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경험에 대한 여자의 이야기
김행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 (전 청와대 대변인)
E-mail : ginko0405@gmail.com
다음 카페에 지난 9월 30일 올라와 조회수 100만명이 넘은 글이 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등 SNS를 통해서 지금 이 시간에도 계속 확산되는 글이다. 글 제목은 “남자도 읽어볼만한, 첫경험에 대한 여자의 이야기”다. 찬반 댓글을 통해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대체 어떤 글이길래?
글은 영화 ‘노랑머리’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남자들에게 ‘(첫경험에 대해) 입장 바꿔 생각해 보라’고 하고 ‘내 몸은 내가 주인이잖아’로 끝맺는다. 매우 체험적인 글로 판단되어 ‘느낌 그대로를 생생하게 살리기 위해’ 일부를 제외하곤 글 대부분을 옮겨왔다. 이 글을 읽게 되는 독자들 사이에서도 격한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판단은 전적으로 독자의 몫이다.
담론 형성을 위해 질문 하나를 던져 본다. 이 글이 회자되는 이유는?
[노랑머리]라는 영화에서 이런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 소녀가 낙태하고 돌아온 날, 아파서 쩔쩔매는데 남자가 소녀 옆에서 꿈지럭거리자 소녀가 너무나 미안한 표정으로 “오빠, 내가 못 해줘서 미안해”하자 남자 급 삐친다. 자궁 속을 벅벅 쇠주걱으로 긁힌 아픔보다 성기에 피 몰려 딱딱해진 게 더 대단한 것이라 그걸 못 풀어줘 미안하다는 건가? 영화라지만 왠지 화가 치밀었다.
[여자가 떠안아야 하는 것들…]
남자는 첫경험이 꼭 치뤄야 할 통과의례이자 무용담이겠지만 여자는 첫경험은 두려움이자 사후에 생기는 모든 위험을 떠안고 가야 하는 예민한 문제다. 흥이 덜 난다고 착용을 기피하며 피임 확률이 80%인 콘돔 챙기는 것도 유세를 떨고 그나마 잘못된 상식으로 바로 빼면 된다며 제대로 된 착용조차 못하는 남자들. 이런 조선 남자들 덕분에 여자들은 부작용까지 감수해가며 하루라도 빼먹으면 안 되는 피임약을 복용하고, 약국에서 얼굴 붉히며 산 임신테스트기로 가슴 졸이며 아침 소변을 받아내고, 조금만 생리가 늦춰져도 발을 동동 구르며 인터넷을 뒤적거리다 80%가 남자 의사라는 산부인과에서 다리를 벌린 채 진찰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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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민망한 것은 배부른 유부녀들 사이에서 솜털 보송보송한 얼굴로 괜히 죄지은 것 마냥 앉아 대기하는 짓이다. 거기다 씻지도 않은 손을 거침없이 팬티 속에 넣고 어느 야동에서 본 손놀림으로 비벼대며 “좋아?”라고 말하는 철딱서니 없는 남친 덕에 환부가 가렵고 부어 올라도 대놓고 긁지도 못하고, 병원 가기도 뭐해서 혼자 끙끙대다가 재수없으면 세균 감염으로 허니문용 방광염까지 걸리게 되니 이래저래 여자는 첫경험을 시작으로 포문부터가 전쟁이다.
[그녀들의 두려움을 아는가?]
그러나 이런 육체적인 문제는 오히려 애교다. 여자들의 성상담 제목 중 제일 흔하게 보는 제목이 “섹스 후 그가 변한 것 같아요”다. 일단 관계 맺고 나면 시큰둥해지고 낚인 고기에 더 이상 떡밥을 주지 않는 남자들의 태도에 혼전경험에 대단히 관대하지 못한 조선 땅의 여자들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임신과 낙태의 위험을 혼자 떠 안고 가는 것도 무서워 죽겠는데 육체적, 정신적 고통까지! 이런 극도의 스트레스를 동반한 섹스를 스스럼없이 하기가 쉽겠는가? 대부분 믿음을 주는 상대와 안정된 공간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하고 싶은 게 여자 맘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이러고 도망가면? 변하면? 임신 되면? 얘 깨끗하긴 한 거야?’ 이런 걱정들이 꽉 들어차 있는데 어떻게 섹스에 집중이 되겠는가? 입장을 바꿔서 상상해 보자. 만약 첫경험 때 남자가 출혈을 겪는다면? 임신을 남자가 하게 된다면? 여자의 좁은 질 입구를 통과하다 남자의 성기가 부드득 긁혀 귀두표피가 밀려 살점이 떨어져 출혈이 생기고, 귀두표피가 너무 얇은 사람은 출혈이 없어 여자로부터 처음이 아니라는 의심을 받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여자가 피임하지 못하면 남자의 뱃속에 아이가 잉태되고, 그 잘난 성기 속으로 쇠 꼬챙이를 넣어 안 보이는 아이를 조각조각 찢어 박박 긁어 내야 한다고 상상해 보라. 그리고 정복욕 강한 여자를 만나 자고나면 감정이 식어버려 버림받을 지도 모르고, 여자랑 섹스 한 경험이 있는 남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여러 여자를 만나면 걸레라고 수군거림을 받는다면? 그런다면? 응? 응? 참 맘 편하게 잘 사시려나?
