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마 류덕재는 자기가 알골을 짜내서 꾸민 꿍꿍이가 하나, 하나 척척 진척돼 나가는 것을 보고 속으로 은근히 흐뭇해났다.
그는 쏘파에 드러누워 눈을 지그시 감고 그걸 슬슬 주무르면서 이전에 데리고 놀던 미녀들을 하나, 하나 떠올렸다.
문뜩 그의 머리 속에 미녀비서 왕춘영이 떠올랐다.
“이쁘기야 왕춘영이 젤 젊고 이쁘지. 왕춘영인 류려평과 다른 매력이 있어. 류려평은 좀 내놓고 벌벌거렸지만 왕춘영은 좀 내성적이었어. 고 외까풀눈을 치켜뜨고 곱게 흘겨보면서 ‘아니, 아니, 이러지 마세요.’ 하는 것이 퍽 매력적이었지. 전번에도 왕춘영이 피뜩 떠올랐는데 재수없이 불시에 류항곤과 류기가 찾아와서 흥을 깨버렸어. 헤이, 참 재수 없어.”
색마의 눈에 든 이쁜 미녀들이 그 누가 그 놈 색마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었겠는가.
류려평은 진절머리 나는 색마한테서 자기 몸을 빼려고 신대처 미녀직원 왕춘영을 그 발정난 수캐 같은 오빠한테 소개해 주었다.
처음 류려평이 사무실에 왕춘영을 데리고 들어섰을 때 류덕재는 대번에 사무실이 환해지는 감이 들었다.
색마 류덕재는 체면도 잃고 벌떡 일어나서 음충스런 눈을 가슴츠레 뜨고 삼십대 초반 왕춘영의 아래위를 훑어보았다. 자기보다 한 열대여섯살은 어린 미녀 아닌가.
호리호리한 체격에 탄탄한 몸매에서는 단통 향기로운 꽃내음이 몰몰 풍기어 나오는듯 했다.
류려평은 어글어글한 쌍까풀눈이 매력적이었다. 그런데 왕춘영은 류려평과는 달리 외까풀눈에 얊은 선이 다른 매력이 있었다. 외씨처럼 걀죽한 우유빛얼굴에 좀 수심이 어린듯한 눈빛, 운우지정을 그리는듯한 눈빛이 반짝이는 외까풀눈이 쌍까풀눈과는 확실히 은은한 흡인력이 있었다.
색마는 한시 급히 맑고 그윽한 청춘의 정이 빛나는 그 초롱초롱한 눈, 물기가 함초롬한 그 눈 안에 퐁당 뛰어들어가고 싶었다.
처음 왕춘영을 보자마자 색마는 온 몸에 정욕이 끓어넘쳐 더는 참기 힘들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마른 나무 꺾듯이 결단을 내렸다.
“왕춘영 동무, 오늘부터 행장실에 옮겨오오. 왕춘영동무를 내 비서로 쓰겠소.”
그런데 뜻밖이었다. 원래 행장의 비서로 쓰겠다면 단통 좋아하리라 생각했는데 왕춘영은 내켜 하지도 않으면서 다른 말을 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수심에 찬 외까풀눈으로 류덕재 행장을 쳐다보며 나직이 말했다.
“류행장님, 관심해줘 고맙습니다만. 난 계속 신대처 일반직원으로 있겠습니다.”
똑똑한 왕춘영은 행장의 심부름이나 하기 싫었던 것이다. 더욱이 류덕재 행장의 희번뜩거리는 그 음충한 눈길만 보아도 온 몸에 소름이 쪽 끼치는 감을 느꼈다. 어쩐지 불안해나고 무서웠다.
그때 옆에서 류려평은 퉁사발눈을 부라리면서 펄쩍 뛰었다.
“뭐라고? 류행장과 난 그래도 널 이쁘게 봐서 제발시키자고 그러는데. 좋은줄도 모르고 그런 배부른 소릴 해? 남들은 류행장의 비서를 하지 못해 난시판인데. 널 내놓고도 비서를 하자는 여자 쌔고 버렸어.”
류덕재는 너무한 거 같아 류려평에게 좀 살살 다루라고 눈짓했다.
왕춘영은 머리를 다소곳이 숙이고 입을 꼭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교활한 류덕재는 류려평을 먼저 보냈다.
류덕재는 녀자들을 수없이 다뤄 보았기에 류려평과는 달리 내성적인 왕춘영을 마른 나무를 꺾듯이 다그쳐서는 손에 넣을 것 같지 못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리하여 그는 고삐를 좀 느슨히 놔 주기로 했다.
