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한 인터넷 카페에서 심양에 있는 중국 동포와 베이징에 있는 한국 동포가 개인적인 감정싸움 차원을 넘어 서로 중국 동포와 한국 동포를 싸잡아 비난하는 글을 올리며 줄기차게 싸우는 모습을 지켜본 적이 있다. 아주 심한 욕설과 옮겨 쓰기조차 힘든 온갖 표현을 총동원해 서로의 잘못을 구체적인 경험이나 예를 들어가며 적나라하게 까발리고 상대를 자극하는 글들을 잇따라 올렸다. 수많은 사람들이 댓글을 달아 그들의 싸움을 말리기도 하고 타이르기도 하며 충고를 해도 전혀 소용이 없다. 오히려 댓글을 단 사람까지 싸움판으로 끌고 들어가 카페는 난장판이 되고 말았다. 그때 어쩌면 이렇게도 감정의 골이 깊게 패였을까라고 생각하며 안타까워했다. 며칠 전 한국에서 자진 귀국한 중국 동포 한 분을 만났다. 함께 있던 사람이 나를 ‘한국사람’이라고 소개하자 점잖은 풍모의 그는 한국사람이 아니라 ‘한국분’이라고 고쳐 말한다. 이에 “한국분까지는 못되고 ‘한국놈’이라고만 안하면 다행”이라고 답을 하니 웃으면서 “한국에 가보니 한국사람들이 우리를 ‘중국놈’이라고 하더구먼”이라고 한다. 한국에서 5년 동안 단순 잡부에서 전문 기술자로 일을 하다 왔다는 그는 한국에 대한 애증이 겹쳐 있는 것 같았다. 한국을 다녀온 대부분 중국 동포들이 가지는 감정이 그와 별반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베이징에서 사업을 하는 한 한국 동포는 “한국 동포는 함부로 하고, 중국 동포는 제멋대로 해요. 그래서 같이 잘 할 수 있는 일들도 그르치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라고 문제점을 지적한다. 또 “중국 동포와 한국 동포가 서로 믿지를 못해 많이 싸워요. 하지만 급하면 서로 찾아요”라고 말한다. 그는 “중국에서 사업을 하다가 갑자기 어려운 일이 닥치면 중국 동포를 찾을 수밖에 없다”고 실토했다. 그런가 하면 “한국기업을 욕하면서 떠난 중국 동포들도 결국은 다시 한국기업을 찾는다”고 그 복잡 미묘한 관계를 설명했다. 그래서 중국 동포와 한국 동포 사이를 애증이 교차하는 뗄래야 뗄 수 없는 부부관계로 비길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런 상황에 대한 민족적인 정서를 잘 보여주는 영화 한편이 생각난다. 1960년대 한국 멜로드라마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는 ‘미워도 다시 한번’이 바로 그 영화다.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와 성공한 중년과 유치원 선생의 사랑, 그리고 그의 아내와의 갈등과 번민을 그린 내용으로 정소영 감독은 이들의 애정심리를 착실하게 그려냈고, 중후한 신영균의 배역과 미혼모 문희의 애절한 연기, 착한 아내 전계현의 이해심 등이 당시의 시대적 공감을 불러일으켜 사상 최고의 흥행을 기록했다. 중국 동포와 한국 동포가 어울리기 시작한 지도 벌써 13년이 넘었다. 그동안 서로 환상을 갖고 바라보았고 그 결과 어쩌면 실망만 남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오늘 우리 현실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영화 ‘미워도 다시 한번’을 다시 한번 봐야 할 것 같다. (iwbbac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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