 의심한다는 걸 눈치채게 됐다. 엄마는 종호의 손을 잡고 신신당부했다.
“그렇게 많이 흘릴 수도 있다. 어떤 숫처녀들은 우리 며느리감처럼 너무 많이 흘려 입원하는 경우도 있다. 류려평은 숫처녀야. 절대 의심하지 말라. 그걸 의심하면 화목하게 살 수 없다. 이 일을 절대 입 밖에 내지 말라. 남들이 알면 세상 웃음거리 된다.”
그러나 종호는 엄마의 신신당부대로 하지 못했다. 의심되는 걸 깨지 않고선 미적지근해 류려평과 결혼해 살 수 없었던 것이다. 그는 류려평이 퇴원하기를 기다려 조용히 따지기로 했다.
한 보름 뒤 퇴원하는 날 류려평은 또 고의로 두 팔을 벌리고 어리광을 부렸다.
“종호, 날 업어달라.”
종호는 옆에 서 있는 류생남 국장과 장모를 보기 부끄러워 서성거렸다.
“업어 주게.”
류국장은 종호를 쏘아보며 명령하듯 분부했다.
종호는 포로처럼 장인이 하라는대로 넙죽한 잔등을 둘러대고 류려평을 업고 병실에서 나갔다.
바깥에는 낯모를 30대 사내가 찌프차 옆에 서 있었다.
“오빠, 직접 왔소? 감사하오.”
그가 바로 류덕재 행장이라는 것을 종호는 처음 보았다.
“괜찮니?”
“씨, 죽다 살았다. 어째 문안하러도 오지 않았니?”
류덕재는 말상을 가로 저었다.
“출장했댔어. 이제야 병문안하러 와서 미안해.”
류덕재는 두터운 돈봉투를 류려평의 손에 쥐워 주었다.
류려평은 주저하지 않고 손을 뻗쳐 그 돈봉투를 채가듯했다.
얼핏 봐도 50원짜리 백장은 돼보였다.
류덕재는 종호와 악수했다.
“매부겠지? 처음 뵙소. 우리 잘 보내자구.”
종호도 사람좋게 웃으며 머리를 끄덕이었다.
“그러죠. 건데 류려평과 어떻게 되는지?”
류덕재는 종호와 류려평의 눈치를 번갈아 흘끔거리며 직답했다.
“난 류려평의 종친오빠요.”
류려평도 종호 귀를 비틀어대며 지껄였다.
“잘 봐라. 내 젤 큰오빠야. 날 업신여겨 봐라. 우리 오빠와 동생들 가만 놔두지 않을 거야.”
류덕재는 종호를 재려보며 찌프차 문을 척 열었다.
“려평아, 차에 타.”
류려평은 종호의 잔등에서 내릴 예산도 없었다.
“오빠, 차 필요없어. 오늘 신랑감한테 업혀 집에 갈 거야.”
류덕재는 말상을 쳐들어 종호를 쳐다보았다.
종호는 말상을 마주 보며 선선히 대답했다.
“내 집에 업어 가겠소.”
류덕재는 찌프차 문을 쾅 닫으면서 비아냥거렸다.
“신랑감을 참 잘 만났구나. 이젠 오빤 한시름 놨다.”
류려평은 종호의 잔등에 업혀 가면서 류덕재를 돌아보며 손을 저었다.
류생남 국장은 류덕재와 딸이 너무 지끈하는 것에 눈살을 찌프렸다. 그는 종호가 오해할가 봐 뒤따라가면서 말했다.
“저 앤 내 종친 조카인데 은행 행장이오. 려평과는 어려서부터 친오누이처럼 함께 자랐지. 죽마고우야. 난 려평이 형제 없다고 내 형님네 저 애와 친하게 보내게 했소.”
종호는 그저 머리를 끄덕였다. 그는 류덕재가 류려평의 정조를 빼앗은 놈일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후 몇십년 동안 류덕재가 종호네 부부를 친동생들처럼 보살펴준데다가 불여우 같은 류려평이 어찌나 주도면밀하게 자기 추태를 감추고 그럴듯하게 꾸며댔는지 종호는 종친 오누이로 탈을 쓴 그들의 추접스런 관계를 꼬물만치도 눈치채지 못해 전혀 의심하지도 않았다.
종호는 류려평을 업고 가시집 2층 아파트에 올라가 침대에 살며시 내려놓았다.
가시부모가 씨무룩이 웃으며 방에서 나가자 종호는 류려평을 꽉 껴안아 주었다. 류려평은 퉁사발눈을 무섭게 흘기며 종호의 가슴을 쾅 밀어내고 발길로 엉덩이를 걷어차 놓았다.
류려평이 퇴원한 기쁨도 얼마 가지 못했다.
며칠 후 가시집이 비자 종호는 류려평을 데리고 가을낙엽이 우수수 져 강물에 떨어지는 강변에 나갔다.
누르스럼한 버드나무 우거진 강변에는 참새들이 짝을 지어 날아다니며 재잘거렸다. 참새들도 눈송이처럼 겹겹이 쌓인 의혹의 비밀을 밝히려는 상으로 귀찮게 재잘거리다가 포로롱 포로롱 날아가버렸다.