그는 사무상에 돌아가 틀스럽고도 아주 점잖게 앉더니 왕춘영을 내려다 보며 지껄였다.
“춘영이, 지금 사는 집이 몇평방이나 되오?”
왕춘영은 류행장을 감히 쳐다보지도 못하고 머리를 숙인 채 나직이 대답했다.
“한 60평방 됩니다.”
“좀 작구만. 그게 제 집이오?”
“아닙니다. 셋집입니다.”
류덕재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젓더니 슬그머니 미끼를 스리슬쩍 내던져 보았다.
“신대처 일반직원으로 있어서야 언제 셋집살이를 면하겠소? 언제 그렇다하는 아파트랑 사고 살겠소? 내 비서로 있으면 올해 년말에 상금으로 120평방짜리 아파트를 줄게. 어떻소? 그래도 내 비서를 하지 않겠소?”
그래도 왕춘영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순간, 그녀의 머리 속에서는 복잡한 갈등이 번개치면서 격결한 갈등을 일으켰다.
그녀는 류덕재 행장의 말을 반신반의했다.
(세상 남자들은 믿을게 하나도 없어. 입에 꿀을 묻혀 좋은 말이란 좋은 말은 다 하지. 내 어디 세살짜리 앤가 해? 흥!)
미녀는 눈물이 많다고 환하게 생긴 왕춘영은 이제껏 숱한 사대들이 느침을 질질 흘리면서 따라다니며서 하는 허위 가득찬 감언리설을 들을만큼 다 들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어진간해서는 사내들이 홀리는 말을 믿지 않았다.
류덕재는 천천히 일어나면서 낚시줄을 길게 늘였다.
“돌아가 잘 생각해보고 비서로 하겠으면 날 찾아 오오.”
왕춘영은 가타부타 한마디 대구도 하지 오쫄 일어나 머리를 다소곳이 숙인 채 문 밖으로 나갔다.
이튿날 류덕재가 출근해 주요한 실무를 다 처리하고 사우나실에 떠나려고 할 때었다.
뜻밖에 노크소리와 함께 왕춘영이 사무실 문을 떼고 사뿐 들어서지 않겠는가.
류덕재는 얼마나 기뻤는지 몰랐다.
“왔소?”
류뎍재는 손수 커피를 타서 왕춘영한테 건네면서 왕춘영의 걀죽한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왕춘영의 외까풀눈이 좀 퉁퉁 부었고 눈에 피지지 않았겠는가.
(아마 온 밤 궁리했는 모양이구나.)
“그래, 잘 생각해 보았소?”
“네. 온 밤 자지도 못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래, 내 비서를 하겠소?”
“초보적으로 비서를 하기로 결정하긴 했습니다.”
(요것아, 끝내 미끼를 덥썩 물었구나. 이게 웬 떡이냐? ㅎㅎㅎ.)
낚시질하기 좋아하는 류덕재는 이 시각 왕춘영을 미끼를 문 물고기로만 보였다.
“건데…”
“또 뭐 있소?”
류덕재는 왕춘영의 팔을 잡아 쏘파에 앉혔다.
왕춘영은 류덕재 갈퀴 같은 손에서 팔을 빼며 나직이 말했다.
“비서 실무가 주요하게 뭡니까? 그저 커피나 타 주고 심부름이나 하는 겁니까? 그런 건 해보지 못해서. 잘 할 거 같잖습니다.”
“아, 그걸 그러오.”
교활한 류덕재는 왕춘영의 선이 얇은 이쁜 얼굴을 노려보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건 이제 천천히 적응될 거요. 잘 모르겠으면 더러 류려평 부행장과 묻기도 하오.”
왕춘영이 행장실 옆 칸에 놓인 침대에 눈이 갔다. 어째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아, 내 낮잠을 자는 침대요. 추한 꼴 보여서 미안하오.”
류덕재는 제꺽 눈치채고 천천히 일너나 옆칸 문을 슬쩍 닫아버렸다.
“한마디로 말해줄게. 내 일만 잘해주면 춘영인 뭐나 다 차례질 수 있소.”
왕춘영은 그것도 운명이라고 여겼다.
(행장의 비서가 어찌 행장의 말을 잘 안듣겠소만. 허나 그런 일만은 시키지 말았으면…)
그녀는 세집살이, 가난살이에서 벗어나려고 이를 옥물고 류덕재 비서를 하기로 작심하였다.
