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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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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대하소설 황혼 제4권(65) 철창 속 애비 댓글:  조회:91  추천:0  2024-10-27
    대하소설 황혼 제4권              김장혁          65. 철창 속 애비         종호는 집판매가 한단락 진척돼나가자 나영의 부탁대로 그녀의 남편을 찾아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리혼청구서를 전하고 성림의 수술비용을 좀 대달라고 말해 봐야지. 성림의 애비면 좀 대주겠지.)      종호는 구류소를 찾아가면서 피뜩 나영과 그녀의 남편 철석을 두고 지영이 하던 말이 떠올라 저도 몰래 허구픈 웃음이 나왔다.      어느날 지영과 종호는 대림시장 부근 초증학교에서 하학하는 성림을 마중해 데리고 돌아오다가 냉면집에 들렀다. 성림이 화장실로 간 틈에 지영은 나영의 부부간 일을 말하면서 철석을 한바탕 욕했다.      (녀자들이란 이상해. 아무리 친구라도 그렇지. 어쩜 돌아앉으면 친구 남편까지 허물할가?)      지영은 종호가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고 이런 말도 불쑥 꺼냈다.      “나영이 어째 남편과 갈라져 최국장을 따라 일본과 한국으로 나왔는지 아는가요?”      종호는 도리머리질 하면서 의아한 눈길로 지영을 바라보았다.      지영의 빨간 구찜을 바른 입에서는 뱀이 나오는지 구렁이 나오는지도 모르고  마구 쏟아져 나왔다.      “나영은 항상 남편 그게 짧다고 허물했습니다. 항상 한 1분이면 끝이랍니다. 그래서 변강쇠라고 소문난 최정호 국장을 따라 일본으로 해 한국에 들어왔답니다. 호호호.”      지영은 제 딴에는 한 몽둥이에 나영과 철석을 때려 눕혔다고 여겼다.      종호는 어이없어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지영은 종호가 도리머리질 하는 걸 보고 자기 말에 그러는지, 나영이를 두고 그러는지도 모르고 걸죽한 뒷말을 이었다.      “평소에 나영은 나한테 못하는 말이 없습니다. 나영은 철석이 그게 너무 짧아서 항상 어구지에서 홀락거리다가 퉤 가래를 뱉아 놓곤 홀라닥 나가군 한대요. 나영은 철석이 남자구실을 못한다고 항상 나무렸지요. 그러나 최국장은 변강쇠 돼서 자기를 최대한 만족시켜준다고 자랑질을 끝없이 했댔지요. 호호호. 세상 우습죠?”     종호는 외까풀눈을 할기죽거리며 웃는 지영이  얄밉게 보이었다. 아니, 쌍스럽게까지 보였다. 물론 믿고 허물없이 한 말이겠지만.     (날 뭘로 보고 이런 추저운 말을 다 해? 한쪽으로는 내한테 나영과 재혼하라고 권고하고 한쪽으로는 나영이 허물을 해? )     종호는 지영이 그런 쌍스런 말을 해 나영의 얼굴에 먹칠하는 진짜 용의를 알 수 없었다. 어쩐지 지영이 슬그머니 얄밉게 논다고 여겼다.     그는 더는 그런 말을 듣고 싶지 않아 우쭐 일어났다.      그때 때마침 성림이 화장실에 갔다가 돌아왔다. 