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일제의 군량미수레대오를 습격
정미소 바깥에서는 눈보라가 윙-윙- 사납게 불어쳤다. 백양나무 가지에 까마귀가 앉아 까욱까욱 불길한 징조를 알리기나 하듯 울고 있었다.
보초를 서던 일본 놈은 총으로 까마귀를 겨누었다.
그때 조장인듯한 놈이 총대를 내리누르면서 제지했다.
“난데(어째)?”
보초병은 까마귀를 가리키면서 “아노 도링아(저 까마귀가)!” 하고 지껄여댔다.
“그래도 총을 쏘지 말란 말이야.”
보초병은 열이 나 토성에서 깨진 기와 장을 주어 나무에 뿌렸다. 놀란 까마귀는 푸닥닥 날아나면서 까욱 까욱 울며 남으로 훨훨 날아갔다.
기준과 인삼은 부지런히 쌀 마대를 메어 날라다 수레에 실었다. 그들의 잔등은 땀벌창이 된 채 쌀 먼지가 두툼하게 들어붙었다.
이주림은 뒤짐을 짚고 꼬리 없는 황소 같은 일군 기준을 더 얻어 만면에 춘풍이 흐르고 있었다.
기준은 혹시 정미소에서 일하다가 일본 놈들의 쌀 수레를 습격하는 유격대거나 정미소를 습격하는 성칠 형님을 만날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막연한 일루의 희망을 품고 정미소에서 일하기로 마음을 먹었던 것이다. 한편으로는 혹시 똘만이나 사이또 같은 놈들을 만날까봐 근심도 태산 같았다.
어느 날 한창 기준과 인삼이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쌀 마대를 나를 때였다.
“와~”
소를 멈춰 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귀에 익은 소리여서 기준이가 몸을 돌려 보니 제일 앞 수레에서 원삼이가 한창 빈 쌀 주머니를 훌훌 땅바닥에 부리고 있지 않겠는가!
기준은 쭉 늘어선 쌀 수레몰이 일꾼들과 총칼을 둘러멘 일본 놈들을 보는 순간 원삼을 부르려다가 그만두고 머리를 숙이고 벼 마대를 둘러메 얼굴을 가리면서 정미소안으로 들어갔다.
원삼은 소를 풀어 수레 채에 고삐를 매놓고 정미소로 들어왔다.
그는 정미기계에 벼를 쏟는 기준을 보자 반가워 “형님!” 하고 부르며 성큼성큼 다가와 두 팔을 벌렸다.
“원삼이! 길에서 무사했는가?”
“양, 이번엔 떼도적을 만나지 않았소.”
그들은 얼싸 안고 서로 잔등을 툭툭 쳤다.
이때 일본 놈이 실눈으로 기준을 쏘아보았다.
순간 기준과 원삼은 다른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빠까요로(멍청이), 하다라께(일해)!”
“하이(예).”
주림이 대신 어색한 일본 말로 대답하고 인삼의 쪽에 대고 일하라고 했다.
기준은 원삼한테 일본 놈을 눈짓하며 “저녁에 얘기하자.” 하고 말하고 나서 벼 마대를 메러 바깥에 나갔다.
뒤에서 일본 놈이 기준을 가리키며 이주림과 뭐라고 쑤군거리었다.
저녁에 기준과 원삼이네 형제가 비좁은 정미소 온돌방에서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숱한 쌀을 일본 놈들이 조선에 실어다가 뭘 할까?”
원삼은 코 방귀를 뀌었다.
“흥! 조선에 있는 일본 놈들의 군량으로 쓴다오.”
기준은 땅바닥에 침을 탁 뱉었다.
“개놈새끼들이 조선의 쌀도 모자라서 간도 쌀마저 빼앗아 가는가?”
인삼은 “조용히 말하오. 벽에도 귀가 있다고 혹시 주림이 들으면 어쩌오?” 하고 말리였다.
원삼은 대수로워하지도 않았다.
“이 주인은 그래도 양심적인 조선 사람인 거 같소. 살자니까 별수 없이 일본 놈들의 쌀을 찧어주지만 기실 일본 놈들을 미워하는 거 같으오.”
기준은 거칠게 숨을 쉬다가 원삼을 보고 속궁리를 털어놓았다.
“혹시 떼도적이 유격대가 아닌지 모르겠소. 아예 저 숱한 입쌀을 불태우지 않으면 항일유격대 군량미로 넘겨주면 어떻겠소?”
인삼은 손사래를 치면서 말리였다.
“그러지 마오. 우리 형제와 주림까지 목이 날아나게 하지 하자고?”
그 말에 기준은 묵묵히 앉아 있었다.
이튿날 아침 원삼 등은 다 찧은 입쌀을 정미소에서 메여 내다 수레에 실었다.
한 일본 놈이 정미소안으로 들어오더니 기준을 보고 입쌀을 수레에 실으라는 손시늉을 했다.
기준이 쌀 마대 무지에 가서 쌀 마대를 혼자 어깨에 둘러메고 수레에 가져다 척 실어놓았다.
일본 놈들은 총칼을 왼손에 쥔 채 엄지를 내휘둘렀다.
“오, 찌까랑아 쯔요이(힘이 세군)!”
원삼과 기준은 쌀 수레 몰이꾼들과 함께 순식간에 10채의 수레에 입쌀을 실었다.
인삼은 눈코 뜰 새 없이 바깥에서 벼 마대를 메다가 정미소안에서 맴돌면서 벼를 찧었다. 그리고 다 찧은 입쌀을 마대에 받아 바깥 입쌀마대무지에 내다가 쌓아놓았다.
원삼은 숨을 돌릴 새 없이 쌀 수레를 제일 앞에서 몰고 떠났다. 그런데 일본 놈들은 기준이가 힘이 센걸 보고 쌀 수레를 따라 가라고 잡아당겼다.
리주림은 일본 말을 좀 할 줄 알아 일본 놈 우두머리를 보고 “이쏭아씨이데 난데 소노히도오 히끼이끼마쓰까?(바쁜데 어째 저 사람을 끌고 갑니까?)” 하고 물었다.
“이야!(안 돼) 와레와레오 마모레(우릴 지켜야네)!”
일본 놈들은 정미소안에 둔 기준의 목수도구에서 도끼와 자귀를 들춰내다 기준과 원삼의 손에 쥐어주었다.
원삼은 손자귀를 허리에 차면서 기준을 보고 “이 놈들이 어찌나 혼났으면 이러겠소.” 하며 흥하고 코 방귀를 뀌었다.
일본 놈 셋이 전후와 중간에서 총칼을 들고 압송하고 원삼이가 코 기러기처럼 쌀 수레를 몰고 제일 앞에서 나가고 기준이가 도끼를 쥐고 제일 뒤 쌀 수레를 따라 길을 떠났다.
시내를 빠져나갈 때 일본 놈들은 개 잡은 포수처럼 우쭐해 장총을 어깨에 멘 채 기세등등해 척척 걸어갔다.
그러나 용정 시내가 멀어져가고 눈 덮인 수림이 우거진 산골짜기에 들어서면서부터 일본 놈들은 총칼을 비껴들고 골짜기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리면서 가재걸음을 쳤다.
기준은 속으로 유격대나 나타나 쌀을 몽땅 빼앗아 갔으면 얼마나 속이 시원하겠는가고 했다.
그런데 유격대는커녕 떼도적들도 나타나지 않았다. 일본 놈들도 저희들끼리 뭐라고 하면서 웃고 떠들어댔다.
그들의 쌀 수레가 하얀 눈이 덮인 산골짜기막치기를 타고 산등성이 길로 올라갈 때였다.
땅! 땅!
별안간 야무진 총소리가 연속 울렸다. 제일 뒤 기준과 나란히 걷던 일본 놈이 대갈통이 박살난 채 푹 꼬꾸라졌다.
“범이 자기 흉을 하면 온다더니!”
기준은 도끼를 쥐고 대갈통이 박살난 일본 놈을 내려다보았다. 길옆에 납작 엎드려 피뜩 보니 수레대오 중간의 일본 놈은 다리에 총탄을 맞았는지 푹 꼬꾸라졌다.
그 놈은 다리를 부둥켜안고 땔 땔 구을면서 “이다이(아파), 이다이 시누(아파 죽겠다)!” 하고 고래고래 고함쳤다.
제일 앞에 섰던 일본 놈은 멈춰선 원삼의 쌀 수레 밑에 들어가 엎드린 채 눈 먼 총질을 해댔다.
원삼은 수레바퀴에 붙어 꿇어앉은 채 부들부들 떠는 쌀 수레 몰이꾼들을 돌아보고 소리쳤다.
“쌀 수레 밑에 들어가 엎드려라!”
그제야 제 정신이 펄쩍 든 쌀 수레 몰이꾼들은 엉금엉금 기여 쌀 수레 밑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땅바닥에 엎드려 두 팔로 머리를 감싸 안고 까딱하지 않았다.
기준은 눈 밑에서 꾸불거리며 점점 눈 위에 올라오는 검은 그림자들을 둘러보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진짜 눈 밑에서 솟아나는 귀신 같구나. 진짜 떼도적한테 정말 죽었다.)
이때 일본말로 꽥꽥 고함치는 소리가 산등성이를 쩌렁쩌렁 울렸다.
“총과 쌀을 내놔!”
“계속 항거하면 죽어!”
원삼의 쌀 수레 밑에 원삼과 함께 엎뎌있던 일본 놈은 대가리를 들고 여기저기 살폈다. 수레 양쪽 산마루에서 눈 위에서 숱한 꺼먼 머리통들이 반쯤 내밀고 이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산등성이길 양쪽에서 이번에는 조선말로 주고받는 소리가 바람결에 똑똑히 들려왔다.
“김 대장, 아예 다 죽여 버립시다.”
“안 돼! 한 놈 쯤은 살려 보내야 해! 그래야 쌀 수레 몰이꾼들이 살아남을 수 있어!”
