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문학 2호 안민상」 시부문 심사평(評)|문학상 소개
▲ 동포문학 2호 안민상 시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정성수 시인/전주대학교 겸임교수
[서울=동북아신문]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 온 작품은 마포 송미자의 ‘여행자(연작시)’, 안동 김승종의 ‘비술나무타살사건, 그리고…’, 천진 전하연의 ‘낯선 둥지’, 녕안 최화길의 ‘사랑의 다른 반쪽’, ‘나의 동반자’ 대림 문예화의 ‘행복’, ‘석별’ 부산 변창렬의 ‘56세’, ‘빨랫줄’, ‘가을’ 훈춘 김영능의 ‘소망’ ‘백두천지’ 등 7명의 12편이었다. 특별상과 신인상을 제외한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을 가려낸다는 것은 심사하는 사람으로서도 고충이 컸다. 시의 효용을 작품성에 두느냐 독자성에 두느냐에 따라 평가가 다르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작품성과 독자성을 다 갖춘 작품이라면 더 할 나위 없겠지만 이런 요구는 무리라고 생각하며 상종(賞種)을 정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아래와 같이 선(選)했다.
대상(1명)에는 훈춘 김영능, 최우수상(2명)에는 마포 송미자/안동 김승종, 우수상(2명)에는 천진 전하연/녕안 최화길, 그 외 특별상(1명)에는 부산 변창렬, 신인상(1명)에는 대림 문예화 등이다
대상으로 선정한 작품은 훈춘 김영능의 ‘소망’, ‘백두천지’ 2편이었다. 이 두 작품에는 분단의 아픔이 있다. ‘소망’의 4․5․6연 “한뿌리/한탯줄/한계레/한마당 모여//백두령/천지물/한라봉/백록수//큰잔/하얀술 건배/위하여”나 ‘장쾌한 그날’의 “그대로/저기/우뚝 솟은/바우를 본받아/선 자리에 굳어/천년만년/그대 곁에/깨고 싶지 않고나”에서 작가는 통일의 염원을 노래하고 있다. 이는 ‘동포문학’의 문학적 캐치 프레이즈이자 재한 동포문인들의 바람을 시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최우수상인 마포 송미자의 ‘여행자’는 인생길 내지는 살아가는 일을 여행자에 비유한 연작시다. 삶의 체험을 엮어나간 점이 좋았다. ‘여행자1’에서 “어서 떠나자/일찍 갔다가 일찍 돌아오자/떠나는 곳도 거기뿐/돌아올 곳도 여기뿐” ‘여행자2’에서 “누구의 기억에는 흔적조차 없을/나의 습관 된 기-인 여행은/허구한 날같이 맨날 허구프다”라고 삶의 힘듦과 고뇌를 말하고 있었다. 안동 김승종의 수상작 은 ‘최후의 한 넋’과 ‘비술나무타살사건, 그리고…’였다. 이 중 ‘비술나무타살사건, 그리고…’는 주제가 상당히 무겁다. 호흡과 호흡 사이가 너무 가벼워도 문제지만 너무 무거워도 질식할 염려가 있다. 1연 “~하다가 달려오고” 3회 반복이나, 4연 “애처러이” 또는 5연 “애달피” 6연 “새하야니” 등 반복적 시어 사용에도 유의해야 시적 구성에 도움이 될 것이다.
우수상으로 선정한 작품은 녕안 최화길 ‘사랑의 다른 반쪽’, ‘나의 동반자’와 천진 전하연 ‘낯선 둥지’, ‘석별’이다. ‘사랑의 다른 반쪽’과 ‘나의 동반자’는 연시(戀詩)형태를 빌린 남과 북의 애증을 시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통일의 염원을 은유화 했음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낯선 둥지’ 1연 8․9행 “고향 떠나 우리들은 왜 그리도 먼 둥지로 옮겨가 살고 있는 걸까/간도로, 만주로, 연해주로…”는 타향살이의 고단함과 객지로 떠도는 자의 슬픔이 묻어난다. 아쉬운 점은 호흡이 길다는 점과 문장부호도 정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말줄임표는 ‘……’이다. ‘석별’은 헤어짐의 아픔과 그대 떠난 빈자리를 바라보는 화자의 절절한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여기도 호흡이 너무 길다는 것이 문제점이었다. 만물은 숨을 쉬지 않으면 죽고 만다.
그 외 특별상에는 부산 변창렬 ‘56세’, ‘빨랫줄’, ‘가을’과 신인상에는 대림 문예화 ‘행복’이 차지했다. 나이 ‘56세’는 하루 중 ‘오후 다섯 시 육십분 쯤’에 비유한 시다. 그 시간은 어둠이 오고 세상은 밤 속으로 침잠하는 때이며 ‘가을’ 역시 인생 황혼쯤이다. 농익은 ‘56세’와 그 외 2편을 특별상으로 선했다. 특히 변창렬은 부단한 시작 활동이 돋보이고 일상적인 시적 표현을 벗어나 낯설기․가지치기를 통한 새로운 시의 방향을 탐구하는 태도를 높이 샀음을 밝힌다.
문예화는 ‘행복’ 2연 1행에서 “-전략- 행복을 느낄 때 행복인가 봅니다. -후략-”라고 삶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행복하다 불행하다’는 차이는 바로 글자 한 자 차이다. 시의 사명 중의 하나가 따뜻한 시선으로 독자들을 품어 안는 것이다. 긍정적 사고가 돋보인다. 경계해야 할 것은 이런 류의 ‘행복’에 관한 시가 많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상투적인 시적 구조를 배제해야 할 것이다. 신인이라는 명패를 받은 후에는 끊임없는 조탁을 통해서 시작(詩作)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기를 주문한다. 무릇 시인은 시를 쓸 때만 시인이다. 시인으로서의 출발을 진심으로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