그러나 색마의 마수가 서서히 덮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비서로 출근한지 한달도 안돼 끝내 사고를 쳤다.
류덕재는 춘영을 데리고 조용히 할 말이 있다면서 옆칸으로 들어가더니 문을 절컥 잠궈버렸다.
류덕재는 서류궤에서 묵직한 토색가죽가방을 꺼내더니 쪼르레기를 쪼르륵 열어보였다. 금빛이 반짝이는 황금덩이와 빨깍빨깍하는 돈뭉치가 꼴똑 담겨 있었다.
“춘영이 세집살이를 하는게 불쌍하오. 이걸 가져다 쓰오.”
춘영은 전기에라도 붙은듯이 덴겁했다.
“아니,어찌 아무 일도 해드린게 없이 이렇게 귀중한 선물을 받겠습니까?”
류덕재는 춘영의 손에 가죽가방을 쥐어주면서 지껄였다.
“내 말만 잘 듣소. 그럼 아파트도 있고 황금도 있을게오. 래일 내 아파트 한채 줄게. 이건 년말 상금과는 별도로 주는게오. 팔아서 돈을 쓰겠으면 쓰고 마음대로 하오.”
류덕재는 서류궤에서 자지색 가옥소유증을 하나 꺼내 주었다.
“250평방짜리 별장이오.”
왕춘영은 가옥소유증을 받아들고 깜짝 까무러칠 지경이었다.
류덕재는 왕춘영의 허리를 뱀처럼 스르르 휘감아 안았다.
왕춘영은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서면서 류덕재를 떠밀었다.
“이러지 마세요.”
“어째 싫소?”
왕춘영은 아무 말도 못하고 걀죽한 얼굴을 떨어뜨리면서 외면했다.
“싫다면 더 강요하지 않겠소.”
그러나 왕춘영은 가옥소증을 토색가방에 걷어넣어 꽉 끌어안는 것이었다.
류덕재는 왕춘영이 미끼를 완전히 물었다는 것을 눈치챘다. 이젠 낚시를 홱 나꿔 챌 때였다. 물고기가 하얀 배때를 팔딱거리면서 수면 위로 끌려 나오는 순간이랄까. ㅋㅋㅋ.
색마는 왕춘영을 와락 끌어안아 침대에 스르르 눕혔다. 그런데 왕춘영은 가방끈을 놓지 않고 소리치며 반항하지도 않았다.
색마 류덕재는 음충한 외까풀눈으로 왕춘영의 겁기에 찬 눈을 내려다보며 꺼슬꺼슬한 턱수염으로 왕춘영의 걀죽한 얼굴을 비비면서 지껄여댔다.
“왕비서, 끝내 명지한 선택을 했구만. ㅎㅎ. 우리 서로 도우면서 가난의 굴레를 벗어버리고 이 세상을 즐기면서 행복하게 살기오. 인생이 길면 얼마나 길겠소? 세집살이 하면서 고생할게 있소? 춘영인 내한테 아름다운 몸매를 선사하고 난 춘영을 이 세상에서 젤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 줄게.”
“이러지 마세요. 제발, 난 유부녀인데요. 애도 낳지 못한 여잔데요. 제발 살려주십시오.”
색마는 왕춘영의 파랗게 질린 걀죽한 얼굴에 느침을 질질 흘리면서 지껄였다.
“헤헤헤. 네 남편이 남자구실을 못하는 모양이구나. 이런 미녀를 집에 감춰두고 구들농사를 잘 못했구나. 어쩜 애도 하나 못 만들어? 내 하나 만들어주마.”
왕춘영은 몸을 이리 곰실, 저리 곰실 탈고 발버둥질치면서 거부했다. 그녀는 눈물 코물 흘리며 두 손으로 색마를 마구 올리 떠밀어버리면서 애원했다.
“아니, 이러지 말라다는데도. 왜 이럽니까? 제발 날 놓아주십시오. 이럴줄 알았더라면 비서를 그만둘 거 그랬습니다.”
색마는 반항하는 춘영의 손을 탁 쳐버리고 허벅다리를 내리눌러 자기 두 무릎 아래에 깔아버렸다.
“ ‘아니, 아니, 이러지 말라’는게 더 매력이 있어. 달라고 하자마자 그저 들이대는 그런 순한 갈보들만은 더 유혹적이고 중독적이지.”
