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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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그 내밀한 속은…
2015년 04월 13일 18시 10분  조회:5501  추천:0  작성자: 최균선
                                     바다의 그 내밀한 속은…
       
                                               최 균 선
 
   이른 봄 흩날리는 눈발속에 바다의 풍경은 이색적이다. 별무리같이 빛나는 눈발과 파도거품이 기슭을 온통 뒤덮은 정경을 보느라면 마음까지 온통 눈에 덮힌다. 해가 넘어갈 때 바다는 또 다른 얼굴이 지어보인다. 노을의 잔광을 받아 보랏빛으로 물든 바다. 일찍 청진앞바다에서 보았던 빛깔과 기억되였던 정경을 여기 청도의 금사탄에서 재확인하게 되니 더 감개무량한가? 설레는 바다의 피막(皮膜), 물이 막빠지는 백사장, 노을은 온통 보랏빛으로 보는이의 마음도 색칠한다.
   바다는 가까이서 보면 평평하고 멀리 내다보면 둥글어보이는 간단한 구도가 아니라 다채로운 변형체이다. 달빛이 뛰노는 바다, 술렁이는 심야의 바다…바다는 표정이 풍부하다. 잔잔한 바다는 비늘처럼 드러내는가 하면 눈보라속에서 날카로운 포말을 비수처럼 내리꽂는 성난얼굴로 변하기도 한다. 내감성이 투영되여 어둡거나 밝은 색갈이 현연되는것이 아니다.
   흔히 바다의 침묵이요, 침묵하는 바다라고 하던데…바다는 정말 침묵하는가? 저 솟구치는 파도와 성난물결과 벼랑에 부딪치고 휘감아치는 몸부림은 바다의 언어가 아닌가? 포효하는듯, 고함치는듯 사뭇 뭍을 깨뜨릴 기세다. 하지만 잠잠할때도 있다. 벙어리인가? 연암 박지원은 “하루밤에 아홉번 강을 건너다”에서 강물소리는 어떻게 듣느냐에 따라 전혀 달라진다고 쓰고있다.
   바다는 침묵한적이 없었다. 단지 우리들이 바다의 언어를 모를뿐이다. 속깊은 바다의 그 내밀한 노래가 파도의 호흡인가. 숨쉬는 바다, 길길이 치솟았다가는 맹랑하게 무너지고 다시 치솟기를 련습하는 파도야말로 바다의 호소가 아니며 우렁찬 생명찬가가 아니겠는가? 기세한번 좋게 밀려왔다가는 멋지게 물러가는 바다물은 나가고 물러섬의 철학을 높은 숨결로 토로하고있다.
   그래서 매번 바다를 마주할 때면 저로서도 알수 없는 에너지가 자신을 감싸는것을 느끼게 된다. 그것은 바다의 잠재력의 발산에서 비롯된것이 아닌지. 그리고 그 자체가 사람을 매료시키는 에너지가 아닌지 알수 없지만 아무튼 바다란 인간들에게는 비범한 존재물이다. 인간존재의 시간을 초월한 바다의 시간을 우리로서는 눈에 담을수 없다. 파도에 떠내려온 해조류조각처럼 거뭇한 흔적을 해변가 모래위에 아로새긴 모습에는 원초적인 바다시간의 흔적이 묻어있다. 
   그래서 바다가에 설때마다 사색도 일렁인다. 물방울이 모여 창해가 되고 마지막 수증기로 구천에 날아올라 말라버리는 그런 륜회의 법칙은 에누리 없는것인가?하는 엉뚱한 생각은 로옹의 은근한 내심인가. 뒹굴며 부서지고 다시 어울리며 거창하게 숨쉬는 바다에 상념의 돛배가 방향없이 무작정 떠간다.
   얼마나 많은 문인들이 바다를 찬미하였던가. 느꼈다는것은 소득이며 토로하는것은 자아가치실현이다. 생명의 표현은 감수에서 비롯되지만 현상의 외피속에 숨겨져있는 본질을 투시하는것은 어렵다. 살며 느끼는 인생으로서 사물의 본질에 대한 깨달음은 귀중한 소득이다. 신비한 바다의 내속을 읽기에는 상당한 체험이 요청되지만 매번 바다의 푸른숨결에 귀기울이며 바다의 그 내밀한 속에 잠겨보고 싶어진다.
   문득 인간의 욕망의 바다도 밀물과 썰물의 섭리를 가지고 있다면 인생마당이 이처럼 시끌벅적하지도 않을것이고 그로하여 혼잡을 겪지도 않을것이라는 허황한 생 각이 붕 떠오른다. 언제면 차고넘칠가? 하는 한계의 미학을 인성의 본질과 이미지와 련계시키면 그릇된 추구를 고집하지 않고 비극을 모르는 조화만을 이루지않을가.
