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http://www.zoglo.net/blog/cuijunshan 블로그홈 | 로그인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나의카테고리 : 칼럼/단상/수필/기행

(진언수상록 56) 위험한 망각
2017년 06월 26일 20시 37분  조회:3251  추천:0  작성자: 최균선
                                          위험한 망각
 
                                              진 언
 
    “싹잊고 새 출발하라”는 말이 류행되는데 나쁠것 없는 충고이다. 그러나 잊으려는것과 잊혀지는것은 벌써 다른 일이다. 어떤 일은 잊혀지면 아쉽거나 크게 랑패를 볼수 있다고 여기지만 잊음ㅡ망각에도 위험한 망각이 있다.
    모든 동물에게도 기억력이 있다. 우직함의 대명사로 되고있는 황소이지만 기억력이 놀라웁다. 주인에게 여물먹듯 늘 얻어맞고도 잊음이 헤퍼서인지 아니면 관용정신이 있어서인지 한번 “승치”를 할줄 모르는 미물이면서도 아무리 밤이라도 자신이 한번 걸어갔던 길은 눈을 감고도 외착없이 돌아올만큼 령물이기도 하다.
    늙은 말이 길을 안다는 말이 있듯이 개도 천리밖에서 자기 집을 찾아올줄 알며 고양이도 눈을 싸매고 먼곳데 가져다 내버려도 용케케도 제집을 찾아온다. 그런데 가금류의 오리나 게사니의 기억력은 어떤지 모르나 닭은 기억력이 제로이다. 렴치없이 정주칸에 들어와 밥상을 뒤번져서 빗강대(비자루)에 혼쭐이 나고도 곧 들어와 한본새로 여기저기 똥을 싸는데 정말 한심할 지경이다.
    어류가 다 그럴수는 없겠지만 일본의 한 생물학자의 실험에 의하면 담수어들의 기억력은 비참하다고 한다. 맛나는 미끼를 한번 물었다가 생명이 경각에 이른 교훈이 있었건만 하루반 내지는 이틀 사이에 다시 미끼에 홀리워 덥썩 물거나 그중에서도 민하기 짝이 없는 물고기는 이틀어간에 십여번씩 낛시에 걸려들었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생사의 고비마저 깡그리 잊고마는 고기의 비극과 운명은 이처럼 기억력 혹은 기억하려하지 않는데서 기인되고 사냥물의 운명을 벗어날수 없는것이다.
    그런데 고급령장동물인 사람도 건망증 혹은 망각증이 있지만 류만부동이라 위험한 망각에는 특별히 경각성이 높다. 례하여 뱀에게 물린 놈은 십년이 지나서도 우물드레박줄을 보고도 놀란다는 말도 있고 자라에게 놀란가슴 솥뚜껑을 보고도 놀란다는 속담이 이를 잘 말해준다. 달리 말하면 좋은 일은 잘 잊혀지고 나쁜일, 원한으로 새겨진 사연들은 종내 잊혀지지 않는다고 류추할수 있겠다. 그러나 특수 경우도 있다.
    귀인은 잊음이 헤프다는 속담이 있는데 현재 중국에는 잊음이 헤픈 “귀인”들이 너무 많은듯하다. 이를테면 중국특유의 부호들의 경우가 그렇다. 지지리 궁상떨며 빈궁하게 살다가 어찌하여 부자가 된다는것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 그리고 고생스럽던 생활이 자기세대에서 끝나 세월의 락엽속에 영원히 묻혀버리고 후대들이 세세대대로 먹을알없는 농사일을 썩 걷어치워도 풍의족식하며 귀족식으로 살기를 기원하는것도 가장 바람직한 일일것이다. 시야비야 할것없는 본능적인 소망이니 말이다.
    하지만 예로부터 중국사람들의 부귀는 3대를 내려 이어가기 어렵다고 하였다. 그 주요원인이 무엇일가? 좀 잘살게 되면 티를 내고 떠벌려먹고 마시고 돈을 분토같이 쓰기때문이란다. 이들과 너무 선명하게 대조되는것으로 례를 든다면 미국의 백년전의 갑부인 록크펠로가족은 지금도 미국에서 으뜸으로 가는 부호가족으로 남아있다는 사실과 중국에는 백년전 부호들이 지금까지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동서방의 부호유전의 이런 격차를 다른데서 더 찾아볼것없이 중국의 갑부들과 미국부호들의 식탁에서 일목료연하게 읽을수 있다. 중국의 3류부옹들이 예쁜 정부를 배동하고 보호동물인 “웅장”을 뜯고 프랑스인두마(5성급술집들에서는 한병에 2천원 씩한다고 함)를 마시며 흥청망청하는게 류행이 되였다. 그러나 아주 위험한 망각이다.
    한번 대조해보자. 미국의 으뜸부자 록크펠로는 마른빵을 씹으며 고아원과 교회에 의연금을 보내느라 바삐 돌고 그의 귀공자는 려비도 푼푼히 가지지 않고 아프리카 신기네아의 원시림속에서 탐험에 몰두하고…미국의 부옹들은 기억력이 비상히 좋아서 언제나 오랜오랜 옛날 사무치게 빈궁한 생활과 굶주리던 쓰라림을 잊지 않고 아글타글 벌어들인 재부가 일조일석에 날아갈가봐 노상 전전긍긍한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의 부호들은 부하면 먼저 건망증부터 득달하는지 유흥가(灯红酒绿) 에서 취생몽사하며 마치 날때부터 부자였고 상등인물인듯이 여기고 자손만대를 향락할것이라 확신하며 양양자득한다. 물론 가난뱅이로부터 일약에 갑부가 된 사람들이 부지기수이고 70년대까지 기한의 의미를 뼈속에 새겨두었던 민초들의 생활이 보편적으로 윤택해진것은 사실이나 먹고쓰고 남아돌도록 매우 부유한것은 아니며 오늘 잘 산다해서 배고프고 춥던 고생이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것을 표지하지는 않는다.
    도처에서 “제비가 춤추고 꾀꼬리가 노래하던” 아주 좋은 형세하에서 특수한 “계급교육방식”이던 회억대비밥은 구중천에 날아간지 오래지만 중국의 부호네 귀공자들은 입맛이 높아져서 이것도 안먹고 저것도 가릴 때 미국의 중소학생들, 심지어 유치원아이들은 “회억대비밥(忆苦饭)”을 먹기도 하는데 한 때를 먹으며 형식을 피우는게 아니라 련속 사흘씩이나 먹게 한다고 한다.
    미국아이들이 먹어보는 회억대비밥과 왕년에 우리가 먹던것과 내용상 대동소이하나 그 취지는 질적으로 다르다. 중국에서는 고생스럽던 암흑한 구사회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것이 취지였다면 미국의 아이들은 량식이란 얼마나 귀중한것인가를 새삼스럽게 절감하면서 가난한 사람들을 동정할줄 알고 직접,간접적으로 국제지식을 장악하여 창업의 간고함과 오늘의 풍의족식이 용이하게 오지 않았다는것을 가슴에 새기는것이다. 이것은 문화의식의 차이인가? 아니면 가치관념의 차이인가?
    유감스러운것은 그들이 200년 넘게 모르던 기아의 맛이 어떤것인가를 다시 씹을 때 허다한 중국사람들은 이제 조금 배부르게 되고 등따스우니 불과 30여년전에만도 그렇게 곯던배가 불룩하게 나온것만 알고 잔뜩 내밀려는것이다. 이역시 변종의 아 Q 정신과 련관되는것은 아닌지 사색해볼 일이다. 다르다면 아Q는 “휘황”했던 과거를 꺼내들고 자아위안한것이고 건망증이 심한 현대중국부옹들은 오늘을 내세움으로서 불쾌했던 과거를 망각의 비자루로 아예 싹쓸어버리는것이다. 그런데 악몽은 깨였지만 정서는 그냥 남아있듯 그렇게 하고싶은 심사도 역시 지어먹는것이다.
    하긴 아파보지 못한 사람은 아팠던 자리가 언젠가는 다시 아플수도 있겠다는 기억의 관성원리를 알배없고 알려고도 하지 않을것이다. 지난세기 60년대초 이른바 “자연재해시기”, “위성은 하늘에 오르고” 실제 량식산량은 곤두박질하여 수천만이 아사한 참사를 싹 망각하고 남의 나라에서 얼마 굶어죽었다니 가난뱅이 나라라니하고 비웃는데 여간 웃기지 않는다. 력사는 잊었을지언정 지워진것은 아니다. 조선민족의 지사였던 단재 신채호는 일찍 “력사를 잊는 민족은 희망이 없다.”고 하였다. 비극의 력사가 재연된다고 하지만 누가 그것을 바라랴, 그러나 바라지 않는다는것은 념원에 속한 문제일뿐이다. 사람의 앞일을 누가 장담할수 있을것인가?
    자족할줄아는 사람은 언제나 부자라고 하지만 소망은 해석하기 어려울때가 있는 법이다. 구름은 달을 가릴수는 있지만 달을 바꾸거나 그 본질에 영향주지는 못한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기억력은 세월의 물결에 흐려지거나 씻겨버릴수는 있으나 력사의 흔적과 더불어 우리의 절실한 아픔은 의연히 영향받지 않는다. 그런데도 건망증이 심하다면 그것은 보통일이 아닌줄로 안다.
    현시대 중국에서 가장 “위험한 건망증”에 걸린 사람들은 이미 락마했거나 뒤미처 락마할 후보자들이다. 금전, 미색이 앞에서 양공질하면 미끼를 덥썩무는 고기들처럼 자신의 본분이나 신분, 장엄하게 맹세하던 붉은주먹도 까맣게 잊혀지는지 앞사람 쓰러져도 뒤사람이 이어서니 얼마나 비장한 망각인가?   

