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간다는 게 (외 4수)
□ 김현순
씨앗 쪼아먹는 병아리 주둥이에
해살이 꼬불딱이는 걸
바람은 보았다
꽃잎 들어올리는, 손목 끊어진 마디에서
낮과 밤 손잡고 걸어나오며
반지 굴리는 소리가
우주 흔들어 깨움을
점 찍어둔다
보라빛 회한의 하늘 아래
갠지스강 순례자의 다비하는 모습이
극락에로의 귀의(归依)…
그 환영의 숨소리가 다시
물 되여 기슭 적셔줌을 전률하면서
나무관세음, 똑도궁…
념불의 메아리로
나팔꽃 미소 웃어주었다
이제 또 만날 수 있을가, 안개의 미로
첫사랑 섬섬옥수같이
보드라운 시작이
사막의 배꼽에 바다물 쏟아부을 때
인생이란 무엇인가 낱말 속에
티끌의 이미지 새겨넣는다
지구라는 행각승 패션 앞에서
환승역의 아픔을
떨며 보듬어본다.
심전도
사막의 틈서리에 쪽빛 스크랩하여
바다의 목소리 흉내 낸다
잊었다고 말해도
란투극의 력사는
파도의 눈물 보듬는다
모나미 볼펜 글 토해내는 소리가
화페 인출기에 카드 꽂을 때
그땐 벌써
아주 오래전에 답해주었노라고
초침의 입덧으로
별빛 허리 감싸주시겠지
회한의 레코드판에
멜로디의 흐느낌, 년륜 그려가는 것은
비인 공간 깨우기 위함이라는
슬로건 계시록이
정오의 하늘 내리비추기 때문일 거다.
막창의 등불
기다림의 그림자가 창 닦는 소리
이슬 빚는 안개의 손, 젖어있다는
사실 앞에서
명상의 떨림…
다가서는 메모의 깃털
젊은 날의
그 숨결이
존재의 리유를 묻다
짭조름한 일기(日气)의 언덕 우
사랑새 입덧하는 요정의 숲향기가
파도의 흔적 따라
사막에 시동 걸 때
기억의 시간
사로잡히고
우주의 눈, 언제나 꺼져있는
그리움의 생채기에 별 되여 빛난다.
조롱박의 비밀
우주의 철거작업에 불이 달렸다
비 내리는 저녁 어스름이
피아노 건반 우를 건너뛴다는 놀라움이
하늘 짚고 일어선다
꽁보리밥은 기억의 시렁 우에 매달아두고
누굴 주려나, 소복소복
눈이 내린다
보은의 날개는 파도입니다…
라는, 기와장 번지는 소리가
잎 찢긴 향(响)으로 들을 덮는다
계단 밟는 바람소리가
구름의 안녕으로
세기의 창 열어가는 시점에서
마사지의 멜로디는
허무의 들 가려 덮는 무상의
파노라마에 입 맞추며
댄스의 무게를 심어 가꾼다.
봉봉…
이름의 숲에서 옷 벗는 그림자
라고나 할가
해살의 발레 안고
안개속 거닌다고 빛을 쏘아라
사막의 넌출에 매달린
짭조름한 바다, 그 오렌지 날개 밑에서
이슬 으깨지는 반역도
어둠 밟고 지난다는 가상 앞에서
금빛 우주 매달아두는
손 맵시로
사과배 따는 처녀의 가슴
스크랩해둘 것이다
오리지널 하늘언덕에 가을 한 접시
풀어놓을 때…
계단 넘는 음색의 투명함엔
타임머신 찌르는 꿀벌의 날카로운 키스도
꽃잎의 미소로
별 되여 흐를 것이오니
바람의 배꼽에 씨앗 한알 심어
가꾼다는 것은
천 하루날 밤 문전에 쏘아올린
그리움의 락서일지도
모를 일이다
초침의 날개엔 무지개의 부름이
결코 보이지 않으리.
연변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