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花蛇
2014년 05월 15일 10시 14분  조회:1353  추천:0  작성자: 카ㅍ카

 


 

 

 

사향 박하의 뒤안길이다.
아름다운 배암……
얼마나 커다란 슬픔으로 태어났기에
저리도 징그러운 몸뚱아리냐.

 

꽃대님 같다.

 

너의 할아버지가 이브를 꼬여 내던 달변(達辨)의 혓바닥이
소리 잃은 채 낼름거리는 붉은 아가리로
푸른 하늘이다…… 물어뜯어라. 원통히 물어뜯어,

 

달아나거라, 저놈의 대가리!

 

돌팔매를 쏘면서,쏘면서, 사향 방초(芳草)길
저놈의 뒤를 따르는 것은
우리 할아버지의 아내가 이브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석유 먹은 듯…… 석유 먹은 듯…… 가쁜 숨결이야.

 

바늘에 꼬여 두를까부다. 꽃대님보다도 아름다운 빛……

클레오파트라의 피 먹은 양 붉게 타오르는
고운 입술이다…… 스며라, 배암!

우리 순네는 스물 난 색시, 고양이 같이 고운 입술…… 스며라, 배암!


화사(花蛇) / 서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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