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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은나를속였다
2013년 11월 06일 10시 56분  조회:3725  추천:1  작성자: 회령
수필
                           고국은 나를 속였다
 
                                                                                                             회령


 
5월말 우리부부는 막내딸부부와 함께 한국유람을 갔다왔다. 심양에 있는 모 국제려 행사에서 조직한 이 려행팀은 그 코스와 일정이 우리마음에 들어 우리는 그 팀에 참가했다. 팀 전원은 22명이였는데 네댓살 되는 녀자애가 둘이고 그아이들의 엄마들은 친정엄마와 시어머니를 모시고 유람길에 올랐고 려행사 인솔자인 리아가씨는 보모님을 모시고 왔었다. 조선족은 우리넷인데, 남자는 모두해서 셋이고 남어지는 처녀들 각시들 중년의 녀성들인데 몽땅 한족들이 였다. 우리부부가 제일 좌상으로 70세였다.
 
일행은 심양도선국제공항에서 아침 7시40분 중국민항 남방항공에 탑승했다. 매우 쾌청한 날씨였다. 려객기는 부산김해국제공항으로 날았다. 부산이 첯 유람진데 다음은 제주, 서울, 통일전망대, 인천이였다. 돌아오는 길은 인천국제공항에서 심양인데 역시 우리나라비행기 남방항공을 타기로 되여있었다. 우리가 부산 김해에 내린것은 한국 점심시간대가 거이 되였는데 서울 모 려행사의 가이드 박아가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도 매우 좋은날씨였다. 우리는 관광전 용버스로 시내를 달리였다.
 
버스에서 박아가씨는 자기소개를 아주 자세히 하였는데, 90고령의 할머니로부터 엄마 아빠 그리고 간병이 있는 큰아버지를 소개한후 자기소개를 시작하였다. 한어를 능통하게 하게 된 것은 부모를 따라 중국에서 10여년을 살았고(부모가 중국에서 복장공장을 했다고 함.) 가이드 10여년, 관광팀인솔자로 중국에 여러번 다녔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자기는 38살의 처녀인데(20살 돠여 보였다!) 7삭둥이였다고 하였다. 이렇게까지 “숨김없이” 말하는데는 감탄과 함께 대뜸 친밀감이 무척 들었다. 우리는 좋은 가이드를 만났다고 신임과 호감을 가졌다.
 
한국을 제집 다니듯하는 지금, 부끄러운 말이지만 나는 처음으로 한국유람을 하게 되였다. 조선은 여러번 유람을 했지만, 3천리 고국강산을 절반밖에 보지못한것이 늘 유감이였는데 이번에 소원을 풀게 되였다. 백두에서 제주한라까지, 비록 말타고 꽃구경이긴해도 3천리고국강산을 한번 보았노라고 말할수 있게 되였다. 하여, 워낙 유람은 즐거운 호사지만 이번길은 나에게 더없는 기쁨, 흥분, 격동을 불러 주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동강난 고국, 동강난 민족으로 해서 처연하고 착잡한 심정이기도 했다. 나는 애써 즐거운 마음을 가지려 했다…
 
가이드 박아가씨는 버스에서 쉴새없이 말했다. 일주일 내내 그는 줄기차게 말했는데, 나는 첯날에 단박 그의 속심을 읽어냈다. 그는 우리를 돈으로 봤다. 우리의 돈주머니에서 한푼이라도 더 끄집어 내려고 아가씨는 온갖 지식과 화술을 다 발휘했다. 신뢰감은 경각성으로 바뀌였다. 관광지소개는 말그대로 요점만 말하고 화장품, 사치품, 복장, 신, 안경, 모자, 약, 보건품, 핸드폰, 지어는 빨래용품, 선물품, 기념품까지… 그리고 먹거리를 입이 마르게 반복하고 반복해서 소개했다. 그리고 특히 강조하는것은 품질최고, 가짜없음, 한국산으뜸, 면세점우혜(해관에서 5ㅡ7%환불), 복지사회, 한국인성실성, 후더운인품, 뜨거운사랑이였다. 모든것이 세계적으로 제일 우수하다고 했다. 그는 우리를 세살짜리 아이로 보는것 같았다. 박아가씨는 관광지, 호텔, 식사를 될수록 “절약”의 원칙에서 안배하였다. 관광지에 가서는 문표를 사지않는 코스로 돌고 6화호텔(7화까지 있다고 함.)은 우리네 3성보다 못했다.
 
흑돼지 삼겹살은 세상에서 이름 높고 한우의 불고기는 둘이먹다 셋이 죽어도 모르는 특미라고 했으나 누구도 몇점을 먹지 않았다. 해물전골은 새우가 변질하고 시래기로 얼버무린것이 아닌가. 그러나 우리는 맛있다고 했다.
 
