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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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문) 소리의 미학초고
2016년 02월 22일 19시 00분  조회:4676  추천:0  작성자: 최균선
                                                         소리의 미학초고
 
                                                                 최 균 선
 
    사전적으로는 소리란 물체의 진동에 의하여 사람이나 동물의 귀에 전달되여 청각 작용을 일으키는 공기의 파동이고 소음은 시끄러운 소리이고 음향은 물체의 소리와 그 울림이라 각각 해석되고있다. 음향이나 소리나 소음이나 다 귀에 들리지만 갈수록 잡음을 제조하지 말고 소음(骚音)을 소음(消音)시키는 제도적장치가 요청된다. 무슨 소리, 무슨 소음해도 고막을 찢는 폭발소리에 마음이 편해진다는 바보는 없으리라.
    섣달 그믐날밤, 예이제 폭죽소리 요란한 축복의 밤이 돌아왔다. 감각시대여서인가? 폭죽소리도 음속, 음도가 갈수록 극치에 이르러 딱총소리같던 데로부터 벼라별 소리가 다있다. 타당타당 투닥투닥 귀청을 찢는 “기관총소리” 딱 꿍딱꿍 고막을 막치는 “보총소리”, 쿵ㅡ챵 오발된 “소총소리” 꿍ㅡ꽝 “수류탄 터지는 소리”,귀가 멍멍하도록 엄청난 “대포소리”등 폭죽소리가 난당이다… 
   온갖 총포성이 울부짖는듯 하여 자극이 극하겠이지만 정작 생명을 훼멸시키려 총탄이 빗발치고 공포의 폭탄,포탄소리에 간담이 다 튕겨나올 전투장에서 보총소리, 돌격총소리, 기관총소리, 박격포소리, 대포소리를 가늠하며 어떤 쾌감을 찾으려는 허겁 뜬 사람이 있을가? 헌데 왜 폭죽소리는 그리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간혹 인명사고도 나지만 총체적으로 생명위험이 없으니까 “총포소리”도 오락처럼 들으려는게다.
    돈팔고 소음을 사고 시끌한 소음속에서 즐기려는 사람들의 음향취미를 왈가왈부 할수 없다면, 꼭 떠들썩함속에서 축복해야 한다면 반드시 굉음속에서 할것까지는 없지 않을가? 참으로 현시대는 소란의 시대, 귀와 마음이 요란한 소음으로 가득 채워 진다. 고요함을 이상하게 하는 시대, 마치 폭음에 귀멍멍한 전쟁터처럼 소음과 소란 속에서 살아야 하나? 쓸데없는 잡소리가 귀찮은데 소음이 있어야 다른 소리가 들린다는 나같은 음맹으로서는 "소음공명"이라는 새로운 해석이 생경할뿐이다.
    산업화사회가 만들어내는 온갖 소리는 생태교란, 스트레스, 만성질환, 정서파괴 등 시대적질환을 만들고있다. 소음으로 가득찬 문명시대에 습관되여 작은 소리에는 오히려 청각이 무디여지고 더 이상 원래의 강도를 느끼기 힘들어지고 큰소리에 귀가 멍멍해져 청력의 저하와 손상만이 아니라 심리소란까지도 생긴다. 조용한 숲속에 아무데나 벌렁 드러누워 귀를 쉬우고 싶은 마음이 무시로 생기는 판이다.
    현재 우리가 안고있는 심각한 환경오염문제와 생태계의 파괴에는 소음도 포괄되고있다. 소음이 인체와 생태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을게다. 맑은 공기, 깨끗한 물을 지향하는만큼 소음문제의 심각성을 력설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날로 높아가고있다. 사람은 이따금은 고도의 문명시대가 토해내는 소음이 아니라 마음의 소리에 심취하는것도 좋거니와 속깊은 곳에서 우러나 용솟는 순수 생명의 소리를 들으면서 삶을 음미해보는것도 역시 고상한 심취이리라.
    아무튼 아니듣고는 못사는 소리지만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풀벌레소리, 미풍에 나뭇잎이 떨리는 소리, 한겨울 시골집에 문풍지마저 울리는 눈보라소리도 인위적으로 만들어지고 분식된 도시의 고음선률보다는 귀가 더 편안해 할것이다.
    자연소리를 들으며 자란 시골애들은 정나미도는 자연의 소리속에서 쌓은 정을 차분히 주고받는 습관을 몸에 익히게 되였고 그 반대로 도회지의 소음속에서 자라는 애들은 떠들썩한 환경에서 자라나 그게 더 좋은줄로 안다. 아이들은 자연의 숨결속에서 조화된 심신을 키우는게 좋으련만 지금은 도시애들은 물론 농촌애들도 날새도록 개골개골하는 개구리합창의 의미를 잘 모르는 현실이 되였다.
