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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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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사람 고운사람
2013년 11월 01일 11시 25분  조회:1827  추천:2  작성자: 회령
수필

미운사람 고운사람

회령


아침출근시간이 되자 나는 ㄷ시민정국혼인등기처로 찿아 갔다. 3층에 “ㄷ시민정국혼인등기처접수실”이란 커다란 문패가 붙은 사무실이 있었는데 그 바로 복도 건너에는 주임실이 있었다. 조심스레,가볍게 주임실문을 노크 했는데 대답이 없었다. 나는 복도에서 머뭇거리다가 등기처접수실로 들어갔다. 문이 활짝 열려 있어서 그대로 들어 갔는데, 저쪽에는 고만고만해 보이는 30대쯤의 녀사무원 둘이 손님석을 향하여 단정히 앉아 있었다. 그들은 유리로 막은 저쪽에서 각자가 컴을 앞에 놓고 눈길 한번 흐트러짐이 없이 골똘히 거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출입문쪽 벽밑에는 나무 장의자 한개뿐, 거기에는 나먹은 남녀가 사이를 두고 시무룩히 앉아 있었다. 저쪽 사무원들과 중간에 크게 사이를 두고 이쪽에는 40대가 잘 되여 보이는 녀성동무가 역시 손님석을 향하고 컴앞에 앉아 있었다. 내가 들어서서 어름거리니까 그는 “무슨일이?”하며 물었다. 생략하고 채 하지않는 말씨며(그쯤도 대접이지…) 눈길이 랭랭하고 짜증내듯하여 나는 좀 송구스러 웠다. 이 동무가 주임인가, 좌우간 여쭤 보자.

“저ㅡ 무얼 좀 알아보려고 왔는데…(응대는 없고 재촉하듯 쏘아 보는데) 이런 일입니다. 심천에서 사업하는 중년의 남녀가 재혼을 하게 되였는데, 사업이 항상 바쁘다보니 올 사이가 없고, 요행 원단전에 피뜩 왔다갈 일이 있어서, 그때 결혼수속을 하려면서, 어떤 서류가 수요되고 수속절차는 어떤지… 그걸 좀 자세히 알아 달라고 해서 왔습니다.”

나의 장광설을 귀찮아 하는 표정을 짓고 한마디 응대도 없이 쏘아보며 듣고있던 40대는 단호한 어조로 단마디명창 답복을 하였다.
“리혼증, 신분증, 호구부가 있으면 됩니다. 예.”

꼬리를 올리며 길게 빼는 “예”소리가 40대의 기분을 알고도 남음이 있게하였다. 아침밥을 잘못 먹었나 지난밤을 잘못 잤나… 나는 불쾌감을 지그시 누르며 사정하는 심정으로 다시 부언을 했다.

“법원의 판결서만 있고 호구부는 아직 고치지 못했다는데…”
“리혼증, 신분증, 호구부가 있으면 됩니다. 예.”
“더 다른 서류는 수요되지 않는지…어디로 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사람이 어째 말귀를 알아 듣지 못하는가!”

40대는 머리가 허연 늙은이를 나이대접도 없이, 어이가 없다는듯, 공무는 끝났다는듯, 시끄럽고 다른일이 또 있어서 더는 상대할수 없다는듯, 어서 꺼지라는듯, 귀찮다는 표정도 력력히, 벌컥 일어서드니 이쪽저쪽으로 왔다갔다 하면서 외면을 하였다. 정작 하는일은 없었다. 나는 밸이 불끈 치밀어 한바탕 “발작”할가고 생각 하였다. …너보다는 아츠랗게 “높은” 내가 너한테서 이런 푸대접을 받는단 말인가! 이애가 좀 정신이 들어야 겠군. 어데서 이따위 버르장머리를 배웠는가… 시위서기나 시장을 불러다가(그들은 나를 잘 안다.) 한몽둥이에 훈계를 할가… 에잇! 참아라… 나는 인사 한마디 남기지 않고 돌아서 나왔다. 주와 성에서 공작하던 나날을 회고하며 인생관, 직업도덕, 군중관계, 위인민복무, 공무원의 수양과 자세, 사상교육, 당과 정부의 형상… 생각되는 것이 많았다. 아주 불쾌했다.
집에 돌아온후 묵묵히 담배를 피우는데 안해가 갔던일이 어찌 되였냐고 물었다. 나는 좀 더 알아보아야 하겠다고 간단히 대꾸하고는 더 말하지 않았다. 자초지종을 말하면 안해가 벌컥 화를 낼것이기에. 내가 당한 괄시만으로도 꽤나 불쾌한데 그까지 당하게 할거야 있는가. 기분 잡치게.

오후, 출근시간이 좀 지나서 나는 “연길시민정국혼인등록처”에 전화를 하였다. 재혼하련다는 남자의 호구가 연길에 있었든 것이다. 녀자는 대련이라던가. 전화가 걸리자 아주 상냥한, 젊은녀성의 고운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나는 어쩐지 첯마디에 느낌이 좋았다. 나의 문의에(장광설을 다 들은후, 간혹 중간에 묻기도 하면서.) 그는 련속 두번이나 전화번호를 불러 주면서 거기에 전화를 하면 자세히 알수 있다고 알려 주었다.

다른전화, 전화에서는 역시 젊은녀성의 상냥하고도 고운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그는 나에게 13가지 서류준비와 네가지 절차를 차근차근 알려 주었다. 그리고 묻지도 않은 채색증명사진(배경의 색은 아무것이나 되고.) 3장, 독신증명, 수속비는 30원, 호구부의 결혼사항 변경은 진달래광장에 있는 연길시인민정부정무청사에 가서 한다고,(나는 가도파출소에서 하는줄로 알았다.) 마지막 절차인 결혼수속은 어느 일방의 호구소재지든지 다 되니까 편리대로 하시고, 축하를 전해 달라면서… 정말로 실뜰히 알려 주었다. 나는 참으로 싹싹하다고 고맙다고 치하를 하였다.

“호호호. 응당한 일입니다. 또 무슨일이 있으면 전화 하세요. 안녕히 계십시요.”
오전에 흐렸던 불쾌한 기분이 오후에는 활짝 개이였다. 세상에는 괘씸한사람, 미운사람보다 그래도 고마운사람, 고운사람이 더 많구나! 사람이 사는 세상ㅡ응당 이래야 할것이다. 세상은 고마운 사람들로 해서 조화로운 사회로… 그렇게 될것이다.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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