“옳소!”
기준은 길옆에 누워서 김 대장이란 말에 혹시 성칠 형님이 영솔한 유격대가 아닌가 생각하자 담이 커졌다.
그는 머리를 들고 길 양옆을 두리번거리면서 살펴보았다.
“손을 쓰기오!”
땅! 땅! 푱! 푱!
총알이 수레바퀴에 박히면서 죽음의 노래를 불렀다.
“총을 버려! 대갈통 박살내기 전에!”
원삼의 옆에 있던 일본 놈은 총을 놓고 엉금엉금 기여 나오더니 손을 들었다.
“살려줄테니 용정에 가서 사이또 소장 놈을 보내라!”
“대갈통에 구멍을 뚫어 줄 테야!”
일본 놈은 다리야 나를 살리라고 손을 든 채 꼬리 빳빳해 산골짜기 쪽으로 내뛰었다.
“허허허!”
“하하하!”
혼이 날아나 달아나는 일본 놈 추한 꼴을 보고 유격대원들이 웃음보를 터뜨렸다.
쌀 수레 밑에서 다리를 안고 대굴대굴 뒹굴던 일본 놈은 달아나는 일본 놈 쪽에 총을 쏘아댔다.
“지분데 하시레(혼자 달아나)?! 와다시모 쯔레데 하시레(나도 데리고 달아나라)!”
한참 달아나던 일본 놈은 몸을 돌려 한번 이쪽을 돌아보고는 더욱 황급히 허겁지겁 도망쳤다.
수레대오 중간 수레 밑에 엎드린 일본 놈은 쌀 수레 몰이꾼을 인질처럼 한손으로 목을 꽉 끌어안고 총알받이로 내세우고 오른손으로 눈먼 총을 쏘면서 반항했다. 쌀 수레 몰이꾼은 겁이 나 부들부들 떨었다.
이때 조선말로 외치는 소리가 쩌렁쩌렁 들려왔다.
“우리는 조선 항일유격대요! 조선 사람이 일본 놈에게 붙잡혀 있어 사격하지 못하겠구먼. 모두 힘을 합쳐 수레 밑의 일본 놈 총을 빼앗소.”
그러나 쌀 수레 몰이꾼들은 두리번거리며 서로 눈치를 볼뿐 누구도 감히 손을 쓰지 못했다.
일본 놈은 겁을 집어먹고 쌀 수레 물이꾼들에게 일본 말로 뭐라고 죽어가는 비명 같은 소리를 질렀다.
그 놈은 최후발악하면서 인질로 붙잡은 쌀 수레 몰이꾼 목을 꽉 조였다. 쌀 수레 몰이군은 살려고 목을 조인 일본 놈의 손을 두 손으로 꽉 틀어쥐어 풀었다. 일본 놈이 총 박죽으로 머리를 쳐댔다. 쌀 수레 몰이꾼은 두 손으로 총을 꽉 틀어쥐고 일본 놈과 엎치락뒤치락 했다.
땅!
야무진 총소리와 함께 쌀 수레 몰이군을 깔고 앉아 목을 조이던 일본 놈의 쳐든 대갈통이 박살났다. 뻘건 피가 하얀 눈길에 한 벌 튕겼다.
“앗!”
쌀 수레 몰이꾼이 놀라 일본 놈의 총을 틀어쥔 채 뒤로 쓰러졌다.
눈 속에서 숱한 개털모자들이 일어나 총을 꼬나들고 덮쳐왔다.
“놀라지 마오. 우린 항일유격대요. 우리 조선 백성들의 군대요.”
기준은 도끼를 쥔 채 유격대원들을 훑어보았다. 그러나 성칠 형님은 보이지 않았다.
이때 한 유격대원이 금방 대갈통에 총을 맞고 뒈진 일본 놈을 수레 밑에서 끌어내 툭 차버렸다.
그는 권총을 찬 훤칠한 사내를 보고 “김 대장, 쌀 수레 몰이꾼들도 돌려보냅시다.”라고 했다.
“음, 그래야지. 자칫하면 이분들이 우리 유격대와 짜고 들었나 하겠소.”
김 대장이란 사나이가 얼굴을 이쪽으로 돌렸다.
“여러분, 빨리 저 산골짜기 아래로 달아난 일본 놈을 따라 용정으로 달아나오.”
기준은 구레나룻이 더부룩한 김 대장이라는 사나이를 보는 순간 어디엔가 눈에 익어보였다.
(아니, 용천 형님 아닌가?!)
기준은 너무도 뜻밖의 만남인지라 하마터면 고함치며 달려 갈 번했다. 그러나 몇 발자국 걸어가다 피뜩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안 돼, 내가 유격대 대장과 면목이 있다는 걸 알면 안 된다. 이 사람들 속에서 누군가 일본 놈들에게 고발하는 날엔 끝장난다.)
기준이 이런 속궁리를 하면서 용천 대장에게서 눈을 떼고 머리를 숙이고 돌리려는 순간 김 대장도 기준을 발견했다.
그는 쌀 수레를 일일이 살피는 척 하면서 제일 뒤쪽 쌀 수레에 다가왔다.
그는 기준을 보고 눈을 찔끔 감아 보이고 나서 높은 소리로 “여보, 왜 그 튼튼한 몸에 일본 놈들의 쌀 수레나 지키면서 개처럼 살아?” 하고 욕했다.
가까이 다가와 옆에 사람이 없는 것을 보고 목소리를 죽여 말했다.
“잘 있었나? 간도에 왔다는 말 들었는데 어데서 사제이? 성칠 형님이 애타게 찾고 있당께.”
기준도 쌀 마대를 툭툭 두드리며 가까이에 쌀 수레 몰이꾼들이 없는 것을 보고 “소서구에 있소. 함흥촌 토성안집 인삼네 마을과 멀지 않소.” 하고 나직이 말했다.
기준은 높은 목소리로 “먹고 살자니 어찌 하겠소. 막벌이하기보다 나으니까 했는데 장관, 제발 목숨만 살려주오.” 하고 빌었다.
김용천은 높은 소리로 “이제 다시 쌀 수레를 호송하는 날엔 죽을 줄 알게!” 하고 을러멨다.
기준이가 용천과 말을 주고 받는 것을 듣고 원삼이가 다가와 “나리, 내 형을 살려줍소.” 하고 높은 소리로 말했다.
이때 쌀 수레 몰이꾼들이 원삼을 보고 “달아 나기오.” 하고 몰려왔다.
“우리 일본 놈을 따라 달아나지 않으면 유격대와 짜고 들었다고 죽일 게요.”
쌀 수레 몰이꾼들은 여기저기서 웅성웅성 떠들어댔다.
한 쌀 수레 몰이꾼이 뾰족한 턱을 쳐들고 야단쳤다.
“일본 군대 죽었으니 이 일을 어찌 하오? 돌아가면 우릴 죽일게 아니요?”
기준이가 대수롭잖게 말했다.
“유격대 한 일인데 우리와 무슨 상관이오?”
턱이 뾰족한 쌀 수레 몰이꾼이 나서더니 “우릴 쌀 수레를 주오. 몰고 돌아가야 살지.” 하고 말하면서 당장 몰고 돌아가려는 듯이 소고삐를 잡았다.
김용천 대장이 막아 나섰다.
“쌀 수레는 몰고 돌아가세요. 허나 이 입쌀은 우리 조선과 중국 백성들이 피땀으로 가꾼 입쌀이잖아요. 우리 유격대는 이 입쌀을 메다가 가난한 중조 백성들에게 나눠주고 유격대 군량으로 쓸 예산이오.”
그러자 그 쌀 수레 몰이꾼들은 머리를 끄덕였다.
이번에도 턱이 뾰족한 쌀 수레 몰이꾼이 나서면서 “그럼 우리 쌀 수레 몰이꾼들의 집을 알려 줄 테니 한 마대씩 만 날라다 주겠소?” 하고 물었다.
“물론 가져다 드리죠.”
김용천 대장은 수하를 시켜 십여 명 쌀 수레 몰이꾼들의 주소와 이름을 일일이 적었다.
턱이 뾰족한 쌀 수레 몰이꾼의 집은 선바위에서 한 십여 리 떨어진 성지라는 마을에 있었다.
“이름은 뭔가요?”
“허팔기요.”
“허팔기?”
이름을 적던 유격대원이 우스워하는데 허팔기는 자랑스레 너스레를 떨었다.
“예. 평생 별거 다 팔면서 잘 살라고 우리 아버지 그렇게 이름을 지었소.”
그는 뒷덜미를 긁더니 “아예 우리 쌀 수레를 몰고 집에 가져가면 안 될까?” 하고 떠들었다.
김용천 대장이 경상도 사투리로 말렸다.
“건 안 돼요. 있자노, 저 산꼴자기 아래 일본 놈이 보고 있제이. 우리가 꼭 책임지고 가져다줄테니께. 근심하지 말라요. 빨리 수레 몰고 돌아가시라니께.”
김용천 대장이 말을 마치자 오른 손을 홱 휘둘렀다. 유격대원들은 쌀 수레에 올라가 허리에 찼던 주머니를 끌러내 쌀을 반 마대 씩 푹푹 덜어내 꽁꽁 맸다.
순식간에 몇 십 명 유격대원들이 입쌀을 반 마대 씩 둘러메고 나머지 몇 십 명은 전신무장한 유격대원들의 호송 하에 산등성이를 타고 수림 속으로 흩어져 사라졌다.
수림 속에 들어가면서 용천 대장은 기준과 원삼이 쪽을 피뜩 돌아다보고 나서 눈풍설이 무섭게 이는 산골짜기로, 눈 덮인 허연 수림 속으로 바람결처럼 사라졌다.
9. 용정통감부 간도파출소
원삼과 기준은 쌀 수레 몰이꾼들과 함께 두 일본 놈의 시체를 빈 쌀 수레에 싣고 산골짜기 길을 타고 내려갔다.