    음향전문가의 말에 의하면 목적과 구조적 특성의 여부에 따라 같은 소리라도 음향과 소음으로 구별되는데 소음에도 좋은 소음이 있단다. 특정된 음높이를 유지 하는‘칼라소음 (color noise)’과 비교적 넓은 음폭의‘백색소음(white noise)’이 그것이다. 백색소음이란 백색광에서 유래되엿는데 백색광을 프리즘에 통과시키면 7색 무지개 빛깔로 나눠지듯, 다양한 음높이의 소리를 합하면 넓은 음폭의 백색소음이 된단다. 백색소음은 우리 주변의 자연생활환경에서 쉽게 접할수 있다. 생활환경에 따라 주변소리가 다르듯이 백색잡음도 다양한 음높이와 음폭을 갖는다.
    백색음으로 비오는 소리, 폭포소리, 파도소리, 시냇물소리, 나뭇가지가 바람에 스치는 소리 등이 있는데 소음에 해당되지만 음향심리적으로는 별로 의식하지 않으면서 듣고 또 항상 들어왔던 자연음이기때문에 그 소리에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게다가 자연의 백색음을 통해 우리가 우주의 한 구성원으로서 주변환경에 둘러싸여 있다는 보호감을 느끼게 되여 듣는 사람은 청각적으로 적막감을 해소할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세상의 소리를 들으면서 자신이 살아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그래서 인간 세상의 소리도 꼭 필요한 소리이다. 련며칠 작달비 내린뒤 산골짜기를 메우며 쏟아지는 홍수의 소용돌이치는 소리는 대자연의 관현학이라 할것이요 고요한 새벽을 깨 치는 수탉의“꼬끼오”소리는 려명의 종소리라 할것이다.
    연암은 귀울림의 비유를 들어 자기가 혼자만 아는것을 남이 몰라주어 걱정이라고 하였다,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귀울림을 즐기고 또 남들도 그 소리를 똑같이 들어주기 를 강요한다면 그것은 병이다. “하루밤에 아홉번 강을 건너다”라는 기행문에서 같은 소리도 듣는이의 마음에 달렸다고 쓰고있다.
     …나는 예전에 문을 닫고누워 그 시냇물소리를 다른 소리와 서로 비교해서 들은 적이 있다. 청아하다고 생각하고 들으면 깊은 소나무숲에서 바람이 불때 나는것 같은 소리로 들린다. 몹시 흥분했다고 생각하고 들으면 산이 갈라지고 언덕이 무너지는것 같은 소리로 들린다. 교만한것 같다고 생각하고 들으면 뭇개구리들이 다투어우는듯 한 소리로 들린다. 성나있는듯 하다고 생각하고 들으면 수많은 축이 번갈아가며 울리 는것 같은 소리로 들린다….
    소리에는 생태적인 소리와 인공적인 소리가 있고 세상의 소리와 마음의 소리가 있다. 누구나 이따끔은 세상의 소리가 아니라 마음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깊은속에서 우러나는 생명의 소리를 들으면서 살아야 하는것도 우리의 삶의 일상이다.  하지만 잡다한 온갖 소음속에서 자신의 심연의 소리를 듣기어렵다. 그래서 소리ㅡ잡음들이 넘쳐나 그 소리를 피해 조용한 곳으로 달려가는 사람들이 날이 갈수록 늘고있다. 가끔씩 세상의 소리에서 벗어나려는것이다.
    산에 가면 마음의 소리를 찾아가는 셈이다. 산행을 통해 소리의 미학을 즐기는것도 산을 찾는 중요한 리유이기도 한것이다. 산행을 하다보면 고요속에 제마음을 더 깊이 들여다 보게 되면서 무언가를 얻었음에 무한한 기쁨을 누리게 된다. 세상의 소리에서 벗어난 자재적인 즐거움이다. 이처럼 마음에 닿아오느 소리, 즉 듣고싶은 소리와 듣기싫은 소리는 각자의 심상에 달렸다.
    하지만 아무리 듣기나름인 소리라해도 소음만은 아니다. 하늘엔 구름을 찢는 비행기소리, 거리에 나서면 섬뜩하고 아츠러운 경적소리, 길옆상가에 음악소리, “싸구 려소리”, 집에 들어오면 텔레비죤소리…붐비는 인촌에 무풍지대가 있으랴만 잡소리가 싫어지는 문명시대인것은 사실이다. 섣달그믐날밤, 예이제 폭죽소리 요란떨며 축복의 밤을 새운다. 너무 들어서 습관되였으련만 많이, 쉽게 들으라고 나붙은 두귀는 무방비상태이다 보니 나날이 높아지는 도시의 소음속에 지쳐버린 탓일수도 있다.


                                         2013년 2월 9일  (섣달그믐날밤 소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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