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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에게 ꡐ나침반ꡑ은 있는가
2005년 07월 07일 00시 00분  조회:3331  추천:48  작성자: 차대형


태어나 자란 곳으로 돌아오는 것을 ꡐ귀소ꡑ(歸巢) 또는 ꡐ회귀ꡑ(回歸)라고 한다.
북태평양 연안에서 성장한 뒤 어머니 강으로 돌아오는 연어는 대표적인 회귀동물로 꼽히고, 먹이를 찾아다니다 둥지를 틀기 위해 돌아오는 철새의 이동도 귀소성에 따른 것으로 설명한다.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면서도 집은 꼬박꼬박 찾아가는 것을 보면 사람에게도 분명 귀소본능이 있는 것 같다.
북태평양을 오가는 연어의 경우 성장 시간이 3~6년 이상이 걸리고 이동경로도 수천 킬로미터가 넘는다. 연어는 어떻게 어머니 강을 기억하고 돌아오는 걸까. 학자들은 태어난 강물의 냄새를 맡고 돌아온다고 한다. 그러면 그 넓은 바다에서 자신의 위치나 돌아오는 방향을 어떻게 알고 찾아낼까. 해류를 따라 오간다는 주장도 있지만 태양의 위치나 지구 자기를 나침판 삼아 회귀한다는 가설이 신빙성 있어 보인다.
철새의 이동도 신기하다. 북극해에서 오스트레일리아까지 오가는 최장거리 철새로 알려진 북극제비갈매기는 적어도 2만2500킬로미터를 넘게 이동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철새는 어떻게 그렇게 먼 거리를 오갈 수 있을까. 철새 역시 태양 위치나 별자리를 나침반으로 해서 지구 자기장을 따라 위도와 경도를 파악하며 이동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이 모두 회귀나 이동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연어의 회귀율은 매우 낮다. 바다로 나가는 일조차 쉽지 않은 연어는 북태평양에서 떠돌며 생존을 위한 투쟁을 잠시도 멈추지 못하고, 성장해서도 어머니 강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엔 해양 생태계의 변화 등으로 회귀율이 더욱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철새의 이동 경로에도 위험은 도사리고 있다. 4일 동안 잠시도 쉴 곳 없는 바다 위를 날아가는 검은머리솔새는 중간에 힘이 떨어져 죽기도 하고, 갑작스런 날씨 변화에 떼죽음을 당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쉴 곳과 먹이를 찾아 수만리 해안가를 빙빙 돌아 긴 여행을 하는 붉은턱벌새는 이동 중에 병들고 잡혀 죽거나 길을 잃어 돌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처럼 회귀란 삶과 죽음을 가르는 숙명인 셈이다. 회귀에 성공해야 다시 알을 낳고 둥지를 틀어 종족을 보전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의 귀소본능을 이르는 ꡐ수구초심ꡑ(首丘初心) 즉 여우도 죽을 때 제 살던 곳으로 머리를 둔다는 말이 있다. 개개인뿐만 아니라 민족도 마찬가지일 터이다. 민족의 전통을 지키고 문화를 발전시켜나가는 일 모두가 귀소본능에 따른 회귀 활동인 셈이다. 민족의 얼과 권익을 지켜내는 일이 이동 중에 닥치는 수많은 위험을 헤쳐나가는 생존 활동일 것이다.
이런 활동에는 연어나 철새가 지침으로 삼은 태양의 위치나 별자리 같은 ꡐ나침반ꡑ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나침반이 없거나 희미할 때 회귀의 성공률은 그만큼 줄어들고 만다.
ꡐ우리 민족에게 나침반은 있는가.ꡑ
모두들 이렇게 나침반을 찾고만 있다. 해답은 스스로 나침반이 돼야 한다.
언론인이나 지식인, 문화인뿐만 아니라 상인 농민 학생 모두가 민족의 태양 구실을 해야 한다. 아니면 그 태양을 비추는 거울이라도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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