그들 둘은 제일 뒤 쌀 수레에 딱 붙어 서서 걸으면서 조용히 말을 주고받았다.
기준이 먼저 선코를 뗐다.
“돌아가면 일본 놈들이 쌀을 빼앗겼다고 야단치겠는데 어찌겠소? 아예 집식구들을 다른데 이사시키고 유격대에 들어갈까?”
원삼이가 맞장구를 쳤다.
“글쎄 말이네. 이 놈 세월에 지주 놈의 땅을 붙여서야 어디 배 불리 먹고 살 날이 있겠소? 총을 들고 일본 놈들과 싸우면서 사는 게 나을 거 같소.”
기준은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었다.
“글쎄 우리는 김 대장 유격대에 가면 그만인데 집식구들을 어찌겠는가?”
기준의 말에 원삼은 걸음마저 멈추고 눈이 휘 동그래 물었다.
“아까 그 유격대장이 누군지 아오?”
기준은 주위를 둘러보고 아무도 들을 것 같지 않자 나직이 “성칠 형님이랑 함께 명천에서 들어온 김용천 대장이네.”
“양?”
원삼은 저 멀리 소 수레를 몰고 걷는 사람들을 둘러보다가 몸을 돌려 용천이 사라진 눈 덮인 수림 속을 뒤돌아보는 것이었다.
“글쎄, 아까 형님과 그 양반이 딱 붙어서서 하는 말을 듣고 이상하다 했더니 그런 판이구먼.”
그때 허팔기가 돌아서 이쪽으로 다가왔다.
“원삼 형님, 우리 돌아가면 일본 놈들에게 죽지 않겠소? 쌀을 몽땅 털렸으니 말이오. 유격대가 총을 쏘아 일본군까지 죽였지. 우릴 놔두겠소?”
원삼은 허팔기의 가는 허리를 쿡 찌르며 안심시켰다.
“일본 놈들이 뭐라든지 우린 유격대란 말을 하지 말기요. 그저 떼도적에게 빼앗겼다고 입을 맞추기요. 그러잖으면 끝장나오.”
허팔기는 “오~ 그게 옳소.” 하고 머리를 끄덕였다.
“빨리 수레를 몰러 가오.”
“양, 갈게. 내 다른 쌀 수레 몰이꾼들한테 입을 맞추게 알릴게.”
허팔기가 금방 떠나갔을 때였다.
기준은 도끼를 쥔 채 걸음을 멈추더니 원삼에게 나직이 말했다.
“아무래도 난 도망쳐야 하겠소. 사이또 놈에게 붙잡히면 끝장이오. 명천과 우시장의 끼무라 국장과 한길수놈은 똘만이라는 경찰을 여기까지 보냈소. 그 놈들은 분명 나와 우리 일가를 찾아 죽이려고 하오. 무슨 일이 있으면 우리 서로 명동교회당의 김하규한테 기별합세. 돌아가면 내 목수도구를 건사했다가 명동교회당 김하규거나 용정 교회당 죤슨 신부에게 가져다 두오.”
원삼은 기준의 손을 꽉 잡더니 “형님, 이렇게 갈라지면 언제 만나겠소?” 하고 석별의 정에 눈시울을 붉혔다.
“산 사람이 꼭 만날 날이 있을 거요. 후에 기회 있으면 유격대에 쌀을 보내게나.”
“알았소.”
기준은 도끼를 쥐고 눈 덮인 산등성이쪽으로 올라가다가 풍설이 사납게 이는 수림 속으로 사라졌다.
그때 허팔기도 뒤따라가면서 “나도 달아나겠소.” 하고 고함쳤다.
그 말에 쌀 수레 몰이꾼들이 떠들썩했다.
“우리도 달아날까? 일본 놈들에게 맞아죽지 않으면 다행일 것 같아.”
“우리 뭐 쌀을 빼앗아 갔다고. 유격대 그랬지.”
쌀 수레 몰이꾼들은 다행을 바라고 다시 쌀 수레를 몰고 용정 쪽으로 올라갔다.
도중에 수레 밑에서 자기 목을 조인다고 일본 놈의 총을 붙잡고 뒹군 쌀 수레 몰이꾼이 주춤 멈춰서더니 사위를 둘러보았다.
뒤이어 그는 원삼에게 다가와서 “난 달아 나겠소. 일본 놈이 둘이나 죽은 마당에 살아 남을 수 있겠소?” 하고 기준이가 달아난 쪽을 바라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들이 산골짜기를 벗어나 용정 쪽의 올려다 보이는 벌판에 들어섰을 때였다.
말을 탄 한 무리의 일본 헌병 놈들이 들이닥쳤다. 총소리를 듣고 덮쳐 온 것이다.
기병들 속에는 아까 산등성이 길에서 겨우 살아 산골짜기 아래로 달아났던 일본 놈이 끼여 있었다.
“두 놈이나 달아났구나.”
그놈의 말에 군관 놈이 채찍을 들어 쌀 수레 몰이꾼이 금방 달아난 산등성이쪽을 가리키면서 “발자국을 따라 추격하라!” 하고 고함쳤다.
기병 놈들은 쌀 수레를 호송하던 일본 놈과 함께 산마루 쪽으로 덮쳐갔다.
기병 군관 놈은 또 몇몇 기병들에게 쌀 수레 몰이꾼들을 가리키며 “빠까요로!” 하고 뭐라고 을러멨다.
나머지 몇몇 일본 기병 놈들은 빈 쌀 수레 몰이꾼들을 압송해 용정 쪽으로 달려갔다.
기병 놈들은 눈 덮인 수림 속으로 쫓아갔지만 숱한 발자국이 흩어져 어느 발자국을 따라 쫓아간단 말인가? 게다가 유격대는 신을 거꾸로 신었기에 수림 속에서 나온 발자국만 있을 뿐 수림 속으로 들어간 발자국이 하나도 없어 대체 무슨 놈의 판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 놈들은 무릎까지 풍풍 빠지는 눈 덮인 수림 속에서 헛물을 켜고 말머리를 돌려 용정 쪽으로 되 달려갔다.
원삼이네가 일본 놈들의 압송을 받으면서 용정 정미소 마당에 가서 소 수레를 벗겨놓았다.
(기준 형과 함께 달아날걸 그랬어.)
원삼이가 이런 궁리를 하면서 일본 놈들을 쳐다보니 당장 잡아먹을 상을 하고 쏘아보는 것이었다.
“고이(오라)!”
일본 군관이 원삼을 손가락질하면서 오토바이에 앉으라고 했다.
인삼은 원삼을 잡아가려고 하자 정미소 문 옆에서 팔짱을 끼고 구경하는 이주림을 보고 통사정했다.
“주인님, 좀 우리 동생을 구해줍소. 주인은 저 일본군관을 알지 않소?”
이주림은 도리머리를 가로 흔들었다.
“잘못 걸렸네. 용정통감부 간도파출소 사이또 소장에게 딱 걸리면 죽지 않으면 반 주검이 되려니 해야 하오.”
“이 일을 어쩌는가?”
인삼이 두 팔을 휘두르면서 원삼을 바라고 뛰어갔다.
부르릉. 떠나는 오타바이 위에서 원삼은 대수롭잖은 표정을 지으면서 오지 말라고 손을 흔들었다.
“형님, 근심하지 마오. 난 잘못한 일이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래도 인삼은 쌀 먼지를 온몸에 들쓴 채 대문 밖에까지 뛰어나갔다. 원삼은 일본 놈이 압송하는 오토바이에 앉아 덜커덩거리면서 골목길에서 사라졌다.
“원삼아! 원삼아!”
“가에레(돌아가)!”
이때 대문 옆에 서있던 일본 놈이 총칼을 휘두르면서 인삼을 들어가라고 꽥꽥 소리쳤다.
인삼이가 돌아서 대문 안을 들어갈 때였다. 일본 기병 놈들이 쌀 수레 몰이꾼들을 몽땅 바로 얽어매 끌고 나오는 것이었다.
이주림은 보기 안 되였는지 도리머리 질 했다.
“이 일을 어떻게 하오. 정미소가 어떻게 돌아가겠소? 이거 원.”
사이또 소장이 꽥꽥 고함쳤다.
“젠부 유게끼다이다(몽땅 유격대다). 젠부 시누, 시누( 몽땅 죽어, 죽어)!”
사이또의 얼룩사냥개도 주인을 따라 아가리를 벌리고 컹컹 사납게 짖어댔다.
사이또 소장 놈은 원삼과 허팔기 등 쌀 수레 몰이꾼들을 몽땅 용정통감부 간도파출소에 끌고 갔다.
대문어구에 총칼을 쥐고 얼룩사냥개를 데리고 선 보초병 두 놈은 잡아먹을 듯이 도끼눈으로 원삼이랑 쏘아보았다. 얼룩사냥개는 사이또 소장을 보자 꼬리를 흔들거리면서 다가왔다. 그 놈 개는 원삼이를 보자 으르렁거리면서 눈깔에서 불똥이 뚝뚝 떨어질 지경이었다.
사이또 소장은 오토바이에서 거만스럽게 내리며 전리품이나 보는 듯이 원삼이네를 쭉 둘러보더니 코 수염을 쓱 닦더니 손을 안으로 홱 휘둘렀다.
일본경찰들이 원삼이네를 파출소 고문실에 몽땅 끌고 들어갔다.
어둡고 침침한 고문실에서 사이또 소장은 검정경찰복차림으로 의자에 거만스럽게 앉아 위엄을 부렸다.
그는 원삼을 가리키면서 옆에 선 일본경찰에게 호령했다.
“저자를 형틀에 달아매라!”
“옛!”
원삼은 두 경찰에게 끌리어가 형틀에 바 줄로 매달린 채 사이또 소장을 분노에 찬 눈길로 바라보았다.
사이또 소장은 채찍을 쥐고 옆에 대기하고 서있는 두 경찰에게 뭐라고 귀속 말로 쑤군거렸다.
