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은 음식점에 부랴부랴 돌아와서 연길냉면을 만들면서도 려향의 의심에 찬 눈길을 보는 것만 같아 자못 괴로웠다.
귀전에서는 금방 려향이 하던 말이 아프게 울려 가슴을 바늘로 찌르는 것만 같았다.
늙다리 색마의 가슴츠레한 눈길이 주방 안에서 개미 채바퀴 돌듯 하는 나영의 치마 밑의 탄력있는 하얀 다리를 핥고 있었다.
(야, 저 하들하들한 우유빛허벅다리를 쪽쪽 핥아보았으면, 헤헤헤.)
색마는 두툼한 입술을 쩝쩝 다시면서 야수처럼 입귀로 느침을 줄줄 흘리었다.
나영은 그런 눈치도 채지 못하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냉면그릇에 소 고기랑 사과 쪼각이랑 주어 놓았다.
그녀는 손님 상에 냉면그릇을 올리고 나서 주방에 돌아왔다. 허보스 날이 선 갱핏한 박대가리 그녀를 뒤따랐다.
나영은 피끗 늙다리 색마의 몰골을 돌아보다가 깜짝 놀랐다.
아니, 글쎄 늙다리 색마의 박대가리와 정호, 그 놈의 메스꺼운 대머리와 우먹눈이 겹치어 보이지 않겠는가.
나영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며 주방에 들어갔다.
그녀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쓰라린 추억에 빠지었다.
(정호, 그 놈 색마, 오늘까지 내 뒷다리를 잡아당길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순간 나영의 눈앞에 항상 당할 때 딱 올리쳐다보던 색마의 번대머리, 우멍눈이 떠올랐다.
욕정으로 이글이글 끓어번지는 유들유들한 낯빤대기, 성욕이 발작한 수캐 헤벌린 주둥이에 드러난 뻐드렁이빨, 생각만 해도 역겨웠다. 그런데 그녀는 자꾸 회상하고 싶지도 않은 옛 추억에 휘말려드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몇해 전에 문화국 국장인 최정호는 사무실에 나영을 유인해다가 얼리고 닥쳐 간음해 애인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한번은 최정호 국장이 전람관에 현지검사하러 갔다가 짧은 치마를 입고 해설하는 나영한테 홀딱 반해버렸다.
(아, 한 입에 삼켜도 비린내 날 거 같잖아.)
정호는 그날 현지검사는 대충하고 어떻게 하면 나영을 챌 것인가만 궁리했다.
점심에 전람관 관장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게 됐다. 정호는 관장 보고 점심 술상에 여자를 불러라고 힌트를 주었다. 눈치빠른 관장은 진작 최국장이 미녀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미리 전람관 1호 미녀 나영을 해설사로 내세웠던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과연 최국장은 나영한테 눈독을 들인 것이 아니겠는가.
관장은 즉시 핸드폰으로 나영을 점심식사하자고 불러내 최국장한테 붙여놓았다.
그후부터 최정호 국장은 쩍하면 나영을 불러 식사하자고 하면서 느슨히 접근해 뭉치돈도 쥐어주면서 구슬렸다. 그런데 나영은 몸값을 잔뜩 높이면서 고까짓 돈 몇푼 받고 선선히 스무살이나 이상인 국장한테 몸을 내번지려는 막돼먹은 녀자는 아니었다.
정호는 국장 사무실에서 량미간을 찌프르고 궁리했다. 번개불처럼 피뜩 떠오르는 령감에 번대머리를 탁 쳤다.
어떤 사람들은 정호가 항상 무슨 일을 고민하다가도 피뜩 생각이 떠오르면 대머리를 탁 치는 버릇이 있어서 머리털이 다 빠져 번대머리로 됐다고 했다. 또 어떤 녀인들은 녀자들을 너무 많이 재낀 탓이라고 했다. 바빠맞은 녀자들이 정호의 머리털을 줴당겨 다 뽑아놔서 번대머리로 됐다고도 했다.
그는 사무실 전화기를 들었다.
“나영이오? 양, 최국장이오. 내 사무실에 인차 오오. 양? 점심식사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소. 양, 개별조직담화를 하려고 그러오.”