                                           2013년 5월 28일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82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240 경신하지 말아야 2013-09-02 0 8372
239 옥에 티만이 아니였다 2013-08-26 4 8910
238 남녀비교시조 100수 (3ㅡ-30) 2013-08-24 0 8518
237 밀어내기와 채우기 2013-08-23 0 7263
236 남녀비교시조 100수 (2-40) 2013-08-17 0 8328
235 남녀비교 시조 (100수) 1ㅡ30수 2013-08-13 0 8494
234 (중편소설) 머나먼 사랑탑 2013-08-06 1 26680
233 (중편소설) 한 남매의 비극 2013-07-31 2 15422
232 “니전투구”의 괴질 2013-07-25 8 11044
231 간판에서 홀대받는 조선어 2013-07-23 1 8822
230 (교육에세이) 아이들 이런 책을 읽어야 할가? 2013-07-20 0 8568
229 글은 작자의 것이로되… 2013-07-18 0 7159
228 치욕의 기둥에는 견책의 설한풍만... 2013-07-17 0 8462
227 “싸가지가 없다” 를 두고 2013-07-17 0 9031
226 개구리와 올챙이철학 2013-07-17 0 7683
225 속담풀이 2013-07-17 0 7982
224 욕설의 철학 2013-07-17 0 7809
223 식도락의 변증원리 2013-07-17 0 7355
222 신뢰의 금자탑 2013-07-17 1 7507
221 성공학초탐 2013-07-17 1 8843
‹처음  이전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