그 경찰이 나갔다가 고문실에 땅딸보 같은 조선인을 데리고 들어왔다. 원삼은 그 조선 사람이 별로 면목이 있어 찬찬히 보았다.
(아니, 저 놈은 똘만 경찰 놈이 아닌가!)
그는 깜짝 놀라 머리를 숙였다.
사이또 소장은 그 모든 것을 여겨보고 흉악한 몰골에 흐뭇해하는 미소를 지었다.
“똘만이, 저 괴한을 알만한가?”
똘만은 가까이 다가가 머리를 숙인 원삼의 머리를 손으로 쳐들고 찬찬히 들여 보더니 뒷걸음질 쳤다.
“이 놈은 기준 놈의 친굽니다. 그때 우시장 경찰국을 지을 때 병완과 기준과 짜고 들어 썩박나무로 기둥을 세운 놈입니다.”
그 소리에 사이또 소장 놈은 벌떡 일어났다.
그 놈은 구두를 신은 발로 뚜벅뚜벅 걸어가 원삼을 쏘아보았다.
“끝내 병완 놈과 기준 놈의 꼬리를 밟았구나.”
사이또가 똘만을 보고 일본말로 뭐라고 떠들자 똘만이 원삼을 보고 을러멨다.
“네 이놈, 원삼이라던가. 날 알아볼만 하지. 난 끼무라 국장이 보낸 조선 경찰 똘만이야. 말해! 병완과 기준은 어데 있어?!”
원삼은 머리를 들고 천천히 입을 뗐다.
“난 모르오. 일본 영사관의 명대로 쌀을 날라 간 게 무슨 죄 있다고 이러오?”
똘만이 통역해주자 사이또가 입을 열기도전에 유격대의 손아귀에서 겨우 살아남은 일본 놈이 고래고래 고함쳤다.
“도끼를 쥐고 네놈과 쑤군거리던 놈은 누구냐? 내 다 보았어.”
이때 정미소안에서 보초를 서던 일본 경찰 놈이 기준의 목수도구를 들고 들어왔다.
“보라, 저건 뭔가?”
목수도구상자를 보자 똘만은 우쭐거렸다.
“맞아, 내 글쎄 몇 달 전에 시내에서 별로 이런 목수도구를 멘 구척이나 된 자가 기준이 아닌가 뒤를 밟은 적이 있어. 그때 그 놈을 막걸리 집에서 놓친 후 지금까지 못 찾았는데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났구나.”
정신환자처럼 지껄이던 똘만이 원삼의 배를 발길로 차면서 호통 쳤다.
“말햇! 네놈과 함께 도끼를 쥐고 쌀 수레를 호송한 자가 기준이 맞지? 기존과 병완이 어데 있어?!”
그러나 원삼은 낯 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
“뭘 말이오? 난 그런 사람을 본 적도 없소. 쌀 수레를 호송한 게 무슨 죈가?”
똘만이가 돌아가 사이또 소장에게 뭐라고 일본말로 지껄이자 싸이또 소장이 천천히 일어나더니 을러멨다.
“호되게 족쳐라!”
사이또 옆에 서있던 두 경찰 놈이 사냥개처럼 덮쳐들어 채찍으로 기준을 사정없이 짱짱 후려갈겼다.
쌀 수레 몰이꾼들은 차마 눈뜨고 채찍질에 원삼의 저고리가 째지고 피로 얼룩진 살가죽이 묻어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없어 머리를 떨어뜨렸다. 허팔기는 온 몸을 사시나무 떨듯 바들바들 떨더니 풀렁 물앉으며 엉덩방아까지 찧었다.
사이또는 음흉한 눈길로 쌀 수레 몰이꾼들을 쓸어보다가 땅바닥에 물앉아 오줌까지 쉥- 쉥- 싸는 허팔기에게 독기서린 눈길이 멈춰 섰다.
사이또는 똘만에게 뭐라고 쑤군거렸다. 그러자 똘만이가 허팔기를 끌고 다른 고문실에 나갔다.
똘만은 채찍으로 공포에 바들바들 떠는 허팔기의 뾰족한 턱을 쳐들고 을러멨다.
“말해! 원삼과 목수 놈이 어쨌는가? 말하지 않으면 썩 뚝!”
똘만은 칼로 목을 치는 손시늉을 했다.
질겁한 허팔기는 “말하면 곰 같은 원삼과 호랑이 같은 목수 놈에게 맞아죽겠는데 어떻게?” 하고 말하며 힐끔 똘만의 눈치를 살폈다.
똘만은 “근심하지 말라! 우리 대일본제국에 이실직고만 하면 비밀을 지켜 줄 뿐만 아니라 두툼한 상금까지 준단 말이야.” 하고 눅잦혔다.
허팔기는 원삼을 뒤따라보았자 먹을알은 없고 물어먹으면 상금까지 준다는데 해 볼만 한 것이라고 속궁리를 돌렸다.
허팔기는 머리를 쳐들더니 “원삼은 그 목수 놈과 서로 야, 자, 하는 친구더구먼. 내 뒤에서 걸으면서 그 놈들이 주고받는 말을 들을 라니 목수 놈은 이랬소.
‘일본 놈들의 세월에 지주 놈의 땅을 붙여서야 어디 배 불리 먹고 살 날이 있겠소? 총을 들고 일본 놈들이나 지주 놈들이 빼앗아간 우리 쌀을 뺏아 먹고 사는 게 낫을 거 같소.’
원삼이가 ‘김 대장네 유격대에 가면 그만인데 집식구들을 어찌 하겠는가?’ 하고 근심하자
목수 놈은 나직이 ‘뭐 명천에서 들어온 김용천 대장한테 가면 일없다’고 말했소.
쌀을 몽땅 털리고 유격대에 일본군이 살해당했기에 우릴 살려 두겠는가고 내가 근심하자 원삼은 ‘일본 놈들이 뭐라든지 우린 유격대에게 습격당한 말을 하지 말기요. 그저 떼도적에게 빼앗겼다고 입을 맞추기요. 그러지 않으면 우린 끝장난다’고 했소. 후에 목수 놈은 겁이 나서 산 속으로 달아나고 수레 밑에서 일본군의 총을 잡고 뒹굴던 룡지촌의 박성활두 달아나고.”
똘만은 살기 띤 통통한 낯에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넌 우리 황군을 도와 아주 큰일을 했어. 후한 상금을 내 줄 거야. 지금 주면 눈에 날거니까 후에 성지에 있는 집에 가만히 상금을 가져다줄 게. 허나 쌀 수레 몰이꾼 놈들 앞에서 아무 티도 내지 말라. 우리가 고의로 때리거나 욕할 테니까 꾹 참으라고.”
허팔기는 겁기를 풀며 머리를 끄덕였다. 그는 속으로 시원히 말했으니 목숨은 건졌는데 상금까지 주겠는가는 반신반의했다.
한참 후 똘만이가 고문실에 들어오더니 사이또 소장에게 뭐라고 지껄였다.
사이또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저 놈은 항일유격대와 내통한 놈이야! 지하감방에 처넣어!”
경찰 서너 놈이 달려들어 형틀에서 피 못이 된 원삼을 풀어내 질질 끌고 지하 감방으로 가서 처넣었다.
밤중에야 원삼은 칠흑 같이 새까맣고 공포에 휘감긴 감방 안에서 정신을 차리었다. 축축하고 싸늘한 감방 안은 숨 막힐 듯이 적막했다. 간혹 옆 감방에서 고통스러운 신음소리가 간간히 들리었다.
원삼은 기준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이 한없이 후회됐다.
(우시장경찰국 일을 홀 까먹었구나. 똘만이가 여기까지 올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원삼은 기준이가 무사히 달아난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죽기내기로 말하지 않으면 네깐 놈들이 어쩐단 말이냐?)
그는 쇠고랑이 찬 손으로 감방 벽을 어루만지며 붙잡고 일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엉덩이를 들려고 했다. 그러나 가슴과 허리 팔, 다리까지 아파 되 물앉았다. 쌀 두 마대를 옆구리에 끼고 다루던 그가 자기 몸도 이기지 못해 물앉아보기는 난생처음이었다. 그는 이를 악물고 다시 엉덩이를 들어보았다. 이번에는 물앉지 않고 간신히 일어났다. 암흑하고 적막한 지하감방 안에는 긴 신음소리에 뒤이어 땅이 꺼질 듯이 한숨이 공포에 뒤섞여 모든 공간을 침침하게 꽉 채워버렸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밤인지 아침인지 저녁인지 헤아릴 수 없었다. 원삼은 사지가 칼로 에이는 듯이 아파나는 것을 느겼다.
그때 지하 감방 천정 문이 쭈르륵 열리더니 한 가닥의 빛이 지하 감방 안을 비추었다.
“이 놈, 나와!”
원삼은 눈이 시려 딱 감았다가 천천히 눈을 떴다. 그제야 감방 문을 겨우 찾은 원삼은 안간힘을 다해 겨우 일어나 쩔룩거리면서 감방문밖을 나가 지하 감방을 벗어나 층계를 한 층계 한 층계 걸어 올라갔다.
“엄살을 부리긴? 사내대장부가 고까짓 채찍질 몇 번 견디지 못해?”
똘만이가 빈정거렸다.
똘만은 다른 세 경찰들과 함께 쇠고랑이 찬 원삼을 끌고 통감부 간도파출소 소장실로 갔다.
사이또 소장은 기세 사납던 전날과는 달리 길쭉한 낯에 간사한 미소를 지으면서 지껄였다.
“오해가 있었네. 허팔기한테서 들을 라니 자넨 유격대두 아니고 기준이란 놈과 내통한 적도 없다더구먼. 황군의 쌀 수레를 계속 호송하게나. 잘하면 이담 우리 통감부 간도파출소에서 경찰로 써주지.”
(개자식들, 차라리 죽일 게지 또 무슨 개수작인가?)
