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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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수잡감
2012년 09월 26일 19시 23분  조회:9087  추천:0  작성자: 최균선
                             옥상수(屋上树)잡감
 
                                       최 균 선
 
     연길시내 곳곳에 낡은 층집이나 그리 오래되지 않은 층집의 옥상에 나무가 자라는 모습을 심심찮게 보게 되는데 수종도 백양나무, 버드나무, 비술나무 등 각가지다. 그런 나무들이 눈에 띄일때마다 갖잖은 사색이 옥상으로 날아오르군 한다. 산동지구 여러도시들의 낡은집에 옥상수들을 많이 보았는데 씁쓸한 찬탄에 싱거운 걱정이 얹혀졌다. 기특하게도 그중 많은것이 비술나무인데는 조금 경이롭게 느껴진다. 비술나무씨앗이 전파력이 독특해서인가, 특별히 강한 생명력때문인가?
    비술나무는 느릅과에 속하며 이명으로 비슬나무라고도 한다. 비술나무는 내한성이 강해서 만주땅 어디서나 볼수 있으며 내조성은 약하나 내공해성이 강하기에 가로수나 공원수로 잘 심는다. 한약방에서는 비술나무가지를 약재로도 쓰는데 통증, 대소 변불통 등 치료제로 좋다고 한다. 그리고 어린잎은 국으로도 끓여먹을수 있고 봄철이면 사람들의 미각을 자극한다고 한다. 그런줄 알고 먹은것은 아니지만 배고프던 어린시절, 나는 비술나무에 하얀 햇잎이 돋아날때면 좇아다니며 많이도 먹었다.
     이 몇해 외지에 있다가 돌아와보니 지은지 20년된 아빠트여서인지 길건너 맞은켠7층집은 말이 아니게 불성모양이다. 어느 날 남쪽창가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맞은켠집 옥상에 어린나무 한그루가 자라고있음을 발견하였다. 우연히 날려와 씨를 묻은게 언제인지 어려운 처지에 놓인만큼 서두르지 않고 아주 천천히 자란모양이다. 바람의 방향조차 모르는 나무와 쑥대들의 보금자리가 되여진 옥상, 그런 환경에서 견디며 자랐다는것은 나무가 상처를 제속에 새기는것일가?
    어느 틈사리에 실뿌리를 뻗치고 수액을 빨아올리며 바람이 불때마다 흔들리며 혹독한 겨울을 지나면서 나무는 말라가는듯 했다. 그러다 봄볕이 호듯호듯 내리쬐니 저도 비술나무노라고 잎을 피우고 열심하더니 가지를 뻗는다. 제아무리 기를 쓰고 자란다해서 거목이 될 희망이 있는것도 아니여서 건물로 말하면 파괴성적인 귀찮은 존재인데도 말이다. 그러나 존재가 리유일진대 너무 미워할수도 없으리라
    최근년간 한국에서랑 옥상터밭이니 옥상정원이니가 류행되면서 인공적으로 이루는 경관과는 왕창 다른 얘기이다. 지붕위를 현대방수설비로 가옥도 잘 보존할수 있는 전제하에서 놀음질처럼 무슨 남새랑 심는것은 날따라 비좁아지는 도시공간, 몰켜서 사는 생활공간을 충분히 리용하려는 발상에서 이채로운 록색공정을 벌이는것은 일거량득이지만 오랜 층집의 옥상에 절로 부착되여 생존공간을 차지하고있는 경우는 인간의 지혜의 산물도 아니고 종자의 힘을 과시하는 그런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제때에 베여버리지 않으면 뿌리가 굵어질게고 그러노라면 지붕이 틈새가 생길것이고 비가 새여 우대량이 방중(雨大量房中)이 될것은 시간문제이다. 나무는 누구라 상관하지 않으니 멋대로 자라지만 그렇게 무관심과 자기중심의 시대, 옹근 층집이 내 집이라면 그냥 저렇게 멋없이 자라게 내버려두지는 않았을게라는 생각이 자리를 튼다.  나혼자의 층집이 아니고 모두의 아빠트이고 게다가 내가 맨꼭대기집에서 살지 않으니 비가 새여들 걱정도 없음에 내버려둔 살풍경이라고 할 때 여기서도 역시 인심의 한구석이 들여다 보이는듯싶었다.