왕춘영은 나약한 자기 힘으로는 색마를 저지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하얀 이를 꼭 옥물고 외까풀눈을 스르르 감아버렸다. 그녀의 빨갛고 초들초들한 입술이 바르르 떨렸다. 공포에 찬 외까풀눈에서는 쓰라린 눈물이 샘솟듯 했다. 그녀는 외까풀눈을 질끈 감고 참았다.
(다 가난이 낳은 죄악이야.)
색마는 왕춘영의 몸에서 실 한오리도 남기지 않고 한견지, 한견지 천천히 벗기면서 미녀의 매력적인 몸매를 마음껏 감상하며 련이어 감탄했다.
“아하이고, 하느님 맙시사.”
색마는 부래지어를 벗겨 내던지며 음충한 외가풀눈이 다 뒤집히게 희번뜩이면서 개탄했다.
“요 백지장 같은 풍만한 젖가슴을 봐! 무르익은 복숭아 같은 연분홍젖무덤, 발가우리한 젖꼭지. 우-와- 큰 젖꼭지를 봐. 남자복이 많은 미녀구나. 내 비서로 발탁된 건 왕춘영의 다행이고 운명이야. 대박인줄도 모르고 울긴?!”
색마는 뭉긍뭉글한 젖무덤과 발가우리한 연분홍젖꼭지를 살살 매만졌다. 드디어 개처럼 게걸스레 빨고 핥아대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 발딱 일어선 젖꼭지를 봐라. 벌써 흥분됐는 모양이지.”
색마는 미녀를 내려다보면서 끊임없이 지껄여댔다.
“말해? 바쁜 구멍부터 막아줄까?”
그러나 왕춘영은 수치심에 차 손으로 얼굴을 반쯤 가리면서 고통스레 외씨처럼 걀쭉한 얼굴을 찡그리면서 흐느껴 울고 있었다.
색마는 남이야 어떤 고통스런 감수든지 관계없이 팬티를 천천히 내리면서 손으로 하얗고 탄력 있는 허벅다리를 슬슬 매만졌다.
“초두부처럼 야들야들한 요 허벅다리!”
색마는 왕춘영을 번져눕혀 놓고 연신 신음소릴 내며 야단쳤다.
“윤기도는 이 우유빛몸매, 네 뒷모습 진짜 이쁘구나. 이런! 절세의 미인이구나. 아, 어쩜 하느님이 윤기 도르르 흐르는 곡선미 풍기는 미녀 육체를 나한테 내려 보냈어?”
색마는 느침을 질질 흐리며 개탄을 금치 못하면서 곡선미 풍기는 왕춘영의 탄탄하고 매력적인 여체를 어루만지며 흠상했다.
“어쩜 이렇게 이쁜 미녀를 이제야 발견했을까? 넌 신대처에 깊이 꽁꽁 숨어 있은 장미꽃이구나. 요것아.”
색마는 마른 침을 꼴깍 삼켰다.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빨리 미녀의 속살로 들어가 호물떡뻰찌 빨 힘을 맛봐야 했다.
류덕재는 왕춘영이 모욕감에 쓰라린 눈물을 흘리건 말건 개처럼 빨고 핥고 개지랄발광을 다 했다.
“아, 그땐 얼마나 즐거웠는가? 건데 왕춘영 같은 미녀도 마흔이 넘으니 시들어버린 빨간 장미꽃 같아. 참.”
류덕재는 왕춘영을 여비서로 두고 실컷 놀다가 실증났다. 인차 왕춘영한테 아파트도 한채 더 주고 신대처 처장으로 임명해 곁에서 내보냈던 것이다.
색마는 또 이쁜 새 여비서를 물색했다. 기실 말로는 여비서였지만 생활비서나 애인, 아니, 노리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류덕재는 어째 왕춘영이네 아들도 자기 사생아 아닌가는 의심이 부쩍 갔다.
“눈까풀이랑 외까풀인게 심통히 날 담지 않았는가? 키도 구척 같고… 딱 류문도처럼 생겼잖아? 흐흐흐.”
류덕재는 이번에 자기의 은총을 제일 많이 받았다고 인정되는 여비서, 젤 믿을 수 있는 왕춘영을 리춘희 대신 형사수사 처장으로 전근시켜 자기 죄행에 대한 최혜영과 리춘희의 수사를 막으려고 꿍꿍이를 꾸몄다.
비선실세 류덕재는 왕춘영을 별장에 불러다 마치 조직부장 시절처럼 조직담화를 하듯 의향을 물었다.
