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리허설이 끝났다.하늘이 당금이라도 얼어터질듯이 새파란 얼굴을 하고있다. 바람이 빌딩 사이사이를 전전하며 흑흑 느낀다. 그러다가 오랜 리별끝에 친지라도 만난듯 저 못생기고 벌거벗은 나무들을 끌어안고 몸부림을 친다. 아니, 그냥 바람의 차거운 정열에 나무가 몸부림을 하는거다.
바람은 왜 나무를 몸부림치게 하는걸가, 아니면 바람의 몸부림에 나무가 몸짓해주는걸가? 추워보이는 저 지붕들이 서로 끌어안으면 어떻게 될가? 따뜻해질가? 아니, 집이 무너지는것이 정상이지.
손끝이 시려온다.나는 따끈한 커피 한잔을 탔다. 그리고 컴을 켰다. 메신저가 부팅한다. 누가 온라인이나? 리스트를 쭉 훑었다. 토요일임에도 나처럼 컴에 붙어있는 사람이 꽤나 있었다. 날씨가 추워 모두들 집에만 붙어있나? 아님 모두들 컴에 붙어서 온기를 취하고있는걸가?
올리훑고 내리훑어도 심심풀이로 집적거려볼 사람이 별로 없다. 모두 친하지만 별로 친하지 않는 사람들이기때문이다.
전번에 가입하고 여직 들여다보지 못한 카페에 들어갔다. 썰렁하게나마 가입인사 한마디 하고 이리저리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한산한 카페다. 철학도 있고 문학도 있고 뭐 또 심리학도 있다. 아마 그래서 한산한것 같다. 격이 너무 높으니까.
뒤적거리다가 우화 한편을 보았다. “고슴도치” 라는 우화였다.추위에 떨던 고슴도치들이 조금이라도 따뜻해지기 위해 바싹 다가붙었다가 서로의 가시에 찔렸다는것, 그러다가 나중에 적정거리를 발견했다는 이야기이다. 인터넷에서 쉽게 볼수 있는 그러루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고맙게도 올린 이는 우화에 관한 생각까지도 적었다. 서로 찔리지 않으면서도 따뜻함을 유지할수 있는 적정간격이 정중함과 례의라고 했다. 그리고 내적 따뜻함을 지니고있는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에게 고통과 괴로움을 주지 않기 위해, 혹은 다른 사람에게서 고통과 괴로움을 받지 않기 위해 멀리 떨어져있기를 좋아한다는것이다.
과연 인간은 고슴도치인가부다.인간은 서로서로를 필요로 한다. 따뜻한 정을 바라는 욕망, 그것은 현대의 인간에게 지금까지 퇴화되지 않고 마지막 남은 원초적 생리인것 같다. 그러니 적정거리에 있는 인간들은 영원히 결핍감을 느낄것이다. 도시인들의 수양과 례의, 그리고 그에 걸맞는 직업적인 혹은 도덕적인 미소가 적정거리를 유지한 고슴도치들이 취할수 있는 그런 따뜻함이라면 과거 시골사람들의 싸울 때는 과격한 몸싸움까지 하다가도 정 줄 때면 활활 타오르는 화로불 같던 “지나친 친절함” 이 서로 찔리고 아파하는 그것이리라.
“달깍” 하고 카페에서 나와버렸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이 추운 겨울이면 차겁게 언 내 손을 홀홀 불어주며 동에 닿지도 않는 내 말을 듣고도 히히호호 하고 같이 웃어줄수 있는 사람이 곁에 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할일 없이 얼어붙은 저 송화강우를 함께 걸으며 희희락락 할수 있는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너 이거 틀렸어” 하고 스스럼없이 말해줄수 있는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언제부터인가 내 곁에는 적정거리에 서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져버렸다. 죄다 정중함과 례의를 지키는 고슴도치들뿐이다. 그래서인가? 나는 언제나 춥다. 겨울뿐아니라 여름에도 춥다. 옷을 얼마나 많이 껴입었는지 비대한 펭긴같이 보이는데도 춥다. 흐흐, 그럼 나는 내면이 많이 따뜻한 사람이였던가?
아마도 내가 깍듯한 미소를 지으며 그네들에게서 한발자국씩 멀어졌던것이리라. 그래서 항상 추운것이리라. 마음의 에너지가 사그라졌기에.
내 가시로 찔러도 피해 가지 않을 그런 사람이 그리워진다. 사무치게.
추워보이는 창밖에서 나무는 아직도 몸부림을 하고있다. 조금은 처절해보이기도 하지만 어쩜 나무는 그것을 즐기고있는지도 모른다. 바람이 없다면 나무는, 저 움직이지 못하는 나무는 그냥 꼿꼿이 서있을수밖에 없을것 같다.
찌르기도 하고 찔리우기도 하면서 사는 그런 화끈함이 부럽다. 마음의 충전을 시작해야겠다. 한발작 다가서야겠다. 찔리우더라도 다가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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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 3 ]
3 작성자 : 채복숙
날자:2011-02-24 22:57:13
고맙습니다, 이선생님
2 작성자 : zglbjlcz
날자:2011-02-24 22:12:14
그냥 북경에만 있다나니 우리 복숙선생이 문학담당이 되고 연변가서 대상까지 받을것 몰랐구만,글을 읽어보니 언어도 아주 미끈하고 아름답고... 축하해요, 엣날의 동료 이묵이 \"채복숙 화이팅\"을 삼창합니다.
1 작성자 : 주계화
날자:2011-01-01 19:48:09
찌르기도 하고 찔리우기도 하지만 화끈한 그런 삶, 어찌보면 그런 삶이 진정 가치있는 삶이 아닐가요? 감명깊게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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