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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현성에 출장나왔다. 조선족이 모여사는 동네답게 거리가 깨끗했고 넓적글자들속에 다문다문 조선어간판이 보여 기분 좋았다.
공식적인 저녁식사를 마치고 한쉼 쉬고나서 우리는 공석에서는 하기 어려운 얘기도 나눌겸 술 한잔 더 걸치고싶은 마음에 꼬치구이집 나들이를 했다.
웬걸, 꼬치구이가 이렇게도 크단 말인가? 큰 꼬치구이를 본적 없는건 아니지만 이건 완전 대짜가 아닌가…
술에 취하고 꼬치에 취하고 사람에 취해 거리에 나서니 둥근달이 가로등목에 비스듬히 걸려있다. 중국말에 “십오야 밝은 달이 십륙일에 둥글어”라고 한다. 금방 보름이 지난 시점이여서인가, 달이 크기도 하지만 또 밝기도 하다.
“어, 여기는 벌써 가로등이 다 꺼졌네.” 누군가 한마디 한다. 그 말에 다시 쳐다보니 진짜, 가로등들이 한결같이 눈을 감고있다. 이 현성 유일의 번화가라는데, 대낮에는 그래도 오르내리는 차들이 꽤나 보이던데, 저녁 10시인 이 시각에 활보하는 사람이란 반바지차림의 우리뿐이다. 그리고 어느새 가로등이 꺼진것이다.
현지인이 한마디 보탠다.
“여기서는 10시면 가로등을 끈다네…” 가로등은 꺼졌지만 달이 밝아서 좋다. 달이 밝아서 좋기도 하지만 꼬치구이도 별미였다. 게다가 인품도 넉넉하지, 넓적 글자들속에 우리 글자들도 보여서 좋다. 나 같은 사람이 살기에는 이곳 같은 현성이 안성맞춤인것 같다. 다시 달을 쳐다본다. 가로등에 낮게 걸린 달이 씨익 웃어준다.
연변일보 2014-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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