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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명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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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치사회가 그립다
2013년 10월 23일 09시 38분  조회:3793  추천:0  작성자: 리명근
 

      전대미문의 급격한 변혁을 특징으로 하고있는 현대사회는 언어문자의 신격한 변화도 초래, 잠만 깨고나면 어디서 생겨나는건지 한무더기의 신조어들이 와르르 쓸어나오는 상황이다. 이러한 신조어들을 제때에 해석하고 뜻풀이를 하려면 당연히 사전을 떠날수가 없다. 그래서인지 옛날에는 출판편집일군이나 언어학자들의 독점물로 되여 보풀이 지도록 뒤지던 사전이였건만 오늘날에 와서는 소학생이 있는 집이라도 사전 한두권씩은 족히 있으니 최근년간에 여러가지 사전들이 얼마나 많이 출판되였음을 어림짐작할수가 있다.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부모님이 사준것도 있겠지만 상으로 받은것도 적지 않을것이다. 사전도 다양한 형식으로 출판되는데다가 학과별로, 분야별로 매우 자상하게 분류되다보니 서점의 사전류 매대에 마주서서 이것저것 펼쳐보다나면 한나절의 시간쯤은 어느결에 지나는지도 모른다. 

     주지하다싶이 사전이라면 일정한 언어의 단어나 단어결합, 성구적표현 또는 일정한 범위의 대상의 이름을 올리고 풀이한 책으로서 권위성을 갖기마련이다. 그런만큼 사전의 편찬자 또는 출판자는 항상 공구서의 권위성에 모를 박고 사전의 편찬, 출판시에 올림말의 정확한 표기와 과학적인 뜻풀이에 각별한 신경을 쓰면서 가급적으로 문제점들을 피함으로써 공구서의 권위성이 흔들리지 말도록 담보하여야 한다. 하지만 사전출판의 붐과 더불어 문제점도 적지 않게 로출되고있다. 사전 거개가 겉뚜껑에 “신판”이 아니면 “최신판”이라고 유표하게 밝혀놓고있지만 시대의 변화와 더불어 나타나는 새 올림말을 일일이 보충하지 못하고 그 뜻을 새롭게 해석하지 못하였을뿐만아니라 예전의 사전에서 나타난 부정확하고 불합리한 점들을 찾아내여 수정가필도 하지 않았기에 일부 사전들은 명색이 신판이지 기실은 시대의 요구에 수응하기 어려운 구태의연한 공구서의 역할밖에 할수 없는 상황이다.

     가장 간단한 일례로 작금에 널리 쓰이고있는 일부 새 사전들에 오른 올림말의 그릇된 대역과 해석 및 비과학적인 뜻풀이 등을 몇가지 내놓을수 있다.

     일부 새 사전들에서는 한어의 “黄牛”를 우리 말로 옮겨놓을 때 옛날 사전의 틀린 표기를 그대로 옮겨서 “황소”라고 적고있다. 그러하기에 아직도 일부 번역문도서들에서 “延边黄牛”를 “연변황소”라고 옮겨놓는 일들이 비일비재이다. 《조선말대사전(전 3권)》의 올림말에 따르면 “황소”는 “① 큰 수소. ② 힘이 몹시 센 사람을 비겨 이르는 말”로 뜻풀이되였다. 한어에서의 “延边黄牛”는 누런색을 띤 연변소의 특징을 점찍은것임에도 불구하고 “연변황소”라고 하였으니 연변의 소는 몽땅 큰 수소뿐인것으로 해석되고있다. 그러므로 “延边黄牛”에서의 “黄牛”는 응당 “황우” 또는 “누렁소”(털의 색갈이 누런 소→《조선말대사전》 제1권 899페지)”로 표기하여야 한다. 따라서 “延边黄牛”라면 당연히 “연변황우” 또는 “연변누렁소”로 적어야 함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한어의 “管井”을 “우물뽐프”로 적었는데 이 역시 동문서답식의 대역이 아닐수 없다.“管井”은 우리 말의 어떤 “뽐프”가 아니라 어떤 “우물”을 대상한것이 분명하기에 마땅히 “관우물(물을 얻기 위하여 직경이 작은 관을 땅속에 박아서 만든 우물→《조선말대사전》 제1권 774페지)”로 대역되여야 한다.

     또한 한어의 “茶炉”역시 한어글자의 뜻풀이에 따라 “차를 끓이는 곤로”라고 옮겨놓았다. 물론 “차를 끓이는 곤로”란 제품이 새로 나왔다 하더라도 한어 “茶炉”의 원뜻은 “물을 끓이는 소형보이라”임을 알아두어야 한다. 그러므로 “茶炉”를 시대의 변화에 수응하여 두가지 내용으로 갈라서 대역하거나 뜻풀이하려면 “물을 끓이는 소형보이라” 또는 “온수보이라”를 앞순위에 둔다면 “茶炉”에 대한 우리 말 대역이나 해석이 완벽해질수 있다고 보아진다.

     그리고 또 한어의 “人字梯”를 두고 우리 말로 “사람인자형 사다리”로 적기도 하였다. 물론 한어나 기타 외래어를 우리 말로 옮김에 있어서 독자로 하여금 직접 환하게 터득할수 있는 올림말을 적는것을 원칙으로 내세움은 탓할바가 아니다. 그러나 우리 말 사전에 상응한 올림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해석식올림말 또는 풀이식올림말을 만들어낸다면 우리 말 규범원칙에 어긋나지 않을수가 없다.《조선말대사전(전 3권)》에는 “사다리말”이란 올림말이 있는데 그 뜻인즉 “두 사다리의 웃부분을 한데 결합하고 밑부분을 벌려 안전하게 설수 있게 만든 디딤대”라는것이다. 그러므로 “人字梯”의 적역은 “사다리말”임이 틀림없다.

     오래전부터 언어학자들은 “헌법과 문법은 나라의 두 기둥이다”라고 일컬어왔었다고 한다. 사실 헌법이든 문법이든 모두가 사회적약속이라고 할수 있다. 헌법은 사회생활을 위한 국가적약속이요, 문법은 말과 글의 소통방식을 정한 언어적약속이라 하겠다. 헌법과 보통법이 옳바르게 만들어지고 집행되는 사회를 법치(法治)사회라고 한다면 넓은 의미의 문법 즉 우리 말이 옳바르게 표기되고 우리 말의 사용과 규범이 잘되여가는 사회는 문치(文治)사회라 할수 있다. 그러므로 급속한 시대 발전과 더불어 어지러워진 언어문자환경을 수시로 정화할수 있는 각종 류형의 사전의 량도 늘여야겠지만 그 품질을 배로 높이는것이 급선무가 아닐수 없다.


 
연변일보 10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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