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유도원 (외 2수)
▢박문희
아는 듯싶어 으시대는데
알고 보니 모르는 중
깨어있는 듯싶어 방심인데
깨고 보니 통잠중이라
순간 삶일진대
어이 완벽하게 살아낼꼬
바닥 드러낸 봇도랑
가치의 고민, 그 미련과 환상
돌각담 옆구리에 늘어진 배꼽
휘파람 한 마디 고파라
그 고픔 식욕으로 바꾸어
하늘을 뚝딱 베어마신다
머리맡에 구겨져 있었나?
땡볕가린 가랑잎에 되살아난 시간
잘려나간 비너스 팔 베고 누워
먹은 하늘 새김질 하네
비상의 방정식
조약돌에 날개 피워낼 적 겨드랑이 통증에 호흡이 마비됐지만 그럼에도 보리싹눈 틔워 몰고 다니며 더는 들을 일 없는 노래가락 접어 책장에 끼우고 늦가을 빨간 수면에 저녁놀 주어 담는 여유 즐겼다고
다리 밑은 헛디디기 좋은 낭떠러지 되돌아서기엔 늦었지만 내리 꼰짐이 시작되자 놀랍게 풍화된 광경의 짭짤함에 주야장천 흥분했다고 거친 하강 와중에도 옆집 탈출한 슬픔과 비애 눈에 새겨 넣느라 땀동이 쏟았다고
저 길녘 사시나무 이파리들 소동 벌리며 요란 떨자 온 동네가 술렁 구멍 뚫린 간밤 밑바닥 치며 한없이 추락하던 찰나 근사한 길몽 무수히 꾸었어도 새벽 몽둥이 한방에 놀라 깨니 이상야릇한 망각의 풀피리소리밖에 남은 게 없더라고
하지만 섬뜩한 전율과 동시에 조약돌 가라앉기에 반기 들며 느닷없이 위로 솟구치기 시작했다고 물과 바람 넘어 육신과 혼백 넘어 보풀 인 해와 달 숨소리 넘어 돌밭 꿈 통절한 감탄부 넘어 마침내 겨드랑이에 파릇파릇 날개 피워내더라고
땅거미 질 무렵
기울어진 호수위를
저문 바람이 미끄러진다
천지신명이 덩치를 드러내면서
드살 센 바위에 이끼를 재우고 있다
동네 들머리에서 바라보니
장승들 어깨 겯고 늘어선 공간
절름거리는 다리로 애수의 기슭 떠나며
서까래 아래 기억 꺼내 달군다
짓푸른 상념 아물아물 먼 길 삼키고
놓친 무지개 아쉬워 하늘도 목메어 흐느끼는데
뜨거운 피돌기로 하루 사냥 거두며
잠기 가신 세월잔등 두드려준다
시간의 은사슬 치렁대는 그리움
반쯤 빼앗긴 생의 계절마다 옷 갈아입고
쓰르라미 우는 소리 작두 여물 써는 소리
한데 비벼 거나히 말아 피운다
《詩夢文學》 2024년 통권 제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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