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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의 붉은 시
2014년 05월 20일 10시 41분  조회:1189  추천:0  작성자: 카ㅍ카
 

                                            
비오는 초저녁 낙짓집에 앉아
남편은 술 한 잔을 내게 권한다.
오래 걸어서 먼지 나던 길 위에
빗물처럼 스미는 축축한 연민,
몸통과 다리 제각기 분리되어
빨갛게 범벅이 된 낚지볶음처럼
남편의 오늘은 위태했을 것이다
젓가락 맞춰 들어올려
입 안 가득히 집어넣으니
우적우적 씹히는 말못할 슬픔
아, 내 생에 이토록 매워 본 적 있을까
온몸과 마음, 속까지 붉히며
진정으로 힘에 겨워 울던 적 있을까
고단한 하루를 흥건히 마신 이 밤
뼛속에서 붉은 시가 흐르고 있다
 
   詩 이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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