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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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서기의 지혜
2013년 02월 11일 09시 29분  조회:8604  추천:0  작성자: 최균선
                               되돌아서기의 지혜
 
                                     최 균 선
 
    말이 아니면 듣지 말고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고 공성인이 말했던가, 그러나 자연과 감성에 약한 생각하는 갈대인 우리 인간들은 말이 아닌 말에도 곧잘 귀가 솔깃해지고 길이 아닌 길에도 자칫 들어서길 잘한다.
    명지하기로 천고에 이름을 남긴 묵자님도 한때 인생의 기로에 들어섰다가 울면서 돌아섰다하고 저 유명한 《죽림칠현》중의 한시인이였던 원적선생도 궁지에 빠졌다가 한바탕 통곡하고 되돌아선후 폭음하고 광기를 부리면서 세상의 이목을 피했다고 한다. 그러니 우리같은 록록지배들이야 어찌 되돌아서기의 지혜를 미리 깨칠수 있으랴!
    대저 보행으로 먼 길을 따날 때에도 행선지가 예정되고 그날의 일정이 미리 그려져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저 길을 조이려는 욕심에서 해가 서산에 지는데도 종종 걸음을 치다가 《아차!》늦었다 싶으면 벌써 너무 늦어진 때이다. 주막은 뒤에 있다. 그래도 되돌아설념을 않고 객기를 부려 그냥 걷는다면 그게 명지할가?
    인생도 장거리려행과 같다고들 한다. 허위단심 걷고 걷다가 지친듯싶을 때면 내가 지금 어디로 가고있는가? 어디쯤에 와있는가? 해는 지지 않았는지? 내가 가는 길이 기로나 아닌지? 궁지에 빠져 후회막급 가슴을 쥐여뜯기전에 자신을 안으로부터 차분히 정리해야 지혜로운 인생자세라 하겠다.
    이미 만족의 현관을 지나 행복의 방에 들어섰다면 다시 불만족의 뒤문을 열고 남에게 알릴수 없는 어두운 밤길을 재우칠 필요가 있을가?
    이런 재미있는 외국우화가 있다.
    추장이 땅을 떼여준다는 소문을 듣고 욕심쟁이지주가 선참 달려가 땅을 많이 떼줄것을 청구했다. 이에 추장은 지주에게 여기서 서쪽으로 곧추 걸어가서 해지긴전 에 돌아올수 있는곳까지 계선으로 다 주겠노라고 응낙했다.
    신바람이 난 그 지주는 죽을판살판 걸음을 날리였다. 탐욕이 탐욕을 채찍질했던것이다. 가고 또 가고…결국 그는 영원히 돌아오지 못한 사람이 되여버렸다. 하지만 백골이 진토되여 넋이라도 있고 없고 그냥 욕망의 지평선을 향해 걷고있는지 하늘이나 알일이다.
    혹자는 엉터리얘기라고 코웃음쳐버릴수도 있겠으나 우리 주변에도 이런 돌아올줄 모르는 사람들이 무지 많다는것을 부인하지 못하리라. 인간심사중에서 욕망은 가장 다사분주하고 지칠줄 모르며 퇴직을 모르는 종신감정이다. 돌아오지 못한 그 사람은 죽기전에 돌아갈수 있는지를 생각이나 했는지? 모르긴 해도 그는 참회하지 않았을것이다. 이 세상 모든 탐욕자는 만족과 인연이 없듯이 《참회》ㅡ 두 글자와도 인연이 없기때문이다. 또 그네들에게는 량지도, 리성도 너무 보잘것 없는것들이기도 할것이다.
    그러기 오직 자신의 리익을 챙기는 그것에 삶의 전부의 목적, 의의가 있듯이 리득의 무한대한 확장을 위해서는 눈물겨울만큼 비장한 자태로 용왕매진한다. 앞사람이 쓰러지면 뒤사라이 이어서는 그런 《혁명적투지》를 과시하는데 실로 유취만년의 기념비라도 세워주고싶을 정도이다.
    물론 세상에는 자신을 완전히 지배하는 현자대신 자신의 노예로 되여 있는 사람이 절대대분이다. 그만큼 완전완미한 인간은 흰까마귀만큼 찾기 힘들다는 말이 되겠다. 완전완미함은 하느님의 척도이고 완전완미함에 도달하려는것은 우리 인간들의 척도이다. 이브가 뱀의 유혹에 못이겨 금과를 따먹고 아담에게도 먹인후부터 인류앞에 펼쳐진것은 무변광대한 욕망의 바다였고 희망은 의연히 판도라의 신비한 상자속에 있었다. 그러나 탐욕의 파도는 세월이 갈수록 흉용팽배해졌고 감성을 꼬드겨 량지도, 판단력도, 의지도 마비시키는 《시렌님프》들이 바다우에서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 허나 현대인들은 자기를 묶고 귀를 틀어막은 오듀쎄우스만큼 강인하지 못하다.