그 바람에 지영은 어린애 앞인지라 더는 상스런 말을 더 꺼내지도 못했다.      종호는 “남자구실을 못하는 철석”이 어떤 사람인가 이번 기회에 한번 만나보고 싶었다.      종호가 나영이 사전에 알려준 전람관 아파트로 찾아가 엘레베이트를 타고 6층에 갔다.      똑똑똑.      아무리 노크해도 집 안에서 아무런 동정도 없지 않겠는가.      자꾸 노크하자 옆집 중년 아낙네가 문을 열고 머리를 쏙 내밀고 시끄럽다는 눈길로 그를 보고 물었다.     “누굴 찾습니까?”     “이 집 나그네 철석을 찾습니다.”     그 아낙네는 아니꼬운 눈길로 종호 아래위를 훑어보는 것이었다.     “그 사람과 어떻게 되는 사람입니까?”     종호는 뒤더수기를 긁적거리며 말했다.     “한국에 나간 이 집 아주머니 심부름을 시켜 찾아왔습니다.”     “그래요?”     그 아낙네는 문 밖으로 나와 말했다.     “나영이 심부름시켜 왔다구요? 그럼 나영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겠구만요.”     종호는 거침없이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그 아낙네는 종호를 유심히 마주보며 말했다.     “나영이 나그넨 공안국 구류소에 갔다고 들었습니다.”    “네?”    종호는 깜짝 놀랐다.    “무슨 일로 구류소에 갔는지? 이걸 어쩐다?”    아낙네는 말하기 종호 눈치를 보면서 입을 무겁게 뗐다.    “저는 나영과 한 단위 친구인데요. 이런 말 하기 좀 불편한데요. 이 아파트는 문화국과 전람관 단위 아파튼데요. 수말이 새끼를 낳는  곳입니다. 한마디만 얼쩍 했다간 큰 일 납니다. 좋긴 구류소에 가서 직접 확인해보세요.”    종호는 한발 다가서며 나직이 물었다.    “난 신문사 부사장을 지낸 리종호라고 부릅니다. 천석이 도대체 무슨 일로 구류소에 들어갔습니까?”    아낙네는 복도와 층계를 두루 돌아보더니 나직이 귓속말로 알려주는 것이었다.    “나영이 나그네 마사지방에 가서 아가씨와 놀다가 경찰들한테 붙잡혔습니다. 아마 반년 로동개조를 해야 된다고 합디다.”    “네?!”    종호는 나영이 나그네를 보고 한국에 나와 성림을 봐달라고 전해달라던 말이 피뜩 떠올랐다.    (끝장났구나. 구류소에 갇혔으면 범죄경력 딱지 딱 붙어 이젠 한국에도 다 나갔구나. 성림은 어쩌니? 애비 에미 다 보지 못하는데.    철석한테선 성림의 수술비용은 지원받기 힘들겠구나. 이걸 어쩌는가? …)    종호는 성림의 앞날이 막막해 눈앞이 캄캄해났다.    종호가 돌아서 엘레베이트 단추를 누르려는데 아낙네가 다가서며 나직이 물었다.    “나영인 지금 잘 보내고 있습니까?”    종호는진정이 담긴 아낙네 표정을 보고 알려주었다.    “나영인 한국에서 중국에 인도돼 귀국했습니다.”    “네- 그랬군요.”    아낙네는 머리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도깨비지. 어쩜 단위 돈 5만원이나 탐오합니까? 참, 새파란 나이에 전도를 망쳤지. ㅉㅉ.”    종호는 나영을 위해 한마디 해야 했다.    “나영인 탐오한 그 돈 5만원을 남편 보고 심계국에 바치라고 했다던데. 그럼 감형될 겁니다.”    아낙네는 입을 삐쭉하더니 비양거렸다.    “쳇, 듣기 좋은 소리죠. 일전한푼 바치지 않았습니다. 