원삼은 머리를 쳐들고 노한 눈길로 사이또 소장을 쏘아보다가 머리를 숙이고 쩔룩거리면서 소장실에서 나갔다.
뒤에서 사이또 소장은 똘만의 귀에 대고 뭐라고 쑤군거렸다.
사실 사이또 소장 놈은 전날 똘만을 시켜 겁이 나 부들부들 떠는 허팔기를 다른 고문실에 끌고 나가 시퍼런 군도로 겁을 주면서 심문하였다. 그 놈들은 끝내 원삼과 기준의 관계 그리고 유격대가 습격하던 정경과 유격대가 쌀 수레 몰이꾼들의 주소를 적으면서 쌀을 나눠주기로 한 정황 등을 속속들이 알아냈던 것이다. 사이또 소장 놈은 능청스레 아무 것도 모르는척하면서 원삼을 놓아주었다. 그것은 원삼이 같이 우둔한 놈은 때려죽여도 입을 열지 않기에 놓아줌으로써 큰 그물을 쳐서 기준과 병완이, 나아가서 김 대장이 영솔하는 유격대까지 나포하려고 하였던 것이다.
원삼을 감시하는 비밀임무는 물론 똘만과 허팔기에게 차려졌다.
10. 호송대장과 밀정
원삼이가 용정통감부 간도파출소를 나오면서 흐릿한 하늘을 쳐다보니 이튿날 아침 해가 뜨고 있었다. 전날 오후부터 채찍에 얻어맞으면서 심문당하고 밥 한술 먹지 못한 채 온밤 지하 감방에 갇혀 있었던 것이다.
너무 아파 쌀 수레를 호송할 수 없게 돼 원삼은 정미소로 돌아오자마자 소 수레를 몰고 물레방아 골로 돌아갔다.
그는 몸이 아파 이전에 기준이가 알려준 대로 소변을 받아 아내보고 상처에 바르게 했다. 장활이랑 장은이랑 장욱이랑 피투성이 된 아버지를 보고 주먹을 쥐고 일본 놈들을 윽별렀다. 넷째 종호와 다섯째 장록은 어머니가 대야에 받은 소변으로 아버지 상처를 닦아주면서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따라 눈물을 줄줄 흘리었다.
원삼은 집식구들이 구차해하는 것을 보고 이를 악물고 신음소리 한마디 내지 않았다.
며칠 치료하고 나니 조금 몸이 괜찮아져 바깥출입도 할 수 있었다. 먹고 살자니 봄이 오기 전에 정미소에 가서 일을 해야 했다.
그때 때마침 허팔기가 와서 병문안을 했다.
“형님, 일본 사람들은 그래도 내 말을 듣고 형님을 놔줬으니 다행이오. 오해했소.”
허팔기는 뾰족한 턱을 쳐들고 구들에 누워있는 원삼의 팔을 들고 보면서 혀를 끌끌 찼다.
“쯧쯧, 생사람을 이렇게 치다니?”
원삼은 허팔기의 진상을 모르고 “고맙네. 자네가 잘 말했기에 풀려나왔네.” 하고 인사했다.
허팔기는 원삼의 처자들을 힐끔 곁눈질하더니 원삼에게 다가앉으면서 귀속 말로 물었다.
“김 대장이 영솔한 유격대에서 쌀을 가져왔소?”
원삼은 도리머리 질 했다.
“양? 유격대는 신용이 없구먼. 우리 집에는 가져왔던데. 어째 제일 고생한 형님한테 가져오지 않았소?”
원삼은 “모르겠소. 아마 내 잡혀갔으니까 연루될까봐 그랬겠지.” 하고 고지식하게 말했다.
“어찌겠소? 아예 우리 몽땅 유격대에 달아나는 게 좋지 않겠소? 유격대에 들어가서 총을 쥐고 일본 놈들이나 지주네 쌀을 빼앗아 배불리 먹고 사는 게 나을 거 같소.”
원삼은 지나치게 달라붙는데다가 무섭게 나오는 허팔기가 이상해 입을 꾹 다물어버렸다.
나중에 그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그래도 난 정미소에 가서 쌀이나 개산툰 쪽에 날라가고 쌀이나 얻어다 먹고 사는 게 옳은 거 같소. 이제 농사철이 되면 농사를 짓고. 농사군은 땅을 떠나지 말아야 하오.”
허팔기는 턱을 쳐들고 물소같이 우람진 원삼의 바위 돌 같은 몸을 힐끔 곁눈질하더니 머리를 끄덕였다.
원삼은 바깥으로 떠나가는 허팔기를 연의하고 나서 속으로 지레 역게 논다고 욕하면서 침을 퉤 뱉었다.
며칠 후 원삼은 허팔기와 함께 수레를 몰고 또 정미소에 갔다. 이전과 달리 정미소에는 일본군이 한개 소대는 증파돼 대문 안 밖을 삼엄하게 경계하고 있었다.
사실 사이또 소장은 관동군에 연계해 한개 중대나 되는 일본군을 파견하여 용정으로부터 개산툰으로 나가는 산길을 서캐 훑듯 하였고 한개 소대가 정미소를 지키고 한 개 소대가 쌀 수레를 직접 호송하고 한개 기병소대는 기동하면서 부근의 산과 들을 순찰하다가 일단 쌀 수레 대오를 습격하는 유격대를 발견하면 총을 쏘아 신호하여 유격대를 일망타진하려고 했다. 한편 쌀 수레대오 속에 허팔기와 같은 밀정으로 원삼을 비롯한 쌀 수레 몰이꾼들을 감시하게 하였고 원삼과 쌀 수레를 미끼로 유격대를 유인해 일망타진하려고 들었다. 특히 용정과 가까이에 있는 성지촌의 허팔기네 집 부근에 항상 변복한 밀정들을 배치해 유격대가 약속대로 빼앗아간 쌀을 가져다줄 때 기습해 나포하려고 들었다. 그리고 다른 쌀 수레 몰이꾼들의 집에도 한두 놈씩 붙여 유격대가 쌀을 가져가나 감시하게 했다.
그러나 기동영활한 김용천 대장이 영솔하는 유격대는 눈보라 치는 수림 속에 사라진 뒤 다시는 이 부근에서 그림자도 나타나지 않았다. 가져다준다던 쌀을 반마대도 가져다주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기실 유격대에서도 놈들이 꼭 쌀 수레 몰이꾼들에게 쌀을 가져다주는 것을 감시하리라는 것을 진작 짐작하고 직접 가져다주지 않고 그 마을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쌀을 준 다음 쌀 수레 몰이꾼에게 전해주게 했다. 그것도 단번에 쌀을 한마대나 반 마대를 가져가지 않고 여러 번에 나눠 스무 근씩이나 가져다 주었던 것이다.
그런데 허팔기에게 쌀이 전달될 때마다 유격대는 쌀을 마을의 다른 집에 가져다 주고 떠나 간지도 사나흘이 된 후였다. 유격대원들은 허팔기나 다른 쌀 수레 몰이꾼들에게도 자기들이 왔다 간지 며칠 후에 가져다주라고 하였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그 마을의 가난한 사람은 번마다 허팔기에게 쌀을 전해주지 않았다. 그러다나니 유격대의 그림자를 보지도 못한 채 그물에서 놓치고 말았던 것이다.
사이또 소장은 유격대가 그물에 철렁 뛰어들기를 기다리다 못해 속이 바질바질 타버렸다.
그 놈은 “유격대가 신용을 지키지 않을 수 없어." 하고 중얼거리면서 밀정들에게 원삼과 쌀 수레 몰이꾼들과 그들의 집을 물샐틈없이 감시하라고 명령했다.
사이또 소장은 정미소에 찾아와 원삼을 보고 “원삼이, 난 자네를 쌀 수레 호송대장으로 임명하네.” 하고 희죽이 웃었다.
겉으로는 원삼을 “중용”하는 척 하고 속으로는 죽이려고 들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원삼은 아무 일도 없는 듯이 쌀 수레를 몰고 쌀 수레를 호송하면서 개산툰 쪽을 바라고 떠났다. 산골짜기에 들어서서 걸으면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허팔기를 점점 의심하게 됐다.
(용정통감부 간도파출소에 끌리어갔을 때도 그렇지. 똘만 놈이 허팔기를 끌고 나갔다가 들어와 사이또 소장 놈에게 뭐라고 귀속 말을 하자 사이또 소장놈이 펄펄 뛰면서 나를 유격대하구 내통했다고 채찍질하더니 지하 감방에 가두지 않았던가!)
여기까지 생각하자 원삼은 성이 꼭뒤까지 치밀었다.
(저놈새끼 속심을 개 밸처럼 빼봐야지. 내 일본 놈들의 군량미를 온전히 조선에 가져 가게 할 거 같은가? 흥!)
그는 제일 앞에서 개 턱을 쳐들고 쌀 수레를 몰고 가는 허팔기한테 씨엉씨엉 걸어가 일부러 걸고 들었다.
“네 이놈, 언감 내 앞에 서서 쌀 수레를 몰겠니?”
허팔기는 옆에 선 일본군 놈들을 힐끔 쳐다보면서 대수로워도 하지 않았다.
“왜 이리 무지막지하게 구오?”
원삼은 눈알을 부라리면서 호통 쳤다.
“너 요놈새끼, 쌀 수레 호송대장을 우습게 보는구나.”
그러자 허팔기는 뾰족한 턱을 쳐들고 코 방귀까지 뀌었다.
“픽! 대장? 지금 누구 세상이라고 이러오?”
원삼은 왼손으로 허팔기의 멱살을 쳐들었다.
허공 쳐들린 허팔기는 두 다리를 바둑거리면서 목이 꺽 막혀 개목을 다는 소리를 쳤다.
“어, 억, 이 놈아, 네 놈이 감히 누굴 이래? 내 한마디면 네놈은, 죽, 죽을 줄 알아라.”
“알았다. 네놈새끼 제 조선 사람도 다 팔아먹는 일본 놈의 개라는 걸.”