   궂은비 내리는 날이나 눈내리는 날이면 회색하늘을 배경으로 부조화를 이룬 옥상수가 비에 촉촉히 젖는 모습, 눈바람속에 오돌오돌 떠는 모습이 생명찬가를 엮는다고 해야 할지, 주인들의 무관심과 라태를 시사한다고 해야 할지…그 끈덕진 생명력 과 존재욕망 자체로는 기특하게 생각되면서도 그래서 상념이 엉뚱하게 굴러간다.
    혹여나 억지춘향일수도 있지만 옥상의 비술나무의 생명력과 적응성을 우리 배달민족과 련계시켜본다. 옛그날, 나라잃고 고향을 빼앗기여 남부녀대하고 살길찾아 만주벌판 곳곳에 새삶의 첫괭이를 박았던 우리 선조님들의 생명력도 저 비술나무에  못지않으리라. 층집위에서도 살아남은 비술나무처럼 우리 조상들은 돌꼭대기에 놓여진 신세였지만 억세게도 살아남았고 피어린 100년민족사를 엮어오지 않았는가!
    비술나무는 저렇게 지금 푸르러 있지만 래일을 기약한 존재물은 아니다. 그처럼 끈진 삶의 의욕을 가지고 살아온 우리 민족군체에 많은 사람들의 삶의 궤적도 지금은 바람에 실려 정처없이 날려가다가 락착하여 위태로운 삶터를 찾은 비술나무씨와 비슷한 생명운동을 벌이고있지 않는가? 외국으로, 연해지구로, 그리고 산지사방으로 헤여져 모여서 혹간씩 자그마한 동네숲을 만들어가기도 하고 여물속에 삶은 콩알처럼 드물게 섞여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으니 말이다.
    외국에 국적을 올리고 정착했든, 대도시에 어느 한구석을 차지하고 조선족거리를 이루며 살든 결과적으로는 옥상의 비술나무로 되지 않기만 바라는 마음이다. 언제 베여질지도 모르고 언제 후딱 뽑혀버릴지도 모를 그런 불확실한 환경에서 살고있는 옥상의 비술나무의 운명과 닮지 않았으면 하고 기원한다. 우리 민족들의 전통관념속에는 뿌리박은터라는 낱말이 특별히 의미깊은바 땅에 뿌리박는 지혜를 의미한다.
    조선민족, 조선족은 농경민족이라는 전통관념속에는 과거 4천년을 한해라도 농사짓지 않고 살아본적이 없는 민족으로 새겨져있다. 그러다가 돈바람에 돈을 좀 쥐게 되자 도시에서의 편안한 삶을 바라고 도시문화생활을 해보겠다고 저저히 진출하는 그날부터 옥상에 부착한 나무들처럼 현재의 삶의 위태로움을 감지하지 못하고 도시에 진출한 사람들의 그후의 가슴아픈 사연들이 많다.
    나무의 생명의 뿌리는 저렇게 옥상에 간신히 뻗는게 아니라 마음껏 지심으로 뻗을수 있는 대지가 적격이다. 특히 생명과 행복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의 결과로 생활터전을 도시로 옮겨온 이들은 옥상수의 래일을 읽으려하지 않을것이다. 옥상의 재배수는 현대물질문명의 풍경선이라 할세 저렇게 스산한감을 주는 옥상의 나무들은 그냥 살풍경에 가까운 비정상의 기관일뿐이라는 느낌이다.
 
 
                                       2011년 12월 24일  (2012.9. 26. 연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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