나영이 나그네 혼자 있으면서 전탕 술만 곤드레만드레 마시고 아가씨놀음에나 빠진게 언제 그 돈을 가져갈 새 있겠습니까?”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나영인 자기 저금통장의 돈을 가져가라고 했다던데…”    “옛말이면 듣기나 좋지요. 단위 사람들이 모두 나영을 잡아치우자고 이를 쁘득쁘득 갈고 있습니다. 나영이 그 돈 5만원 내놓고도 다른 문제도 많은 것 같습디다. 이제 야단 날 겁니다. 이 아파트도 좀 의심되는 모양입데다.”    아낙네는 웃층 복도에서 인기척이 나자 종호한테 허리 굽혀 인사하고는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갈수록 심산이었다.    종호는 성림과 나영의 전도가 근심돼칼로 에이는듯이 마음이 아파났다.    (세자리수 20여개도 암산으로 척척 계산하던 성림이, 성림인 얼마나 귀여운 앤가. 성림을 생사선에 놔둘 수 없어. 절대 그런 일은 없어.)    순간 청포도눈이 초롱초롱해 자기를 기다릴 성림이, 수술비용을 기다리며 경각을 다투는 나어린 성림이, 나어린 성림의 생명위기를 생각하자 종호는 땅이 꺼지게 한숨을 후- 내쉬었다.    (성림인 아빠 복이 없구나. 어쩜 저런 아빠를 만났어? 성림이 불쌍해)    그는 택시를 잡아타고 곧추 공안국 구류소로 달려갔다.     구류소는 시가지를 벗어나 망아산 기슭 소나무 숲 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는 철조망을 촘촘히 두른 토성을 바라보다가 구규소 대문으로 들어가 당직실에 가서 당직경찰한테 미리 준비해온 기자증을 내밀었다.     “저는 신문사 기자 리종호입니다. 여기 구속된 박철석을 취재하려고 왔습니다.”    그는 아무 관계없는 철석을 면회하려고 왔다면 철석이 거부할 거 같아 취재하러 왔다고 둘러댔다.    이윽고 구류소 책임자는 공안국 박동묵 국장한테 전화해 기자가 철석을 취재해도 되겠는가고 청시했다.    “철석을 취재해 뭐 한다오? 취재기자는 누구라오?”     “로기자 같은데 리종호라고 합디다.”    “아, 신문사 리사장이구만. 취재하라고 하오.”     종호는 재직기간에 박동묵 국장한테 자주 찾아 가서 숱한 중대형사사건 해명기를 취재해 써서 문에 내주었다. 하여 박동묵 국장의 치적과 승진에 많은 도움이 됐던 것이다.     박동묵 국장의 비준을 받고 종호는 무난히 구류소 소회의실에서 성림의 아빠라는 박철석을 만날 수 있었다.     박철석은 쇠고랑이를 찬 채 경찰한테 압송돼 머리를 푹 숙이고 소회의실에 들어섰다.    왜소하게 생긴 박철석은 머리가 작고 낯색마저 해바잔게 진짜 남자 같지 않았다.      철석의 작은 납짝코를 보는 순간 종호는 피뜩 우스운 생각마저 떠올랐다.     ( 코 작으면 남자 그것도 작다고 하지 않는가. 납짝코를 봐라. 쓸데 없는 말도 많이 듣겠구나.)    종호는 미신을 믿지 않았지만 관상에 그 사람의 절반이 보인다고 하는데야 별 수 없었다.     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남자구실을 제대로 못하는 주제에 아가씨를 놀러 마사지방에 다 갔어?)     종호는 아니꼬운 눈길로 피끗 철석을 쏘아보았다.    경찰은 철석을 보고 명했다.     “기자 묻는 말에 자기 죄행을 제대로 대답해. 알았는가?”     “예, 예.”     철석은 연신 허리를 꼽싹꼽싹했다.     