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곰이 말하는 지구 대 홍수
북극이 흘린 눈물로 세계 곳곳이 침수될 위기에 처해 있다.
녹아가는 빙하를 참담한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북극곰.
그들이 바라보는 지구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
어느 날 TV를 보면서 눈에 들어온 안타까운 영상에 북극곰님에게 대화를 청하고 싶어졌다. 녹아 내려가는 빙하 덩어리 위에서 발을 옮길 빙하를 찾기 위해 어찌할 바를 모르고 당황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대화를 청하자 밝은 느낌이 든다. 아마도 모든 존재는 원래 맑고 밝고 따뜻한 존재가 아닐까?
[난민이 된 북극 곰]
> 이렇게 대화를 청하게 되어 너무나 기쁩니다.‘북극의 눈물’이라는 다큐멘터리에서 어미 곰이 새끼 곰들과 장난을 치는 모습을 보면서 동물들도 인간처럼 본능을 넘어선 감정을 교류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동물도 감정을 느끼는지요?
그러한 질문을 한다는 게 참 이상합니다. 살아 있는 생명체가 감정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더더욱 이상합니다. 저희들 또한 감정을 느낍니다. 진화의 정도에 따라 감정의 다양성에 차이가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인간이 지구상에서 가장 진화한 동물이기 때문에 가장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 아, 네.‘북극의 눈물’이라는 다큐멘터리에서 인상적인 내용 중에 하나는 사냥꾼들이 사냥을 하는 이유가 자신의 식량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사냥개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식사는 항상 사냥개를 먼저 주는 것이 관례라는 말도요.
예, 그렇습니다. 그만큼 자연과 가까이 생활하는 인간들의 경우는 동물을, 자연을 한 가족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운명공동체입니다. 사냥개가 없이는 사냥을 할 수 없고, 그렇다면 생계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필요에 의한 관계이지만, 믿음과 사랑이 뒷받침되어 있지 않다면 어려운 관계입니다.
> 과거와 비교하여 북극의 얼음의 양이 많이 줄었다는 이야기는 대중매체를 통해 전해 듣고 있습니다. 미안하지만 제가 있는 이곳과 북극은 너무 멀어 실상이 어떤지 감이 잘 오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실제 당신이 겪고 있는 현실을 알고 싶습니다. 가장 힘든 것이 무엇입니까?
우리들 스스로 먹이를 찾는 경로가 있었는데 지금 그 길이 부지불식간에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얼음이 엄청나게 빨리 녹고 있어서 얼음 사이를 이동하다가 물에 빠져 익사하거나 굶어 죽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배고픔에 인간들의 서식지까지 다가가서 음식 쓰레기를 뒤지다가 죽임을 당하거나 때로는 동족인 어린 북극곰을 잡아먹기도 합니다. 목숨을 이어가기 위해…. 배고픔에 못 이겨서요.
아주 처참한 현실이죠.
> 북극곰들은 무리 지어 다니지 않고 홀로 다닌다고 하는데, 특정 북극곰에게 일어난 비극적인 상황을 어떻게 알고 있는지요?
우리는 서로에게 정보를 보내고 받을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러한 능력은 사실 저희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갖고 있는 능력입니다. 동족이 경험하는 상황과 정보를 서로 공유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어려운 상황에 처하고 고통 받는 상황을 마음 아파합니다. 동족들의 상황을 알고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현실이 우리를 더더욱 슬프게 합니다. 인간은 저희에게 너무나 고통스러운 상황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최소한의 생활조차도 어려운 자연 여건을 만들어 놓은 거죠.
북극곰은 생존에 필요한 먹이 사냥과 번식 등 대부분의 활동을 얼음 위에서 한다. 북극곰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한해 평균 45마리의 바다표범을 먹이로 구해야 한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사라지면서 바다표범이 얼음 위로 올라올 수 없게 되어 많은 북극곰이 먹이를 구하지 못해 굶어 죽고 있다. 또한 어린 북극곰도 어미의 젖이 줄어들어 굶어 죽고 있다.