그때 왕춘영은 펄쩍 뛰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녀는 외까풀눈을 흘기면서 성까지 냈다.
“아니, 내 수사처에 가서 뭘 해요?”
“국가 정법기관 처장으로 제발시키는데도 왜 그래?”
왕춘영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당신 무슨 궁리를 그렇게 해요? 진짜 머리 속에 사상이 있는가요. 산 설고 낯선 정법계통에 가서 뭘 해요? 숱한 사람들을 잡아먹다가 미움깨나 샀지. 흥, 숱한 죄수들과 원쑤를 맺으라고? 언제 보복당하자고? 흥! 은행 신대처보다도 먹을 알도 하도 없는데. 거기로 날 가라는 거요? 언제까지 처장인가요? 젤 믿는 녀자면 은행 행장이나 부행장이나 시킬게지.”
류덕재는 왕춘영의 어깨를 다독여주면서 갖은 감언리설로 얼리고 구술리었다.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녀자라구. 어째 그리도 세상을 몰라? 눈 앞에 자질구레한 리익만 따지지 말라. 지금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눈 앞에 실리만 따질 땐가? 우린 한 배에 앉은 동료야. 지금 최혜영 고문이랑 리춘희 처장이랑 우리 배에 문제 있다고 눈깔이 새빨개서 쌍불을 켜고 우릴 수사하고 있단 말이야. 이 배가 번져지면 우린 다 죽어. 얻어먹은 아파트랑 우리 목을 조이는 올가미로 돼버릴 거야. 알만해?”
류덕재는 왕춘영의 가냘픈 어깨를 다독였다.
“정신 차려, 왕처장, 지금은 얻어먹는데만 눈이 어두울 때 아니야.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꺼야 해. 우린 이 배를 보호하기 위해선 지금 수사기관을 장악하는게 급선무야. 내 생각다 못해 그래도 젤 믿음이 가는 수사처장 인선은 왕처장 밖에 없더란 말이야.”
왕춘영은 외까풀눈을 흘기었다.
“그럼 왜 고까짓 수사처 처장인가요? 공안국 국장이나 감찰국 국장이나 검찰장이나 법원 원장 시키면 몰라도.”
류덕재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 내 사랑하는 왕처장님, 그게 어디 그리 식은 죽 먹긴가 하오? 좋긴 왕처장이 정법서기나 시당위 서기로 되면 얼마나 좋겠소? 허나 조직원칙이 있단 말이오. 은행 처장이 어떻게 단통 몇층계를 뛰어넘어 국장이나 검찰장이 되겠소? 한단계 높은 자리에 제발되자면 수속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아오? 시당위 조직부랑 상무위원회랑 몇개 문턱을 넘어야 하는지 아오? 은행 행장은 상급은행 계통지도부의 비준까지 더 받아야 하오. 생각만 해도 머리끼 다 곤두 서오. 이번에 널 수사처장으로 전근시키는 것도 수사실무를 잘 모른다고 얼마나 내 애썼는지 아니? 힘들게 얻은 수사처장인줄 알고 소중히 여기라구. ”
왕춘영은 코웃음쳤다.
“픽, 평소에 뭐, ‘이 시내 토황제’노라고 큰소릴 땅땅 치더니? 왜 이럴 땐 꼬리를 사리는가요?”
류덕재는 한숨을 후- 길게 내쉬었다.
“내 아버지 서기질 할 때나 내 조직부장 할 때면 모르겠지만. 내 아버지 사망한지도 몇해 되고 나도 조직부장을 내놓은지도 오래잖아? 관사의 숱한 관료들이 이젠 내 말을 잘 듣지 않아. 먼저 수사처장을 하면서 천천히 보자.”
류덕재는 왕춘영을 어린애처럼 끌어안고 감언리설로 슬슬 구슬렸다.
“내 얼마나 널 사랑하고 아끼는 걸 알지? 신대처 처장을 시켜서 숱한 거 얻어먹게 했잖았어? 아파트도 몇채나 공짜로 주고.”
류덕재는 길쭉한 말상을 춘영의 걀쭉한 얼굴에 대고 슬슬 비비면서 지껄여댔다.
“형사수사처에 가서 내 하라는대로 잘하기만 해 봐라. 돈근심은 하지 말라. 신대처에서 얻어먹는 거보다도 더 생길 거야. 범죄자들을 몽땅 들춰내서 혼뜨검을 내 줘 봐. 황금도 생기고 아파트도 마구 생길 거야. 그 돈벌이 더 짭짤할 걸.”
