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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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도깨비의 향연
2012년 11월 22일 11시 25분  조회:11197  추천:1  작성자: 최균선
                                            도깨비의 향연
 
                                                 최 균 선
 
    허길은 하늘아래 첫동네인 연경동에 태줄을 묻고 잔뼈를 굳히며 어렵게 자라났다. 허길의 애비 허동이가 농사일은 하기싫고해서 해마다 공사판을 쫓아다니였지만 일은 잘하지 않고 건들거리다보니 공수도 많이 올리지 못하였다. 일년내내 뼈빠지게 일해도 어떨가 하는판에 그따위로 살다보니 남들보다 구차하지 않을수 없었다.  
    게다가 술이라면 십리길도 뛰여가는 술귀신이자 내번지고 마신다하면 밑창이 없는 술고래였다. 주풍도 망태기여서 한잔 걸치면 이상제하없이 시비를 걸고 말썽을 피우며 주먹질에 재미를 보는자였다. 집이 가난한것이 뉘탓이기나 한것처럼 집에 들어와서 그저 죽어지내는 애매한 안해를 개패듯하였다. 마을나그네와 웃으며 말했다는둥 어쩌다 시내에 갔다가 멋진 남자에게 한눈을 팔았다는둥 아무튼 두들겨팰 리유는 새라새롭게 생겼다. 그렇게 피멍들게 매질하고는 밤이면 소리없이 흐느끼는 녀자를 밤새도록 죽였다살구는 그런 체질이여서 별명이 물개×이였다.
    허길이 에미는 워낙 원근에 소문난 미인였다. 소똥무지에 함박꽃이 꽂힌격으로 허동이에게 시집와서 갖은 구박을 받으며 사는 신세가 된데는 그야말로 웃지도 울지도 못할 사연이 있었다. 주먹깨나 쓰는 허동이는 연미공사내에서는 제노라하는 자였다. 품행이 악질이다보니 원근에 처녀들은 허동이라하면 기겁초풍했다. 허동이도 스스로 자기가 한심했지만 하루아침새 고쳐질 악습이 아니였다. 나이는 자꾸 먹어가지 녀자맛은 언제 볼지 막연해서 속이 곪아터질지경이였다.
    그러던 어느날 짝패들을 휘동해서 현성에 영화구경을 갔는데 영화표를 사는 줄에 오래전부터 눈독을 들여온 녀자가 끼여있었다. 영화관부근에 있는 렬군속식당에서 출납질하는 순금이라는 처녀였다. 쳐녀의 풍만한 몸집에 게침을 흘리던 허동이는 얼핏 좋은 궁리가 떠올라 졸개들에게 쑥덕거렸다. 지시를 받은 졸개들이 그녀의 앞뒤에 끼 여들어 영화표를 샀다. 그러다보니 녀자는 허동이 옆에 앉게 되였고 량쪽에는 허동이 쌉살개들이 배동하게 되여 드티고 옮길자리도 없었다.
    영화가 시작되여 어둠컴컴해지자 허동이가 동작을 개시했다. 녀자는 소리도 못치고 이리저리 비탈고 있다가 끝내 참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영화관 빠져나갔다. 미구에 졸개들이 그녀의 뒤를 쫓았다. 허동이의 지시대로 “사슴몰이”를 시작한 것이다. 영화관 마당을 벗어나서 집쪽으로 구불어가려는데 두억시니 두셋이 앞을 막아섰다.
   큰길로 곧게 걷다고 곁길로 빠지려하니 다른 놈들이 우우하며 길을 막았다. 그자들이 이리몰고 저리 모는바람에 녀자는 소리한번 질러보지도 못하고 시내변두리에 있는 현체육장에까지 몰려가게 되였다. 인적이 드문 곳까지 오게 된 처녀는 울상이 되여 바들바들 떨고있는데 드디어 백마왕자가 나타났다. 졸개들이 망을 보고 허동이는 야외에서 초야권을 행사하게 되였다. 순금이는 그렇게 보쌈을 당한격으로 허동에게 시집을 오게 되였던것이다…   
    마을에서는 집집이 산기슭이나 골짜기에 뙉밭을 일구고 해바라기를 심어서 소금간장값이나 해결하였는데 골밖에 사람들은 연경동을 해바라기 동네라고도 불렀다. 허길이네도 해바라기밭이 있었다. 허길은 목소리가 고운 어머니가 늘《천만송이 해바 라기 태양따르고 억만인민 한마음으로…》를 흥얼거리는걸 들으며 자랐다. 이 노래는 어데가서나 들을수 있는 노래였기에 허길이도 가사를 거의 외갈내고 있어서 곧잘 따라불렀다. 그러나 어린허길이로서는 해바라기가 어떻게 태양을 따르는지 몹시 궁금했다. 엄마가 왜 그냥 이 노래만 부른는지도 알수 없었다. 
    《엄마, 해바라기가 왜 태양을 따르나요?》
    엄마는 아무말도 않고 허길이 손을 잡고 산기슭의 해바라기밭에 나갔다. 총총히 들어선 해바라기들은 한결같이 머리를 건뜩 쳐들고 해를 향해 웃고있었다.
    《봤지? 지금 점심때니까 해를 바라보지 않니? 이제 저녁때 너절로 나와보아라. 그리고 래일 아침에도 나와보면 알게 될거야.》
    해가 서산에 기울어지자 허길은 밭에 나와봤다. 아닌게아니라 그 많은 해바라기들이 약속이나 한듯이 일매지게 납작한 노랑얼굴을 서쪽으로 향하고있었다. 해가 꼴깍 넘어가자 해바라기들은 상심한듯 고개를 푹 떨구고 서있는것이였다. 허길은 어린마음에도 이상해서 눈이 둥그래졌다. 이튿날 아침에도 늦잠을 자지 않고 일찍 달려나와 보았더니 엄마 말이 맞았다. 해바라기들은 어느새 돌아섰는지 일제히 동산에 솟은 붉은해를 바라보며 노랗게 웃고있었다. 그는《야호!》하고 환성을 올렸다.