    어떤 의미에서는 인생마당이 경기장이기도 하고 격진적인 시점에서는 싸움터라고 할수 있겠다. 생활의 경기에서 앞선자는 우승자이다. 싸움터에서 많이 얻은자는 강자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유고가 말한것처럼 성공이야말로 바야흐로 썩어무너지는것으로부터 떨어지는 한방울의 교훈이다.
    진짜 전장에서 되돌아선다는것은 도주를 의미하며 뒤잔등에 창을 맞았다면 영원히 치욕의 기둥에 매달려 저주를 받게 된다. 그러나 전장에서 때론 멋진 후퇴는 대담한 공격만큼이나 가치가 있다고 할수 있다. 자신을 제어할수 없는 자에게는 자유란 있을수 없다고 한말은 얼마나 잘한 말인가?
    생활은 무슨 마라손경기도 아니고 그 무슨 《략탈전쟁》도 아니다. 이런 구절을 읽은 생각이 난다. 승리했을 때 행운으로부터 서슴없이 떠나라. 행운은 갑작스레 오는만큼 오래 머물지 않는다. 중단된 행운은 틀림없이 안전할것이며 달콤하기도 하다고…  행운은 그 은총이 너무 높아지면 짧게 지속됨으로써 균형을 이루는 법이다. 그렇지 않았으면 지구는 한쪽으로 기울어졌을것이고 인간세상엔 불행만 남아돌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리득을 얻기 위한 경기에 악바리 쓰고 있고 그러는만큼 수없이 많은 황당극을 연출해내고있다.
    추구와 정복의 견지에서 인생은 힘겨운 등산이라고 할수도 있다. 절승경개는 험한 봉에 있거거니…그래도 산은 높아도 낮아도 등산자의 발밑에 있다. 정상에 치달아 오른 그 희열이야 이루다 말할수 있으랴!그러나 산에 오르는 그 자세가 더 멋지다고 하리라. 그리고 정상에 오른 만족감뒤에 이어지는것은 돌아서는 길ㅡ산을 내리기이다. 여유롭게 산을 내리는 그 마음가짐은 퇴각의 치욕이 아니라 되돌아서는 지혜이며 자기 인생길에 찍는 감탄표이기도 하다.
    갈래갈래 갈린 길은 모두 로마에로 통한다는 구라파 격언이 있다. 하다면 인생에 갈래갈래 갈린 길은 모두 희망의 바다에로 뻗은것이 아니랴! 세상에 갈림길이 너무 많아서 기로에 빠졌다고 탓하는것을 다 바보들이라고 말할수는 없겠지만 그것을 알고 서도 돌아설줄 모르는것이 더 멍청이들이라 할수 있으리라.
    탐욕때문에 더 많은것을 얻으려다가 이미 차지한것마저 잃고 나중에 자신마저 훼멸시키는 사람들을 우리는 심심찮게 본다. 인생은 환득환실이라는 엄연한 법칙속에서 균형을 이룬다. 그래 당신은 동시에 불면서 삼킬수 있는가? 탐욕의 금마차우에 높이 앉으면 제어의 고삐를 제때에 당기기엔 너무도 무력한 인간의 리성이요 육체는 무작정 나가기만 하려하니 이 얼마나 슬픈 인생극장이냐?
    마음의 골방에도 커다란 저택에도 가득 채워놓고서도 더 채우지 못해 몸살하는 이들이여, 바라건대 자기의 욕망에 소망의 빈자리를 남겨두라. 이제 조금 남은 소망마저 고무풍선처럼 잔뜩 타산을 채워넣고 목에 걸고다니면 언젠가는 터지고 말것이다. 우유도 너무 욕심사납게, 잔인할만큼 짜내면 우유가 아니라 피가 나올뿐이다.
    《홍루몽》에서 조설근선생은 아주 재미있는 글귀를 만들어놓았다. 저 세상만사가 좋을 때면 마는 날이고 마는 날이면 좋은 때이고 말지 않을 때면 좋지 않을 때이며 좋게 되자면 말아야 하느니라. 이 말은 행불행도 종이장을 사이둔 이웃으로서 극한의 낭떠러지에 이르러 진퇴량난이 되지 말라는 금언이 아닐수 없다.
    우리 선조할배들도 좋은 시조를 남겨주었다. 《절정에 오르다 하고 낮은 데를 웃지 마라/ 뢰정 된 바람에 실족키 괴이한가/ 우리는 평지에 앉았으니 그를 좋아하노라》
    역시 돌아서기 지혜를 암시하는게 아닌지…
 
 
           2003년 5월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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