종호는 누런 버드나무 이파리를 쭉 훑어 강물에 훌 뿌렸다. 그는 몸을 돌려 류려평의 어글어글한 눈을 빤히 들여다보면서 물었다.
“려평이, 한가지 물어보기오.”
류려평은 덴겁해 보름달 같던 얼굴을 단통 서리맞은 박처럼 일그려뜨렸다.
“뭘? 기분 좋은 말만 해라. 내 금방 퇴원했는데 속상하지 말게…”
종호는 체면을 돌볼 새 없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몇가지 의문이 있소.”
류려평은 퉁사발눈을 부릅뜨며 꽥 고함치며 반발했다.
“관둬! 또 그 소린가? 어째 날 속이 타 죽게 마들 작정인가?”
“아니, 우린 꼭 의문스러운 걸 깨고 지나가야 되오.”
“갈라지려면 갈라지자. 잔소릴 작작 해라!”
“갈라지는 건 쉽소. 그러나 모든 의문을 깨고 나면 우리 사랑이 더 깊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오.”
“사랑? 우리 둘이 련애도 하기전에 의심부터 이렇게 많고야 무슨 사라을 논해? 쳇! 웃긴다, 웃겨!”
그러나 종호는 멈추지 않고 의혹을 꺼냈다.
“어쩐지 그날 제 그게 헐럭한 감이 듭데. 그날 흘린 피는 처녀막이 터지면서 흘린 피오? 뭐요?”
류려평은 종호의 귀쌈을 찰싹 갈겼다.
“이 놈 새끼! 또 그 개 소린가? 지금 순결한 숫처녀인 내 몸을 의심하는 거야?”
류려평은 퉁사발눈을 부릅뜨고 제 쪽에서 도적이 도적이야 하는 격으로 호통쳤다.
“어째 짐승처럼 마구 들쑤셔 죽을 번하게 해놓고서도. 구급해 겨우 살아나니 날 의심하는가?!”
종호는 무턱대고 의심하는 것 같아 어조를 될수록 좀 부드럽게 했다.
“내 이번만 물어보고 다신 묻지 않겠소.”
그는 좀 사색을 굴리다가 뒷말을 이었다.
“사랑이란 처녀 총각의 두 심장이 연주하는 티없이 맑고 깨끗한 순정으로 연주하는 아름다운 멜로디오. 우리 영원히 행복하자면 정조는 생명선이오. 정조를 잃은 숫처녀 아니면 우린 결혼해서 뭘 하겠소? 그렇게 불결한 갈보와 결혼할게면 자살해 죽고 말겠소. 나는 티없이 깨끗한 숫처녀와 결혼하고 싶소.”
류려평은 피씩 코웃음쳤다.
“정치학부 대학생이 돼 정치만 잘 하는가 했더니 넌 련애소설도 꽤나 많이 읽었구나. 어쩜 결백한 날 의심할 수 있니? 그날 난 아파 죽을 번했어. 내 ‘아가!’ ‘아가!’ 하던 소리 기억도 나지 않느냐? 네가 마구 쑤셔댈 때 내 하신에서 뭔가 미쳐날뛰는 네 놈 그걸 저애하는 감이 들었어. 아마 처녀막이 네 그게 들어오는 걸 막다가 터진 거겠지. 난 처녀막이 터지면서 띠끔따끔 아파 죽을 번했어. 어쩜 그렇게 실한 걸로 미친듯이 들쑤셔댔으면 그렇게 숱한 피를 흘렸겠느냐?’
종호는 그 말을 딱 곧이들었다.
그는 류려평의 손까지 덥썩 잡고 머리를 끄덕였다.
“감사하오. 류려평이, 어떻게 하나 제 결백을 증명해주오. 부탁이오. 그럼 난 류려평에 대한 의심을 다 털어버리고 행복하게 살 게 아니오. 그럼 우리 둘이 다 어두운 그림자를 다 훌훌 털어버리고 행복하게 살 수 있소. 내 의문나는 걸 제기하면 사실대로 대답해주오.”
류려평은 어글어글한 쌍겹눈이 화등잔이 돼 종호를 쏘아보았다.
“또 뭐야?”
뒤이어 종호는 또 이런 의문을 들고 나왔다.
“그날 넌 처음부터 반듯이 누워 두 다리를 쳐들었어. 내 보고 ‘위로 그래라’고 말했어. 넌 어쩜 그렇게 경험 있느냐?”
종호와 류려평의 이상한 빛이 번쩍이는 눈길이 부딪쳐 시뻘건 별찌가 툭툭 강물에 떨어졌다.
류려평은 억울한듯이 종호의 귀를 쥐어 비틀었다. 허위와 진실이 방공중에서 부딪쳐 번개가 번쩍이고 우뢰가 꽈르릉 꽝꽝 지동친다.
류려평은 그럴듯하게 궤변을 부렸다.
