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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이야기 동북아네트워크를 구축하라 -FTA와 T&T
동북아FTA와 한국의 손익계산서
그동안 아시아지역의 FTA체결 경쟁은 일본과 중국이 주도해왔다. 하지만 일본과 중국은 아세안과 FTA를 통해 자국의 거래시장에 아시아 각국들을 흡수하는 전략으로 아시아 경제의 주도권 장악에 한 걸음 앞서 가고 있다. 한국은 이들에 비하면 아직도 초보단계다. 하지만 앞으로 한국은 일본과 중국이라는 두 강대국의 힘의 비등점 역할을 하며 동북아 FTA의 주역이 되어야만 하는 입장에 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한국은 지금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곤란한 상황이다. 지난 2001년 한중일 3국간 FTA문제에 관해 한중일 삼국이 공동연구를 한 바 있다. 당시 공동연구에는 한국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과 일본의 종합연구 개발기구(NIRA) 그리고 중국의 국무원발전연구센타`(DRC) 등 권위있는 국가 연구기관들이 참여 했는데, 그 중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있다. 그것은 한중일 FTA가 시행될 경우 최대 수혜국은 한국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시 말해 한중일 3국간에 동북아 FTA가 체결되면 3개국 모두 이익이 되지만, 특히 한국이 가장 큰 이익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에 있었던 학술토론회에서도 같은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지난 9월에 있었던 (사)동북아공동체연구회(회장 이승률) 국제학술회의에서 이창재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국제개발협력센터 소장과 아베 가즈토모 일본 도쿄전기대 공학부 교수, 리싱즈훙 중국사회과학원 박사 등은 한ㆍ중ㆍ일 3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할 경우 3국 모두 국내총생산(GDP)과 수출, 교역조건이 개선되며 특히 한국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결론을 도출했다.
이창재 소장은 2005년 연구결과를 근거로 한ㆍ중ㆍ일 FTA 체결시 한국은 장기적으로 GDP가 5.15% 상승할 것으로 예상돼 중국(1.54%)이나 일본(1.21%)보다 큰 경제적 효과를 얻을 것으로 평가됐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3국 경제공동체 형성을 위해서는 정치적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한국 정부가 동북아경제공동체(NAEC) 설립을 주창하고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이에 아베교수도 한국이나 일본 모두 급성장 중인 중국과 가까운 시일 내에 FTA를 체결할수록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하면서도 중국과의 FTA 체결로 타격을 입을 특정 산업 분야의 반발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한국과 일본의 국내 정치력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시행 초기에는 FTA체결상대국에 따라 한국의 무역흑자가 일시적으로 줄고, 일부산업의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지만,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수출 증대, 국가 산업의 효율적 구조조정, 통상마찰 축소, 외국인 투자 확대, 국민후생 증대로 국가경쟁력이 강화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일본은 선진기술을, 중국은 우수하고 값싼 노동력과 거대한 시장이라는 무기를 갖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사회주의 체제에서 순수과학 및 군사기술은 발달했으나 연구개발(R&D)의 현장응용은 미흡한 상태다. 일본은 90년대 이후 10여 년 동안의 장기 경기침체로 시장의 역동성이 상실됐고, 고비용과 자국 R&D에만 의존하는 폐쇄성이 취약점으로 드러났다. 이에 비해 한국은 우선 기술 측면에서 일본에 버금가는 기술력을 갖고 있고, 60년대 섬유 및 신발, 70년대 전자 및 조선, 80년대 자동차 및 철강, 90년대 컴퓨터 및 반도체 등을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닌 산업으로 성장시킨 성공경험을 가지고 있어 ‘동북아 R&D 허브’로서의 기반을 갖추고 있다. 또 인구대비 고학력 인구비율이 세계 5위 이내로 우수한 인력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점도 동북아 허브 구축 가능성의 잠재력이 가장 높은 나라로 평가된 것이다.
바로 이런 평가들로 인해 동북아 FTA의 최대수혜국이 될 한국이 이를 성급히 추진했다가는 양국에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한다는 오해를 살 입장에 처한 것이다. 또한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는 우리 국내 사정도 걸림돌이다. 북한 핵문제, 장기적인 노사분규 및 파업, 산업기반 공동화현상, 국내정치 불안 등으로 말미암아 우리의 국제경쟁력은 지금 심각할 정도로 추락하고 있다.
게다가 동북아 FTA의 당사국인 일본과 중국이 FTA에 대한 반론이 거세다. 특히 일본은 중국과의 FTA를 꺼리고 있다. 양국 간 시장이 개방됐을 때 일본농업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같은 문제로 중국과의 FTA 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도 한국이나 일본과 FTA를 맺기에는 적잖은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산업기술 분야에서 한국과 일본에 경쟁력이 뒤지는 까닭이다. 그리고 중국은 또 동남아국가연합`(ASEAN)과의 FTA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한중일 FTA가 그리 다급하지 않다. 따라서 세 나라 모두가 납득할 수 있고 이해득실이 균등하게 분배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만 한다.