그는 커피잔을 두개 가져다 커피를 풀었다. 철궤를 열고 쪽지모양종이봉지를 꺼내 수면제를 커피잔에 털어넣고 숟가락으로 슬슬 저었다.
그는 수면제를 탄 커피잔을 맞은 쪽에 놓고 음흉하게 헤쭉 웃었다.
“네년이 너무 몸값을 높이기에 별 수 없어.”
나영은 백사불구하고 사무실로 달려왔다. 그녀는 빨간 외투에 파란 짧은 치마 바람에 사무실에 사뿐 들어섰다.
정호는 맞은 켠 쏘파에 자리를 권하면서도 나영의 하얀 허벅다리에 음충한 눈길을 박았다.
“커피나 드오.”
정호는 음흉하게 수면제를 탄 커피잔을 나영한테 건네고 자기도 커피잔을 들고 점잖게 사무상에 가 앉았다.
“금방 말했잖소. 지금 전람관 해설원들을 잘 관리하고 조직하려고 국에서는 해설과 과장을 두기로 했소.”
나영은 커피잔을 든 채 기대에 찬 눈으로 말똥말똥 최국장을 쳐다보았다.
“지금 과장 후보를 고르고 있소. 아, 저 커피를 들면서 얘기하기오.”
나영은 그윽한 미소를 보내더니 커피잔을 두 손으로 받쳐들고 호호 불며 홀짝홀짝 마셨다.
“툭 찍어 말해서 난 나영을 아주 이쁘게 보오.”
“고맙습니다. 이쁘게 봐줘서 감사합니다. 많이 도와주십시오.”
나영은 커피잔을 내려놓으면서 연신 꼽싹거렸다.
“난 나영을 과장으로 임명할가 하오. 나영은 인물체격이 좋지. 해설도 잘하지. 젊고 이쁘지. 전도가 창창하오.”
나영은 오쫄 일어나 허리를 꼽싹거렸다.
“감사합니다. 그 은공 꼭 갚겠습니다. 국장님, 잘 해드릴게요.”
정호는 때가 됐다고 우쭐 일어나 문 밖을 내다보더니 스리슬쩍 출입문을 잠궈버렸다.
그는 나영한테 다가가며 말했다.
“나영은 보은할줄도 알지. 이후에 과장뿐이겠소? 부관장도 할 수 있소. 내 한마디면 래일이라도 될 수 있소.”
나영은 하늘에 붕 뜨는 기분에 잠겨 몸둘바를 몰라했다.
“부관장까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정호는 정희 어깨를 눌러 앉히더니 옆에 나란히 앉았다.
“내 말을 곰상곰상 들으면 관장도 할 수 있소.”
“?”
정호는 나영의 손을 덥썩 잡았다.
나영은 화들짝 놀라 손을 빼려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음충한 우멍눈과 부딪치는 순간 어색하게 웃으면서 손을 도로 내맡겼다.
“손이 진짜 부드럽군. 요 허벅다리는 더 이쁘구만. 허허허.”
정호는 손으로 나영의 야들야들한 허벅다리를 스리슬쩍슬쩍 쓰다듬었다.
나영이 옆으로 물러앉자 정호는 실망한 소리를 했다.
“녀자들이 승진하자면 자기 몸 무기를 쓸줄 알아야 하오. 그 무기로 과장이겠소? 부관장 자리도 쏴 떨굴 수 있소. 알만하오?”
“네? 아가씨도 아닌데요. 어떻게 그렇게까지야?”
나영은 핼쭉 웃었다.
“저를 재무과장을 시켜주십시오. 해설과 과장이라야 해설원 대여섯을 령도하는데요. 먹을알도 없는데요.”
정호는 제꺽 나영을 안아 무릎 위에 올려놓고 슬슬 매만지면서 구슬렸다.
“오후에 당장 전람관 부관장에 재무과장까지 임명할게. 어떻소?”
“어마나!”
나영은 너무나도 놀랐다.
그녀는 정호의 무릎 위에서 일어나 두 손을 맞잡고 퐁퐁 뛰었다. 그러나 나영은 수면제 약독이 피어 스르르 쏘파에 쓰러지었다.