    그날 이후부터 허길은 심심하면 밭에 나와 싫도록 해바라기들을 세심하게 관찰하며 놀았다. 그런데 어느 날, 해바라기의 환하게 웃던 얼굴에 조그마한 벌레들이 다닥다닥 덮혀있는것을 보았다.크기는 록두알만했는데 색갈은 여러가지였다. 허길은 무슨 벌레인지 어째서 해바라기의 얼굴에서 기여다니는지 놀라서 엄마에게 물어봤다.
《엄마 저건 무슨 벌레인가요?》
        엄마는 아무 대답도 않고 해바라기대들을 하나하나 세차게 흔들어주기만 했다.
《고운 벌레인데 왜 날려보내나? 털지마!》
《이건 딱정벌레인데 그냥 놔두면 해바라기를 다죽이고말아, 해충이란거야.》
    엄마 말이 맞았다. 이튿날, 아침에 나와보니 어제 해충이 기여다니던 해바라기들은 더는 해를 따라 돌지 않고 고개를 푹 떨구고 울고있었다. 며칠후에 보니 정말 말라죽었다. 허길은 해바라기가 불쌍해서 엉엉 울면서 딱정벌레를 하나하나 잡아서는 발로 꽁꽁 밟아죽였다. 그 넓은 해바라기밭을 헤집고 다니며 무척 많이도 죽였지만 딱정벌레는 그냥 바글거렸다. 엄마를 불러왔다.
《…농약을 쳐야하겠구나.》
《농약이요? 그럼 빨리 농약을 쳐요. 예? 엄마?》
《래일 시내 외삼촌네집에 갔다가 올 때 농약을 사다가 치자꾸나.》
《엄마, 나두 같이가나요? 야! 좋아라.》
   이튿날 진종일 걸어서 고개를 몇개 넘어서야 현성에 도착했다.현성이 내려다 보이는 산마루에서 허길은 새로운 발견에 눈이 휘둥그래졌다.
《저기 저 곳이 시낸가요? 해바라기얼굴 같아요》
아닌게아니라 그렇게 보니 사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현성은 해바라기화판같았다.
《용쿠나. 정말 비슷하구나. 우리 허길이 장차 큰 사람이 되겠네. 호호호…》
《저긴 딱정벌레가 없나요? 아! 저기 한마리 기여다니네. 뭐? 하야라구요? 야! 나도 크면 저런 딱정벌레를 타고다닐테야,》
허길이 엄마는 아들을 놀란 눈길로 바라보았다.
《엄마, 우리도 그런 골안에서 살지 말고 저기 시내에서 살자,응?》
《그래, 네아버지가 그렇게 하자면 이사해 오자꾸나.》
   …허길이의 생떼질에 못이겨 세식구는 한족들이 많이 사는 시내변두리에 집을 세맡고 이사해 왔다. 얼마후 허동이가 살판을 만났다. 돌아가며 잡아내고 투쟁하고 두드리고 마스고 빼앗는 미친운동이 일어나자 반란파두목이 되여 사람을 때리고 주리 를 틀고 죽이는 못된짓이란 못된짓은 다하며 하늘이 낮다하고 길길이 뛰며 지랄발광했다. 엄마의 치마꼬리에 붙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비판대회인지 하는데로 다니며 그는 아버지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가를 알게 되였다.
   처음엔 아버지와 아버지가 부려먹는 사람들의 주먹질, 몽둥이질, 채찍질에 피투성이된 사람들의 모습이 오줌이 나올만큼 무서워서 바들바들 떨기만 했다. 그러다가 차차 담도 커지고 하면서 아버지가 대단히 센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해방군아저씨처럼 우에 군복을 입고 군모를 쓰고 팔에 붉은 완장을 두르고 한손에 그냥 몽둥이를 들고다니는 아버지의 모습이 그렇게 멋져보일수가 없었다.
    자기도 크면 수염이 하얀 할아버지네도 벌벌 떨게 하는 아버지처럼  위풍당당한 사람이 되겠다고 벼르고있었다. 그런데 그 꿈은 얼마후 산산쪼각이 났다. 그렇게 멋있고 아무도 무서워하지 않던 아버지도 어느 날 모자에 별을 단 사람들에게 팔을 비탈린채 어디론가 붙잡혀갔던것이다. 허길이가 아버지보다 더 멋있어보이는 아저씨들의 팔에 매달려 발을 동동 구르며 울었지만 어쩔수 없었다. 그러나 엄마는 울지 않았고 아버지를 보러가자는 말도 하지 않았다.
   얼마 안되여 동네아이들이 (너 아버지는 사람을 많이 때리고 빼앗고 죽이기까지 한 나쁜 사람이여서 총살당했다더라)하고 알주었다. 허길이는 아버지가 총살당할만큼 나쁜놈이였는가고 따지고 물어서 그만 엄마를 울리고야 말았다. 그 말을 들은 이후부터 허길이의 어린마음에도 동네사람들이 어째 자기를 곱게 보지 않는다는것을 눈치챘다. 그러나 그것이 아버지때문이였음은 알리없었다. 엄마는 그후 다시는 해바라기 태양따르네를 흥얼거리지 않았고 일밭에 나가는외 그냥 몰래 울기만 했다.