그리고 역사적, 산업구조적, 사회정서적인 차이가 극명한 세 나라가 최종공동합의에 이르기까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데다 실제로 세 나라는 국가차원의 제도적인 협력경험도 적을뿐더러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나 유럽연합(EU)에서 볼 수 있었던 강력한 국제정치적 리더십도 부족한 상태다.
그래서 필자는 미국의 영향력을 활용하는 방안으로, 최근 국회 동의를 앞두고 있는 한미 FTA체결과 한·EU FTA를 성사시킨 후, 그 여세를 몰아 한·일 FTA와 한·중 FTA를 추진하고, 최종적으로 한·중·일 다자간 FTA로 가는 방법이 최선책이라는 생각을 갖고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세계적인 금융공항을 초래할만한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터졌다. 지난 10월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한국정부는 연일 계속되는 환율 폭등과 주가 폭락으로 각계에서 쏟아지는 비난과 우려 속에서 마땅한 대안을 찾는 데 숨 가쁜 상황이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한 대책으로이명박 대통령이 10월 2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 ‘한·중·일 금융정상회담’ 제안과 함께 삼국간 통합금융체제 방안을 주장한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로 평가된다. 이와 공조하여 정부는 10월 13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IMF 연차총회에서 차관급 회의를 갖고 한국·중국·일본 등 3국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을 포함하는 동아시아 국가들이 미국발(發) 글로벌 금융위기에 공동대응하기 위해 800억 달러 규모의 아시아 공동펀드를 만드는 방안을 주도적으로 추진했다. 또한 세계 경기의 본격적 불황에 대비, 한·중·일 3국이 재정지출을 확대해 경기 부양에 나서는 등 동북아 경제권이 공조 체제를 구축하는 방안을 중국과 일본 정부에 제안하기도 했다.
사실 아시아펀드의 경우, 그동안 중국과 일본이 주도권 싸움을 계속해오던 터라 만일 이에 실패할 경우 우리의 대외 신인도에 피해가 있을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없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이나 일본 어느 쪽도 상대가 동북아 역학구조의 주도권을 갖는 것을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한국이 중재자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양국 모두가 심적 부담이 적은 편이다. 즉, 중국과 일본이 부상할수록 동북아의 역학조절의 주도권은 한국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게 돼 있는 것이다. 그 분위기를 파악한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동북아 역학구조의 중재자로 도전한 것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동북아 FTA룰 이끌어내는 일에 새로운 창의적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의 경제저널리스트인 샤오민제는 한국의 이런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한국 경제는 1997년 이후 매우 건실해졌으므로 국내 상황에만 함몰돼 조급해 하지 말고 큰 시각으로 3개국 FTA의 틀에서 회복의 열쇠를 찾으라고 충고한다.
금융 차원의 논의를 넘어 3개국 FTA 논의를 하루 빨리 시작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동아시아 3개국이 함께 하지 않으면 국면을 타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중국의 성장을 어떻게 활용하고 어떻게 협력하느냐 에서 열쇠를 찾아야 한다. FTA를 하면, 3개국 경제뿐 아니라 아시아와 세계 경제의 회복 시기를 앞당기게 될 것이다.
세계경제의 판도를 바꾸며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자신감과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한 일본의 저력, 그리고 인터넷 강국이라는 한국의 IT인프라와 반도인의 독창적인 능력을 바탕으로 세계교역규모 10위권의 경제력을 합성해서 역사상 일찍이 볼 수 없었던 규모의 돈과 기술과 시장과 문화를 갖춘 배타적인 지역경제권(Regional Economic Block)으로서 동북아경제협력체의 탄생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면 중국과 경제공동체 관계에 놓여있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과 연결되면서 장차 1,2O년 안에 세계경제총량의 3분의 1 이상이 동아시아시장을 통해야만 순환하게 되고, 마침내 북미와 유럽과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세계를 3등분하는 지구촌 3지역권 정립시대를 실현할 수 있게 된다. 즉, 9.11 사태 이후 일방적으로 국제사회의 신질서를 창출하려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세계화정책을 완화시켜 진정으로 이 지구촌 사회의 안정과 균형 있는 발전을 꾀할 수 있는 견인차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중국과 일본 그리고 한반도가 서로 협력할수록 이익이 극대화되는 상생관계임을 인식시키고, 경제적으로는 각기 자국의 민족주의적 폐쇄논리에서 벗어나 3국 일체의 정신으로 동북아 통합시장을 창출하도록 하는 한편, 문화적으로는 한자문화권의 이상향인 대동사회(大同社會)를 주창함으로서 정서적으로도 하나가 될 수 있도록 앞장서야 한다. 다시 말해 전국가적인 총력을 쏟아부어서라도 삼국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경제문화 협력 통합시장 모델을 개발해 동북아 FTA의 매치메이커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샤오 민제는 이번 미국발 금융위기가 동북아에서만큼은 위기가 아니라 동북아 FTA성사에 결정적인 기회라고 말했지만 나는 이와 더불어 이번 미국발 금융위기가 한국을 동북아시대의 매치메이커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하늘이 준 기회라고 말하고 싶다. 기회를 잡아야 한다. 놓치면 위기가 되어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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