왕춘영은 얼굴을 떼면서 외까풀눈을 곱게 흘겼다.
“그만 해요. 그 죽일 놈의 수염에 낯이 다 꺽술꺼술해 못 견디겠어. 지금 날 보고 범죄자들의 검은 돈 얻어먹으라고? 흥! 완전히 어째 류행장께서 날 실컷 데리고 놀고 헌 신짝 차버리듯할 작정인가요? 돈이 아깝지요?”
그때 류덕재는 능글스레 왕춘영을 끌어안으면서 구슬렸다.
“난 이 세상에서 널 젤 사랑해! 늙어빠진 류려평이겠니?”
왕춘영은 류덕재 팔을 뿌리쳤다.
“아이고, 이걸 놔. 꺼슬꺼슬해 죽겠다는데. 왜 자꾸 이래?”
왕춘영은 외까풀눈을 치켜떠 류덕재를 쏘아보며 물었다.
“그래 당신 류려평과도 이랬는가?’
류덕재는 황급히 마른 생강 같은 손으로 손사래를 쳤다.
“아니야. 류려평은 우리 류씨네 여동생이잖아? 내 말은 여동생보다 네가 더 곱단 말이야. ㅎㅎㅎ.)
류덕재는 에둘러대며 왕춘영을 더 꽉 끌어안고 지껄였다.
“요것아, 난 널 젤 믿는다. 고와 죽겠어. 우린 한 배에 앉은 동료야. 내 감옥에 가면 너도 좋을게 있니? 배가 번져지면 네나 내나 다 죽는다, 죽어. 알만해? 네나 난 함께 우리 배를 번지자는 놈들을 물에 빠뜨려 죽여버려야 해. 그 놈들이 우릴 수사하는 걸 막아야 해.”
왕춘영은 외까풀눈이 꼿꼿해 류덕재의 음험한 눈을 들여다보면서 사태의 엄중성을 느꼈다.
나중에 그는 마지못해 수사처 처장으로 가겠다고 대답했다.
왕춘영이 수사처장으로 전근해 간 후 수사방향은 확 바뀌었다. 왕춘영은 요즘 류덕재가 지휘하는대로 종호와 나영의 이른바 문제를 정호와 류려평의 문제와 한데 엮어 수사하기 시작했다.
왕처장은 류려평을 심문한다는 명목하에 리종호가 류평이 얻어가진 아파트를 팔아 책을 냈다는 단서를 장악했다.
"이게 공범이 아니고 뭔가? "
왕처장은 책상을 꽝 쳤다.
왕처장은 조직부에서 담화할 때 "수사실무경험이 없어 수사처장을 할만 하겠는가?"고 의문을 제기한 것에 반발심이 생겼다.
(어디 이 왕처장이 어떤 사람인가, 본때를 보여줘야지.)
그녀는 당장 수사치적을 쌓을 좋은 기회 왔다고 생각했다.
"당장 신문사 부사장 리종호를 련행하라!"
그러나 수사일군들은 종호의 종적을 파악하지 못해 난감해했다.
왕처장은 세길네길 펄쩍 뛰면서 노발대발하면서 독살을 피웠다.
"당신들도 수사일군인가? 당장 리종호를 잡아오지 못하면 자리를 옮길 준비하라고."
왕처장은 수사일군들에게 종호가 들어 있을 신문사 부근 려인숙 위치까지 알려주었다. 그 정보는 류문도한테서 제공받았던 것이다.
그러나 종호가 려인숙을 바꿔 버려서 또 헛탕을 쳤다.
"온 시내를 다 들춰서라도 리종호를 나포해!"
수사일군들은 사처로 흩어져 달아다녔다.
구류소 류기 소장도 왕춘영 처장을 협조해 경찰들을 사처로 풀어놓았다.
“잘한다, 잘해, 류대대장, 왕처장! 흐흐흐. 잘코사니야. 종호야, 배신자 놈아, 어디 두고 보자. 네놈이 언감 날 고발해? 내 쳐놓은 천라지망에서 어디 네놈이 벗어나는가 두고 보자. 네놈을 생지옥에 처넣지 못하면 내 류씨 토황제 아니야! 으흐흐”
류덕재는 쏘파에서 벌떡 일어나 음흉한 외까풀눈을 부라리면서 주먹으로 손바닥을 탁탁 치며 쾌자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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