    허길의 어머니는 마을사람들의 손가락질과 눈총을 당하며 속을 태우다가 허길이가 여덟살을 잡던해 봄, 젊디젊은 나이에 농약을 마시고 죽었다. 사람들은 인물이 아깝다고 한동안 두고외웠다. 그래서 허길이는 외삼촌과 다른 친척집으로 돌아다니며 컸다. 어느 날 허길이는 너무 심심해서 뜨락에서 서성거리다가 이웃집 암탉이 헛간문어귀에 알을 떨구는것을 보았다. 허길이는 이웃집아지미가 인차 나올 기미가 아니자 제꺽 제호주머니에 넣고 뺑소니쳤다.
    뒤늦게야 나온 주인아줌마가 분명 낳았을 닭알이 없어진것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암탉을 욕하는지 아니면 아까 마당에서 삽살개처럼 맴돌던 허길이를 빗대고 욕하는지 동네가 들썽하게 욕설을 퍼붓고있었다. 제집 뒤울안 벼짚낟가리 뒤에 숨어 서 달걀을 어떻게 하면 삶아먹을가 하고 궁리하던 허길이는 숨이 한줌만해져서 한식경이 지나도록 대갈쪽도 내밀지 못했다.  허길이가 달걀을 주어가지고 제집으로 들어가는것을 본 아래집 다서살내기가 제엄마에게 가만히 일러주었다.
《어무니, 허길이가 달걀을 바지주머니에 넣고 저 뒤울안에 숨었어. 내 아줌마 한태 알려줄가?》
《이새끼야,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말아, 그러다가 독사새끼같은 그놈에게 코피터지자구그래?》
    아이는 엄마가 눈을 무섭게 흘기자 입을 다물고 말았다. 아낙네는 해지도록 욕지거리를 그치지 않았다. 허길이가 열다섯살이 되였다. 공부를 딱 하기싫어서 매일 학교를 때려치고 집부 근에서 쏘다니다가 어떤 잔치집문앞에 번쩍번쩍하는 구두가 있는것을 보고 슬쩍 후무려서 집에 가져왔다. 어떤 사람이 그걸 보았다. 구두임자가 나와서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욕질을 하자 허길이가 가져갔다고 알려주려는데 마누라가 제꺽 남편의 입을 막았다.
《미쳤어요? 삐치지 말아요. 그 놈팽이가 얼마나 독종인줄 모르세요?》
    허길이는 그 구두를 신고 학교에 가서 녀자애들 앞에서 으시대였다. 허길이가 스므살을 먹었다. 어는 날 짝패와 함께 칼을 들고 으슥한 산길에 숨어있다가 장을 보고 돌아가는 한 녀자를 풀밭에 자빠뜨려놓고 돌아가며 궁둥방아를 찧었다. 그리고 지녔던 돈이며 손목시계랑 빼앗아냈다. 그것을 먼 밭에서 김매던 어떤 아낙네가 보았다. 그러나 말하지 않았다.
   며칠후 그들은 또 길목을 지키고있다가 한 남자를 가로막았다. 그 사람이 순순히 말을 듣지 않자 칼로 호박을 찌르듯이 하여 죽인후 구렁텅이에 처넣었다. 그리고는 휘파람을 불며 유유히 사라졌다. 그때도 며칠전 륜간하는것을 몰래 보았던 아낙네가 밭고랑에 엎디여 몸서리치는 그 장면을 다보았다. 허길이가 한짓임을 잘 알면서도 파출소에서 나와 조사할 때 끝내 말하지 않았다. 보복이 무서웠던것이다. 게다가 남편이 무사하게 살아가겠으면 입을 다물고 있으라고 윽박지르는 바람에 량심을 속여 둘수밖에 없었다. 허길이는 점점 더 기승을 부렸다. 아무도 아는체하지 않았다.
    허길이가 스믈대여섯이 되였다. 개혁개방이 되고 신주대지에 공사바람, 장사바람이 휘몰아쳤다. 공부는 못했지만 돈욕심은 뉘게 뒤지 않는 그도 한몫 벌어보자고 별렀다. 그는 위치가 좋은곳을 골라서 미곡점을 꾸리고 있는 김씨를 음으로 양으로 다스려서 턱 차지했다. 원체 잘되던 미곡점이 그가 주인이 되자 오는 손님은 없고 나쁜소문만 일파만파로 퍼져나갔다. 흰모래를 섞어서 판다는것을 모두 알면서도 그의 위인됨을 알고 뒤에서 욕할뿐이였다.
《대명천지 이 밝은 세상에서 그렇게까지 나쁜놈이 어데 있단말인가? 왜들 그 꼬리방즈를 무서워하는게야? 난 고발하겠어,》
《그만둬, 우리가 그 자식한테서 쌀을 사지 않으면 그만이 아닌가,》
《그래도 다른 사람들이 손해를 볼게 아닌가? 구데기 무서워 장못담그겠네. 그 자식을 그렇게 만든건 다 이 현성에 사는 사람들이 어벌을 키워준탓이라니!》
《사람들이 한두번 쌀을 사가는라면 다 알게 될게 아닌가? 이제 그자 하나가 무서운게 아니라 이 시내를 휩쓸고다니는 졸개들이라구, 여북하면 공안국에서도 못본체 내버려두겠나? 시끄러움을 청해서 고생하지 말란 말일세.》
    그런데 무슨 도깨비수작을 꾸몄는지 허길의 장사는 점점 잘 되였다. 여러곳에 분점을 내오고 상점들도 차려놓았으니 어데 쌀을 사든 허길의 손바닥안에 있었던것이 다 자그마한 현성에서 그의 장사속이 얼마나 검은가는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허길의 사업은 날로 번창해갔다. 요즈음은 택시업도 벌리고 내막을 모르는 외지손님들을 독차지하고있다. 누가 불평이라도 부리면 친신졸개인 만개를 시켜서 반주검이 되게 하였다. 그래도 누가 묻는 일이 없었다. 그의 재산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젊은청년들도 더는 보아내지 못하겠다고 윽별렀다. 그러나 역시 부모들이 극구 말리는 바람에 손을 쓰지 못하고 열불을 토해내고만 있었다.