색마의 대머리가 다가오더니 정욕으로 이글이글 불타는 음충한 우멍눈이 희죽이 웃었다. 뒤이어 번대머리가 그녀의 얼굴에 다가오더니 더러운 혓바닥이 하얀 얼굴이고 여린 목이고 개처럼 마구 핥아댔다. 나영은 뻔히 보면서도 수면제 약독이 피어 팔다리가 천근 무게나 되는 것 같고 말을 듣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
색마는 나영을 안아 사무상에 눕히고 치마와 팬티를 훌 벗기어 쏘파에 훌 내던지었다. 번대머리가 다가오더니 나영의 젖무덤과 하신을 개처럼 핥아댔다. 나영은 색마 번대머리를 활 밀치고 싶었다. 하지만 팔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그녀는 멀거니 바라보면서도 어쩌지 못하고 말았다. 색마는 뒤로 달려들어 나영을 사정없이 유린하였다...
(이게 사건 진상이야. 그런데 류려평은 색마 정호가 한 추행을 리사장님한테 덮어 씌우다니. 어쩜 세상에 저런 악처도 다 있어? 건데 조강지처라고 여경들 앞에서 악처를 비호하는 리사장은 또 무슨 사람인가?)
나영은 팔짱을 끼고 소낙비 쏟아지는 바깥을 내다보면서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나영의 눈 앞에 또다시 색마의 몰골이 얼른거리어 그녀를 괴롭히었다.
(그 놈은 나를 부관장 자리를 주고 내 몸을 여지없이 유린했지. 지어 임신까지 시켜놓았댔지. 그 놈은 날 생각하는 척하면서 뒤통수를 친 놈이야. 어쩜 반부패탐오회뢰국에 날 5만원 횡령했다고 신고한단 말인가? 날 데리고 달아나기 위한 함정이었지. 그 놈의 음흉한 속내를 모른게 머저리지. 그 놈이 자기를 신고한 놈인지도 모르고 경찰들의 추적을 받으면서 그 놈을 따라 일본과 한국에까지 따라 다닌게 바보지.)
나영은 얼마 전에야 정호가 자기를 물어먹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것도 공안국에서 일하는 사촌시형한테서 알고 남편 철석이 알려줘서야 뒤늦게나마 알게 됐던 것이다.
(그런 놈을 믿고 5만원 탐오한 일을 다 말한 내 바보지. 법망에서 빠져나가게 도와달라고 청까지 들었어?)
지금 생각해보아도 나영은 자기가 풀섶을 지고 불더미에 뛰어든 격이었다.
이제 와서 가슴을 꽝꽝 치며 후회해도 쓸데 없었다. 그럴수록 자기를 함정에 빠뜨린 색마가 가증오스러웠다. .
(정호 놈한테 얼리우지 않았더라도 내 무슨 이런 고생 다 했겠어? 정호, 그 놈 색마 감옥에 갇혔다지? 감방에서 색갈을 다 했구나. ㅋㅋ. 콱 썩어나 져라!)
나영은 정호를 저주하면서 제리로 육수물통을 탕 치었다.
처절썩!
육수물보라가 사처로 튕기었다.
“미쳤어?!”
허보스가 주방에 뛰어들어왔다.
그는 우멍눈을 부라리면서 꽥 고함치었다.
“육수물이 원수나 졌어? 왜 탕 메쳐?!”
나영은 제리를 들고 허보스의 대머리와 우멍눈을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당장 미칠 것만 같았다.
허보스 박대가리를 보는 순간 , 자기를 사무실에서 처음 유린하던 정호, 그 놈 색마의 게슴츠레한 대머리, 우멍눈으로 겹쳐 보이었다.
나영은 부엌에서 시퍼런 식도를 주어들고 허보의 길쭉한 박대가리를 노려 보았다. 나영의 쌍까풀눈은 증오의 불길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질겁한 허보스는 꼬리를 사타구니에 끼고 끼낑거리며 주춤거리었다. 늙다리색마는 한대 얻어맞은 개처럼 주방에서 나가버리었다.
나영은 제리를 육수몰통에 활 쥐어뿌리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더니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었다.
그녀는 자기 전도를 망친 색마가 한스러웠다. 또 자기 때문에 쓸데 없는 말을 듣는 종호한테 미안해 바늘방석에 앉은듯해 안절부절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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