경찰은 종호를 돌아보고 말했다.     “기자님, 제가 복도에서 경계하겠습니다. 저자가 제대로 말하지 않으면 저를 부르십시오. 혼빵 내주겠습니다.”     “네- 그럽시다.”    종호는 경찰이 나가자 철석한테 나란히 다가앉으며 나직이 물었다.    “여긴 어떻게 돼 들어오게 됐소?”    철석은 외까풀눈으로 종호를 흘겨보았다. 말하는 목소리도 여자 목소리처럼 목구멍에 기어들어갈듯이 낮은데다가 모기 우는 소리처럼 가늘게 앵앵거렸다. 확실히 지영의 말처럼 남성 표징이라곤 찾아보기 힘들었다.    (저래서 나영이 군스나를 쳐다보았을까?)    “밥 먹고 할 일도 없는 모양입꾸마. 창피하게 별 거 다 쥐재합꾸마. 흥!”    종호는 온 바하고는 철석의 더러운 바닥을 파 보고 싶었다. 아마 뭐나 꼬치꼬치 캐묻는 기자의 직업병도 좀 작용한 것 같았다.    “어째 경찰을 불러야 말하겠소?”    그제야 철석은 머리를 툭 떨어뜨리면서 목구멍으로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실토정했다.    “마사지방에서 아가씨와 오입하다가 붙잡혀 왔습구마.”    종호는 머리를 끄덕이더니 땅이 꺼지게 한숨을 후- 내쉬었다.    “나영이 보내서 왔는데. 이전에 나영이 당신 보고 심계국에 5만원 가져가라고 했다던데 가져 갔소?”    “못 가져갔습니다. 내 혼자 살면서 무슨 돈이 있어 가져가겠습니까?”    “아니, 5만원카드와 비밀번호를 알려줬다던데 그 돈은 어쨌소?”    “다 비벼먹고 없습니다.”    종호는 나영이네 옆집 녀인의 말이 진실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철석의 범죄에 대해선 이제 구류소 해당경찰과 아가씨를 찾아 알아 구체적으로 알아보는 것이 상책이라고 여기고 젤 관심사부터 말했다.    “성림이 불시에 심장병에 걸려 수술비용이 엄청 많이 수요되오. 얼마간이라도 대줄 수 있겠소?”    “흥! 내 무슨 돈이 있어 치료비를 대라오? 한국에 데려다 공부시키겠다더니. 흥! 바람둥이 간나새끼 가정과 애를 다 버리고 변강쇠하 구 바람나서 달아나더니. 다 콱 썩어져라구 해라.”     “저도 애비오? 사람이 어쩜 그런 말을 하오? 제 새끼 앓는데 치료비 일전한푼도 안 대고. 그게 뭐요? 저도 사람이오?”    철석은 종호를 흘끔 쳐다보았다.    “펀펀해 뛰놀던 애 무슨 급병에 걸렸다고 심장을 다 수술한다오? 그것도 수술비 그렇게 비싼 한국에 나가 수술한다오. 약물로 치료할게지. 쩍 하면 수술한다오? 난 성림이 심장을 수술하는 걸 반대하오."     종호는 이전에 악처가 쩍하면 수술하자던 일이 떠올랐다. 그래서 종호는 철석의 수술하지 말고 약물치료를 하자는데는 얼마간 동감이 가기도 했다. 그러나 수술비용이든 약값이든 치료비용은 마련해야 해야 했다.   그는 철석을 마주 보며 정중하게 말했다.    "여기서 나가게 해 주면 성림이 치료비용을 얼마간 대주겠소? ”   철석은 미덥지 않아 콧방귀를 흥 뀌었다.   “기자면 답둥? 와느르 법을 가지고 흥정합둥?  무슨 그리 대단해서 날 여기서 내간다고 그럽둥? 난 반년 로동개조로 판결받았는데.”     “글쎄. 구류소에서 나가게 되면 성림의 수술비용을 대줄 수 있지?”    종호가 너무나도 정색하는 바람에 철석은 고개를 들어 종호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 외까푼눈에는 아직도 미심한 표정이 남아 스스르 흘러 지나가고 있었다.    “내놓으면야 치료비를 얼마간 댑지. 성림은 내 새끼인데.”    철석은 종호한테 다가앉으면서 애원하면서 한술 더 떴다.     “날 한국에 보내줍소. 범죄경력이 딱 붙어 한국에 못 나가면 내 무슨 돈이 있어 성림이 수술비를 대주겠습둥?”     종호는 그때라고 물었다.     “그래, 이번에 마사지방에서 아가씨를 데리고 논 것 밖에 다른 죄는 없소?”     “없습구마.”     철석은 뒤를 달았다.     “그저 술을 마시구 시시껄렁한 주정을 한 것 밖에 없습구마.”    종호는 철석이 로동개조 반년 판결을 받은 것을 보면 그저 초범이 아닐 것 같은 직감이 들었다.    그러나 종호가 아무리 물어도 철석은 자기를 “류소에 내가달라”, “한국 수속을 하게 범죄경력을 지워달라.” 등등 비난사정을 할뿐 자기 죄행은 한마디도 하지 않을 잡도리었다.     종호는 억지로 고름 짜듯해선 안되겠다 싶어 화제를 바꿨다.     그는 가방에서 나영이 부탁한 리혼청구서를 꺼내 철석한테 내밀었다.      “나영이 리혼하겠답데. 동의되면 이걸 읽어보고 싸인하오.”      “뭐라고? 리혼?!”     철석은 외까풀눈이 째지게 데꾼해서 리혼청구서를 들여다보았다.     “개쌍년, 화냥년이 최국장과 눈이 맞아 한국에 달아나더니. 흥, 이젠 리혼하구 최국장과 살자고 이래?”    철석은 세길네길 펄쩍 뛰었다.     “돈 밖에 모르는 간나새끼, 더러운 바람둥이 간나새끼, 리혼하려고? 성림이 수술비용을 구실로 날 사기치자고 그러지? 내 모를 거 같애? 안댄다. 안대. 그 돈이 있으면 내 술이나 먹겠다.”    그는 의심에 찬 눈길로 종호를 쏘아보면서 따지고 들었다.     “당신 도대체 누구요?! 나영과 무슨 관계오?! 우리 부부간에 일어 초약에 감초처럼 싱겁게 삐치긴?"    "미안하오. 난 나영이 심부름을 할뿐이오." "씨, 어째 나영이 직접 와서 리혼하지 않는가?”    종호는 그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럼 좋소. 나영이 지금 이 구류소에 있소. 저네끼리 해결하오. 이젠 삐치지 않겠소.”     “뭐? 나영이 여기 있다고?”     “그렇소. 리혼청구서는 두고 가겠소. 리혼문제는 당사자끼리 해결하오.”     종호는 자리를 뜨기 전에 마지막으로 물었다.    “성림의 수술비용은 얼마간 댈 수 있지?”     “여기서 날 꺼내 한국에 보내주면 벌어서 얼마든지 대겠습니다. 지제 높은 분 같은데 부탁드립시다. 날 꺼내줍소. 그럼 친아버지처럼 모시겠습구마.”     철석은 갈라지면서도 쇠고랑이를 찬 두 손으로 종호 손을 꽉 붙잡고 비난사정했다.     종호는 당직실로 나가면서 땅이 꺼지게 한숨을 후- 내쉬었다.     (저런 것두 애비라고? 성림이 불쌍하구나. 애비, 에미 다 철창 속에 갇혔으니 나어린 성림은 어쩌는가? 철창 속의 저런 애비 에미를 믿다간 한지에 방아를 걸겠다. 성림의 치료비는 희망이 없구나.)     종호는 나어린 성림의 앞날을 생각할수록 막막해저도 몰래 눈 앞이 캄캄해났다. 속이 탄 한숨은 삼복지간에도 서립발치며 뿜겨져 나갔다. 
1    대하소설 황혼 제4권(64) 괴상한 집들이 김장혁 댓글:  조회:63  추천:0  2024-10-27