이때 일본 놈들이 몇이 달려들어 원삼을 떼 말렸다.
그러나 원삼은 허팔기를 놓자 씽 달려가더니 두 손으로 허팔기의 쌀수레 한쪽 바퀴를 건뜻 들더니 어깨로 “끙” 소리와 함께 떠밀었다.
쿵!
모진 소리와 함께 쌀 일여덟 마대나 실은 소 수레가 한쪽으로 쾅 번지어졌다. 로지심 같은 원삼의 괴력에 쌀 수레 몰이꾼들은 물론 일본 놈들마저 깜짝 놀라 입을 딱 벌렸다.
허팔기는 겁을 집어먹고 아픈 목을 만지면서 산비탈로 도망쳤다.
이윽고 제 정신을 차린 일본군 다이로 소대장 놈은 “콘칙쇼(닥쳐)!” 하고 고래고래 고함쳤다.
일본군 대여섯 놈이 덮쳐들어 원삼을 붙잡았다. 그러나 원삼이가 곰처럼 양팔을 휘두르면서 펄펄 날뛰어 일본 놈들이 여기저기 나가 꺼꾸러졌다.
땅!
다이로 소대장 놈이 권총을 빼들어 하늘에 대고 한방 쏘았다.
그 놈은 권총박죽으로 일본군에 양팔을 잡혀서도 반항하는 원삼의 머리를 사정없이 내리쳤다.
“파출소에 잡아가라!”
다이로 소대장이 호통 치자 일본 놈들은 머리에서 뻘건 피를 줄줄 흘리는 원삼을 바 줄로 꽁꽁 묶었다. 뒤이어 서너 놈이 원삼을 쌀 수레에 매서 끌고 총칼을 빼들고 용정으로 되돌아갔다.
간도파출소 고문실에 들어갈 때에야 제정신을 차린 원삼은 다시 살아나오지 못하리라고 생각하고 죽을 잡도리를 했다.
사이또 소장은 원삼을 잡아온 일본군을 손짓해 보내고 나서 아주 상냥한 표정으로 원삼을 맞이했다.
조선통역이 옆에서 사이또의 말을 통역했다.
“리군, 무슨 놈의 밸이 그렇게 센가?”
지어 사이또 소장은 걸상을 가리키면서 자리까지 권했다.
“앉게나.”
원삼은 이상할 정도로 자기를 대하는 키가 훤칠한 사이또 소장을 의심스레 쳐다보면서 걸상에 앉았다.
(어쩌자는 거야.)
사이또 소장은 일본권연 한대를 지갑에서 꺼내더니 원삼에게 권하기까지 했다.
“일본 권연인데 한 대 피워보게.”
원삼이가 사양하자 사이또 소장은 도리머리 질 했다.
“사내들이란 술과 담배야 내 것 네 것 따로 없지 않은가! 허허, 한대 피워보게나.”
(무슨 수작을 피우자고 이래?)
원삼은 마지못해 한대 받아 물었다. 사이또 소장이 라이터를 척 켜 붙여주자 한 모금 길게 빨아보았다.
담배 향기가 달랐다.
“어떤가? 우리 일본은 당신들이 조국이라는 조선보다 적어도 50년은 모든게 앞섰네. 담배도 그렇고 농사도 그렇고.”
사이또는 담배를 뻑뻑 맛나게 빠는 원삼을 보고 엄지를 내휘두르면서 지껄였다.
“당신 진짜 사내대장부야! 난 자네 같은 힘장사를 좋아하네. 그 무거운 쌀 수레를 번쩍 들어 번지었다면서? 천하힘장사야, 힘장사. 난 수레를 번진 죄를 묻지 않겠네. 그까지 개 같은 허팔기 때렸소. 일없어.”
사이또는 “허팔기”라고 하더니 꼴찌손가락을 내리 흔들면서 “이거. 당신 천하장사!”라고 하면서 엄지를 내둘렀다.
“오늘 천하힘장사 이원삼을 알게 돼 기쁘오. 어떤가? 우리 파출소 경찰이 돼보지 않겠는가?”
통역의 말을 듣자 원삼은 “뭐라고?” 하고 자기 귀를 의심하면서 사이또에게 눈길을 돌렸다.
사이또는 원삼의 어깨를 다독이면서 분명히 재차 말했다.
“우리 용정통감부 간도파출소 경찰이 했소까. 입쌀도 많이, 많이 주구 돈도 많이, 많이 줬소. 계집도 마음대로 놀았소. 얼마나 좋소까?”
원삼은 도리머리 질 했다.
사이또는 통역을 가리키면서 지껄였다.
“저 이달송 통역두 일본 와세다대학까지 유학하고 돌아왔소다. 우리 통역했소. 황금이 많이, 많이 있소다. 잘 살았소다.”
그래도 원삼은 도리머리 질 했다.
사이또는 성을 벌컥 냈다.
“중국에 이런 말 있소다. 권하는 술을 마시지 않고 벌주를 마셨소까?”
원삼은 그래도 묵묵부답이었다.
“좋소까. 이 놈을 호되게 족쳐!”
원삼은 이를 악물고 매서운 채찍을 맞으면서도 속으로는 시원해했다.
(맞아죽을지언정 네놈들의 개는 되지 않을테야.)
원삼이가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눈앞이 깜깜해 어디가 어딘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누운 자리에서 축축하고 차디찬 땅바닥을 매만지자 원삼은 지하 감방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 놈들은 허팔기한테서 나와 기준이가 주고받은 말을 다 들었다. 지어 유격대에 가자고 한 말도 다 들었을 게다. 이 일을 어쩐다? 용천 대장이랑 드러나게 해선 절대 안 돼!)
원삼은 어둠 컴컴한 감방에서 이를 빠드득 갈며 유격대를 지키려고 죽을 결의를 꽉 다지었다.
사이또 소장 놈은 교활하게도 의연히 원삼을 경찰로 끌어들일 일루의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더욱이 큰 그물을 쳐서 도주범 김병완과 김기준 나아가서 유격대를 일망타진할 궁리를 버리지 않았다.
그는 부하와 똘만의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이튿날에 원삼을 놓아 보냈다.
원삼은 망국노의 한을 품고 피가 낭자한 몸을 비틀거리며 간신히 집으로 한발작, 한발작 발걸음을 뗐다. 그 발자국마다 망국노의 한이 하나 둘 아로새겨지었다.
(지금까지 여러분들은 김장혁 작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 제2권까지 보았습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아래에는 저의 창작소감과 문예평론이 이어집니다.)
나는 다년간 리근전의 “고난의 년대”, 리기영의 “두만강”, 천세봉의 "고난의 력사", 라관중의 “삼국연의”, 시내암의 “수호전”, 조정래의 “아리랑”과 “태백산맥”, 박경리의 “토지” 등 력사소설을 탐독하면서 이런 력사소설에서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을 연구한후 나의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에서 중국 조선족의 백년력사를 예술적으로 반영하려고 모진 애를 썼다.
광범한 독자들께서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에서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을 료해하시는데 도움을 주고저 몇해전에 "문화시대"에 실린 나의 이 문예평론을 보충하고 수개해 싣는다. 대학교 졸업론문으로 "리기영의 <<두만강>>에서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을 썼기에 이 문예평론에서는 "<<두만강>>에서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력사소설창작에서 읽기 구수한 이야기속에서 그 시대 전형환경에서의 개성이 독특한 전형형상을 부각해 자연스레 한시기 력사를 반영해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수호전"이나 "삼국연의"는 이야기성과 전형인물 형상성이 어찌나 강한지 읽으면 읽을수록 구수하고 자연스레 그때 당시 력사를 알게 한다. 그렇지 않고 력사소설을 창작한다는것이 깡마른 직설로 력사를 서술하는데 그친다면 그것은 문학성과 예술성을 상실한 "변종된 력사책"에 불과하게 된다. 그런 이른바 "력사소설"을 읽기보다 독자들은 아예 력사책을 읽으면 시간도 남고 력사를 더 전면적으로 알수 있지 않겠는가하는 생각이 든다. 소설창작에서 관건은 력사반영의 예술 수법과 기교에 대한 작가의 끊임없는 연구와 활용이 필요한것이다.
조글로에 이 문예평론을 따로 올려야 했는데 잘 게시되지 않아 대하소설 편단에 붙여 실은것을 량해하기 바란다.
2016. 1.25.
문예평론
력사소설에서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에 대하여
김장혁
중국조선족의 이름난 작가 리근전선생은 장편소설 <<고난의 년대>>에서71명의 개성이 독특한 인물형상을 창조하고 독특한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으로 동만을 중심으로 조선북부와 전 동북을 넓은 무대로, 19세기 말엽으로부터 20세기 “8.15”해방에 이르는 반세기란 기나긴 력사시기 조선족인민들의 피눈물 나는 이민사, 중국 공산당의 령도아래 한족 등 형제민족과 어깨겯고 이 땅을 개척하고 일제와 벌린 수많은 피어린 투쟁사를 형상적으로 보여주었다. 때문에 리근전작가의 장편소설 <<고난의 년대>>는 중국조선족인민들의 투쟁력사의 기념비적거울로 될수 있는 작품이라고 할수 있다. 리근전작가의 <<고난의 년대>>에서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을 깊이 연구하는것은 중국조선족문학사, 나아가서 중국당대문학사에서 리근전작가의 창작과 그 지위를 반석우에 세우며 금후의 장편력사소설창작에 아주 큰 문학적의의와 현실적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리근전작가의 <<고난의 년대>>와 프랑스 작가 발자끄의 <<인간희극>>, 중국 작가 라관중의 <<삼국연의>>, 조선 작가 천세봉의 <<고난의 력사>>,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과 “아리랑”.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 등에서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을 대조해 연구해보기로 하자.
