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북경에서 열린 한 모임에서 중국동포 김철 원로시인은 현재 중국동포의 처지를 ‘끈 떨어진 연’으로 표현해 참석한 사람들의 공감을 불렀다.
중국동포가 한-중 수교 이전에는 중국으로부터 아주 신임(?)받는 소수민족으로 중앙정부를 비롯해 자치주 등 각 정부와 기관의 주요 자리를 많이 차지했으나 한중수교 이후 여러가지 사정으로 중국에서의 입지가 좁혀지고 있지않나 하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돈을 벌 기회를 잡아 어렵게 한국에 나간 수많은 중국동포는 같은 민족임에도 차별과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불법체류를 하고 있어 결국 지금의 중국동포는 한국과 중국 모두에게 푸대접을 받는 ‘끈 떨어진 연’ 같은 존재가 됐다는 것이다.
<조선족대개조론>이라는 책을 펴낸 작가 김문학씨는 중국동포의 의식문화를 이솝우화에 나오는 ‘박쥐형’에 빗대 설명하고 있다.
박쥐 한 마리가 그만 발을 헛디뎌 땅에 떨어져 쥐들한테 붙잡혀 죽을 위험에 빠지자 박쥐는 나도 쥐라는 주장을 펴 위기를 모면한다. 그러다 박쥐는 불행하게 또 땅에 떨어졌는데 이번에는 새들에게 잡아먹힐 지경이 되자 자신은 날개가 있어서 새와 같은 종족이라고 주장하며 다시한번 목숨을 구하게 된다.
김씨는 이 우화가 주는 파생적 의미는 다르게 해석될 수 있지만 중국동포 문화를 들여다보는 듯해 ‘박쥐형 문화’라고 이름붙였다. 또 그는 중국동포 문화는 땅에 꽂으면 그자리에 쉽게 뿌리내리는 버드나무처럼 뿌리옅은 천근성 문화에 속한다고 말한다. 이는 중국 사회체제로 인해 자발적으로 또는 부득이하게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투쟁 속에서 자신의 문화에 대해 돌볼 겨를이 없었고, 그런 이데올로기의 절대적 우세 속에서 문화에 대해서 잊고 있었던 탓이라고 설명한다.
다시말해 중국동포는 국적은 중국이지만, 문화는 한민족 문화 속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막상 한국 문화와 한국인을 대할 때 중국동포는 중국인의 시각에서 바라본다. 이런 모습이 바로 박쥐의 전형적인 생태와 닮았고, 버드나무 같은 천근성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김철 시인이 말한 ‘끈 떨어진 연’이라는 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그 주장의 근저에 ‘박쥐형 문화’나 ‘천근성 문화’가 깔려있지 않은지 생각해볼 일이다.
왜 중국동포가 지난 몇십년 전보다 중국 안에서의 위치가 점점 좁아지는가를 한국이라는 외부변수에 핑계대지 말고 중국동포 사회 내부에서 찾아봐야 한다. 이른바 중국동포 영도들이 민족의 발전보다 자신의 출세만을 더 중시했기 때문은 아닌지, 나아가 민족이라는 명분을 팔아 제 잇속 챙기기에 더 바쁘지 않았는지 따져봐야 한다.
그래서 푸대접을 받는다고 한탄만 할 게 아니라 중국동포가 똘똘 뭉쳐 민족을 먼저 챙기고 그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실력’을 키워내고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할 일이다.
이 일을 위해서는 당연히 민족의 지식인이 앞장서야 한다. 당 간부나 영도들은 말할 것도 없고 교육자, 문인, 언론인, 대학생이 함께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고 남을 탓하면서 한탄만 해서는 더이상의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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