     대하소설 황혼 제4권            김장혁                 64. 괴상한 집들이     종호는 세입녀를 찾아가 마지막 아파트를 19만원에 팔기로 집판매계약을 맺고 예약금 5만원까지 받아넣고 민박을 찾아가면서 그 마지막집을 두고 깊은 추억에 잠겼다.     새도 둥지 있건만 종호는 결혼한지 석3년이 되도록 엉덩이를 들여놓을만한 집도 없어 피눈물나는 셋집살이를 했다. 그 셋집이라는 것도 주인 집 석탄창고에 대충 구들을 놓은 콧구멍만한  셋집이었다. 중천장도 누르지 않아 겨울에는 너무 추워서 아침에 일어나 쌀을 씻으려고 물독을 열어보면 물이 떵떵 얼군 했다. 하여 바가지로 살얼음을 깨고 물을 퍼 써야 했다.     무더운 여름에는 콧구멍만한 셋집에서 려향을 중간에 눕히고 세 식구가 총총 드러누우면 돌아눕기도 어려워 숨이 막혀 질색해 죽을 것만 같았다. 설상가상으로 소낙비 쏟아지는 날에는 셋집 천정에서 비물이 새 말이 아니었다. 하여 여기저기에 대야랑 바가지랑 사  발이랑 널어놓고 뚝뚝 떨어지는 비물을 받아내야만 했다.     류려평은 주인집에 가서 물초롱으로 물을 길어 들고 와서 물독에 부으면서 두덜거렸다.     “이런 집도 집이라고 살아? 본가집에 들어가 살기오.”    그러나 종호는 가시집에 얹혀 살기 싫어 완곡하게 거절했다.     “좀 참고 견디오. 이제 신문사 옆에 집을 지으면 한채 달라고 할 판이오.”      류려평은 코웃음치면서 종호 말을 곧이듣지도 않고 세집살이 고달프다고 두덜거렸다.      그때마다 종호는 둥지 없는 새 신세를 한탄하면서 국장 집 귀공주를 데려다 피눈물 나는 셋집살이를 시켜서 미안한 마음이 그지 없었다.      (엉덩이를 들여놓을 제 둥지도 없어가지고 장가를 들어 뭘 해? 괜히 남의 귀공주를 데려다 고생시키면서?)      그의 귀전에서는 류려평이 두덜거리던 소리 귀전을 아프게 때렸다.     “제 노릇도 못하는 나그네 그거 개를 떼서 줘라.”     종호는 이를 악물고 참으면서 자기 집을 마련할 기회만 기다렸다.     몇달이 지나지 않아 신문사에서 재정지원을 받아 단위 기자들의 아파트를 지었다.     어느 일요일 오후, 종호는 수박 하나 달랑 사 들고 윤광수 사장을 찾아갔다.      때마침 윤사장 부부가 집에서 텔레비를 보고 있었다.      종호가 윤사장네 층집에 처음 들어가보니 비록 부사급 신문사 사장인데도 윤사장네는 한 40평방미터도 되나마나한 자그마한 낡은 층집에서 살고 있었다.     속으로 종호는 윤사장은 경제시대 지도자와는 달리 청렴한 분이구나 하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      종호는 윤사장을 보고 단도직입으로 아파트 한채를 달라고 비난사정했다.     “지금 제가 사는 셋집은 교외에 자리잡고 있어 눈이 오는 날이면 제때에 출근하기도 어렵습니다. 교외는 눈을 제때에 치지 않아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제때에 취재하러 가지 못할 때도 많았습니다. 지금 사는 세집은 겨울에는 추워 물독이 떵떵 얼고 여름에는 비 새서 살기도 힘듭니다.”      윤사장은 머리를 끄덕이었다.      그런데 윤사장의 안해는 종호가 가져간 수박을 칼로 쪼개서 차탁에 올려놓으며 앞쇄기질했다.      “그럼 시내에 셋집을 잡아야겠구만.”     종호는 억이 막혀 입을 함박만큼 벌렸다. 이윽고 그는 간신히 무거운 입을 뗐다.     “시내에 어디 셋집을 얻기도 쉽습니까? 단위에서 지은 아파트 한채를 주십시오. 