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소설가 빅토르 위고는 “신은 물을 만들었고 인간은 술을 만들었다”는 표현으로 술이 인간의 삶에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의미를 갖는지 강조했다. 술은 두 얼굴의 야누스와 같다. 사람의 슬픔을 달래주거나 기쁨을 더하게도 하고, 사람 사이의 벽을 허물어 가깝게 이끄는 촉매 구실도 한다. 또 용기를 북돋워 진실을 드러내게 하며, 신체적 기능에 활력을 불어넣어 건강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알코올을 빙자해 천연덕스럽게 가식과 거짓을 내보이기도 하고, 염치와 수치심을 쫓아내 함부로 행동하며 짐승 같은 본성을 드러내게도 한다. 또 의식 세계를 마비시켜 일상을 뒤죽박죽으로 만들고, 육체적 기능을 나쁘게 해 삶을 황폐화시킨다. 로마 신화에는 ‘바쿠스’라 불리는 ‘디오니소스’ 신이 술을 처음 만들었다고 전해지고, 중국에는 하나라 때 의적(儀狄)과 두강(杜康)이 처음 술을 빚어 왕에게 올렸다고 한다. 하지만 처음 술을 빚은 것은 사람이 아니라 깊은 산골의 원숭이라는 설이 있다. 나뭇가지 사이나 바위의 움푹 팬 곳에 놓아둔 과실이 자연 발효해 먹어보니 맛이 좋아 일부러 만들게 됐다는 것이다. 술엔 취하게 하는 성분 즉 에틸 알코올이 있다. 술 앞엔 장사가 없다는 말처럼 개인차는 있으나 알코올은 모든 사람을 취하게 한다. 그래서 술은 ‘마시는 문화’가 필요하다. 부모와 자식, 스승과 제자, 친구와 동료 그리고 공식적이거나 사업적인 술자리 등 대상이나 상황에 맞는 주도(酒道)에 따라 형성된 ‘술 마시는 문화’는 개인의 삶이나 건강을 더욱 부드럽고 활기차게 하며, 사회적 계층 사이의 긴장이나 갈등을 해소하는 구실을 한다. 지난해 연변에서의 일이다. 고위 관리인 한 중국 동포가 상급 정부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아 승진을 해 다른 곳으로 가게 됐다. 이를 축하하고 전송하는 술자리가 1주일 내내 이어졌다. 술을 사양하지 못하고 거의 강제적으로 마시게 하는 ‘어이없는 문화’ 때문에 앞날이 창창한 그는 결국 새 부임지로 출근하는 날 아침 승용차 안에서 숨지고 말았다. 그 자신은 말할 것도 없고 민족적인 차원에서도 정말 안타까운 인재의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일이 한두번이 아니라는 데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술을 마시다 보면 술을 권하는 것이 친밀감의 표현을 넘어 권한 술을 마시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따라 자신을 인정하고 존중하느냐 아니냐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권한 술을 다 마실 때까지 정색을 하고 상대를 똑바로 쳐다보며 계속 강요하는 바람에 ‘곤혹스러운 장면’을 연출하게 된다. 이는 문화라기보다 습관에 가까운 것으로 앞서 말한 술 마시는 문화의 장점을 모두 놓쳐버리는 어리석음을 저지르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술과 함께 할 수 있는 다른 좋은 문화적인 요소도 없애버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런 잘못된 습관을 당장 그리고 반드시 고치고 바꿔 ‘은근하고 멋진 술 마시는 문화’를 즐기고 누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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