《그를 제껴치우는건 어렵잖아, 갈거시같은 놈을 누가 못해내? 그자는 이미 돈으로 매수해서 뒤를 튼튼히 다져놓고있다구, 우리가 마구 접어들면 돌로 바위를 치는 격이라구, 우리 계획을 잘 세워보자구, 자꾸 밤길만 걷다가 어느 모퉁이에서 귀신을 만나지 않나 두구보라구, 헝 잡아치울놈의새끼!》
    부자하나 생기면 세동네가 망한다더니 허길이때문에 망해나간 사람들이 얼마인지 모른다. 그러나 허길이는 잘되기만 했다. 처음엔 ××위원이라더니 차차 상무위 원이 되고…그야말로 일인지하 만인지상이 되였다. 현에 얼마 안되는 기업도 하나하나 제손아귀에 넣었다.
    그가 자가용을 타고 출근할때면 굉장했다. 마치 중앙에서 내려온 수장이나 본듯이 아첨하는 무리들이 차를 막고 꼭 문안을 드리군했다. 길가에서 눈에 드는 녀자가 있으면 그날밤은 그녀자가 그의 여윈 궁둥이밑에서 신음해야 했다. 잘되는 놈 넘어져 도 떡함지에만 넘어진다고 현성으로 들어오는 고속공로를 닦는 일도 그가 총지휘로 되였다. 총투자액이 천만원인데 무작정 100만원을 후무려서 이름좋게 양로원에 몇백원, 학교들에 천원좌우씩 기부하여 미명이란 미명은 한몸에 얻어가지고 다녔다.
    그러나 가슴이 덜렁 내려앉게 하는 중대사건이 터졌다. 허길의 개다리들중에서 가장 악질적인 우두머리의 시체가 들미동 산굴에서 발견된것이다. 법의가 루설한데 의하면 몽둥이 찜질을 당해 숨졌는데 머리통이고 엉덩이 뼈고 성한데 없이 밴새속이 되였다고 한다. 사람들은 얼마나 오래동안 모질게 두들겨팼으면 한장정이 그렇게까지 뼈를 못추리게까지 되였겠는가고 혀를 홰홰 내저으면서도 죄는 지은데로 간다던 옛말 그른데 없다고 손벽을 쳤다.
    그렇게 기고만장해 하던 허길도 이번에는 속이 꿈틀했다. 자기도 언제 만개처럼 몽둥이에 감자떡이 될지 알수 없었다. 하여 늘 개무리들을 데리고 다녔고 밤에 절대 나다니지 않았다. 어쩌다 거리를 한바퀴 돌았다. 감히 쳐다보지도 못하던 소민들이 이상한 눈길로 힐끔거리는것이 몹시 속상하게 했다.
    그저 이렇게 있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하고 행동하기로 작심했다. 흉수를 잡기전에는 절대 장례를 지내지 않는다고 선포하고 현병원사체실에 보관했던 만개의 시체를 끌어내다가 만원짜리 관을 갖추어넣고 졸개들을 시켜 만개의 초상을 덩실하게 올려놓은 관을 메고 시내를 몇바퀴 돌게했다. 복수를 다지는 졸개들의 으르렁거리는 소리에 길가던 사람들이 몸서리를 쳤다. 허길이가 악바리를 쓸수록 속으로 윽윽 벼르는 배짱좋은 한 사나이가 있었다. 그는 이미 허개를 잡아치우고 자기도 죽을 각오를 하고 기회만 노리는 터이였다.
    그날도 졸개들과 흥탕거리다가 밤늦게 외딴 별장에 돌아왔다. 허길이가 거들먹거리며 차에서 내리는데 마른 하늘에 벼락치듯 “따꿍!”하는 소리가 고막을 찢었다. 옹위하고 왔던 졸개들이“아야마야 !”하고 혼비백산해서 아비규환을 부르며 길바 닥에 납작 업드리는놈으루. 차뒤에 숨는놈으루, 차안으로 기여드는 놈으루 란리가 났다. 평시에 개잡은 포수처럼 우줄렁거리던 기개가 남천방이 된셈이다. 하긴 어중이떠중이들이 약한자들 앞에서나 거센체하다가 만개까지 비명횡사하고 나서는 서리맞은 늘메기들이 다 되여있던 그들이다. 그래도 허길이가 우두머리답게 제꺽 분위기를 파악했다. 가까운 곳에서 누가 초대형 폭죽에 불을 달아 던졌던것이다. 허길이가 돼지멱따는 소리로 고아댔다.
《야잇! 어느 개자식이냐? 죽고싶어 환장한 놈이구나, 야, 썩어문드러질 새끼들아, 폭죽소리도 몰라서 쥐구멍을 찾냐? ×팔것들! 얼른 일어나 추격하지 못해? 빨랑 잡아오란말이야, 빨리!!!》
   네댓명되는 졸개들이 저쪽으로 우루르 밀려갔다. 허길이도 공연히 간이 덜렁거렸지만 분노는 분노대로 숫구멍을 올리뚫고있었다. (개새끼, 잡기만 해봐라, 껍질을 벗겨버릴테다.) 별장지기가 허겁지겁 달려나와 굽신거렸다.