그럼 제가 제때에 취재하겠는데 말입니다. 저는 제 집이 있으면 윤사장님을 모시고 기자사업을 잘해 보고 싶습니다.”     윤사장은 한참 궁리하다가 한마디 물었다.     “종호 우리 신문사에 들어온지 몇해던가?”     “올해까지 3년 됩니다.”     윤광수 사장은 머리를 끄덕였다.     “종호는 참 전도 있는 기자라고 생각하오. 보도기사도 참 사회문제성기사를 많이 쓰더구만.  단위에서 공령, 사령(社龄), 사업성과로 점수제를 해서 아파트를 분배할 예산이오. 이제 단위 지도부에서 토론할 때 종호문제를 잘 토론해보지. 내 생각에 종호는 사회부 주임하기에 적절한 인사라고 생각하오. 좋은 소식을 기다리오.”    종호는 그 말에 절이라도 하고 싶었다.    그는 무릎을 꿇고 앉으면서 허리 굽혔다.     “아파트를 주면 저는 윤사장님의 은혜를 잊지 않고 사업을 더욱 잘해 보답하겠습니다.”    윤광수 사장의 안해가 또 코웃음쳤다.    “쳇, 우린 사장인데도 요만한 집에서 사는데. 이제 온지 3년 밖에 안되는 일반기자가 어떻게 46평방짜리 아파트를 타겠소? 어디 그리 쉬울 거 같소?”    (무슨 뜻일까?)    수박 하나 달랑 들고 와서 아파트를 타겠다고 그러는가는 말 같게도 들렸다.     그러나 이변이 생겼다.     종호는 숱한 중대한 뉴스, 문제보도기사를 써서 숱한 전국, 지역급 뉴스상을 탄데다가 항일투쟁사 책까지 냈다. 게다가 윤광수 사장과 김사장이 극구 주장해 종호를 신문사 사회부 주임으로 긴급임명했다. 아마 종호의 사업실적도 있었지만  기어이 종호한테 집을 주려고 주임 점수도 올려주려는 지도부의 의도도 있은 것 같았다.      좌우간 윤광수 사장과 김부사장의 덕을 입어 종호는 뛰어난 사업성과 점수에 주임 점수까지 추가하여 종합점수가 누구보다 높았다. 그런 연고로 종호는 자기보다 공령과 사령(社龄)이 훨씬 긴 기자들을 제치고 46평짜리 아파트를 반값에 타게 됐다.     그때 청렴한 윤광수 사장도 40평방메터가 되나마나 한 아파트에서 살았다. 종호는 윤광수 사장의 관심에 마음 속으로부터 고마웠다.     그 아파트는 무료로 주는 것도 아니고 반값은 단위에서 대고 반값은 기자 개인이 부담해야 했다. 그런데 갓 주임으로 임명된 종호가 새 아파트를 탄 일은 특급뉴스로 돼 물의를 일으켰다.     일부 공령이 긴 기자들은 신문사에 온지 3년 밖에 안되는 종호를 주임으로 임명한데다가 새 아파트까지 줬다고 사장실에 가서 떠들어댔다.     어떤 기자들은 뒤에서 종호는 국장 가시아버지 사장들과 뒤문거래한 덕분에 입사한지 3년 밖에 안돼 헬기를 타고 주임으로 제발됐다,  총편급이 탈 새 아파트를 가졌다고 떠들어댔다.      그때 윤광수 사장은 묵은 그루터기에 이밥을 먹으려는 그런 기자들을 손가락질하면서 명확히 말했다.     “종호는 저네와는 달리 뛰어난 사업성과를 따냈소. 때문에 당당하게 새 아파트를 탈 자격이 있소. 동무네 종호만큼 해놓은 일이 뭐 있소? 종호는 나이는 어리지만 사회문제성 보도를 했소. 그는 기자로서 여론감독을 젤 잘한 젊은 주임기자란 말이오. 저네처럼 젤 헐한 회의보도나 슬슬 쓰면서 자리만 오래 지키면 되오? 그렇게 해선 10년 있어도 아파트를 탈 거 같소? 꿈도 꾸지 마오. 작작 떠들고 돌아가서 사업이나 잘하오.”     그제야 뒤공론은 잠잠해졌다.     종호는 그때 때마침 항일투쟁사 책을 낸 원고료 11,000원이 있어 가시집에 손을 내밀지 않고서도 시가의 절반 밖에 안되는 새 아파트를 살 수 있게 됐다.     