하지만 음식이 그대로 남다싶히 하니 박아가씨는 입맛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자기도 중국에 가서는 도무지 먹을수 없어서 굶다싶히 했다면서 배짱이 든든해 하였다. (한국사람들이 중국료리를 너무도 잘 먹더구만…) 나는 허허 웃고 말았다. 맹랑한것은 하루에 관광은 두세곳, 모두해서 두세시간, 남어지는 몽땅 면세점쇼핑이였다. 아침부터 저녘까지 무척 피곤했다. 버스에서 절반이상은 끄떡끄떡 졸고 어떤사람들은 코까지 골았다. 아가씨는 자기 할머니가 지금도 정정한것은 고려인삼정덕인데 7삭둥이인 자기가 이렇게 좋아진것도 할머니가 고려인삼정을 먹였기 때문이라고 력설했다.
 
그뿐이 아니다. 아빠 엄마는 60대지만 40대로 보이는것은 무슨보건품과 화장품덕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큰아버지는 간경화로 죽는다 산다 했는데 한국약 “호간보”를 먹고 병이 뚝 떨어졌다며 우리를 그 약방에도 데리고갔다. 동대문시장구경을 시킨다며 역시 면세점으로 갔다. 말뼉다구가루는 칼슘보충에서 세계으뜸이라고 자랑하며 그곳도 데려갔는데 누구도 사지않으니 아가씨는 대뜸 눈알이 꼿꼿해서 얼굴이 일그러 졌다. 유채꽃이 한창인데 너무도 이쁘다며 거기로도 갔다. 3,40평 되는 유채밭이 있긴 있었다. 그런데 그곳에서는 귤에서 뽑은 천연록색이라며 비타민씨를 팔았다. 도대체 관광이냐 쇼핑이냐…
 
기막힌 일은 마지막날에 펼쳐젔다. 그날의 일정은 “통일전망대”뿐이여 시간이 너무 많다고 했다. 아가씨는 버스에서 갈비를 들이대고 구걸하였다. “이번의 려행팀은 너무도 쇼핑을 하지않아서 형편없이 믿졌다. 내가 이렇게 랑패를 본것은 처음이다. 대국의 어른들께서 나를 도와달라. 유엔에서 선정한 세계5대건강식품중의 하나인 김치공장으로 가는데(려행코스에 없는것) 인당 인민페200원을 내라. 김치전도 맛보며 선생의 지도하에 김치도 만들고 한복을 입고 사진도 찍으며… 어른들께서 만든 김치는 고아원과 경로당에 무상지원을 하는데 애심을 갖고 만들며 이 얼마나 고상한 자선인가…” 나는 얼굴이 뜨거워 났다. 슬그머니 한족친구들을 살펴보니 모두가 시무룩한 표정들이 였다.
 
차안에서 아가씨는 아이들한테서까지 돈을 거두었다. 김치체험은 각시 서너사람이 배추네댓포기에 양념을 버무리고 끝나버렸다. 한복을 입고 사진 찍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고상한 자선, 애심은 어떻게 하는지… 나는 입이 쓰거워 났다. 전날 신라면세점(11층)에서 막내딸은 8층에 있는 백화상점에 가서 쿠쿠밥가마를 두개 삿는데 면세점에서 우혜를 받는것보다 2000원이나 리득이였다. 어느틈에 눈치를 챘는지 박아가씨는 누구와도 말하지 말라고 은밀히 부탁했다. 나의 한국유람은 싱겁게 끝났다.
 
“고국은 나를 속였다”고 거창한 제목으로 이 글을 쓰긴했으나 나에게는 고국을, 동포를 폄하하려거나 미워하는 마음은 추호도 없다. 중한우호에 먹칠하려는 엉큼한 속심은 물론 더구나 없다. 나도 국내외려행을 조금 다녀봤기에 려행사의 생리를 대체로 안다. 세계 어느곳에나 사람이 있는곳에는 모두 상, 중, 하의 사람이 있다. 박아가씨와 같은 사람도 있고 더한사람도 있고 또 퍽 나은사람도 있다. 문제는 어떤사람과 만나느냐에 있고 그것을 재수놀음이라 하겠다.
 
돈이 거이 만능인 경제시대지만 우리는 자기의 리익을 챙길줄도 알아야 하고 타의 리익을 존중할줄도 알아야 할것이다. 려행사는 자기나라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또 세계를 알게하는 아주 중요하고도 좋은 공능을 가진 업종이다. 가이드는 려행사를 대표하여 이 직능을 일선에서 실천하는 업무원이다. 나는 국내외에서 가이드를 여러명 보았다. 그러나 서울 모 려행사의 박아가씨와 같은 가이드는 처음 보았다. 나는 한족친구들 앞에서 창피함을 금할수 없었다. 나는 지어 민족의 망신, 고국의 망신이라고 까지 생각했다.
 
나의 생각이 편면적이고 과분하다고 한편 인정하기도 하지만 창피와 격분을 아니 느낄수 없었다.
                                                                                                                                                                                                   1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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