《얼른 집안에 들어가십시다. 이게 무슨 숭숭한 개판인지…똥개도 무서워서 얼씬거리지 못하였는데 웬 잡놈이 장난질이야? 어험,제길헐눔의쌔끼…》
    허길이는 졸개들이 침입자를 잡아오겠지 하고 서둘러 별장층계를 올랐다. 어데서 누군가 지켜보고있는듯 해서 등곬이 써늘했지만 극력 태연한체 마른 염소기침을 해댔다. 별장지기가 앞장서 올라가서 출입문을 열어젖히고 기다리는 순간, 다시 난데없이 “땅!”하는 소리가 귀청을 때렸다. 폭죽소리같지 않았다. 겁이 많은 별장지기 로철령감이 움찔 놀라 주저앉을번하는 순간“아악!”하고 허길이의 비명소리가 어둠을 찢었다. 사람은 이미 거꾸러져 버둥거리고있었다.
    폭죽을 터뜨린자를 잡으러갔던 졸개들이 헛탕을 치며 돌아오다가 다시 들리는 총소리에 허망 놀라서 천방지축 별장을 향해 달려왔다. 하늘같이 떠받들던 큰형님이 층계아래에 굴러떨어져 딩굴고 있었다. “총에 맞았다, 병, 병원으로…”그리고는 뒷 말도 잊지 못하고 꿈틀댔다.
    현병원급진실에 실려간 허길이는 죽지 않았다. 누군가 렵총에 산탄을 넣어서 한방 먹인것이다. 콩알같은 무철알 몇개가 등허리와 엉덩이 깊숙히 박혀있을뿐이였다. 진짜 총을 구할수도 없었겠지만 산탄을 넣고 쏜것을 보아서는 인명사고까지는 내지 않으려고 한것같았다. 허길에 렵총에 얻어맞고 입원했다는 소식에 현성이 또 한번 들썽했다. (아무래도 총을 쏠바엔 새알같은 무철알이 가슴에 박히게 할것이지 개목숨을 살려줄게 뭐람?)하고 애석해는 사람들이 많았다.
    한 열흘 지나서 허길이가 출원했지만 이번에는 단단히 기가 꺾여서 매일 네거리에서 주민들의 알현을 받던 행사도 집어치웠다. 흉수를 잡으려고 혈안이 된 졸개들만 죽어났다. 그러나 작정하고 한 일인지라 파출소에서도 선색을 잡지 못하고 골머리를 앓고있었다. 한달넘게 두문불출하던 허길이는 그냥 굴쥐가 되여서는 체통이 서지 않는다고 다시 시내행차를 시작했다.
     그동안 녀자도 가까이 하지 않던 그였던지라 속에서 무엇이 꿈틀댔다. 그동안 묵였던 정욕을 어데다 풀어야 속이 개운할것 같았다. 그날, 저녁무렵 집으로 돌아오던 허길이는 차창밖으로 보지 못했던 녀자애가 눈에 쑥 들어왔다. 이 바닥에는 있음직하 지 않은 미인이였다. 비록 학생모양이였지만 대단한 미색이였다. 허길이는 땅바닥에 떨어져버린 위세를 춰세우려고 졸개들을 시켜 녀자애를 병아리채듯해서 차에 구겨박았다. 녀자애가 발악하며 소리치는 바람에 길가던 사람들이 욱 모여들어 차앞을 가로 막고 웅성거렸다. 아무리 찰도깨비가 판을 치는때라 해도 이건 너무 한일이였다.
    사람들이 더 모여들기전에 차를 빼야 했다. 허길이는 무작정 차를 내몰라고 욱다짐했다. “부르릉!”발동을 건 자동차가 무작정 굴러가는데야 비키지 않을 사람이 없었다. 시내를 벗어나 별장으로 내뺀 허길이가 녀자애를 침실에 가둬놓고 졸개들더러 경계를 잘 서라고 일렀다. 성난김에 보리방아를 더 잘 찧는다고 이래저래 밸이 꼬인 판에 생생한 풋살구를 한바탕 윽개놓을 작정이였다. 침실에 들어서니 계집애가 바들바들 떨면서도 악을 쓰고있었다. 나이는 열일 곱살밖에 안되련만 악지세였다.
《왜 이래요? 이러면 안돼요? 아저씨, 절 놓아주세요? 네》
《야, 이년아, 오늘 이 허나으리의 세례를 받고나면 더 이뻐질건데 징징거리긴는? 얼른 곱도록 옷이랑 벗고 접대하기나 해》
《아저씨, 저 아직 학생이에요. 저 이제 고중가고 대학공부까지 해야 할 녀자애 예요. 아저씨네 집에도 나만한 딸이 있잖아요? 그런데 어찌…나 아저씨가 누군지 알아요. 이 현성에서 이름이 있는 분이지요? 작년에 우리 학교에 의연금도 보내시고 연설도 하셨지요? 그날 저는 제일 앞에 앉아서 감동받으며 아저씨의 연설을 들었어요. 아저씨는 돈을 많이 버는 목적은 어릴때 자기처럼 돈이없어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불쌍한 아이들을 위해서라고 말씀했지요? 저도 아저씨의 돈으로 지금 장학금이랑 타면서 공부해요. 그리고 늘 고맙게 생각하는데…》
《그래? 거 잘됐구나, 신세는 신세로 갚아야지? 안그래? 오늘 너 운이 좋구나. 이 아저씰 기쁘게 해주면 고중갈 돈 한꺼번에 다 줄게, 이런 호판이 어디있니?네가 하두 곱게 생겨서…우리 멋있게 놀아보자 응?》
    허길이는 옷을 훌훌 벗어던지고 녀자를 침대에 메꽂았다. 녀자애가 죽기내기로 발버둥치는 바람에 하마트면 사타구니에 일격을 당할번 했다. 성이 독같이 난 허길이는 과일칼을 가지고 녀자애의 옷을 갈갈이 찢어버렸다.  그런데도 계집애가 어찌나 지독스레 발악하는지 주먹으로 관자노리를 답새겨 기절한것을 두어번 짓뭉개고 일어나느라니 녀자애가 이미 숨이 간들거리는것같았다. 속이 철렁했다. 그러나 그는 졸개들을 시켜 녀자 애를 시내병원문앞에 가져다 던지라고 했다. 의사들이 발견하고 구급하느라 했지만 이튿날 아침 녀자애가 그만 죽고말았다.