종호는 그때 그 집 일만 생각하면 돌아가신 윤광수 사장님이 그리워 저도 몰래 콧마루가 시큼해났다. 동시에 그때 윤광수 사장네 사모님을 얻어먹자고 그러는가고 오해한 것이 못내 후회됐다.     종호는 추억의 돛배를 타고 30여넌 전에 그 집을 애나게 다 꾸려놓고 류려평을 데리고 괴상한 집들이를 하던 일도 피뜩 떠올랐다. 그때 일을 생각하며 종호는 씨무룩이 웃었다.     류려평은 종호가 새 집에 가서 집들이 의식을 하자고 하자 퉁사발눈이 데꾼해졌다.     “아니, 가구도 하나 갖추지 못하고?”     류려평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침대도 없이 불시에 어떻게 집들이한다고 그래오? 이사짐을 하나도 옮겨오지도 못하잖았소? 제 정신 있는 거 같잖다. 흥!”     “글쎄. 이제 로임을 타면 하나하나 갖춰놓고 오늘은 그저 집에 드는 의식을 하면 되오.”     “딱 오늘 해야 되오?”     “그래. 신을 셋이나 업은 신선할아버지한테 가서 오늘 날을 받았다니까.”     종호는 류려평을 데리고 시장에 가서 삶은 옥수수 여섯 이삭에 삶은 돼지고기 두근을 사가지고 새 아파트에 갔다.     종호는 집에 들어가 어정쩡해 서 있는 류려평의 손목을 잡아 끌고 들어가 집 안을 한고패 휘 돌아보았다.     뒤이어 종호는 침실에 들어가 유리창문 카텐을 쭉 쳐놓고 류려평을 와락 끌어안았다.     “싯허연 대낮에 왜 이래?”     류려평은 와뜰 놀라 두 손으로 종호 팔을 뿌리쳤다.     종호는 류려평을 더욱 으스러지게 끌어안고 뜨거운 입술로 그녀의 두툼한 입술을 찾아 헤맸다.     “려평이, 우리 이 집에서 아들 하나 더 낳고 행복하게 살기오.”     “왜 이래? 오늘 아들애를 만들자는 건 아니겠지?”     “날을 받은 오늘 만들면야 대박이지. ㅎㅎㅎ.”     종호는 려평의 뒤로 달려들어 보라색 치마를 훌 쳐들었다. 우유빛 하얀 반달이 훌러덩 드러났다. 종호는 성난 막대기를 짚고 그 하얀 반달 속으로 급급히 마구 달려들어갔다.     류려평은 허벅다리를 배배 꼬면서 아우성쳤다.     “아이고, 이런 집들이도 다 있어? 당신 참 괴상한 이벤트를 다 해. 아이유, 흑흑, 흑흑.”     뒤이어 자그마한 새 아파트에서는 거친 숨소리와 류려평의 아우성소리, 흐느낌소리, 신음소리 걸걸하게 반죽돼 마구 울려퍼졌다.     한참 후 그들 둘은 화장실에 들어가 대충 하신을 씻고 나왔다.     종호는 신문종이를 주방 부엌에 펴더니 삶은 돼지고기와 강냉이를 비닐주머니에서 꺼내놓았다.     “자, 이 새 집에서 첫 때를 먹기오.”     뒤이어 그들은 돼지고기에 강냉이나 먹으면서 웃고 떠들었다…     종호는 추억에서 깨나면서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 그게 어제 일 같은데. 이젠 그 집에서 모든 게 끝났구나. 이젠 옛말도 많고 말썽도 많았던 그 놈 집을 팔아버랴야지. 헛되히 흘려버린 청춘과 정열의 흔적을 마라끔히 지워버려야지. )     하나 밖에 없는 둥지를 털어 성림을 구할 생각을 하자 종호의 마음은 더 없이 홀가분해졌다. 그의 걸음걸이도 한결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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