프랑스 작가 발자끄는 무려 96편이나 되는 소설로 이뤄진 “인간희극”에서 주로 부동한 소설에서의 동등한 인물재현의 예술수법으로 프랑스의 나뽈레옹제정시대(1799년)부터 1848년혁명에 이르는 기나긴 력사시기 천태만상의 “인간희비극”을 보여주고있다. 세계 명작가 발자끄는 객곽세계를 호상 전형적련결에서 고찰하며 사회현상을 지배하고있는 기본법칙들을 찾아내 보여주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하여 그는 96편의 소설로 된 “인간희극”에 2천여명이나 되는 전형인물을 부각하여 등장시키고 부동한 소설의 부동한 환경에서 동일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혹은 차요인물로 재현시킴으로써 부동한 환경에서의 인물성격의 진일보 발전을 보여주면서 주제를 심화시켰으며 여러 소설을 하나의 정체—“인간희극”으로 유기적으로 통일시켰다. 하여 부동한 소설에서 보여준 부동한 력사환경은 의연히 프랑스 사회를 떠나지 않았음을 보여주면서 프랑스 사회 력사를 련결적으로, 거폭의 형상적화폭으로 보여주었다.
조정래의 대하소설 “아리랑”은 조선반도와 중국, 로씨야(구쏘련), 태평양 미국의 하와이, 지어 싸이판과 괌, 동남아세아, 일본까지 배경으로 해 20세기 초엽으로부터 1945년 광복까지 력사시에 일제의 폭압에 맞서는 우리 민족의 피어린 항일투쟁과 민족의 이민사, 끈질긴 생존과 투쟁을 다룬 민족의 대서사시이다.
조정래 작가는 지삼출, 대근, 송수익, 신세호, 방영근, 남용석, 감골댁, 보름, 수국, 정분, 김창봉, 정재규, 장칠문, 장덕풍, 김봉구, 방태수, 무주대, 임덕구, 주성춘, 손판식, 기생 옥향; 백종두, 주재소장 하야가와, 요시다, 쓰지무라 등 허구된 수많은 전형인물들을 부각하여 반세기나 되는 그 시대 력사화폭을 형상적으로 보여주었다.
또 허구된 인물의 허구된 이야기와 력사적으로 실존한 리승만, 김구, 의병장 임병서, 최익현, 임병찬 등의 진실한 이야기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으로 이 시기 민족의 력사를 아주 넓은 화폭으로 예술적으로 반영하였다.
일부 력사이야기는 작중 허구된 인물의 대화속에서 예술적으로 삽입해 보여주었다. 례하면 작중의 방영근과 남용석의 대화에서 당시 하와이에서의 반일단체와 이승만의 항일투쟁사를 정면으로 보여주었다.
일부 력사이야기는 사회배경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직설적으로 보여주었다. 례하면 조선 서울의 3.1독립운동과 중국 룡정의 3.13반일운동, 의병장 홍범도가 만주에서 항일운동을 하다가 구쏘련에 전이한 과정 등 력사이야기는 작자가 사회배경을 소개하듯이 직설적으로 보여주었다.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은 광복후로부터 6. 25 전쟁 전후를 배경으로 분단이후 여순반란사건을 시작으로 하여 한국 태백산맥을 따라 남으로 나가면서 지리산구를 근거지로 삼고 남로당(박헌영의 령도하에 있은 남조선 주재 조선로동당의 약칭임.) 유격대의 유격투쟁활동과 한국 계엄사령본부와 경찰대, 토벌대가 지리신지역 남로당유격대를 진압한 과정의 력사이야기를 폭넓게 보여주었다.
이 소설에서 작가 조정래는 “실화소설” 같은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으로 당시 염상진대장, 안창민대장, 하대치 등 유격대 두목과 골간들의 투쟁이야기를 주선으로 소설로서의 진실한 인물화폭을 그리면서 진실한 력사를 반영하는 예술수법을 쓰고있다. 진짜 력사와 예술의 혼연일치를 보여준 걸작이라고 할수 있다.
우선 작가는 실존한 력사인물들을 피도 있고 살도 있는 아주 전형화된 인물로 형상적이고도 생동하게 형상화해 유격대 투쟁과 정부군, 토벌대의 진압의 력사이야기를 반영했다. 작중에는 보성군 유격대 대장 염상진과 보성군당위원장 겸 후임 대장 안창민을 비롯한 하대치, 오판돌, 강동식, 이해룡, 고두만, 손승호, 강동기, 김임일, 이영생 그리고 계엄사령관 심재모, 신임사령관 백남식, 보성경찰서장 남인태, 토벌대장 임만수, 검찰총장 권승렬, 중부경찰서장 윤기병 등 실존한 전형인물들을 아주 성공적으로 부각하였다.
“태백산맥”에서도 조정래 작가는 작중 인물의 대화를 통해 력사이야기를 보여주는 예술수법을 적지 않게 썼다. 례하면 작중인물 손승호와 김범우의 대화를 통해 백범 김구가 암살당한 력사사건을 보여주었다.
조정래 작가는 “태밴산맥”에서 허구된 인물의 허구된 에피소드를 양념처럼 많이 삽입해 독자들을 력사이야기를 감염력있께 읽게 흡인하는 예술수법을 보조적으로 썼다. 례하면, 염상구에게 강동기 안해가 장기적으로 강간당해 임신까지 한 에피소드, 허출세에게 외서댁이 강간당한 에피소드, 그외에도 작중 인물의 진한 사랑과 치정 에피소드 등을 들수 있다.
중국 조선족작가 리근전선생의 동일한 하나의 소설인 <<고난의 년대>>(상, 하집)에서, 조선의 작가 리기경선생은 "두만강" 에서 발자끄처럼 부동한 소설의 부동한 력사환경에서가 아니라 부동한 력사시기 환경에서 동일한 인물을 재현시키고 인물들을 혈연적, 사회적, 계급적으로 련결시키고 충돌시키면서 인물성격을 발전시키고 력사사건들을 유기적으로 련결시키면서 보여주고있다.
때문에 “인물재현”이라는 측면에서는 발자끄의 력사반영의 예술수법과 류사한 점이 있다. 하지만 “부동한 소설에서”와 “동일한 소설에서”의 부동한 력사시기에서 인물재현이라는데서 발자끄의 <<인간희극>>과 리근전선생의 <<고난의 년대>>는 력사반영의 예술수범이 서로 다르다는것을 알수 있다.
다음, 중국 작가 라관중의 <<삼국연의>>에서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을 대조해 연구해본다
첫째, 라관중의 <<삼국연의>>에서는 력사상의 실재인물들인 조조, 류비, 손권, 제갈량 등을 주인공으로, 주요하게 적벽싸움과 관도싸움 등 력사적전형환경과 력사인물과의 관계속에서 전형성격을 부각하면서 해당시기 력사를 반영하였다. 그러나 리근전선생의 <<고난의 년대>>에서는 주요하게 주인공 박천수, 박윤민 등을 비롯한 71명 인물들은 모두 허구된 인물들로서 춘황폭동, 5월폭동 등 력사사건과 천수동민란, 동맥휴학 등 허구된 사건과 허구된 인물관계속에서 부각하면서 해당 시기 력사를 형상적으로 반영하였다.
둘째, <<삼국연의>>에서 각 력사사건의 발생, 발전, 고조, 해결은 주인공에 의해 제약되고 추동되는 예술수법으로 력사사건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리근전선생의 <<고난의 년대>>에서는 력사사건에 력사인물 대신 허구된 작중인물을 바꿔넣거나 차요한 위치에서 참여시키면서 작중인물의 이야기, 회억, 대화속에서 자연스레 력사사건을 반영하였다.
때문에 사건과 인물관계가 력사적인것인가, 허구적인것인가 하는데서 라관중의 <<삼국연의>>와 리근전선생의 <<고난의 년대>>는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이 부동하다.
다음, 조선 작가 천세봉의 <<고난의 력사>>와 대조해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을 연구해보면 허구된 전형인물형상을 부각하여 력사를 보여준 점에서는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이 류사하지만 일부 부동한 점도 있다.
첫째, 천세봉의 <<고난의 력사>>는 순전히 허구적인 사건들인 소작인동맹건립, 보돌공사장폭동, 박진우환갑식, 대검거참안 등을 통해 현재진 일가 5형제, 최선도, 최창국 등 인물형상을 부각하여 당시 력사정형을 반영하였다. 그러나 리근전선생의 <<고난의 년대>>에서는 허구된 사건외에도 력사적사건속에서 박천수, 박윤민 등 인물형상을 부각하고 당시 력사정형을 반영하고있다. 이런 예술수법은 리기영의 "두만강에서도 찾아 볼수 있다.
둘째, 천세봉의 <<고난의 력사>>에서는 전형적사회력사환경을 작자의 정면서술로 밝히지 않았고 자연환경도 “XX군 송하면 월하리” 등 허구적으로 모호하게 보여주었다. 그러나 리근전선생은 <<고난의 년대>>에서 작자의 정면서술로 사회력사환경을 밝히였으며 자연환경도 허구적인 “천수동”뿐만아니라 실재한 륙도구, 국자가 등을 삼고있다는 점에서도 다르다. 리깅영의 두만강에서도 제2대혁명자 "씨동"의 활동 자연환경은 두만강 량안의 조선 중북부와 중국 동만으로 삼고 있다.
총적으로 리기영선생과 리근전선생은 고금동서 명작들의 부동한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에서 정화를 섭취하여 계승하고 발전시켜 독특한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을 창조해냈다.
그럼 리근전선생의 <<고난의 년대>>에서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은 구경 어떤것인가?
첫째, 전형환경에서 전형인물을 부각하여 해당 시기 사회력사를 반영한 예술수법이다.