    온시내가 발칵 뒤집혔다. 모두 의분에 치떨며 자원적으로 몇백명이 뭉치여 현정부마당에서 흉수를 잡아내라고 함성을 질렀다. 약한 정어리들은 스스로 떼를지어 큰 물고기처럼 보이게 하는 단결의 본능적인 지혜를 가지고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약세 군체는 단결하여야만 지배자의 큰힘과 맞서서 자신의 권리를 지킬수 있다는 도리를 읽어낼수 있다. 자고로 단결만이 민중의 유일한 무기라는것은 절대진리이다.
    녀자애부모들이 성으로 고소하러갔다는 말이 귀에 들어왔다. 허길은 속이 얼어들었다. 범이 없는 골안에서 슬기가 왕질한다고 자그마한 산골현성에서 횡포를 부렸지만 아직 성까지는 연줄을 달지 못했는지라 불방석에 앉은듯 안절부절했다. 자신이 너무 기광을 부려서 죽을날도 앞당긴다는 후회감도 없지 않았다.
    그즈음 또 골치거리가 하나 풀리지 않고있었다. 다른 사람이 임대하기로 한 현의 알짜 공장을 강다짐으로 가로채기는 하였지만 허길의 심보를 아는 로동자들이나 기술자들이나 몽땅 파업하고 일하지 않는 바람에 한창 잘나가던 공장에 기계가 돌아가지 않았다. 하루 손해보는 돈이 얼마인지 모른다. 속이 바질바질 탔다.
    그렇다고 그많은 사람들을 다 때려죽일수는 없는 노릇이였다. 로동자들이 먹을걸 달라고 정부에 항의를 제기하고 있어서 우에 어른들도 난처해하고있었다. 이래저래 밸이 날 일밖에 없는데 하루는 졸개들이 어떤 50대 사내를 잡아다 대령시켰다. 심문 해보니 쌀을 살돈이 없을정도로 쪼들리다가 공장에 가만히 기여들어가 구리덩이를 훔치는것을 잡았다는것이였다.
     악이 바친 허길이가 사내를 이리 밟고 저리 차고 하다가 졸개들더러 버릇을 고쳐놓으라고 명령해놓고 자기는 담배를 피우며 인간박해의 짜릿한 쾌감을 맛보았다. 사람이 거의 숨이 넘어가게 되자 거리에 내다버리라고 했다. 그런데 여기서 또 일이 크게 벌어지고말았다. 사람을 때려 거의 죽게 만든 졸개들이 혹시 살인송사에나 걸릴것 같아서 채죽지 않은 그를 자동차로 깔아죽이고야 만것이다. 제딴엔 아예 교통사고로 위장한다고 한노릇이 고의치사죄로 백일하에 드러난것이다. 꼬리가 길면 밟 히는 법이고 대명천지에 무법일수 없었다. 졸개들이 하나둘 수갑을 차게 되였다.
    이젠 자기의 부귀영화도 끝장이 난것을 예감한 허길이는 늘 찰거마리처럼 들어붙는 애화를 불러냈다. 속이 탄데 풍만한 계집의 몸이나 지근지근 짓밟으서 답답한 속을 풀려고 작심한것이다.홍도술집의 으슥한 단간방, 허길이는 애화가 들어서자마자 껴안고 손짓발짓을 해대기 시작했다. 갓서른, 한껏 무르익고 있는 애화는 체대가 덩실했고 살도 알맞춤 올라서 몽글거리는데 한껏 부푼 젖무덤이 탱탱했다. 우유빛 살갗에 어글어글한 눈은 늘 정염으로 불타는듯해서 마주하기만 해도 마음에 불을 싸지르군 했다.
《아이 참, 왜 이리 덤벼쳐? 남자들이란 다 미친수캐인가봐.》
《야, 너 몇놈이나 접했게? 죽인다? 아침에 술이 있으면 취하는게 장땅이지, 허, 내가 죽게 되면 너도 볼장을 다볼텐데, 미꾸라지는 시궁창에서 살찌는 법이야,》
    녀자와 밤은 예나제나 붙은 말이다. 그러나 현대의 밤이 태양광선 이상의 현혹과 광채를 가지고 녀자의 라체를 샅샅이 비춰내는데 반해, 옛날에 밤은 어둠의 장막으로 발을 치고있는 녀자의 모습은 그 이상으로 감싼것이다. 허일이야 알리없겠지만 옛날의 남자는 어떤 특정한 녀자의 얼굴을 아름다움, 육체의 아름다움에 홀렸던것도 아니다. 그들에게 달은 항상 달인것처럼 녀자도 단 하나의 녀자였을것이다.