“야, 이 바보야! 그날 네가 내 그게 어데 있는지도 잘 모르고 마구 헛막대질하지 않았어? 너도 기억나지? 넌 바보처럼 밑구멍에 마구 찔러댄 거야. 어쩌겠니? 그래 내 손으로 쥐어 걷어넣지 않았으면 온 밤 제 구멍에 걷어나 넣었겠구나. ㅋㅋㅋ. 세상 바보 같은게. 남자 같지도 않은게. 어디서 누굴 의심해? 멍청이 같은 놈, 세상 깨끗한 누굴 허망 의심하는 거야? 난 티없이 깨끗하고 순결한 숫처녀야. 세상 사람이 알면 널 뭐라겠니? 우리 류씨 집 안에서 네 놈이 날 고통스레 구는 걸 알면 놔둘 거 같으냐?”
종호는 그제야 머리를 끄덕였다.
“깰 거는 깨야 씨원해. 네가 숫처녀라는 걸 증명했으니 이젠 끝이야. 더는 의심하지 않을게. 날 널리 량해하고 우리 행복하게 살자.”
종호는 류려평을 꽉 껴안아주며 너부죽한 우유빛볼에 뽁 뽀뽀해주었다.
류려평은 종호를 속여 넘기면서 속으로 흐뭇해났다. 그러나 그녀는 종호를 활 밀어내냈다.
갈보년은 억울한듯이 뽀로통해 종호를 경고했다.
“가라 가! 의심 많은 네 놈 믿고 어떻게 살겠니? 아무리 의문을 깬다고 해도 어쩜 이렇게 들볶는단 말인가? 날 죽게 만들어놓고서도 미안하지 않아? 이젠 쒀 놓은 죽이 돼 어쩌는 수 없어. 어쩜 자기 여자를 만들어놓고 이다지도 숫처녀의 정조를 의심하면서 못살게 굴어?! 내 네놈 없으면 내 시집가지 못할 거 같아? 네놈한테 빌고 들어 살 거 같애? 네놈은 량심짝이 어데 가 붙었어? 날 하마트면 죽게 만들번 하고 미안하지도 않아? 응?”
류려평은 종호의 귀를 쥐어 비틀어놓으며 억울하다고 생 야단쳤다. 그녀는 퉁사발쌍겹눈으로 흘끔 종호의 눈치를 살피었다.
종호는 류려평의 얼굴을 매만지면서 빌고 들었다.
“미안해! 너의 정조을 의심한 날 용서해달라!”
류려평은 도적이 도적이야 하면서 매를 드는 상을 연출하기 시작했다.
“난 네 의심된다. 넌 어쩜 그렇게 섹스에 경험이 있는 놈처럼 의심된다.”
종호는 단통 상을 찡그리며 물었다.
“도대체 무슨 소리야?”
류려평은 종호 귀를 비툴어놓으며 반격했다.
“뭐? 헐럭하다고 의심했잖아? 넌 여자게 헐럭한지 빳빳한지 어떻게 아니? 다른 여자와 해보니 내 거보다 더 빳빳하데? 다른 여자와 해본 적 없으면 어떻게 내게 헐럭한지 빳빳한지 아니?”
“아니. 이거 정말. 버선 목이라고 벗어 보이겠니?”
류려평은 퉁사발눈으로 종호의 표정변화를 살폈다.
“한번도 해본 적 없으면 여자 건 원래 내 것만큼 빳빳하던가, 헐럭하던가, 그러루하게 여길게 아니냐? 그런데 왜 여러번 여자와 해본 걱처럼 경험 있는 소릴 해? 넌 혹시 여자 그거 경험자, 전문가 아니냐?”
그 말에 종호도 난색을 보였다. 류려평은 종호의 난감해하는 표정을 읽고나서 깨고소해했다.
“할 말이 없지?”
종호는 한참 후에야 대충 주어댔다.
“난 생리학책에서 처녀막이 어떻고 숫처녀 어떻고 하는 걸 좀 보았을뿐이야. 정조는 확실히 숫처녀의 징표야. 널 의심하지 않을테니 이젠 우리 둘 다 서로 이런 말을 꺼내지 말자.”
그러나 류려평은 제 쪽에서 억둘하다면서 큰소리를 탕탕 쳤다.
“가라, 가! 이제 두번 다시 억울하게 정조를 의심하는 날엔 두고 봐라. 네놈 그걸 썩 베서 개를 주겠다. 니 죽고 내 죽고 해 볼테야! 알았어? 우리 오빠들을 추겨서 널 뼈다귀도 치르지 못하게 없애버릴 테야! 알았어?”
류려평이 억울하다고 도도거리면서 박격까지 할수록 종호는 그녀의 청백을 믿었고 류려평의 더러운 정체는 어둠 속으로 두툼히 가리워졌다.
(에라, 류려평은 숫처녀야. 그는 정조를 잃은 적이 없는 것 같아. 믿어야지.)
고향의 강은 갈보한테 사기당해 색시감이라고 꽉 껴안는 종호를 바라보고 비웃으며 흘러갔다. 감때 사나운 강물은 종호한테 이른바 숫처녀의 정조 진상내막을 알려주려는듯이 노호하며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