똘쓰또이는 자기 창작은 “인물형상을 부각할뿐만아니라 그 형상을 통해 력사를 보여주기 위한데 있다.”고 하였다. 리근전선생은 동서고금의 력사물명거작들의 력사반영의 예술정화를 섭취하여 “고난의 년대에서 륙도구와 천수동을 동북의 축영으로 형상화하고 그속에서 자기로서의 얼굴과 웃음, 말본새를 가지고 자기 신분에 알맞는 행위를 하는, 개성이 독특한 각이한 인물을 71명이나 형상적으로 부각하였다. 이런 인물들은 당시 전변하는 사회적계층의 어느 한 계층을 각각 대표하는 전형인물로 등장하면서 매개 인물들의 개인적운명의 발전속에 몰락하는 계층과 발전하는 세력간의 계급투쟁, 민족투쟁에 의한 력사적진로를 표시해놓았다. 하여 우리는 력사의 흐름에 따른 륙도구와 천수동의 변화와 그속의 인물성격의 변화를 통해 사회력사 제특성들의 변화를 통해 당시 력사 발전을 찾아볼수 있다.
이제 작중에서 전형인물들의 개성적얼굴들을 찾아보면서 그 전형형상이 당시 력사정형을 어떻게 반영했는가를 살펴보기로 하자.
주인공 박천수는 시대적제한성으로 하여 로동계급의 혁명리론으로 무장하지는 못했지만 부지런하고 성실하며 의협심과 결단성이 강하고 봉건통치배들을 반대하는 강의한 개성과 일반화정도가 높은 애국적농민의 전형형상으로 그려졌다. 그리고 순박하며 선량하며 의협심이 강한 한족농민 왕덕후, 말수 적고 심성이 곧은 김성녀, 착하고 어진 김명도, 강직하고 반항심이 강한 최창두를 비롯하여 장서방, 강도룡, 조월래 등 농민들의 형상을 개성적이고도 살아 움직이게 그려 봉건지주와 통치배들의 압박과 착취 밑에서 생활난을 껵다가 각성하여 반항하기 시작하는 당시 조선족과 한족 형제민족농민들의 력사적제특성을 예술적으로 재치있게 반영했다. 그외에도 조장희, 리광국 등 전형형상을 통해 당시 민족주의자들로 무어진 반일단체의 제 력사정형을 보여주었다. 또 비굴하고 탐욕스러우며 잔인하고 횡포무도하며 교활한 친일주구 오영길, 음탕하고 아첨을 일삼는 앞잡이 마상수, 탐욕스럽고 강직하며 량반의 체모를 중히 여기는 상인 최영세를 비롯한 매판자본가 김경필, 김만호, 팽국장과 향악지주 주천림, 김소래 등을 비교적 개성적으로 인물형상화하여 해당 력사시기의 자본가, 지주들이 일제와 봉건통치배들에 아부굴종하고 인민을 잔혹하게 압박착취한 시대적 제 특성을 잘 보여주고있다. 이밖에도 교활하고 잔인한 스즈끼총령사, 특무 고산, 경찰서장 고자끼, 친일주구 김목사도 비교적 성공적으로 형상화해내 그 부류인들의 죄악적력사도 예술적으로 반영했다.
작자는 이상의 늙은세대의 긍정적, 부정적인 인물형상들을 통해 주요하게 19세기말부터 20세기 10년대말의 력사와 그제반특성 및 각 계층 특성들을 반영하였다.
다음, 소설에서 이런 늙은세대에 의해 보여준 미적리상과 인민투쟁력사의 계승자로서 슬기롭고 용감하며 심중하고 강직한 당원 박윤민을 비롯하여 왕주, 김범도, 순희, 윤길, 영심, 귀동이와 큰동이, 당조직 지도자 리진과 안경림 그리고 명화와 기생 김벽선, 향화 등을 개성적으로 부각하면서 그들이 부정인물 오창수, 오창덕 및 일제놈들과의 갈등과 투쟁을 통해 1919년 5.4운동이후로부터 1945년 8.15해방이전 력사시기 당의 령도아래 조한 형제민족 인민들이 단결하여 진행한 반제, 반봉건 투쟁력사를 예술적으로 반영하였다. 그리고 작품 결말에 제3대 인물인 귀섭이 형상을 등장시킴으로써 조선족인민들의 투쟁력사는 계속됨을 암시해주고있다.
이런 3대에 걸친 수많은 인물형상체계의 중심에는 박천수와 박윤민이 련이어 서서 끌고나가고있으며 이들과 기타 인물들의 혈연적, 사회적, 계급적 련결과 갈등속에서 인물성격을 발전시키고 해당 시기 력사를 예술적으로 반영하고있다. 때문에 매개 력사사건은 동떨어진감이 없이 련결되여 독자들로 하여금 형상적이고도 체계적으로 매 시기 력사정형을 리해하게 하였다.
둘째, 작자가 정면서술한 력사환경(력사사건을 포함)에서 작중 인물이 활동하거나 작중 사건의 발전속에 력사사건을 삽입시키는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이다.
이런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으로 장백산봉금령반포와 개간국설치, 한족과 조선족 동북이주력사, 신해혁명, 1911년 룡정 력사환경, 룡정통감부 간도파출소와 일본령사관 설립, 3.13폭동, 20년대 반일단체활동, 1923년 대검거참안, 녕안위만군 탄약탈취 등 력사를 반영하였다.
이런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은 작자 정면서술의 지루함과 무형상성 그리고 작중 인물의 활동으로써 전반 력사환경을 제시하기 어려운 결함을 피면하고 장점을 취해 독자들로 하여금 피와 살이 있는 개성적인물들의 움직임을 여겨보면서 당시 력사정형을 완정하고도 형상적으로 감칠맛이 나게 알수 있도록 하였다.
셋째, 인물의 이야기, 회억, 대화속에서 력사사건을 보여주는 력사반영의 예술수법, 그리고 이런 제 수법과 작자 정면서술을 서로 결합시켜 력사사건을 반영하는 예술수법이다. 이는 작자가 작중에서 제일 많이 쓴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이라고 할수 있다.
이런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으로 <<고난의 년대>> 제31장에서 윤길과 김성녀의 대화, 제32장에서 순희의 회상속에서 3.13폭동을 보여주었다. 김범도와 왕주, 윤민의 대화와 이야기속에서 경신년대토벌을, 귀동의 이야기에 의병단 및 왕청 배초구습격사건을, 스즈끼와 김벽선의 대화, 리진의 분석과 작자 정면서술로 일제 “만몽침략계획”과 9.18사변을 반영하고있다. 그외에도 선바위 부근에서 12만 5천원 탈취한 사건, 춘황폭동도 이런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으로 보여주었다. 그중에서 스즈끼나 친일주구 오창덕, 오창수와 같은 부정인물들의 대화, 이야기로 9.18사변의 내막이나 일제의 만몽침략야심, 일제의 “문치주의”와 “무단정치”의 본질을 드러내 보여준것은 력사제재 장편소설창작에서 거둔 창신적인 예술성취라고 본다. 이같이 부동한 장절에서 여러 인물의 대화, 회억, 이야기 그리고 작자 정면서술을 서로 결합시켜 력사사건을 반영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딱딱하고 지루한감이 없이 다측면적으로 형상적인 력사교과서를 보는듯한감을 느끼게 한다. 이는 독자들의 다시각적형상을 통해 력사를 알려고 하는 심미적수요에 맞는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이라고 생각한다.
넷째, 력사적인물 대신 작중 허구적인물의 이름을 바꿔놓는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이다.
력사상 약수동토벌참안때 실제 존재한 항일렬사 김순희의 감동적사적을 반영하기 위해 작자는 제55장 “대참안”에서 렬사 “김순희” 대신 작중 윤길의 처 “백봉선”이란 허구된 인물을 바꿔넣고 등장시켰다. 이런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으로 춘황폭동, 5월폭동, 12만 5천원 탈취, 해란강대참안 등 력사를 핍진하게 반영했다. 이런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은 작중인물과 력사적인물, 작중 사건발전과 력사이야기를 유리시키지 않고 통일적인 전일체로 련결해 반영하였다.
다섯째, 인물의 설정과 인물의 신분, 활동경력, 인물이 처한 사회와 자연 환경 등은 모두 인물의 성격을 부각하고 생활론리에 맞으면서도 력사를 반영하기 위한데 복종시킨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이다.
작자는 1911년 룡정력사환경, 춘황폭동, 3.13폭동, 경신년대토벌, 반일단체활동, 의병단활동, 5.30폭동, 12만 5천원 탈취, 항일련군 항전투쟁 등을 반영하기 위해 주인공 박윤민을 두만강변으로부터 륙도구 자선학교, 천수동, 륙도구술공장, 할빈, 봉천, 왕청과 의란 산속, 녕안현, 중쏘변경, 연안 등지로 번개같이 드나들게 하였다. 그리고 신분도 배사공, 교원, 로동자, 지하당원, 의병단 부단장, 항일련군 군관, 지위 서기로 바뀌고있다. 이는 다 생활론리에 맞게 박윤민이란 인물성격을 부각하면서도 력사반영의 수요에 따라 그의 신분도 변화시키면서 중요하거나 차요한 위치에서 력사사건에 참가하거나 참여시키면서 박윤민이란 인물의 대화, 회상, 아야기 등으로 력사를 반영하는 예술수법을 쓴것이다. 이는 동일한 소설의 부동한 력사사건과 환경에 동일한 인물을 재현시키는 재치있는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이다.
이밖에 짙은 지방민족생활색채, 흥미진진한 민담, 민요, 속담 등의 광범하고 적절한 응용과 향토적이고 형상적인 언어 등은 작품의 감염력을 높여 작중 력사반영의 예술수법들의 효과성을 높이는 보조적인 력사반영의 예술수법과 같은 작용을 놀았다.
허나 옥에 티라고나 할가. <<고난의 년대>> 하집에서 작중 인물의 회억, 이야기, 대화에 의한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을 지나치게 많이 썼기에 력사반영의 형상성을 약화시켰다고 본다.
필자의 수준제한으로 하여 저명한 중국 조선족작가의 <<고난의 년대>>에서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상 거둔 예술성취를 제대로 긍정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력사반영의 예술수법을 더욱 깊이 연구한다면 력사제재 장편소설창작에 매우 큰 방조를 주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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