   자의이든 맹목이든 욕망은 인성의 본질이며 무한대하다. 욕망은 천태만상의 모습으로 춤추며 날로 나날이 부풀어 제어하기 어려운 인간의 괴질이 되였다. 허위에 숨겨져있는 본질을 해부해보면 참된삶의 본질에 대한 깨달음이 새삼스레 소중해진다. 그 허위를 까밝히기싶고 그 진실을 말하고 세상을 마주하여 설파하고 싶어진다.
   한마음에 욕망과 절제의 두 기둥을 동시에 세운 완미한 인간이 되기는 쉬운일이 아니다. 그러나 뻗기만 하는 추구의 가지마다 탐욕의 열매를 부러지게 달아매지 말고 밀물과 썰물의 미학을 배우는것은 가치없는것일가? 풍족함과 만족함은 다른 개념이다. 만물의 령장는 돈벌레로 진화되였으니 소유의 문명이 진실하고 합리한것인가?
   하다면 욕망의 합리성은 무엇이고 진실이란 무엇인가? 해답은 인류의 실존과 함께 영원히 난제로 남을줄 안다. 서로의 조화와 아량이라 한다면 정답이 아닐수 있지만 욕망이 극치에 도달해도 만족의 대문은 닫기지 않을것이다. 자신의 능력과 정비례되는 소득은 정당할진대 극한에서 자기를 잃는 물극상반도 기억해야 하리라.
   극단에 조화의 미는 없다. 인생가치란 추구과정에서 실현되며 그 과정에 조화도 이루어질 때 비리와 부정, 불협화와 갈등, 자족과 긍지, 향락과 권태…인생극장의 온갖 장면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것이다. 챙기기만 하고 베풀줄을 모르는 흉금으로는 그가 누구든,어떤 자리에 앉았든 참된 인간의 이미지로 부각될수 없다.
   인간심령에 추구의 지평선이 이루어지기 어려운것은 바로 탐욕의 무한선때문이다. 조화가 실현불가능이라면 인간은 영원히 비극속에 어리광대로 될수밖에 없으며 더욱 비참한 동물로 타락할수밖에 없다. 완성된 인간의 모습은 반드시 물질재부의 금자탑우에서만 현연되는지 나로서는 영원히 알수 없지만 그 어떤 강렬한 충동도 욕망의 바다에서 비롯되듯이 썰물처럼 물러갈줄은 모른다는것만은 명백하다.
   인간에게 절제는 금구인가? 욕망이 합리할때는 본성이 되고 극으로 치달아오르면 탐욕이 되며 절제에서 행복의 풍경선이 그어지고 인생의 향기에 자족할수 있을것이다. 챙기고 나눔의 화해가 사회풍조로 될 때 유토피아가 따로 없을게다. 대하도 시내물도, 격류도 잔잔한 흐름도 다 받아들이는 바다의 아량은 인간의 욕망의 바다와는 왕창 다른 별개의 문제이다. 물욕은 자칫 바다거품처럼 자신을 허무하게 만들수 있다.
   허위의 면사포를 벗겨버리고 진면모를 직시할 때 비로소 욕망의 바다의 내밀한 계시에 귀기울이며 흑심에 사느니 깨끗한 삶을 지향하려는것은 지어먹은것이 아니다.  일처사가 곧 그 사람이라 한다. 처사에는 두가지 경계가 있다. 첫째는 공익의 경계이다. 일을 하는것은 령혼의 수련과 자기완성의 수단이요 정신상에서 얻는것이 더 중요하다지만 리익이 유일한 목적이라 자사(自私)가 앞서게 되니 막무가내한것이다.
   백년도 살기 어렵건만 천년욕망의 궁전을 세우려드니 부질없지 않은가? 욕망이 천층만층 구만층의 인간들에게 대동소이하게 공유되고있으며 본성과 본능으로 되여져 바다에 비유되고 있지만 바다는 다르다. 넘칠줄 모르게 받아들이기만 하는 바다가 늘 반갑게 안겨오는 까닭은 지대한 용량때문만이 아니라 받은만큼 되돌려주는 너그러운 아량때문인것이다. 하얗게 밀려오고 푸르게 물러가는 바다물이 먼저 버려야 얻을수 있다는 철학을 시사하기때문이다. 그래서 매번 바다를 마주하면 넘쳐나는 감동의 쪽 배에 하잘것업는 사색의 조개나마 욕심껏 가득싣고 저멀리 띄우게 된다.

                                 2009년 1월 26 일   황해가에서             (흑룡강신문 2015년 1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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