    그들은 어둠속에서 희미한 소리를 듣고 옷냄새를 맡고 머리카락을 대고 요염한 촉감을 손으로 더듬어 느끼고 그래도 밤이 밝으면 어디론가 사라져버리는바의 그런것들을 녀자라고 생각하였으리라. 그렇다면 과연 색기란 무엇일까? 그늘에서 남편에 안겨 애무를 바라는 그 모습에 많은 남자는 말하기 어려운 매혹을 느낀다. 방종하여 노골적인것보다도 억제된 애정을 숨기려해도 숨겨지지 않아서 때로 무의식적으로 말씨나 몸짓끝에 드러나는것이 한층 남자의 마음을 이끈다. 색기라는것은 대게 그런 애정의 뉴앙스이리라. 그러나 허길이에게는 이런 고상한 성애가 인연이 없다. 허길이는  다시 슬슬 손을 넣어 녀자의 몸에서 제일 여리고 깊은 곳을 더듬으며 짜릿한 감각을 맛보느라 암내맡은 둥글이처럼 잔뜩 벌름코를 치켜든다.
《야, 이년아, 자꾸 비틀지 말구 얌전히 있어봐, 그까짓 대학생 남편이면 뭘해! 월급쟁이 오줌 ×끝에 떨어지지, 헤헤, 나 싹 정리하고 애화랑 살가부다!》
《어이구, 입에 침이나 바르고 말해, 조선족남자들은 무슨 기업을 벌려놓고 먼저 개혁하는게 녀편네더군요. 한달전에 세번째 녀자를 낚았다는걸 누가 몰라서 흥! 이렇게 놀면 되잖아? 갈보들에게 흘리고 다니는 정이 진정이면 얼마나 진정인데? 》
《감정이란 한두번이면 때가 끼는법이긴 하지만 애화는 아니야, 정말이란데, 》
《걷어치워요. 더 젊고 고운년 꼬리치면 또 그말이겠지? 아까 전화하던 계집애 누구야? 또 돈보구 꼬리치는 암여우가 맞지? 》
《풋살구가 입맛은 바꾸지만 새콤거려, 이렇게 들척지근한 애화가 제일이거던 허허허…이민족끼리 만나면 어떻게 좋다던가…히히》
    허길은 뒤말은 삼켜버렸다. 대학생남편을 얻어간다고 자기를 배반한 순녀를 생각할때마다 이가 갈리고 그래서 모든 녀자들에게 검은 보복의 심리가 꿈틀거려 돈이라면 감겨드는 쓸개빠진 년들을 무자비하게 죽탕치던 그였으나 이 애화만은 그냥 좋았다. 이 현성에서 가수로도 명성이 뜨르르한 녀자였다.
《결혼이요? 꿀떡을 삼키고있네. 흥, 그래 돈 얼마나 있게?》
《나도 잘 몰라, 아무튼 난 부자가 되였거든, 아따 달걀을 먹어 감각이 좋으면 되지 꼭 어느 암탉이 낳았는가를 알아야겠어? 하긴 이 허길씨가 명성이 와자자하고 우에 어른들도 잘 봐주는 사람이니까 전도가 양양할수밖에 없는거야 》
    사람들은 흔히 령험하다고 떠받들면 젠체하면서 자기 주제를 전혀 의심하지 않는게 관습이다. 애화는 사내손을 와락 뽑아버리고 저만치 물러앉아 제자랑에 침이 튕기는줄도 모르는 파렴치한을 다시 건너다 보았다. 지금은 무엇을 좀 하는 사람이 아니래도 배자랑을 하는게 류행인데 저 천만부자는 그냥 마른 미꾸라지다. 낯색은 천생 아프리카족속이고 턱은 족제비같은데 얼굴에서 희한한것은 칼로 대수 찢어놓은것같은 입술새로 보이는 하얀 쥐이발이다.그래서 얼굴전체에 녕악스러운 인상밖에 없다. 제말로는 시궁창에서 미꾸라지가 살이 찐다고 하지만 녀자에게 너무 빠져서 그런지도 그냥 마른 명태를 련상시킨다.
    체구도 보잘것없이 왜소하지만 이 시내에서 토패왕인것은 사실이다. 애화는 오래동안 저울질하다가 마음에 감탄표를 찍는척했다. 례의 능갈친 웃음이 입가에 살며시 물리였다. 이 멍청한 남자의 어벌을 다 빼먹을때까지 놓고싶지 않았다.
《좋아요, 그러나 정부노릇은 신물나니까.우리 결…》
《좋았어, 그까짓것, 니 그 비루먹은 당나귀는 돈뭉치나 주어 내쫓으면 그만이지, 아니면 매타작을 해서 승인받으면 다니까, 자 이리와!》
    허길이는 족제비가 물동이같은 씨암탉을 물고 늘어지듯이 애화를 안고 늘어졌다. 갑싹한 몸둥이가 들까불때마다 녀자는 웃었다. 도무지 어린애 말타기같았다. 그러나 곧 사준다는 고급승용차를 슬슬 몰고다는 감각에 취했고 어느 골안에 지었다는 별장을 자기 이름으로 해주겠다는데 취해서 웃었다. 그런것을 남자는 제가 잔뜩 만족시켜주어서 킬킬거리는거라고 생각하며 열이 머리끝까지 오른듯 꽥꽥 소리까지 지른다.
