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종목을 꼽으라면 단연 미식 축구(아메리칸 풋볼)를 들 수 있다. 1869년 캐나다의 뉴브런즈윅주에서 프린스턴 대학과 러트거스 대학이 첫 경기를 벌였고, 1920년 프로팀이 만들어져 현재 내셔널리그에 32개 팀이 있다. 해마다 9월부터 11월말까지 리그전이 펼쳐지며 1월 중순께 미국인의 열광적 관심 속에 열리는 슈퍼볼에서 우승팀을 가리게 된다. 이들 팀 가운데 샌프란시스코를 연고로 하는 미식 축구 팀의 이름이 좀 독특하다. ‘포티나이너스’(49ers)로 ‘49년도 사람들’이란 뜻이다. 미국 서부개척시대 샌프란시스코 지역은 금광으로 유명했다.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뒤 동부지역에서 경제적 기반도 없이 살아가던 평민들은 인생 역전을 꿈꾸며 골드 러시에 뛰어든다. 최절정기인 1849년엔 1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곳으로 몰려들었다. 서부개척에 나선 이들을 ‘49년도 사람들’이라 일컬었고, 바로 이들이 오늘의 샌프란시스코를 있게 한 사람들이다. 사실 '49년도 사람들'은 그리 좋은 의미만 있는 게 아니다. 개척 정신이 강하다는 뜻도 있지만 체면이나 예절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한탕주의에 사로잡힌 사람들로 경멸하는 뜻이 더 강한 말이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는 ‘49년도 사람들’ 즉 ‘개척자’(프런티어)의 후예임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미식 축구 팀 이름으로 당당하게 사용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가 내세우는 프런티어(Frontier)라는 말은 ‘경계나 최첨단의 선봉’이라는 의미가 있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백인과 인디언들이 치열하게 싸웠던 곳’이라는 지명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보면 프런티어 정신도 양면성이 있다. 나쁜 의미로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철저히 상대방을 응징하는 것’이고, 좋게 말하면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고 개척하는 정신’이다. 어쨌든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이런 개척자 정신에 기초해 성립된 국가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이런 개척자 정신과 이를 계승하려는 케네디 대통령이 주창한 신개척자(뉴프런티어) 정신이 오늘의 미국을 세계 최강대국으로 올려놓은 원동력임은 틀림없다. 최근 수많은 한국 동포들이 중국 열풍을 따라 사업이나 상업, 유학 등의 명목으로 속속 중국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면 마치 미국 서부개척시대 골드 러시에 뛰어든 ‘49년도 사람들’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뿐만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 어떻게든 한국 등 외국으로, 중국 안 대도시로 빠져나가는 중국 동포들의 모습 또한 이들과 마찬가지다. 이들에게는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개척자 정신도 있지만 이와 함께 각종 불법과 인생역전을 바라는 한탕주의도 뒤섞여 있다고 할 수 있다. ‘49년도 사람들’이 개척자 정신을 바탕으로 오늘의 미국과 샌프란시스코를 만든 것처럼 ‘떠나온 한국 동포, 중국 동포들’이 내일의 ‘한겨레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개척자 정신을 뛰어넘는 ‘도전 정신’을 가져야 한다. 개척자 정신의 부정적인 면을 버리고 긍정적인 뜻을 살려낸 ‘도전 정신’이야말로 오늘을 살아가는 한국 동포와 중국 동포의 버팀목일 뿐만 아니라 내일의 한겨레 사회를 담보해낼 수 있는 추진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후손들이 ‘떠나온 한국 동포와 중국 동포’가 만들어놓은 한겨레 사회를 자랑스럽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iwbbac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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