> 북극의 온도가 상승하면서 지금이라도 어떻게 하면 지구 온난화를 막을 수 있을까 하는 움직임이 있는 반면, 한편에서는 북극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지자 북극항로의 개설 논의, 북극 자원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인간의 욕심이 끝이 없다는 데 놀랄 따름입니다. 그리고 코앞의 이익만을 좇는 사고방식에 또한 놀랄 뿐입니다. 그런데 그 연유를 생각해 보면 지구를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언제든지 어떤 방식으로든지 바꿀 수 있다고 여기는 데에서 시작되는 듯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 자신만의 편안함을 위하여 지구를 난도질 해놓고 있는 것이지요.
북극에 대한 개발 계획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지구가 병들어 가고 있으며, 그로 인한 피해가 인간에게 돌아올 것이 너무나 자명한데, 그런 와중에도 돈을 좇고 편의를 좇고 있다는 것이 참 이상할 따름입니다. 아마도 무지에서 비롯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진실을 외면하는 데서도 나타납니다.
[ 물에 잠기는 지구 ]
>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아마도 인간들이 현실을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재 북극곰들이 느끼는 생존의 위기는 어느 정도인지요?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인간이 물이 든 커다란 통 안에 들어가 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인간과 통 안의 물은 통의 90%를 차지합니다. 그리고 뚜껑을 닫습니다. 공기가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인 거죠. 그러면 어떨까요? 통 속에 10%의 공간에 남아 있는 공기로만 숨을 쉴 수가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 공기가 없어지면 더 이상 주입되는 공기는 없을 겁니다. 지구의 현재 상태가 그러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인간들은 그렇게 심각한 상황인지 모르고 있습니다. 더욱 큰 문제인 것은 그러한 정보에 노출되더라도 관심을 갖지 않고,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괜찮을 거야’ 하는 안이함과 불감증입니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이 아니면 내 자식들의 세대에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왜 모를까요?
> 물개, 물고기, 새 등 북극의 다른 동물들과도 이렇게 위협을 느끼고 있나요?
모두가 동일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두려워하고 무서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다가올 미래에 대해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인간이 변하지 않는 한 현 상태는 가속화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 그럼 북극의 동물들은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요?
우리 모두는 인간들이 변하지 않는다면 다가오는 그대로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입장입니다. 그것이 우리의 운명이죠. 그러나 앞으로 빙하가 사라짐으로 인한 영향은 그 누구보다 인간이 가장 많이 받을 것이란 걸 아셔야 합니다.
[ 결자해지 ]
> 현재 투발루뿐 아니라 몰디브, 키리바시 공화국 등 섬나라는 이번 세기 안에 사라질 수도 있다고 예상합니다. 이들 나라뿐 아니라 해수면 가까이 있는 도시나 국가들도 앞으로의 기후 변화에 위험하지는 않은지요?
지금은 그 모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지구의 어디든지 천재지변으로 인한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곳은 없습니다. 이러한 상태로 계속 간다면 그 어떤 곳도요. 지구가 물에 잠기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면 반대로 혹독한 가뭄에 시달리는 곳도 늘어날 것입니다. 지금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인데 지구에서 인간만이 모르고 있습니다. 결자해지라고 했던가요?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이는 인간뿐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어떻게든 알리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2010년 8월 그린란드 최북단에 위치한 피터만 빙하에서 이 빙하의 전체 크기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표면적 260㎢, 높이 200m의 얼음 덩어리가 떨어져 분리되었다고 한다. 이는 48년 만에 발생한 최대 규모이며 서울시 면적의 약 40%에 달하는 거대한 크기이다.
> 그런 심각성을 알고 적극적으로 영상을 통해 알리려는 노력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몇 년 전 북극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이례적인 관심을 받았고, 다음 해에는 영화로도 만들어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았고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영상을 볼 때만 감동을 받고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인식 변화가 직접적으로 지구의 환경을 변화시키는 데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가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지구가 신비한 이유를 하나 알려 드리겠습니다. 지구는 하나의 커다란 생명체로서 모두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마치 인간의 몸처럼 말이지요. 지구의 한쪽 편에서 누군가가 한 컵의 물을 아낀다면 그 만큼의 물을 지구 반대편에서 유용하게 쓸 수가 있습니다. 당신의 말처럼 감동을 받고 경각심을 되새기는 것으로 끝나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무리 작아도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 작은 실천, 정말 중요하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