[하고 싶을 때 못하면 죽는거 였구나]
그런데 남자들은 오히려 버럭버럭 성질을 낸다. ‘내가 믿음을 주지 못했고 두려우니까 여자가 주저하는구나, 안정시켜주고 믿음을 줘야지’라고 생각하지 않고 “날 못 믿어? 나한테 올인 하지 못 하는 거야?” 이따위로 나오는 거다. 내가 아는 어느 한 남자도 그랬다. ‘몸을 허락하느냐’를 ‘여자가 자신에게 올인하느냐, 안하느냐’로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리 여자가 잘 주고 속 깊은 사랑을 해도 몸을 허락하지 않으면 그건 나한테 온전히 믿음을 가지지 못하고 불신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데 할 말이 없었다. 남자는 단순해서 단순한 데서 행복을 찾는 거고 사랑을 확인하는 거라는 데 어쩌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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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자 인권을 심하게 보호해주는 우리 인권국가 대한민국은 여자가 남자를 자극시켜 감히 고추가 딱딱해지게 만들었기에 야하게 입고 자극시킨 여자가 잘못했다고 한다. 그래, 내가 남자 몸을 너무 몰랐나 보다. 아마 발기되서 사정하지 못하면 정액이 역류하여 몸에 흘러 들어가면 치명적인가보다. 아니다…. 아마 독이 쌓여서 칵~ 뒈져버리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여중학생을 돌아가면서 성폭행한 머슴아들 부모들이 폭행당한 여중학생 부모들한테 ‘딸년 교육 잘 시키라’고 막 길길이 화를 내는 모양이다. 그리하여 날 흥분하게 만들어 당연히 내가 섹스하고 싶으니 해야 한다 회유하고, 설득하고 안 해 주면 ‘우리 관계 끝’이라는 식으로 성질도 부리면서 위에서 말한 온갖 불안함을 떠안은 여자를 32%나 눕혀버리고 마는구나.
[내 몸은 내가 주인이잖아]
잠자리를 해도 불안하지 않고 모든 위험들을 감수할 만큼 사랑에 확신이 있다면 그건 남자가 믿음을 주고 그녀를 아껴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그 남자가 그런 좋은 남자가 아닐지라도 그녀의 결심이 혼자만의 착각일지라도 남자에게 버림받든 어쩌든 내 인생 각본은 내가 쓰는 것이니 몸의 주인이 허락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 믿음이 가지 않고 더 지켜보고 싶은 마음인데 남자가 내 몸을 컨트롤 하려 드는 건 진심으로 건방진 짓이다. 이런 나의 주장을 말했을 때 너무나 이기적이라는 욕을 들었다.
하지만 내 몸인데! 내가 임신과 낙태 공포를 피하고 싶다는데 내 생존 본능인데! 나도 성인이고 그 정도 자기 방어는 할 수 있는 건데 이기적인 게 당연한 거 아닌가. 뜨거운 냄비를 만지면 화상을 입는 걸 알아서 안 만지겠다고 젖은 행주를 이용해서 조금 있다가 만지겠다고 하는 건데 그게 잘못된 건가? 그것보다 자기 몸을 멋대로 나에게 넣겠다는 게 더 이기적이지 않은가? 몸의 주인은 ‘니’가 아닌 난데, 왜 내 몸을 내 맘대로 하는 게 이기적이라는 건가. 내 몸은 니 몸이 원하는 걸 꼭 풀어줘야 하는 의무가 있는 ‘니 것’ 이 아닌데.
선택해라~ 그대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공포에 떨며 타의에 의해 마지못해 열어 준 문 앞에서 혼자 박 두드리며 각설이 타령을 부르던지, 몸의 주인이 허락하도록 정성을 들여서 뜨겁게 환대를 받으실 것인지를!
[출처]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남자도 읽어볼만한 '첫경험에 대한 여자 이야기'
최근 SNS에서 '남자도 읽어볼 만한 첫경험에 대한 여자의 이야기'라는 제목의 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해당 글은 지난 2006년 '늙어가는 토끼의 뒷담화들' 개인 블로그에 '내 몸은 내 거라고'라는 제목으로 올라왔는데요. 타인에 의해 처음으로 성관계를 하게 되는 여성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늙어가는 토끼의 뒷담화들 : 네이버 블로그
blog.naver.com
글쓴이는 "여자의 첫경험 요인 중,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닌 타인에 의해 성관계를 하게 된다"는 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사랑해서'라는 이유가 겨우 8%라는 사실에 분노했습니다.
이어 여자는 첫경험 후 임신과 낙태의 위험 등 떠안고 가야 하는 것들에 대한 두려움을 자세히 설명하며, 관계를 맺고 나면 시큰둥해지는 남자들의 태도 등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특히 "남자들은 (섹스를 쉽게 하지 못하는 여자들에 대해) 오히려 버럭버럭 성질을 낸다"며 "'내가 믿음을 주지 못했고 두려우니까 여자가 주저하는구나, 안정시켜주고 믿음을 줘야지'라고 생각하지 않고 '날 못 믿어? 나한테 올인 하지 못 하는 거야?' 이따위로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내가 아는 어느 한 남자도 그랬다. '몸을 허락하느냐'를 '여자가 자신에게 올인 하느냐, 안 하느냐'로 생각하고 있었다"며 "아무리 여자가 잘해주고 속 깊은 사랑을 해도 몸을 허락하지 않으면 그건 나한테 온전히 믿음을 가지지 못하고 불신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데 할 말이 없었다"고 허탈해했습니다.
글쓴이는 "내 몸은 내가 주인이다. 선택해라 그대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공포에 떨며 타의에 의해 마지못해 열어 준 문 앞에서 혼자 박 두드리며 각설이 타령을 부르던지, 몸의 주인이 허락하도록 정성을 들여서 뜨겁게 환대를 받으실 것인지를"이라며 글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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