《아이, 어서요. 한번 붙으면 찰거마리라니까, 먼저 요기를 좀 하고…나를 준다는 별장을 내눈으로 보고 흐드러지게 만들어줄게요? 어때요?  》
    고양이는 때리면 털을 곤두세우고 사람은 칭찬해주면 웃는다. 륙로가 통하지 않으면 수로로 가지. 배가 번져지더라도 구명대가 있기마련, 그런 자식을 찾아봐야지. 이럴땐 그도 쪽나무 널판장역할이야 하겠지. 애화는 이 판에서 악명이 자자한 놈팽 이라는데 치를 떪고있지만 세상의 어떠한 일에도 지망자는 있는법, 돈많은 사람에게 사람들이 잘 모여드는 세상이다. 어떠한 권위도 군자도 그것에 혹하지 않을수 없다. 그것에서 행운아들이 드문히 나오기도 하나 현재의 희극속에 비극이 잉태되여있지 않다고 누가 장담 할수 있는가?
   허길이는 장소가 마뜩치 않아서 애화가 여느때같지 않게 달아오르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별장에 가서 밤새도록 죽탕쳐보리라 작심하고 애화를 싣고 소골령너머 별장으로 차를 몰게 했다. 산속의 밤은 정욕의 피리를 불기에 너무 안성맞춤이였다. 애화도 공연스레 열정을 내고있었다. 허길은 거마리같이 파고들기는 해도 줄기차게 들뛰는 준마의 체질은  아니였다. 이미 맥은 다빠지고 욕망만 꿈틀대며 애화를 뭉개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불길한 징조이니 급히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비서의 전갈이였다. 한창 몸이 달아 오를가 하는판에 호사다마라 아쉬웠지만 부랴부랴 별장을 나왔다.  운전수를 찾기도 성가시여 직접 핸들을 잡았다. 기분이 말이 아니였다, 그런데도 년은 또 돈을 내라고 쫑알거리며 귀찮게 굴었다.
《야, ×팔년아, 돈을 그만 가졌으면 되였지, 할때다 돈타령이야, 요즘 이 어른이 컨디션이 안좋으니까 그만 까불어, 알았지?》
이렇게 으름장을 놓았지만 잔뜩 버릇을 잘못 굳혀놓은지라 애화는 그런 으름장쯤은 개방귀만치 여기고있었다. 그래서 자꾸 쫑알거렸다. 듣다못해 오른손으로 탁 쥐여 박으려는 순간에 그만 관능적으로 핸들을 홱 돌리고말았다.《아차!》하는 찰나에 차는 이미 벼랑쪽으로 기울어졌다. 차는 보기좋게 곤두박질쳤다. 원래 명이 박복한 놈이 분에 넘치는 복을 누린다고 설쳐대더니 하늘이 굽어본것인지도 모른다. 하기사 좋은 때 그만두고 그만두는 때가 좋은 때이고 말지 않으면 좋지 않은 때가 아닌가.
    이튿날 교통찰들이 달려왔을 때는 이미 황천객이 되여진 허길이였다. 죽으면서 혼자가기는 싫었던지 녀자를 어찌나 꽉 껴안았던지 원래는 살수도 있었을 애화도 질식해 죽고말았다. 허길이가 죄값을 치르러 지옥에 간지 며칠안되여 두세급 높은 데서 특별정찰조가 내려 왔다. 범죄자는 제갈길을 스스로 찾어갔지만 오랜 세월을 안하무인으로 한개 현성을 쥐락펴락하도록 내버려둔 유관부문의 인사들의 잔치상도 뒤엎어질수밖에 없었다.
   해가 비치면 먼지도 번쩍거린다. 그러나 먼지는 어디까지나 먼지일뿐 금싸락은 아닌것이다. 먼지가 한때 번쩍거리게 한것이 누구들이였던가? 허도깨비는 저승사작에게 덜미를 잡혀갔지만 그 후유증은 누가 책임져야 할가?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새롭게 마음가짐을 하는것을 반성이라할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것은 변화이지만 잘못된 환경에 적응하는것은 흐린물에서 미꾸라지가 룡트림하는격이다. 외곡된 사고와 행동과 인식이 바른 방향으로 전환되면 개과천선이다. 해당된 자들이 반성하는지 어쩌는지 알배없이 주민들은 거리에서 꽹과리를 울리며《해방》의 날을 경축하였다.
    허길은 병든시대가 낳은 괴태이다. 인생의 갈림길어구에<선의 길>,<악의 길>이라고 쓴 두개의 패말을 박아놓고 길손들에게 스스로 선택하게 하는것으로는 생활의 정도를 가리게 할수 없다. 생활을 흔히 교과서라고 하지만 교과서처럼 그렇게 명랑한 참고답안이 미리 짜여져있는것이 아니기때문이다.
    사람은 욕망의 유혹으로 령혼에 상처를 입고나서 참회한다. 그러나 그 상처를 낫게 할 약초는 인생마당에서 자라지 않는다. 그리하여《너는 욕망의 골짜기에 굴러떨어진 인간이거늘 지옥으로 가거라.》하고 말한다면 억울하다고 하리라. 생활이 엄혹함을 어쩌리오. 오만가지 변괴가 마음에서 나오거늘 저승에만 귀신이 많은줄 알고 인간세상에 요괴가 많은줄은 모르더라. 기실 허길이의 인생궤적은 새옹지마도 아니고 사필귀정으로서 스스로 “도깨비의 향연”, 아니 악마의 최후의 만찬을 앞당겼을뿐 언녕 가야 할데로 간것이다. 그러한 악인들은 얼마나 될가? 아마도 해바라기 밭에  귀찮은 딱정벌레처럼 자꾸자꾸 까나고있을것이다.                
 
                               2008 년 6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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